한 사람이라도 시골에 들어가 제대로 살아야 지요. 우리는 그들이 잘 정착해서 스스로의 행복한 삶을 꾸리는데 응원할 것입니다.”
남원시 산동면에는 자연과 지역,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귀농귀촌전문학교가 있다. 남원귀농귀촌학교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와 남원시가 공동으로 만든 교육기관이다. 생명평화와 마을공동체, 자립․협동․순환의 생태공동체, 그리고 도농상생을 추구하는 도농공동체를 지향하며 예비귀농귀촌인들을 위한 입문교육을 진행하는 이곳의 중심에는 이해경교장이 있다. 농촌으로 돌아온 이들이 생명과 마을을 살리는 삶을 살길 바란다는 그에게 그가 생각하는 ‘농촌으로 가는 길’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이해경이 생각하는 농촌이란, 그리고 그 길로 가는 방법은?
A. 무엇을 위해 귀농귀촌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방향설정을 위해 먼저 나를 향해 떠나야 합니다. 그 다음, 자립과 순환의 지속가능한 자연순환농업을 공부해야 할 것입니다. 농촌은 흙과 함께 생활해야 하고, 흙 속에서 나온 것들로 다시 생명을 이어갑니다. 그러기에 자립과 협동이 중요하지요. 흙에서 나고 땅에 널린 것들은 천혜의 보물들입니다. 농촌에서 산다는 것은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 되는 특별한 경험이지요. 무엇보다 사람이 보물이라는 것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생명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Q. 귀농귀촌에 대한 실패요인이 있다면?
A. 실패 사례를 보면 대부분 농촌에 대한 준비가 미흡합니다. 치밀하지 못하고 급하게만 진행하려고 하지요. 반드시 귀농귀촌 관련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은 SNS 등을 활용해 정보를 얻는 방법도 많습니다. 준비가 철저해야 농촌을 알고, 준비를 해야 만이 농촌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무 준비없이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만 농촌에 들어온다면, 당신은 이미 실패사례입니다.
준비라는 것은, 대단한 과정을 거치라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는 다른 삶을 사는 것이니, 가치관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자연순환의 원리에 입각해 모든 생명체가 가진 기본원칙은 자연이라는 것과, 더불어 사는 것의 가치를 알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일등주의’ ‘성공주의’ 같은 생각은 일찍이 버리고 오십시오. 그것은 자립이 아니라 종속입니다.
Q. 실패사례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A. 무조건적인 홍보보다 중요한 것은, 농촌으로 온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가장 먼저 필요합니다.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으면 굳이 ‘우리 지역으로 오십시오’ 라고 홍보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저절로 찾아옵니다. 각 시군의 지원센터도 필요하겠지요. 지원센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예산지원과 함께 교육인프라 구축도 필요합니다. 요즘은 젊은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농촌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발적인 걸음인만큼 그들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먼저 각 시․군이 나서야 할 것입니다.
Q. 농업농촌에서 귀농귀촌이 필요한 이유라면?
A. 농촌은 지속적으로 고령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 상황이 지속화되면 누군가는 바통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농촌이 다시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이 농촌으로 돌아오는 게 꼭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작은 학교를 살려야 하지요. 사람을 끌어들이는 첫 번째 요인은 교육입니다. 그 사례로 남원시의 산내면을 들 수 있습니다. 산내면 내 초등학교의 학생수는 올해 100명이 넘었습니다. 그 곳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한 폐교를 살려 만든 학교입니다. 지역에선 사라지는 것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엔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사는 것입니다.
Q. 이해경이 생각하는 농촌이란?
A. 가장 근본이지요. 근본이 살아야 모든 것이 삽니다. 삶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뿌리가 튼튼해야 줄기나 잎이 생겨나듯 말입니다. 요즘은 농촌의 어떤 것들을 이용해 대기업을 살리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됩니다. 곧 있으면 우리나라는 식량위기가 올 것입니다. 우리는 이 점에 대해 각성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농촌에 투자해야 합니다. 준비하지 않으면 지금의 세월호처럼 우리는 침몰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Q.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우리가 해야할 노력은?
A.첫째, 귀농귀촌과 마을만들기가 연계성 없이 따로 가서는 안 됩니다. 같이 바라봐야 합니다. 물론 공동체에 중점을 두어야겠지요. 둘째, 생태귀농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돈 버는 것이 중심이 아닌, 생명과 사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Q. 귀농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첫째,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멀리 바라보십시오. 장기플랜을 세우고, 차근차근 해나가면 언젠가는 처음 가진 마음 그대로, 농촌에 스며들 수 있습니다. 가치관과 철학이 담긴 교육기관에서 가서 관련 교육을 먼저 받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둘째, 건강이 가장 중요합니다. 건강하지 않으면, 들푸른 자연이 함께 있다 해도 불행한 노후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셋째, 돈 버는 귀농귀촌보다는 정작,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넷째, 주인의식이 있지 않으면, 귀농귀촌을 해서도 섬처럼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내 역할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공동체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Q. 귀농귀촌희망자들에게 지원센터의 역할이란?
A. 귀농귀촌인들을 체계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지원센터가 실무자 중심의 정책수립과 수행을 해야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자체에서부터 먼저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실제 실무자들이 현장의 얘기를 많이 듣고, 이해해야 하지요. 저는 이런 부분에서 ‘진안마을축제’가 참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지자체와 지원센터, 마을과 주민이 하나가 된, 절대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만남의 장을 열었기 때문이지요. 지역과의 협력에는 주인의식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감하는 좋은 예입니다.
또, 요즘은 무차별한 교육기관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 그것들의 장단점을 가려주는 게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서 현재는, 고민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내실화되지 못한 귀농귀촌학교는 오히려 희망자들에게 혼란만 가중할 수 있습니다. 지원센터에서는 다양한 교육내용과 기관들을 잘 분류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청년과 여성귀농인 활성화에 대한 대책을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합니다. 시골에 온다고 해서 일자리가 없진 않습니다. 작은 마을에서도 50여개의 일자리는 거뜬히 나옵니다. 그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귀농귀촌도 또 다른 형태의 창업입니다. 젊은 청년들과 여성들이 체계적으로 귀농을 준비할 수 있게 창업 관련 프로그램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