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채도의 스탠드불만 켜져 있고
선혜, 정성들여 립스틱을 바른다.
다 바르고 거울을 한번 본다. 왠지 낯선느낌.
화장대 한켠에 놓여 있는 사진을 본다.
선혜와 준서, 세살쯤 되어보이는 딸아이가 행복하게
웃고 있다.
선혜, 표정없이 사진액자를 엎어놓고 자리에서 일어선
다.
씬 4 거리.
네온사인과 사람들. 차들..
스치고 지나치면서 나는 잡다한 소음들.
인파에 묻혀 천천히 걸어오는 선혜.
천문학자E 지금부터 2천5백만년이 지나면
바로 이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되고,
씬 5 도로.
차들로 꽉 찬 도로를 운전해오는 정우.
빨간신호가 들어오면서 차를 멈춘다.
멈춘 사이 담배를 피워무는 정우..
천문학자E 겪었던 일을 다시 겪게 되고..
정우, 길게 연기를 내뿜는 순간 창밖으로 지나가는 인
파속에 스쳐지나가는 선혜. (순간 슬로우)
그 위로
천문학자E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도
다 다시 겪게 되는거죠.
정우 잠시 그대로 있다가 차안의 시계를 본다.
5시 52. 그 시계에서 디졸브.
씬 6 레스토랑 안.
레스토랑의 전자시계.
5시 55분.
화면 천천히 줌-아웃하면 서빙하는 종업원들과
들고 나는 손님들이 보이는 레스토랑안. 그 위로
천문학자E 그러니까 2천 5백만년 후가 되면
전 또다시 이 레스토랑에 오게될겁니다.
카운터에서 천문학자의 얘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는 주
인.
주인 그래서요?
천문학자 그래서 말인데.. 오늘 밥값은 그 때까지 외
상으로 해줄 수 없겠습니까.
주인 (진지하게) 그 말이 사실이라면..
(한번 고개를 끄떡하더니)
좋습니다. 외상으로 드리죠.
천문학자 (빙긋이 웃는데)
주인 대신 2천5백만년 전에 드신 외상값은 지
금 주셔야겠는데요.
천문학자 ?!
천문학자, 주인을 빤히 쳐다보는데
그 때 그 뒤로. 문에 달린 종소리가 짧게 들리고.
문이 열리면서 훅 불어들어오는 바람.
선혜 안으로 들어선다.
E. 지직 지지직.
(라디오 주파수 맞추는 소리)
씬 7 도로.
교통체증으로 심한 도로.
소리 영동산간 지방에 오후부터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씬 8 차 안.
소리 대관령구간을 운행하실 때 특히 눈길 안
전운행에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이어서 흐르는 음악)
무료한 눈빛으로 길게 이어지는 차들을 바라보는 정우
다시 담배를 문다. (불은 피우지 않은 상태로)
잠시 있다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왼쪽 깜빡이를 켜더니
한쪽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막히지 않는 길로 빠져나가는 정우의 차. 그 위로
정우Na. 길 위에서 길을 바꾼것도 그랬지만
여행도 처음부터 계획하고 떠난것이 아
니었다.
그 날 저녁 나는 한 여자를 만나기로
되있었다.
씬 9 오피스텔 안.
울리는 전화벨.
받는 소리와 함께.
정우F 전.. 지금 서울을 떠나고 있습니다. 돌아
오는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삐-이 소리가 나면)
선혜F (잠시 간격을 두고)
저.. 선혜예요. 나오실 줄 알고 기다리
고 있었어요.
씬 10 레스토랑 안.
수화기를 들고 있는 선혜, 표정없이.
선혜 이젠 나오실 수 없다는거 알지만..
조금 더 기다리다 들어갈께요.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저쪽 뒤에 서있던 주인, 자리로 돌아가는 선혜를 흘끗
본다.
창가 자리에 앉은 선혜,
이젠 식어버려 김도 오르지 않는 커피잔을 내려다본
다.
사내 체인 안 필요합니까?
정우 괜찮습니다.
사내 어디까지 가는 찬데요?
정우 은비령이요.
사내 은비..령이요? (그런 지명이 있냐는 듯
빤히 보면)
정우 한계령에서 가리산으로 가는길이요.
사내 아! 거기 우풍재 내려가는 기일.
한계령 꼭대기에서 다시 인제쪽으로 내
려가는 샛길 말씀이죠?
정우 네.
사내 어휴. 거긴 길도 좁고 내리막두 심해요.
완전히 얼어서 빙판이걸랑요. 가드레일도
?구요.
쳐주고 3만 5천원. 미리치고 올라
가는게 낫지 저 위에선 더 비싸게 받아
요. 네? (떠보는데)
정우 괜찮을겁니다.
씬 12 오페스텔 안.
전화벨소리.
작동되는 자동응답기.
정우F 저는 은비령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금.. 눈이 내리고 있어요.
씬 13 레스토랑 안.
다시 수화기를 내려놓는 선혜,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본다.
그 창밖에도 하나 둘 눈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E 끼--이 (바퀴 끌리는 소리)
씬 14 도로.
눈길위에서 사정없이 미끌어지는 바퀴.
정우, 식은땀을 흘리며 온통 운전에만 신경을 쓰고 있
다.
바람은 계속 불고 눈발도 거세지는 가운데 가까스로
재를 막 넘어서는데 건드린것도 없이 갑자기 차 안의
시계가 0:00으로 되면서 깜빡거리기 시작한다.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지만 차고 있지 않다.
정우, 손으로 시계를 툭툭 쳐본다.
정우Na 어떻게 된걸까.. 은비령을 넘는 순간 시
간이 멈춰버리고 말았다.
정우, 마지막으로 쿵! 시계를 치는 순간.
씬 15 블랙화면위로.
“인생에서 멈춰진 시간..
그것을 추억이라 한다.”
1985년.
씬 16 버스 안. (D)
0:00으로 깜빡이던 숫자가 다시 14:25분으로 되돌아간
다.
버스 운전사, 뭐라고 투덜거리며 운전을 계속하다가
갑자기 버스앞으로 달려드는 사람을 보고 급정거를 한
다.
승객들, 놀라서 앞쪽을 쳐다본다.
정우도, 안경을 치켜올리며 같이 앞쪽을 본다.
운전사 (앞문을 열고 다짜고짜) 거 갑자기 뛰어
들면 어떡해! 사고나면 책임질거야!
선혜 미안합니다. 저.. 휴게소에서 차를
놓쳐서요. 다음 읍내까지만 좀 태워주시
면 안될까요?
운전사 어이구 증말.
선혜 부탁합니다. (고개를 숙이면)
뒤에서 빵빵거리는 차들.
운전사 빨랑빨랑 올라타요 거.
선혜 (표정 환해지며 얼른 올라탄다)
차를 출발시키는 운전사에게 꾸뻑 인사하는 선혜
차 안 승객들 시선이 모두 쏠린 걸 의식하며 빈자리를
찾는다.
마침 빈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옆에 앉은 아줌마, 얼른 짐을 옆자리에 놓으며 눈을
감아버린다.
선혜, 고집스럽게 잠시 보다가 그 짐을 들고 굳이 아
줌마 옆자리에 앉는다.
아줌마, 흘끗 눈을 뜨고보더니 선혜 무릎에 있는 짐을
도로 가져가고는 다시 눈을 감아버린다.
슬쩍 웃어버리는 선혜.
그대로 야구모자를 깊게 눌러쓰고는 등받이를 뒤로 하
고 잠을 청한다.
대각선으로 뒷자리에 앉은 정우.
흥미로운 시선으로 선혜를 본다.
깊게 눌러쓴 야구모자.
아무렇게나 걸쳐입은 잠바.
들고 있는 가방도 없고.
하얀 면운동화에 양말을 신지 않아 드러난 발목.
유난히 흰 그 발목이 정우에 눈에 들어온다.
씬 17 읍내터미널.
차에서 내려 대합실로 들어서는 사람들.
그 무리어 섞여 정우 대합실로 들어서는데 막 정우를
앞질러가는 선혜, 몇걸음 가다가 무슨일인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돌아선다.
잠시 난감해하는 표정으로 두리번 거리더니 한쪽에 있
는
여자화장실로 뛰어들어간다.
정우, 선혜를 시선으로 쫓다가 출구쪽을 보면 신분증
을 검사중인 전경이 눈에 띈다.
대충 짐작이 가는 표정으로 다시 화장실쪽을 보는데.
칸막이 안에 초조하게 서 있는 선혜.
밖이 조용하자 살며시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무슨 소
리가 들리자 재빨리 도로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버린
다.
잠시 후, 화장실문을 여기저기 두드리는 소리.
선혜, 잔뜩 긴장하는데
정우 나오세요.
선혜, 멈칫 고개를 든다.
천천히 칸막이문열고 고개를 내밀면 문앞에 서 있는
정우.
정우 다들 갔어요.
선혜 (본다. 순간 긴장이 풀린 듯 그대로 주르
르 벽을 타고 앉는다)
정우 (놀라서 얼른) 왜 그래요?
괜찮아요?
선혜 (눈을 뜬다. 힘없이 베식 웃더니)
배가 고파서 그래요.
정우 ? (본다)
씬 19 대합실 안.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정우와 선혜.
선혜, 한손엔 우유, 다른 한손엔 빵을 들고 한입 가득
먹고 있다.
남은 빵을 다 입에 집어넣으면 그 옆에서 정우, 빵 한
봉지 더 뜯어 선혜한테 내민다.
선혜 받으며 정우를 향해 웃는다.
정우, 그 웃음이 싫지 않은 듯 보며.
정우 대학생이죠?
선혜 (우유로 목을 축이며 웃는다)
정우 쫓기고 있어요?
선혜 (고개를 끄덕이고 입안의 것을 꿀꺽 삼킨
다음) 이모네 숨어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새벽참에 들이닥치더라
구요. 손에 잡히는대로 걸쳐입고 튀었죠
뭐.
(그러면서 다시 빵을 먹는다)
정우 여기 마중나올 사람은 있구요?
선혜 (입에 가득든 채) 친구요.
정우 아..
선혜 거기는요?
정우 은자당에서 친구하구 같이 공부해요. 그
마을 들어가는 버스가
한시간마다 있거든요.
선혜 아..
잠시 침묵.
정우, 다시 선혜의 드러난 발목을 본다. 보더니 가방지
퍼를 열고 이구석 저구석 손을 찌르다가 안쪽에서
뭔가 손에 잡히는 걸 집어들고 선혜앞으로 내민다.
양말이다.
선혜 ? (보면)
정우 집에서 새로 빨아온거예요.
선혜 고마움으로 양말을 받는다.
그러더니 빵을 입에 문 채 양말을 신기 시작한다.
꾸밈없는 선혜를 바라보는 정우.
두 사람의 모습, 눈이 내리는 대합실 창문안으로 보인
다.
씬 20 달리는 시내버스 안.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선혜와 정우.
창가에 앉은 선혜, 졸고 있다.
고개가 푹 앞으로 떨어지는가 하면 다시 뒤로 푹 꺽어
지고.
그렇게 정신없이 졸고 있는 선혜를 정우, 잠시 바라보
다가 조심스럽게 팔을 의자뒤로 뻗어 선혜의 고개를
받쳐준다.
잠시 정우의 팔에 기대있던 선혜의 머리.
갑작스런 버스의 흔들림에 정우의 어깨로 푹 떨궈진
다.
멈칫하는 정우.
쳐다보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주위를 둘러보며 의식하
지만 선혜는 너무나 깊이, 편안한게 정우의 어깨에 기
대어 자고 있다.
정우, 잠시 잠든 선혜를 내려다본다.
정우Na 그녀를 어느 순간 좋아하게 됐는지는 정
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때 난.. 버스가 이대로 멈추지
말았으면하는 생각뿐이었다.
정우, 용기를 내어 선혜의 어깨에 팔을 두르려고 하는
데
갑자기 끼-익하면서 버스가 멈춰선다.
그 바람에 짐짓 눈을 뜨는 선혜,
정우, 나쁜짓하다 들킨 사람처럼 얼른 팔을 거두고 딴
짓하면
선혜 (창밖을 보며 하품섞인 소리로)
아직 멀었어요?
정우 네. 좀 더 가야해요.
다시 출발하는 버스.
정우, 괜히 혼자 겸연쩍어 창밖을 내다본다.
순간 멈칫하는 표정.
뿌옇게 김이 서린 창문을 손으로 막 문질러서 밖을 내
다보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서며 운전사를 향해
정우 아저씨! 서요! 아저씨이!
씬 21 마을 길.
나란히 걸어오는 정우와 선혜.
선혜, 어느새 정우의 목도리까지 두르고 있다.
선혜 정말 내가 가두 잘 방은 있는거예요?
정우 방이 두개예요. 하나는 공부방, 하나는 자
는방. 친구랑 연락될때까지 하루 이틀은
괜찮아요.
선혜 친구하구 같이 있다면서요.
정우 까다로운 놈 아니예요. 괜찮아요.
그 때 정우 옆으로 지나가던 차.
멈춰서더니 다시 뒤로 후진한다.
정우, 돌아 보면 창문 내리고 안에서 나타나는 준서의
얼굴.
준서 지금 오냐? 하두 안오길래 공부 포기한
줄 알았지.
정우 어디가?
준서 잠깐 볼 일이 있어서. 이따 보자.
(다시 창문 올리려는데)
정우 준서야.
준서 (보면)
정우 (선혜한테 안들리도록 바싹 다가서서) 내
가 누굴 좀 데려왔거든.
이 근처에 친구가 있어서 찾아왔다는데
중간에 연락이 잘못된 모양이야. 그
친구 찾을 때까지
하루이틀 같이 지내얄거같은데.. 괜찮지?
준서 누군데? (하면서 선혜쪽을 본다. 순간 변
하는 표정)
정우 인사해. 선혜씨라구.. (하는데)
차에서 내리는 준서.
다짜고짜 선혜앞으로 다가선다.
선혜, 그 자리에 꼼짝않고 서서 준서를 본다.
정우, 어떻게 된건지.. 빤히 보면
준서 좀 전에야 연락 받았어.
막 마중가던 참인데..
선혜 (금새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보면)
준서 고생했지.
선혜 (본다. 보다가 기대듯 준서에게 얼굴을
묻는다)
준서 (선혜를 꼭 안아준다)
정우 ! (망연히 쳐다보는 얼굴)
정우Na 딱 그 거리만큼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난.. 그 거리만큼 떨어져
서 그 두 사람을 지켜봐야만 했다.
끌어안은 준서와 선혜,
얼마쯤 거기를 두고 서 있는 정우 부감에서
fade-out.
씬 22 블랙화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밤”
1989년.
씬 23 작은 사무실 안.
편집실 분위기.
여기 저기 쌓여있는 책들과 원고.
그 가운데 보이는 정우, 원고에 뭔가 쓰고 있는듯.
정우Na 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고위에 빨간펜으로 오자(표기가 틀린 글씨)를 골라
내고 띄어쓰기 표시를 해넣는다. 그 위로
정우Na 어디까지나 쓰기만 할뿐이었다.
생활은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꾸려나가야만 했다.
그 때 여직원 하나, 정우를 툭툭 친다.
정우 ?해서 보면 여직원 들고 볼펜으로 바깥쪽을 가리
킨다.
편집장, 흘끗 쳐다보면
정우, 슬쩍 눈치를 보며 밖으로 나간다.
씬 24 복도.
밖으로 나온 정우, 두리번 거린다.
그러다 한쪽에 서 있는 선혜를 본다.
일각.
나란히 한쪽에 걸터앉아 자판기종이컵을 만지작 거린
다.
정우 걱정말아요. 그 녀석 이번엔 실패
했지만 다음.. 적어두 다다음엔 패스할거
예요. 그러니까.. (하는데)
선혜 영장 나왔대요.
정우 !
선혜 이번엔.. 더 늦출수가 없대요.
정우 (본다)
씬 25 술집전경.
(일식분위기) N.
희뿌연 성애가 낀 술집창문안으로 준서 환송식을 하는
친구들.
흥겹게 술잔을 부딪히고 얘기를 나누는 분위기.
씬 26 술집 안.
술이 거나하게 취한 준서.
그 옆에서 말없이 준서의 시중을 들어주고 있는 선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선혜를 바라보는 정우.
갑자기 울화가 치미는 듯 술을 마신다.
마시고 또 마신다.
선혜, 문득 정우를 쳐다본다.
씬 27 술집 앞.
웩!웩! 혼자 벽을 잡고 토하는 정우.
하늘이 빙빙 돌것같은 느낌.
저 뒤로 술집에서 나오는 선혜가 보인다.
구석에 있는 정우를 보고 막 다가서려는데
정우 (손을 내밀어 막으며)
오지 말아요. 냄새날거예요.
선혜, 잠시 멈췄다가
고집스럽게 옆으로 다가와 쭈그리고 앉더니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며
선혜 나좀 봐요.
정우 (외면하려는데)
선혜 (굳이 손으로 얼굴을 돌려 정우의 입가를
닦아준다)
정우 (선혜를 본다)
선혜 친구 보내는게 그렇게 섭섭해요?
정우 ...
정우Na 그 놈 때문이 아니었다.
혼자 남을 여자 때문이었다.
그리고 혼자인 그 여자를 계속 바라만
봐야하는 나 때문이었다.
선혜 (여기저기 닦아주다가)
안경에도 묻었네.
(하면서 정우 안경을 벗겨내서 닦는다)
정우 (선혜를 본다. 보다가 용기를 내어 불쑥)
자신 있어요?
선혜 네?
정우 준서.. 3년동안 기다릴 자신 있냐구요.
선혜 왜요. 내가 못기다릴것처럼 보여요?
정우 내 말은.. (하는데 말허리 자르며)
선혜 걱정안해요 난.
정우 ?
선혜 정우씨가 있잖아요. 나 딴짓 못하
게 계속 옆에서 지키구 있을거 아니예요.
정우 ... (그저 본다)
선혜 (잠시 따뜻하게 마주보다가 도로 안경을
씌워준다)
눈송이가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선혜, 어! 눈이다!하면서 하늘을 올려다 본다.
그 옆에 앉아 있는 정우, 아무말이 없다.
두 사람 그렇게 앉아 있는 옆으로 보이는 술집 창문
안.
다시 건배를 하는 준서와 친구들의 모습이 흐른다.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여주긴 싫었어~~~~”
목청껏 부르는 노래소리가 여운으로 남는 위로.
씬 28 부대입구.
추운 듯 서 있는 선혜.
그 옆에 서서 부대쪽을
살피는 정우, 다시 시계를 보며
정우 늦어지는데요.
안에 들어가서 기다릴래요?
선혜 괜찮아요. (그대로 서 있는다)
정우, 선혜를 본다.
선혜 꽁꽁 얼어서 손을
불고 있다.
정우, 안되겠는지 자신의 외투를 벗는다.
선혜 ?해서 보면
정우, 말없이 선혜 어깨에 걸쳐준다.
마주치는 두 사람의 시선.
정우, 시선 피하며 선혜의 어깨에 옷을 잘 걸쳐주는데
준서 정우야!
저만치서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준서.
정우, 얼른 선혜의 어깨에서 손을 내리며 본다.
정우 왜 이렇게 늦었어?
준서 고참이 안 놔주잖냐.
(선혜의 뺨에 쪽! 입맞추고)
이뻐졌다.
정우 ! (눈 동그래져서 보면)
선혜 군대가 좋네.
생전 안하던 말두 다하구.
준서 (어깨를 끌어안으며) 가자. 춥다.
(선혜의 어깨를 안으며 걸음을 옮긴다)
정우 (잠시 보다가 옆에서 따라간다)
걷기 시작하는 세사람.
두툼한 야전잠바의 준서, 정우의 잠바까지 걸친 선혜
의 어깨를 꼭 끌어안은 채로 걷고, 두어걸음 떨어진
거리에 스웨터만 입은 정우,
두 팔을 겨드랑이에 낀 채 추위를 이겨보려는 듯 뛰듯
이 걷는다.
그 세사람의 뒷모습에서
씬 29 민박집 전경. N.
씬 30 방 안.
이불을 들쓰고 있는 정우
계속 덜덜덜 떨고 있다.
준서 주인 아줌마한테 방불 좀 세게 해달래야
겠다. (일어서려는데)
정우 괜찮어. 나보다두..선혜씨나 신경써. 혼자
방 쓰는데.. 문 잘 잠그라구.
준서 바로 옆방인데 뭐. 누워있어. 아줌
마한테 말하고 오께.
정우, 계속 덜덜덜 떨며
이불을 꼭 끌어당겨 눕는다.
dis.
그대로 이불을 꼭 끌어안은 채 새우잠을 자는 정우 어
떤 느낌때문인지 짐짓 눈을 뜬다.
땀을 흠뻑 흘린듯.
천천히 일어나 돌아보는데 준서가 보이질 않는다.
정우 준서야.
씬 31 방 밖.
문을 열고 천천히 밖으로 나오는 정우.
바깥쪽을 살피다가 문득
옆방앞에 나란히 놓인 선혜와 준서의 신발을 본다.
정우, 순간 숨이 멈출것
같은 느낌.
천천히 다가와 선혜의 방앞에 선다.
그 방앞에서 멍하니 서
있던 정우
가슴에서 무언가 뚝 끊어진 느낌으로 천천히 돌아선
다.
천천히 마루끝에 걸터앉는다.
그 옆으로 나란히 놓인
선혜신발과 준서의 군화.
(경과)
새벽.
담배를 피워무는 정우.
그 앞으로 무수한 꽁초들이 버려져 있다.
여전히 마루끝에 걸터앉아 있던 정우
갑자기 선혜 신발옆에 나란히 놓인 준서의 군화를 퍽
차버린다.
씬 32 돌아오는 버스 안.
선혜, 창가에 앉아 있고
그 옆으로 통로 건너편
의자에 앉은 정우.
시종일관 아무말 없이 앞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선혜 그런 정우를 한동안 쳐다보다가
그대로 고개를 창쪽으로
돌린다.
정우Na 그 날 이후로 난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앞만 쳐다보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
다.
목석처럼 꼼짝하지 않은 채 앞만 응시하는 정우.
그 안경 쓴 얼굴에서
fade-out.
씬 33 정우의 차안.
(현재) N
여전히 0:00에서 깜빡거리고 있는 시계.
정우, 핸드폰을 집어들고 번호를 누른다.
바로 그 순간 (시계에 한눈을 잠깐 판 바로 그 순간)
맞은편에서 강하 불빛이
지나가면서 버스 한대가
지나간다.
그 바람에 핸들을 꺽는 정우,
어어!!하는 순간 쿵!하고 한쪽에 부딪히고 만다.
빠-----앙!
부딪힌 정우의 머리에 눌려 길게 경적 소리가 울린다.
정우Na 난.. 왜 여기에 온걸까.
fade-out.
씬 34 블랙화면위로.
“사랑은 이별보다 아프다.”
1992년.
씬 35 웨딩 드레스 샵 안.
한쪽에 멀건히 앉아 있는 정우
정우Na 정말 난.. 왜 여기에 온걸까.
커튼이 열리면서 안에서
웨딩드레스 입은 선혜가
나타난다.
정우, 멈칫해서 본다.
선혜 어때요? 괜찮아?
정우 정말.. 예쁜데요.
선혜 준서씬 어때? (돌아보면)
한쪽에서 계속 전화통만
붙잡고 있는 준서.
선혜, 표정 굳어져서
준서를 본다.
정우, 얼른 무마하듯
정우 그게 젤 나아요.
선혜 (듣지 않고 있다)
정우 (다시 준서를 보면)
준서, 수화기를 내려놨다가 다시 수화기를 들고 번호
를 누르더니 선혜를 흘끗 보며
준서 아직도 못골랐어?
선혜 그러니까 어떤게 예쁘냐구..(하는데)
준서 (수화기에 대고) 네. 박준섭니다.
네.. 그래서 그 프로젝트 말인데요..
정우 (선혜를 보면)
선혜 (싸늘히 식어버리는 표정. 홱 돌아선다)
정우 ...
정우Na 친구는 바라던대로 고시에 패스에 성공,
정부부처 어딘가에서 당당히 근무하고
있었다.
물론 그 때까지 난..
단편소설집에 겨우 한 두편의 글을 실었
을 뿐이었다.
씬 36 보석샵.
진열장위로 차례로 내놓는 값비싼 보석들.
반지며 목걸이, 팔찌 시계 등등. 시큰둥한 표정으로 보
는 선혜.
정우, 이것저것 선혜손가락에 껴보고 대보고.
떨어진 한쪽에서 바라보는 정우.
정우Na 그 날 그 자리에 나갔던 건
어디까지나 친구의 의견이었다.
준서, 선혜에게 이것저것 보석들을 대보며 정우를 향
해 어떠냐고 물어본다.
정우, 나름대로 괜찮은걸 말해주면 준서는 또 그다지
맘에 안드는 듯.
그런 일련의 상황이 반복
되는 가운데
정우Na 두 사람의 취향때문이었는데
화려한 걸 좋아하는 친구와
단순한 걸 좋아하는 그 여자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것이
다.
정우, 준서가 내미는
몇가지 중 하나를 고르기 위해 열심히 쳐다보는데
선혜 (점원을 보며) 아저씨 여기 링반지.. 18k
로 보여주세요.
점원 네? (눈치를 보면)
준서 뭐하는거야?
선혜 나 이렇게 복잡한거 싫어.
목걸이 팔찌 취미 없다구.
간단하게 링으루 해.
준서 그럴거면 뭐하러 바쁜 사람 불러
내? 아무거나 니 맘에 드는거 골라버리
지.
선혜 나 혼자 결혼해?
준서 지금 너 혼자 결정하잖아.
선혜 이런거 백개 있어두 안끼구 안차.
그런걸 왜 사? 사치 낭비잖아.
준서 (기막혀 보더니)
그래 난 사치낭비 좋아한다. 왜?그래서
니 속 속시원하냐?
선혜 내 말 그런뜻 아니잖아.
준서 뭐가 아니야. 항상 니가 하는 건 다 옳구
내가 하는건 다 틀리구.
사사건건 토씨붙이고 설교할라 그러구.
그렇게 맘에 안드는 놈이랑 결혼할 생각
은 왜 했냐! 어?
선혜 그만해. 그만하자.
(싸늘해져서 일어서는데)
준서 그래. 그만해. 결혼이구 뭐구 다 집어쳐.
선혜 뭐?
준서 나 너처럼 똑똑한 여자 지겹구 겁나.
선혜 (본다)
준서 그러니까 니 수준에 맞는놈 만나서
링으루 하든 네모로 하든 맘대루 해보
라구! 알았어! (동시에)
선혜 (들고 있던 가방으로 있는 힘껏 준서의
얼굴을 날린다)
퍽! 턱이 돌아가는 준서.
쓰러질뻔한 걸 정우가 받쳐준다.
준서, 정우 동시에 쳐다보면 선혜 벌써 출구로 나가고
있다.
선혜 8년 사귄게 뭐 대순가요?
애낳구 이혼하는 사람두 있어요.
한 이불에서 십년 이십년 같이 자면서
원수 되는것보단 이렇게 끝내는게 나아
요.
씬 38 레스토랑 안2.
준서 (담배를 빡빡 피우며)
남들 연애 오래하면 안좋다길래
왜 그런가 했지.
씬 39 레스토랑 안1.
선혜 새로운 사람 만나 다시 시작하는것보다
그래두 낫겠지.
이 나이에 다른 사람 만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것두 웃기
구...더 못한 사람 만날까봐 겁나기두 하
구.
세상에 단점 없는 사람 없다.
그래 장점만 봐주자.
(앞에 있는 물 단숨에 들이킨 다음)
근데 어느 한부분이 도저히 좁혀지질
않아요. 그게 서로 이해가 안되고 납득이
안가니까..
씬 40 레스토랑 안2
준서 어쨌든 둘 다 안되는건 안되는거야.
씬 41 레스토랑 안1
선혜 그러니까 이젠 더 이상 그 일로 찾아오지
마세요. 더 할 얘기두 없구.. 하고 싶지도
않아요.
(일어나 나가면)
정우 (맞은편에 앉았다가 일어서며)
선혜씨!
씬 42 레스토랑 안2
준서 그 이름 듣기 싫댔잖아.
이제 그 얘기 그만해.
난 다 끝났어.
정우 정말이야?
준서 그래.
정우 다시 한번 물을께.
너.. 정말 후회안할거지?
준서 그렇다니까!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일
어나 나간다)
정우 (본다)
정우, 천천히 담배를 꺼내 피워문다.
미동하지 않고 앉아서 생각에 잠긴다.
정우Na 두 사람에겐 최대 위기였다.
그리고 나에겐..최고의 기회였다.
씬 43 보석샵.
선혜가 골랐던 링반지를
고르는 정우.
씬 44 건물 앞.
밖으로 나오는 선혜.
한쪽으로 걸어나오는데
누군가 앞을 가로막는다.
비켜서 가려는데 다시 막는다.
고개들어 보면 정우다.
일각.
선혜, 의아해서 반지함을 연다.
안에 들어있는 링반지.
선혜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 가운데
정우Na 이 순간을 위해 지난 일주일동안 연습했
었다.
정우 할 말이 있어요. 사실은 나.. (하는데)
선혜 (툭! 흘리는 눈물 얼른 닦아내며 행복한
미소로) 알아요.
정우 네?
선혜 이거 준서씨가 보낸거..맞죠?
정우 ! (순간 뒷통수 맞은 표정. 망연히 쳐다보
는 얼굴위로 계속)
선혜 (울음반 웃음반으로)
이럴거면서.. 서로 속만 상하게 하구.
우리 두 사람 너무 우습죠?
(그러면서 소중한 듯 반지를 들어
서 본다)
정우Na 내 최고의 기회는 친구와 그 여자
의 결혼식으로 이어졌다.
선혜가 들고 있는 반지에서 dis.
씬 45 웨딩샵.
준서, 그 링반지를 선혜의 손가락에 끼워준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선혜와 예복을 입은 준서
행복하게 키스하는 모습.
씬 46 공항 안.
에스칼레이터.
가방을 들고 에스칼레이터에 올라타는 정우.
정우Na 나는 여행을 떠났다.
두 사람을 볼 수 없는 곳
두 사람의 소식을 들을 수 없는 곳이라
면 어디라도 상관이 없었다.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쭉
올라가는 정우의 모습에서
fade-out.
씬 47 외딴 도로.
한쪽에 나무를 박고 서
있는 정우의 차.
정우, 손수건으로 상처난 이마에 댄 채 보면 열려있는
본넷에서 고개를 드는
천문학자.
천문학자 (퓨즈를 꼈다 뺐다 하다가)
아무래도 정비소에 가셔야겠어요.
여기 앞 범퍼두 그렇구..
시계두 안들어오구.
정우 시계는 사고나기 전부터 그랬어요.
은비령 넘으면서부터요.
천문학자 은비령이요?
정우 한계령 넘어오면 작은 재 있죠?
예전에 여기서 친구하고 고시공부
할때 장난처럼 붙힌 이름인데.. 둘만
아는 이름이죠.
천문학자 이젠 저까지 셋이네요.
정우 (웃는다) 어디로 가십니까.
천문학자 난 별을 보러 가는 중이예요.
정우 천문관측.. 하세요?
천문학자 그냥 별 마중을 나온거죠.
정우 ?
천문학자 지금 혜성 하나가 지구를 향해 오고 있거
든요 관심있으면 한번 오세요. 전 ( )에
있을거거든요.
(하늘을 보며) 내일은 눈이 내리지 말
아야하는데..
정우 ... (같이 하늘을 본다)
씬 48 은자당 전경.
안채 불이 들어오면서
밖으로 나오는 아주머니.
아주머니 누구유?
정우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겠어요?
오래전에 여기서 고시공부하던 학생인
데.
아주머니 이? (불빛에 정우를 보더니)
이이! 아랫채 학상아니여!
정우 (알아본다는 안도감으로 웃으며)
아주머니 어여 들어와.
정우 (따라 들어가면)
아주머니 혼자 왔어? 왜 그 때 같이 공부하던 친구
있었잖여?
정우 (본다. 보다가 시선 아랫채쪽으로 돌린다)
불꺼진 아랫채...
씬 49 공항 출구.
출구를 빠져나오는 여행객들.
그 가운데 정우의 모습이 보인다.
간간이 흩날리는 눈발들.
정우, 잠시 하늘을 보다가 담배불을 붙힌다.
상무E 여러분앞에 놓인 이 원고들은..
씬 50 회의실 안.
책상위에 쌓여있는 몇십권의 원고들.
그 주위로 앉아 있는 몇몇 심사원들
모두가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상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상무 사회보장보험의 혜택이 주는 고마
움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감동의 수기들입니다.
창가에 앉은 정우, 하품을 하다가 멈칫.
상무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하품을 멈추고 자세를 바
로한다.
상무 따라서. (다시 좌중을 돌아보며)
이번 심사기준표엔 홍보효과와 제도의
이해, 보험 혜택의 기여도를 중시해서 심
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
지막으로 정우를 다시 보며) 이상입니
다.
정우 (베식 웃는다)
씬 51 복도.
열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오는 정우와 친구.
친구 미안하다. 이런 부탁해서.
정우 괜찮아.
친구 내가 어디 소설가나 비평가를 알어
야 말이지. 너 귀국했단 소식듣구 천
우신조다 했다.
정우 (웃는다)
친구 그래 미국에선 뭐하구 살았냐
정우 이것저것. 공부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글
도 쓰고.
친구 멀쩡허니 고시공부 잘하던 놈이..
나야 이럴때 도움받아서 좋다만
(보며) 아직두 혼자라매?
정우 음.
친구 적당히 골라라. 언젠가 나타나겠지 하다
금방 사십되구 오십되는거야.
내 아들이 벌써 초등학생이다 너.
정우 (웃는다. 문득 시선을 들다가 멈칫..)
친구 마누라 친구중에 괜찮은 여자가 있는데..
동시에 모든 소음 멀어지면서
정우, 걸음을 멈춘 채 뚫어져라 앞을 바라보면 그 맞
은편에서 곧장 걸어오는 선혜.
정우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본다.
선혜, 다른 생각에 잠긴 사람처럼 정우를 보지 못한
채
바로 옆으로 스쳐지나간다. (순간 슬로우)
정우를 지나쳐 엘리베이터로 곧장 걸어가는 선혜.
정우, 얼른 돌아본다.
친구 만나볼래? (돌아보는데 정우가 따라오지
않는다. ?해서 돌아보면)
엘리베이터 안에 올라타는 선혜.
끝까지 정우를 보지 못한 채 버튼을 누른다.
문이 닫힌다. 정우, 멍하니 서 있으면
친구 정신차려. 애까지 있는 여자얌마.
(툭 치며 다시 가던길 간다)
정우, 움직이지 못한다.
그 위로
정우 그 때 난 돌아서야 했다.
5년전에 떠났던것처럼.
동시에 비상구쪽으로
후다닥 뛰어가는 정우.
친구 ?해서 보면
씬 52 비상구.
비상구로 뛰어내려가는 정우.
cut-back>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계속 뛰어내려가는 정우.
cut-back>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계속 뛰어내려가는 정우.
씬 53 로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오는 선혜.
사람들틈에 섞여 한쪽으로 걸어나가는 저 쪽으로
비상구에서 뛰어나오는 정우.
무작정 엘리베이터 쪽으로 뛰어와 보면 이미 새로운
사람들이 올라타고 있다.
그 뒤로 인파속에 묻혀
멀어지는 선혜.
정우, 얼른 뒤돌아 선혜를 찾는다.
여기저기 찾다가 막 출구를 빠져나가는 선혜를 본다.
정우, 무작정 뛰어나간다.
씬 54 건물 앞.
밖으로 나오는 선혜, 기다리고 있던 택시에 올라탄다.
그 뒤로 뛰어나오는 정우.
막 출발하는 택시뒤로 뛰어간다.
정우 선혜씨!! 선혜씨!!
그러다 결국 멈춰서 버리고 마는 정우.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몰아쉬면서 보는데
저만치 갔던 택시 멈춰선다.
정우, 천천히 고개를 들고 보면 그 택시에서 내려서는
선혜, 의아한 표정으로
정우를 본다.
정우, 턱에 차 오는 숨을 몰아쉬며 선혜를 본다.
천천히 다가간다. 그 걸음이 점점 더 빨라진다.
선혜, 멍하니 바라본다.
바로 선혜앞까지 뛰어온
정우, 계속 숨을 몰아쉰다.
선혜 (본다)
정우 (손을 들어 보인다. 말을 못할정도
로 숨이 차오른다)
선혜 (순간 반가움으로 웃음을 터뜨린다)
정우 (그대로 숨을 몰아쉬면서 선혜를 본다.
같이 웃는다)
정우Na 나중에서야 알았다.
날 다시 그 여자앞으로 오게한 건.. 의
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리움이었다는 걸.
그렇게 마주 서 있는
두사람.
씬 55 카페 안.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는 정우와 선혜
선혜 오랜만이예요.
정우 (고개를 끄덕인다)
선혜 왜 우리한테 말도 없이 떠났어요?
정우 (지나가는 웃음 웃고)
준서는 잘 있죠? 애는..
선혜 딸이예요.곧 유치원에 들어가요.
정우 아..(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커피를 만지
작대다) 준서랑 다같이 한번 만나죠.아이
두요.
이번 주말.. 괜찮으세요?
선혜 그 인 못나와요.
정우 많이 바쁜모양이죠?
선혜 (정우를 본다. 보며)죽었어요.
정우 !
선혜 3년전에..
정우 (본다)
정우Na 순간 나는 당황하고 있었다.
죽은 친구에 대한 애도보다도.. (간격)
그 여자가 혼자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정우, 남아있던 커피를 단숨에 쭉 들이켜버린다.
씬 56 정우의 오피스텔 안.
울리는 전화벨.
자동응답기가 켜진다.
“이정웁니다.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E. 삐-이.)
친구F 어이! 소설가 선생! 어이! 아직 자구 있
어? 집에 없는거야?
(간격) 원고 심사하는거 이번주까진거
알지? 이틀밖에 안남았어 이 사람아! 잊
지 말어!
(E삐-이)
선혜F 저.. 선혜예요.
순간 이불속에 깊이 파묻혔던 정우, 순간적으로 고개
를 든다.
씬 57 레스토랑 안.
테이블위로 내밀어지는 봉투.
정우, 고개들어 보면
선혜 정우씨 친구분이 전해주시더군요. 정우씨
한테 나온 심사료..저한테 주
라고 부탁받았다구.
정우 (보면)
선혜 누구한테 동정받는거 저 싫어요
그게 정우씨라니까.. 더 싫네요.
정우 그런거 아니예요. 난.. 친구가 죽는것도
몰랐어요.이렇게라두 안하면..내가 너무
불편해요.
선혜 마음으로 충분해요.(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정우를 지나쳐 나가려는데)
순간 정우, 선혜의 팔을 잡는다.
멈칫해서 돌아보는 선혜.
정우, 일어나서 선혜를 본다. 보며
정우 미안해요..그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선혜 (빤히 본다)
씬 58 오피스텔 안.
“이정웁니다. 메세지 남겨주세요”
친구F 야 이정우! 어딨냐?
왜 아직까지 심사표 안가져오는거야!
이정우! 이정우!
씬 59 건물 앞.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우.
유리창앞으로 퇴근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 중에 보이는 선혜.
정우, 재빨리 시동을 걸고 선혜쪽으로 다가가 경적을
울린다.
선혜, 돌아보면
정우Na 처음엔 열흘에 한번..
일주일에 한번..그러다 이삼일에 한번씩
만날 약속을 했다.
씬 60 레스토랑 안.
저녁을 먹는 두 사람.
정우Na 물론.. 친구는 없었다.
나즈막히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
선혜, 웃는다. 그 웃는 얼굴을 보는 정우.
dis.
술잔에 따라지는 술.
이미 거나하게 술이 들어간 상태의 정우와 선혜.
선혜 (술잔을 빙그르 돌리며)
그런 말이 있죠? 소중한 사람은 곁에
있을 때 잘 모른다구.
나한테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는
줄 알아요?
우리 셋이 함께였을때요.
준서씨.. 나.. 정우씨.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예요. 그
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아무말이 없다. 술을 마신다)
정우 (본다)
dis.
선혜 (조금 더 취해진 모습으로)
살아온 날들을 쭉 돌아보니까 말이죠.
난 항상 어딘가에 속하고 싶었던거 같애
요.학생운동할 때두 그랬구..결혼할 때두
그냥..
그냥 준서씨한테 속해 있고 싶었던거구
요. 이젠 덤덤해요..
(보며 찡끗 웃더니) 재미없죠?
정우 (웃어준다)
선혜 (본다. 가만히 보며)
난 그 웃음이 좋아요.
정말.. 그 웃음이.. 좋아요.
정우 (본다)
선혜 (쿵! 테이블위에 이마를 찧는다. 취했다)
씬 61 거리.
둘 다 외투주머닌에 두 손 깊숙이 찔러넣고 서 있는
다.
딱히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택시를 잡지도 않다가
정우, 흘끗 선혜를 본다.
그녀의 옆모습..
추워보인다.
정우, 잠시 보다가 외투를 벗어 어깨에 덮어준다.
순간 가까이 입김이 닿는 두 사람.
선혜, 시선을 외면하면 정우 잠시 선혜의 어깨를 안고
픈 충동을 느끼는데
준서 정우야!
정우, 멈칫해서 돌아보면 건너편 인파가운데
환한 웃음으로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준서가 보인
다.
정우, 얼른 손을 내리고 다시 보면 환영이다.
잠시 그대로 멍한 표정으로 보는 정우에서.
씬 62 아랫채 방. (현실) N.
팔배게 하고 누워있는 정우.
문득 고개를 돌리면 비어있는 베개 하나.
친구의 것.
씬 63 은자당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곳. (아침)
언덕으로 올라오는 정우.
잠시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저만치 은자당전경이 내려다 보인다.
Flash-back>
정우와 준서 둘이 함께 달리던 모습.
서로 밀고 당기며 장난도 치고.
씬 64 약수터.
정우, 약수터 근처에 와서 주위를 둘러본다.
문득 누군가 물이 든 바가지를 내민다.
정우, 보면
과거 회상>
준서 마셔라.이 약수터물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정우 (받아서 마시는데)
준서 (툭 건들며) 의리없는 놈.
둘이 같이 들어와 놓구선 혼자 가버리
냐?
정우 (건드리는 바람에 물을 옷에 쏟으며) 왜?
장난칠 사람 없어지니까 서운하냐?
준서 그래 임마! (웃으며 권투 모셤으로 장난
건다)
정우 (받아주다가 악수하듯 서로 손을 잡으며)
난 포기하구 간다만..
넌 끝까지 해서 패스해라.
준서 (웃는다. 웃고 산아래쪽을 내려다 보며)우
리.. 이 담에 다시 오게 되면 그 땐 어떤
일로 오게 될까?
현재.
서 있던 정우, 그대로 돌아선다.
씬 65 블랙화면.
“마음의 짐”
씬 66 재. (D)
앞범퍼가 덜덜거리는 정우의 차.
조심조심 도로를 운전하는 정우.
입에는 피우지 않은 담배가 물려있다.
막 코너를 돌려는데 갑자기 끼-익하고 브레이크를 밟
는 정우.
갑자기 달려드는 차가 바로 비스듬히 앞으로 지나가
멈춰선다.
자기도 모르게 입에 있던 담배를 떨어뜨린 정우.
잠시 앞을 본다.
운전대에 머리를 숙이고 있던 선혜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정우 차라리 그대로 달려들지 그랬어요?
선혜 (고개를 들어 본다. 창문옆에 서 있는 정
우를 보며 숨을 내쉬고)
정말 그럴걸 그랬나봐요.
정우 여긴.. 어떻게 왔어요?
선혜 그냥 왔어요.저도 와봐야 할 것 같아서.
정우 (선혜를 본다)
씬 67 다시 도로.
앞서가는 정우의 차.
여전히 시계는 0:00에서 깜빡거리고.
정우, 빽밀러로 뒤에 오는 선혜의 차를 확인한다.
정우Na 어쩌면 우린 둘 다 저마다 살아온 날들
에 대한 어떤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서로 앞뒤로 달리는 두 차위로 계속.
정우Na 내겐 죽은 친구이고 그녀에겐 죽은 남편
인 한 사내의 영혼이
우리에게 쳐놓은 모든 기억과 의식
의 그물로부터 벗어날수 있는 곳.
씬 68 정비소.
본넷안을 살펴보던 정비사.
뭐라고 정우에게 설명하는 위로
정비사 체인을 안치고 넘어오니까 그렇죠.
여긴 눈 올 때 체인 안치고 넘으면
나중에 체인값 몇배나 든다니깐요.
정우 시계는 그 전부터 그랬는데요.
정비사 글쎄, 컴퓨터 이상은 아닌거 같은데..암튼
서울은 올라가게 해드릴테니깐요
두시간후쯤에 오세요.
정우 (고개를 돌려 뒷쪽에 세워진 선혜차를 본
다)
씬 69 음식점 안.
(주점 + 식당분위기)
주인 아줌마, 국물있는 음식을 두 사람앞에 놔주며 왠
지 의미있는 시선을 한번 주고 간다.
선혜 눈이 온다길래.. 그냥 아침에 무작
정 서울을 떠났어요.
정우 내가 없으면 어쩔려고 했어요.
선혜 상관 없었어요. 전 저대로 온거니까..눈이
온다는 얘길 들고나서
그냥 오고 싶어진거예요.
정우 (잠시 말 못한 채 본다)
선혜 (시선을 내린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국물에서 모락 모락 김만 오르고
있을뿐.. 그 위로.
정우Na 서로 아무말 하지 않았지만..
서로 느끼고 있었다.
그 여자와 나 사이 어디쯤인가에 친구
가 있었다.
정우 (숟가락을 국물에 넣어준다)
어서 들어요.아침두 못먹었을텐데..
선혜 (숟가락으로 국물을 젓는다)
정우 (본다. 말없이 국물을 퍼먹는다)
선혜 (보다가 소금을 떠서 정우의 그릇에 넣어
준다)
정우 (본다. 어색함으로 보는데)
계속 옆에서 볼쌍사납게
쳐다보던 사내 둘.
탁! 소리나게 소주잔을
내려놓며
사내1 시상 참말로 자알 돌아간데이.
정우와 선혜, 멈칫해서 돌아보는데
주인 아이구 정씨 왜그려. 낮부터 취해갖고..
(하면서 정우와 선혜 눈치를 보는데)
사내1 지금 내 안취하게 됐나?
시골 촌놈들은 하루하루 끄니꺼니 걱정
하고 사는데 도시것들은 뭐꼬? 벌건 대낮
부터 저래 눈시립게 굴고. 마 세상이 우
째 이리 드럽노!
정우 일어나죠.
그 말에 돌아서서 나가던 정우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
다.
그러더니 성큼성큼 사내1과 2앞으로 다가서더니
다짜고짜 사내1의 턱을 퍽! 날린다.
사내1, 바닥으로 나뒹구라지면서
사내2, 재빨리 정우한테 달려든다.
동시에 벌어지는 난투극.
선혜, 그저 멍하니 쳐다만 본다.
씬 70 경찰소 전경.
씬 71 경찰소 안.
경찰1앞에 앉아 있는 정우와 선혜.
그 옆으로 경찰2앞에 앉아 있는 사내1과 2. (얼굴이
깨져 있다)
사내1 마, 벌건 대낮에 멀쩡한 자슥이 유부녀하
고 눈맞아가 별마중이니 뭐니 하는데 내
드러봐서 한마디 뱉았심더. 그게 죽을죈
교?
동방예의지국이 이리 망조가 드는데 바
른말도 몬하고 살믄 우예 되겠는교?
선혜 (모욕적인 기분이 드는데)
경찰1 (선혜를 보며) 바깥분이 박준서씨 맞습니
까. 3년전에 사망하셨군요.
사내1 (잉? 쳐다보면)
정우 ...
선혜 (가방 쥔 손에 꾹..힘이 들어간다)
정우Na 그 여자에게 왜 이런 기분을 안겨주고
말았을까..
경찰1 두사람 다 하자가 없는 사람들인데
아저씨가 뭘 오해해두 한참 오해하셨구
만.
사내1 마, 그렇다고 사람을 치노.
대한민국이 폭력국가가?
경찰 아저씨가 먼저 말을 잘못하셨잖아요.서로
푸시고 합의 보시죠.
사내1 (쩝.. 할 말이 없다)
선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나간다.
정우, 본다.
씬 72 앞.
운전석에 앉아 있는 선혜 옆에 올라타는 정우.
정우 바다에 가죠.
선혜 (정우를 본다)
정우 (앞만 응시한 채 안전벨트를 멘다)
씬 73 바닷가 도로.
달리는 선혜의 차. 시원스럽게 달리다가
선혜 어디서.. 들어갈까요?
정우 이 쪽 바다쪽으로 난 길은 다 괜찮아요.
선혜 (망설이다가) 들어가는 길이 하나면 망설
이지 않고 들어갈텐데.
길이 많으면 어느 길로 들어가야 할지
늘 망설이게 되요.
그러다 나도 모르게 한참을 더 가버리
죠.
정우 세상 사는게 그래요.
망설이다 놓치는 시간과
망설이다 놓치는 일들이 너무 많
죠.
선혜 정우씨도.. 그럴 때가 있어요?
정우 이제까지는요.하지만 앞으로 그러지 않으
려고 해요.
(가리키며) 저 앞에서 우회전 하세요.
선혜 (한번 본다. 천천히 핸들을 꺽는다)
씬 74 바닷가.
거리를 두고 앉아 있는 두 사람.
바람이 거칠다.
선혜 정우씬.. 동해바다와 서해바다 중
어디가 더 깊게 느껴져요?
정우 동해요.
선혜 전..서해바다가 더 깊게 느껴져요.
아마두.. 거기에 준서씰 묻어서 그런가
봐요.
정우 ...
선혜 그 날 아침이 아직두 기억나요.
평소땐 아빠 다녀올께하구 인사했는데..
그 날따라.. 그냥 아빠 간다.. 그러더라구
요. 그렇게 가려구 아이한테 그런 인살
했나봐요.(자조적인 웃음)난 슬퍼할 겨를
도 없었어요.집두 옮겨야했구, 직장도 구
해야했구..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 투
성이었으니까요.그냥.. 그렇게 정신없이
살았어요.그래서 그 사람 생각도 별로 안
났구요.
정우 (본다. 여전히 거리를 둔 채로)
선혜 근데 이상하죠? 정우씰 만나면서
그이가 생각나기 시작했어요.
정우씰 생각할 때마다..
항상 그 자리에 준서씨두 있는거예요.
그게 참.. 이상하드라구요.
정우 (그런 선혜를 잠시 다사롭게 보다가)내가
왜 바다에 오자고 한 줄 알아요? 이렇게
바다루 오면
준서에 대한 마음의 짐이 반은 녹아버
릴거 같아서예요.
선혜 (정우를 본다)
정우 역시 오길 잘한것 같아요.
(같이 선혜를 보며)내가 그 옆으로 다
가가도 되겠어요?
선혜 !
정우 다가가면 선혜씨 손을 잡고 싶어질거예
요.
선혜 (그저 보면)
천천히 틸-업하면 보이는 밤하늘.
천문학자E 별을 보면 자연히 욕심도 없어지게 되죠.
그건 영원을 보는거니까.
씬 75 일각.
하늘을 쳐다보는 선혜와 정우.
두 손으로 주위의 빛을 가린 채 하늘을 본다.
천문학자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 떠난 다음에 선
배가 그러대요. 별을 보라고.어느 별엔가
친구가 가 있을거라고 말이죠.
아마 그 때부터였죠. 별을 보기 시작한
게..
선혜 그래서 알았어요?어느 별인지?
정우 (보면)
천문학자 아뇨.그냥.. 한번 스쳐간 다음 영원히 돌
아오지 않는 별에만
가 있지 않았음 하는 마음뿐이예요.몇
억광년 떨어진 곳에 가 있더라도 제가 찾
을 수 있는 별에만 가 있으면 되니까요.
선혜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별에 가 있으면
어떻게 하죠?
천문학자 걱정마세요. 사람들은 다시 만납니다.우리
도 다시 만나고요.
선혜 돌아오지 않는 별에 가서도 말인가요?
천문학자 행성의 공전주기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런 일정한 주기가 있거든요. 윤회에 윤
회를 계속하다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2천5
백만년이 걸리죠.
선혜 (천문학자를 빤히 보면)
천문학자 두분 다 주머니에 천원씩은 갖고 계시죠?
그 천원을 저한테 줘보세요.
정우 (웃으며 본다)
선혜 (주머니에서 천원을 꺼내 준다)
천문학자 이 천원은 2천 5백만년후에
다시 이 자리에서 갚아드리겠습니다.
그럼 내 말이 정말인지 아닌지 알 수 있
을거예요.(천원을 챙겨넣으며 빙긋이 웃
는다)
선혜, 정우 같이 웃으며 다시 별을 본다.
별을 바라보는 선혜와 정우, 천문학자 부감에서.
fade-out.
씬 76 블랙화면
“2천5백만년의 인연”
씬 77 마을입구. N
(가게옆에 딸린 작은 공중전화부스)
전화기를 들고 있는 선혜.
뭔가 집에 전화하는 그림으로
그 이편에서 주머니에 두 손을 꽂은 채
신발로 땅을 파고 있는 정우,
고개를 들어 선혜를 본다.
씬 78 은자당 마당.
뜨거운 물 두 잔을 조심스럽게 들고 걸어오는 정우.
문득 아랫채 방앞 댓돌위에 놓인 선혜의 신발이 눈에
들어온다.
정우, 자신의 신발을 그 옆에 나란히 벗어놓고
만족한 듯 안으로 들어간다.
씬 79 어두운 방안.
스위치를 찾는데
선혜 그냥 두세요.
정우 (돌아본다. 그리고는 천천히 선혜옆에 앉
아 뜨거운 물 한잔을 내민다)
선혜 (받는다)
정우 무슨 생각해요?
선혜 ...은진이요.
정우 (한모금 마시고)이번에 서울 올라가면 은
진이부터 봤으면 해요.
선혜씬요?
선혜 난.. 난 머리를 잘라야겠어요.
그 동안 너무 길어버려서..
정우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처럼 들리는
데요.
선혜 (간격을 두고) 어쩌면 내일 아침
정우씰 안보고 떠날지도 몰라요.
그러면.. 2천 5백만년후에야 다시 만나
게 되겠죠.
정우 (본다)
선혜 우리.. 다음 생애에도 정말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정우 만나겠죠.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반복하
겠죠.
선혜 (보면)
정우 그 다음 생애를 위해서라도
지금의 운명을 바꿔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이렇게 비껴 지나가는 별이 되고
싶지 않아요.
선혜 ...
정우 ...
dis.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방.
정부감으로 누워있는 정우와 그 옆으로 비어있는 선혜
의 자리.
정우, 천천히 팔을 들어 눈을 가린다.
씬 80 은비령.
재를 올라가는 정우.
바퀴에 체인을 낀 채 올라가고 있다.
정우Na 은비령을 벗어날 때였다.
정우 0:00으로 깜빡거리는 시계를 보는데
순간 0:01로 시계가 다시 가기 시작한다.
정우Na 은비령에서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어쩌면.. 2천5백만년 동안
그 시간이 멈춰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도로를 따라 쭉 달려가는 정우의 차.
엔딩 롤 다 올라간 다음.
정우의 시선으로 저만치에 서 있는 차가 눈에 띈다.
두 개의 차, 나란히 길을 타고 가는 그림에서
fade-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