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벤처기업 인증제도의 확산과정에 대한 경험적 분석을 통해 제도적 승인을 추구하는 기업의 행위가 제도의 확산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분석하고있다. 신생 기업이나 새로운 기업군이 등장할 경우 이들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게 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국가로부터의 공식적인 승인을 추구한다.
이러한 주장은 기존의 조직사회학의 주된 흐름 중의 하나인 신제도주의 조직사회학의 관점으로부터 한국에서 벤처기업의 급격한 확산을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조직의 확산을 다루는 신제도주의 이론은 조직이 제도를 수용하게 되는 동기를 고려하고 있기는 하나, 이를 외부 환경에의 순응이라는 수도적인 형태로 파악하여 제도적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측면을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다(Oliver, 1991).
이러한 이론적 차원에서의 비판 외에도 조직이 제도적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의 벤처기업 인증제도가 확산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특히 중요하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 때문이다.
첫째는 한국에서 벤처기업 인증제도가 실시된 시기가 1997년 말의 IMF 외환위기를 전후한 시기, 즉 한국의 경제적 여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때였다는 점이다. 시장을 뒷받침하는 안정된 제도적 환경이 존재하고 기업들이 이에 순응함으로써 제도가 확산된다는 주장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시장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서구의 경우에는 적절한 것이나,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경우를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를 가진다.
특히 한국은 최근 거시적 수준에서 국가 주도로부터 시장주도의 시장경쟁의 조정양식으로의 전환을 경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송호근,. 1994. 1996), 이를 위한 안정적인 제도적 틀이 미처 형성되기도 전에 외환위기에 직면하여 외부로부터 강압된 구조조정을 경험하였다. 따라서 제도가 확산되는 한국적 맥락은 예측가능성이 아니라 급격한 변동이 가져오는 불확실성을 그 특징한다고 볼 수 있다.
벤처기업 인증은 일종의 보증과 같은 것으로서 정부가 해당 기업의 성장 가능성 등에 대해서 최소한의 보장을 해 주는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보증은 사전에 합의한 대로 계약이 이행될 가능성이 적은 경우, 즉 거래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에 특히 요구된다. 보증이 없다면 이러한 경우에 거래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기업을 둘러싼 경제적 여건이 극도로 불안하여 어떠한 기업이 생존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상태였다. 이 때, 정부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은 해당 기업이 건전한 기업이라는 점을 다른 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신호로써 작용하며, 이들 간에 거래관계가 형성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신뢰를 마련한다.
따라서 벤처기업 인증제도와 같은 제도적 승인을 받고자 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둘째는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던 기존의 관행을 대신할 새로운 제도들이 정착하지 못한 혼란한 상황에 기업이 공식적인 제도적 절차를 우회할 수 있는 다양한 비공식적인 자원이 한국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증이 아무리 남발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벤처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기업을 둘러싼 경제적 여건이 불안정할 경우, 사정이 어려운 기업일수록 인증을 받고자 하는 동기는 더욱 클 것이나 실제로 이를 획득할 수 있는 능력 면에서는 보다 불리한 조건에 처해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인증절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비공실적인 자원이 존재하는 경우 인증을 받고자 하는 기업의 의도가 실현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며, 인증제도의 확산도 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
이러한 자원으로서 최근 경제사회학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적인 관계를 통해 생성되는 사회적 자본과 같은 비공식적인 연결망 자원이다. 기업과 기업 혹은 기업과 행정기구 등은 공식적인 관계 외에 개인들 사이에 형성돤 사적인 관계에 의해서도 연결된다.
이러한 연결망은 때때로 공식적인 절차로는 이루어지기 힘든 일들을 성사시키는 데 사용된다. 한국의 경우 대표적인 경우가 기업가의 학연 등에 의해 형성된 연고주의나 그 외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형성된 기업 간 연결망을 들 수 있다.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하는 과정에도 이러한 자원들이 동원될 수 있으며, 따라서 이러한 비공식적 자원들이 벤처기업 인증과정에 실제로 효과를 미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분석 결과 기업이 직면한 외부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그리고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기업의 내재적 속성이 불안정할수록 보다 빠른 시일 내에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두 요소는 서로 상호 작용하여 불확실성의 범주별로 이러한 효고가 상이한 방향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음이 부분적으로나마 확인되었다. 연고주의적 자원 또한 인증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로써 기업이 적극적으로 제도의 수용을 도모할 경우 연고주의적 연결망 등의 다양한 비공식적인 사회적 자원을 동원하여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존재함이 확인되었으며, 이들이 제도적 승인을 위한 공식적인 조건들을 우회하기 위해 사용될 경우 제도의 본래의 취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한 기업의 수는 2000년경부터 급격하게 증가하였으며, 그 결과 유능한 벤처기업을 선별한다는 제도의 원래 의도가 심각하게 쉐손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여기에는 인증을 위한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은 관계 당국 측의 잘못도 크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사태에 대한 단면적인 설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본 연구의 분석이 던져주는 함정이다(?). 기업이 직면하는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내적인 역량이 부살하여 이러한 위헙에 취약하다면, 제도적 승인을 부여하는 측의 엄격함과는 별개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가 기업에게 존대한다.
특히 이 과정에 제도적 승인을 위한 공식적인 조건 외에도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존재한다면 제도는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제도가 가지는 원래의 선별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IMF 외환위기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제도적 승인을 위한 조건을 보다 엄격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어려운 시기에 중소규모의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목표에 배치될 수 는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유능한 기업을 선별하고 그로 인해서 제도적 승인을 받은 기업에 대한 시장신뢰도를 제고하여 결과적으로는 제도 자체의 정당성을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분석과 관련하여 이 글은 외부환경의 불확실성의 증대를 경험적 분석이 가능한 변수로 조작화하여 이들이 제도의 확산에 미치는 효과를 실증적으로 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자료상의 문제로 이글에서는 아직 다루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존대한다.
일례로 이 글은 불확실성을 해당 기업이 작접 직면하는 불확실성과 이들을 바라보는 이들이 직면하는 불확실성으로 구분하여 불확실성의 유형화를 시도하였다. 이론적으로는 이들 두 범주를 교차 적용하여 4가지의 세분화된 유형구분이 가능하다; 즉 이들 두 유형의 불확실성에 동시에 직면한 경우, 이들 불확실성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각의 불확실성에만 직면한 경우의 4가지.
이들 범주별로 벤처기업 인증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기간을 비교함으로써 보다 정말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자료의 제약으로 이들 각각의 경우가 어떤 상이한 효과를 가질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한 분석은 간단한 생존자 함수 분석의 수준에 머물렀다.
이 부분은 앞으로의 추가적인 자료 수집을 통해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다. 또한 기업이 바라보는 상대방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통제 해주어야 할 경우와 관련하여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만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주었는데, 그 결과 아직 코스닥에 상장되지는 않았찌만 이 과정을 진행시키다 중도에 탈락했거나 혹은 현재 그 과정이 잰행 중인 사례는 이들 범주에서 제외되었다. 앞으로 관련된 코스닥 상장시장의 홈페이지 등에서 추가적으로 수집하여 이러한 분석상의 문제점 들을 보강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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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연구논문은 정지욱님의 서울대학교 2003년도 석사학위 논문에서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