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喰徊死(술독에 빠져 죽다)
音波 吳銀鎬
그날
어쩌면
난 술에 취해 태어 났을지도 모를일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과연 몇 병을 먹었을까?
세어 보지 않은 것이 후회 막급이다
이장희 음악처럼
술에 취한 나 때문에
술에 쩔은 나로 인하여
술 먹은 나로 인하여 한 소녀가 울었다면
내 자신에게 과연 떳떳하게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 마음이란 놈에게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 할 수 있을까?
.
.
.
지금
추억의 노래 “한 잔의 추억” 음악을 들으며
2층에서 (예비)며느리와 자고 있는 아들을 생각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나의 젊은 시절 대구에서 만난 경아를 따라 부산 구경을 처음 갔었고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나 부산 곳곳을 싸돌아다니며 강강술레 구경을 하였고
나 잡아 봐라 영화 찍는 훙내도 내어 보다가
내 등에 업히어 갈대밭을 한 참을 가다가 힘이 빠져 우린 엎어져 까르르 웃던 그날은 참 고왔던 햇살처럼
우리 둘의 관계도 영원할 것 같았는데....
경아 어머니의 강제 권유로 서면 전자 대리점 사원과 맞선을 보러 가야 한다는
경아의 글썽글썽한 눈가를 바라보며 영도다리로 달려가 엉엉 울었던 그날....
나의 삶의 고민은 연속 상영 中 이었으며 경아의 맞선 사건은 나에겐 심각하고 중대한 선정이 되어
다시는 여자 친구를 사귀지 않겠다고 독하게 마음먹었던 계기가 되었고 ‘한 소녀가 울고 있네“ 가 아닌
”한 소년이 염병 지 랄 하는 ’나 어떡해“ 노랠 부르며 경상도가 싫어 무작정 떠나
전라도에서 젊음을 무료하게 보냈던 그날이 아직 기억에서 경아의 얼굴이 가물가물 지워지지 않는 것은
첫사랑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전설 같은 속설 때문일까?
10대 중반
뽀송뽀송한 수염이 자라나기 시작할 때
John Travolta 처럼 멋진 싸나이가 되기 위해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고
철없는 소년을 기다렸다는 듯
목포에서 나에게 따뜻하고 친절했던 윤희 누님의 얼굴도 동시 상영으로 그려 보았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피해
여기저기 살피며
몰래 숨어 데이트를 해야 했던 윤희 누님과 보았던 영화 “별들의 고향”은 나를 성숙케 했지만
다행히도 윤희 누님과는 정당하고 떳떳하게 헤어 졌다
즉 아무런 Love Story가 한 장면도 없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거세고 추적추적 내리는 새벽에 “한 소녀가 울고 있네” 음악을 들으며
나의 젊은 시절의 영화같았던 장면이 떠오르는 것은 싫지 많은 않은 것이 죽을 때가 가까워져서 일까?
사실 여자들의 울음에는 무한 사연과 전설이 스며 있기에
웬만해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울리면 천벌을 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의 시대의 여인천하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주연 : 죽을 때까지 기억 속에 남아 있을 어머니
엑스트라 : 아름답고 마음 아픈 사랑이야기... 잠시 잊혀져있다가도 겨울 되면 되돌아오는
센트럴파크의 영상과 멜로디와 함께 떠오르는 경아 와 윤희 누님
조연 : 첫눈에 반했다. 처음 본 순간 눈이 멀기 시작한다. 하숙집. 얼마나 따뜻하고 삼삼했던가?
이 여인이 아니면 죽을 것만 같았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통째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만 같았다. 사랑 할 수만 있다면 하숙생으로 취업 할 수 있다면
모든 걸 포기할 수도 있고 하숙집 발전을 위해 희생할 수도 있다고 했던
운명 같은 우연이 내게로 왔다. 하숙집 아줌마
찬조출연 : 순애보 스토리의 정석. 마지막 대사의 ‘어제도 오셨는데 오늘 또 오셨네요“라는 여운이
계속 생각나게 만드는 청담동 별들의 고향 마담과 그 친구들....
협찬 : 휘황찬란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단편 신파 뮤직비디오 - 천호동 7 일레븐에서 만난 꽃 뱀띠 명희
그래도 아직은 세상 구경을 덜한 탓일까?
새벽 3시 19분에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안주 삼아 술 잔을 비 비우고 있는데
하숙집 담장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밤나무가 잔소릴 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
넌
어찌어찌하다
이곳에 왔냐고 나에게 따지 다
여인들의 바람 닮은 눈물을 삼킨다
나는?
난
겨드랑이에서 젓 내가 폴폴 나던 장발머리 시절에
그녀와 첫 술 잔을 부딪혔다
내가 태어나던 날 어머니의 술 잔도 보았고
날 아껴주고픈 여인의 술 병도 보았고
그리고 지금도 하숙비 꼬박꼬박 수령하고 있는 여인의 항아리도 보았다
오늘
난
비 오는 날의 세상을 바라보려고
옥상에서
쉬이 - "야" 이 스벌놈아" 라며 울고 있는 상수리 나무의 비아냥 거림도 보았다
그런데
그 어두운 숲만 바라보았을 뿐인데
왜? 빈 병을 보는 것처럼
난 이렇게 가슴이 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