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본당의 역사(1)

[알퐁소]

하양본당의 역사①

*하양 본당이 설정된 지 80년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하양성당의 시초라 할 진량읍 북리 공소시절을 포함하면 우리지역 신앙공동체의 역사는 근 한 세기에 이릅니다. 그 긴 시간, 온갖 역경에 굴함 없이 꿋꿋하게 신앙생활을 영위한 우리의 신앙 선조들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누리는 안락한 신앙 환경의 초석을 놓은 분들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선조들이 키우고 지탱해 온 치열한 신앙의 역사는 차츰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마침 본당의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에 맞춰 하양본당신문은 앞으로 본당의 역사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1992년에 발간된 본당 65년사를 기본 자료로 하고, 이후 발굴된 자료를 재구성해 엮을 예정입니다. 본당 신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하양지방에 복음이 전파된 유래는 문헌상 확실히 전해지는 바는 없다. 다만 조선 후기인 순조 15년(1815년) 을해박해 당시 경상도 청송, 진보지역에 숨어 살던 신자들이 참살당하는 수난이 이어졌고, 이때 남쪽 지방으로 피신한 신자들이 우리지역 신앙의 기원을 이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산시지(慶山市誌)는 우리지역 천주교 전래를 이렇게 적고 있다. ‘…순조 15년(1815년) 을해년 경상도에서는 청송, 진보 외의 각지에 100여명의 신도가 있어, 그중 10여명이 형살된 을해교화(乙亥敎禍)가 있었다. 이즈음에 경산에 신자의 싹이 텃을 가능성이 있다. 청도와 영천, 경산 곧 3군(郡)의 경계인 옛날 자인현 구룡산 정상의 신자촌은 청송 노래산(老萊山)에 살던 신자들이 영천을 거쳐 자인 용성면에 있는 큰 골로 피난을 와 마을이 된듯하다(1166쪽).…드디어 고종 19년(1882년)에 조선은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맺게 되어, 서교(西敎)정책이나 성양인에 대한 배척을 지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를 전후하여 경산지방에도 천주교가 전파되기 시작하니 이 조약이 체결된 동년에 남천면 하도리 모개골에는 31명의 신자가 있었고, 영천·청도·경산의 경계에 있는 구룡산의 정상에 신자촌이 있었다 함은 언급한 바 있고, <경상도 교회와 순교자들>(1989년 발간)에 보면 이 구룡산의 청도쪽에 있는 구룡공소에 1882년의 신자 수가 60명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모인 신자는 3군의 군민이 다 있었을 것이다. 또 고종 24년(1887년) 진량면 북리 공소에서도 신자 27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본당은 1925년 하양에 건립한 것이 처음이다.(1172쪽)’

아주 짧은 내용인데다 추정과 유추에 따른 언급이 많고 일부 틀린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하양지역 천주교 신앙의 전래과정을 함축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1. 북동 공소의 설립

하양에 천주교가 전래된 것은 영천과 자인현 구룡산에 신자촌이 형성된 이후로 여겨지고, 공동체로서 자리매김한 것은 지금의 진량읍 북리 북동 공소가 효시로 알려져 있다. 박해가 막바지에 이르던 병인교화를 전후한 시기, 당시 자인군 상동면 매남리(지금의 경산시 용성면 매남리)에 살던 박수환 다두(1853~1903) 가정이 이곳 하양군 낙산면 북리(지금의 진량면 북리)로 이사 오면서 신앙의 씨앗이 뿌려졌다.

구룡산 기슭의 매남리는 외세의 침입조차 모를 만큼 외진 골짜기여서, 을해박해(1815년) 당시 경북 북부지방의 신자들이 교난을 피해 오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박수환씨 집안 역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선대부터 천주교에 입교한 신자 가정이었다. 박수환씨가 진량읍 북리에 이주한 뒤 이 마을에 살던 김지도씨(고 김관호씨 조부) 가족이 세례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입교자가 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진량읍 북리 16에 있는 김지도씨 집에서 주일 첨례가 이뤄졌다. 우리지역 최초의 천주교 공동체이자, 북리 공소의 탄생이었다.

이 시기는 경상도 지방의 포교를 담당한 김보록 로베르 신부가 칠곡 신나무골에 머물며, 경상도 곳곳의 교우촌과 공소를 활발하게 방문했다. 기록에 따르면 김 신부는 신나무골 한티를 비롯, 선산, 군위, 성주 등 경북지역은 물론, 울산, 밀양, 김해, 창원, 진주 등 경남지역과 경기·강원·충청도의 17개 공소와 교우촌까지 순회했다. 김 신부의 방문지 가운데는 경산의 망개골, 청도 구룡공소와 북동 공소가 포함됐다.

김 신부가 북동 공소를 방문해 미사를 봉헌하고 성사를 집행한 것은 1887년, 아직 신나무골에 은거하던 때였다. 당시 교세통계표에 따르면 김 신부가 방문했을 때 북동 공소의 신자 수는 27명이었으며, 고백성사 21명, 영성체 15명, 대인 영세자 9명, 견진자 5명, 예비자 3명으로 기록하고 있다. 공소 규모에 비해 입교자 증가세가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김 신부가 북동공소를 방문한 시기는 마침 한불수교조약이 체결된 해여서, 프랑스 선교사들의 자유로운 포교활동이 허용됐으며, 전국적으로 천주교 신자가 1만2천명이나 늘었다. 김 로베르 신부는 이후 1890년까지 해마다 북동공소를 방문해 미사와 성사를 집행했다.

1891년부터는 부산 영도에 거주하며 경상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전교해 온 조조(Jozeau) 신부가 영천, 청도, 경산, 경주, 언양, 밀양 등지를 순회하면서 북동 공소를 방문했다. 조조 신부는 이전 김 신부의 보좌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1892년 조조 신부의 공소 순회 교세 통계표에 의하면 당시 북동 공소의 신자 수는 34명이었으며, 고백성사 18명, 영성체 17명, 예비자 4명이었다.

2. 용평 공소의 본당 승격

금호강을 사이에 두고 북동 공소와 지척에 있는 하양지역에는 아직도 어떤 신앙공동체의 탄생 조짐이 없었다. 상대적으로 인근인 영천지역에선 복음의 싹이 힘차게 피어올랐다. 영천 또한 천주교 전래의 구체적 경위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북동 공소의 경우처럼 경주 산내와 청도 구룡산 신자들이 이곳으로 이주한 것이 복음전파의 시초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1866년 병인박해 직전 이미 리델 신부가 영천 신녕을 찾아 미사와 성사를 집행했으며, 병인박해 당시엔 이미 이곳에서 2명의 순교자가 있었다고 한다.

1870년엔 순교자 김 루카의 방계 후손인 김종황(김승연 아우구스티노 신부의 부친) 일가가 대구에서 영천 화산면 용평으로 이사오면서 신앙전파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또 고을 유지인 김태호 프란치스코가 1893년 이주해 와 자신의 집을 공소로 정하고 신자들을 불러 들였다. 전영병이 창궐할 때는 김 프란치스코가 이들을 적극적으로 보살펴 줌에 따라 외교인들이 집단으로 천주교에 귀의하는 경우도 생겼다.

용평 공소 신자들은 당시 대구 대어벌(대구시 수창동과 인교동)에서 사목활동을 하며 대구본당 설립을 추진하던 김 로베로 신부로부터 성사를 받았다. 용평본당이 칠곡 가실(낙산) 본당에 속한 1898년부터는 가실본당 주임신부인 알퐁소 조요 신부가 이곳을 방문했다. 용평 공소 신자들의 깊은 신심과 활발한 전교활동은 어느 지역보다 일찍 본당을 설립하는 탄탄한 기반을 이뤄, 공소 설립 14년만인 1907년 마침내 본당 승격의 꿈을 성취한다.

용평본당 첫 주임신부는 이곳 출신인 김승연 아우구스티노 신부가 부임했다. 전라도 정읍본당의 첫 주임신부였던 김 신부는 용평에 오자마자 성전과 사제관 건립에 매달렸다. 자신이 직접 노동을 하며 모범을 보이고 신자들이 열성적으로 참여하면서 공사는 순탄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김 신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이곳에 글방(書堂)도 함께 열었다. 100여호가 모여사는 용평리의 성당은 신앙의 구심체일 뿐 아니라 교육과 노동, 친교를 이루는 이상촌(理想村)으로서, 믿음과 사랑의 공동체로 발돋움했다.

[남기린F. 드 살]

우리 성당의 역사를 잘 알수있도록 본당신문에 잘 정리를 해주시고 카페를 통해서 멀리 있는 분들도 알아볼수 있도록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국장님의 하양성당 역사 발굴이 기대됩니다.

[알퐁소]

카페지기님, 제가 역사를 정리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너무 무섭습니다. 저보다 본당의 과거사를 더 많이 아시고 신앙적으로 직접 참여하신 분들이 한두분이 아니십니다. 다만 본당공동체 성원이 모두 참여하고 관심을 기울이셔서 우리본당의 역사가 정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카페지기님의 관심에 늘 감사드립니다.

[남기린F. 드 살]

수집하고 마무리 정리하는게 가장 중요하리라 봅니다. 신부님 말씁처럼 이렇게 공개하고 다시 많은사람들이 참여해서 수정 보완하면 정말 알찬 하양성당의 역사가 되리라 봅니다. 수고많습니다.

[권진오스테파노]

본당 역사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뜷어지게 읽었습니다.중요한 자료입니다.감사드립니다.

[난초 엘리사벳]

우리 본당의 역사가 잘 정리되는것 같아 감사하네요. 두분의 관심과 노고 하느님이 보시고 참 좋아하실겁니~~

[옥구슬다시아]

후세에 길이 남을 큰 역사적 자료 정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한송이]

하양 성당의 역사에 대해 궁금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