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갯벌과 선운사 계곡에서 행복했던 하루(#41-42)
2022년 12월 11일 (일) 날씨 : 쾌청 기온 : 섭씨 6~7도
거리 : 22.4km 5시간 40분 동행 : 귀연산꾼 20명
동호해수욕장-고창갯벌-선운산-선운사-
<진정으로 산다는 것은>
진정으로 산다는 것은 순간을 사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금이라는 시간에 몰입하는 것이다.
삶 이란 그런 것이다.
정체성을 쌓아 간다거나 일련의 사회관계나 성취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주된 삶은 모든 순간을 마치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껴안는 일이다.
-노만 피셔
<바다와 산을 지나는 환상의 서해랑길>
멀리 진도를 잠시 떠난 서해안 걷기 여행이 영광을 지나 고창의 진경을 보기 위해 바쁜 발걸음을 옮긴다.
지난번 멈추었던 동호해수욕장에서 좋은 날씨에 출발인데 하늘 색깔이 너무 좋다.
썰물로 한없이 빠져 버린 바닷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일행들에게 감동을 준다.
동호항을 잠시 들른 발걸음은 이내 고창 갯벌을 바라보며 걷는다.
방조제로 막힌 민물 갯벌에는 이름 모를 철새들의 비상과 먹이 줍기로 환상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구성한다.
멀리 선운산 자락이 배경이 된 고창 들판은 갈대숲과 갯벌이 만든 자연의 풍광이 아름답다.
동호항
수문 옆 철새들
고창 갯벌 쉐니어
고창 갯벌에는 육지에서 떨어진 지점에 하얀 모래들이 퇴적층을 만든 쉐니어(Chenier)가 있다.
고전리 해안가 1.3km에 40~70m의 폭을 가진 쉐니어 지형이 발달하고 있는데, 태풍이나 조류에 의해 갯벌 위에 모래와 자갈이 육지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퇴적 지형이다.
모래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다.
고창 심원 갯벌은 우리나라 서해안을 대표하는 곰소만 갯벌의 일부로서 평균조차가 약 4m 이상인 대조차 환경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캐나다의 동부 해안, 미국의 동부 해안, 북해 연안 및 아마존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고창-부안 갯벌’은 2010년 2월 1일 14번째 세계적인 습지보호지역인 람사르습지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록되었다.
<람사르협회에서는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 보호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 협약에 따라
생태·사회·경제·문화적으로 커다란 가치를 지닌 습지를 보전하고 현명한 이용을 유도함으로써,
자연 생태계로서의 습지를 범국가적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보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특징을 가진 곳이나 희귀동식물종의 서식지,
또는 물새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가진 습지를 람사르습지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고창·부안 갯벌은 펄갯벌·혼합갯벌 및 모래갯벌이 조화롭게 분포되어 다양한 저서동물과 칠면초·나문재 등 염생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흰물떼새, 민물도요, 청둥오리, 괭이갈매기, 재갈매기 등의 물새가 찾고 있으며, 황조롱이와 같은 천연기념물과 말똥가리와 같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로 이용되는 등 보전 가치가 뛰어나다.
고창 서해안 바람공원은 빨간 풍차와 바람개비 등 시원한 바닷바람과 서해안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공원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휴식을 하기에 좋은 곳으로, 광장, 산책로, 전망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다.
잘 만들어진 둑과 방풍림이 오솔길을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한없는 걷기 여행의 기쁨을 선사한다.
심원 간척지 들판
1977년에 간척지가 준공되고 많은 농토가 생겨 식량 자급자족의 기틀을 만들었지만, 이젠 반대로 갯벌이 가져다주는 엄청난 자연 친화적인 먹거리들이 더 그리워지는 시대가 되었다.
고창 부안 갯벌
고창 갯벌을 지나는 서해랑길
화산 마을
9.5km 지점에 심원면사무소가 있는데 바다 풍경을 벗어나 시골 농촌의 풍요를 만난다. 고창은 고인돌로 유명하기에 면사무소 정원에도 설치되어 의미를 더한다.
일행들 몇몇이 읍내 식당으로 들어가 이른 점심을 드는데 ‘TV 한 번도 안 나온 집’이라는 간판이 시선을 끄는데 메기탕 선전 간판이 유혹적이다.
시장기가 덜해 계속 걸어 동네를 벗어나 걸으니 제법 큰 나무들이 서 있는 화산(花山)마을이 반긴다.
깔끔한 동네는 1700년대에 형성되었으며 산봉우리에 올라 내려보면 마치 연꽃 같다고 하여 연화(화산)마을로 부르게 되었다.
선운산 뒷자락과 연화봉 주위로 연천동, 연곡, 연화동, 화산마을, 수통목 등의 자연 부락이 있었으나 연화 저수지가 생기면서 이주하였다.
연화봉에는 원불교 교조 소태산이 깨달음을 얻기 전 마지막 정진했다는 초당 터가 있어 원불교 성지로 관리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연화봉 위에 연꽃 방죽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에서 호젓한 등산로를 따라 30분이면 마이재를 거쳐 선운산 주봉인 도솔산(수리봉)에 오를 수 있다.
개이빨산
펜션과 카페가 있는 새로운 거주지가 만들어지는 쉼터에서 빵과 뜨거운 차로 가벼운 점심을 들었다.
사과를 손에 들고 걸으며 신작로를 따라 한참을 가니 견공들이 짖으며 가는 길을 막는다. 지도를 살피니 이젠 산으로 들어서는 지점이다.
가까운 곳에 개이빨산이 묘한 모습으로 나그네를 반기는데 국사봉 또는 견치산(犬齒山)으로 불리며 높이는 346m이다.
선운산 입구
경사가 있는 산자락을 한참 오르니 선운산과 개이빨산 이정표가 보이는 능선에 도착했다.
선운산(도솔산)은 수리봉으로도 불리며 해발 고도가 336m인데 0.7km 거리에 있는데 경사가 급해 다녀오기 만만치 않다.
능선을 따라 개이빨산 방향으로 혼자 걷는데 언덕을 오르기가 힘이 든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 후미 일행들이 산자락으로 오름을 짐작하게 한다.
개이빨산이 바로 보이는 돌탑 근처에서 조망이 좋아 도솔산(선운산)을 본다.
뾰족함이 덜한 순탄한 산봉우리가 주변 산들과 어울려 멋지다.
국사봉에서 본 고창 갯벌과 개이빨산 능선
도솔산(선운산)
높이 334.7m. 도솔산(兜率山)이라고도 했으나, 유명한 거찰 선운사가 있어 선운산이라 불리고 있다.
주위에 소요산(逍遙山 : 444m), 개이빨산(345m), 황학산(黃鶴山 109m) 등이 있다.
서쪽과 북쪽으로는 서해와 곰소만이 있으며, '호남의 내금강'이라고도 한다.
산마루는 비교적 급경사를 이루며, 동쪽에서 발원하는 하천은 인천강에 유입하여 곰소만으로 흘러든다.
1979년 12월에 이 일대 43.7㎢가 선운산도립공원(禪雲山道立公園)으로 지정되었다.
입구에서 약 4㎞에 걸쳐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184호)이 펼쳐져 있으며, 봄에는 꽃 병풍을 이룬 계곡이 아름다운 절경을 이룬다.
국사봉에서 본 개이빨산
선운산 능선의 오솔길
소리재 조망-사자바위/천마봉/청룡산/낙조대/베멘바위
큰 조릿대 숲을 지나 평탄한 오솔길을 쏜살같이 달려 소리재에 당도하니 주변 조망이 환상이다.
바위들이 조망터가 되어 주변을 볼 수 있는데 근처 모든 산과 고창 갯벌도 보이고 멀리 부안 내소산과 격포 해안도 지척이다.
투구바위
사자바위와 천마봉
소리재를 지나 침봉을 이루고 있는 낙조대를 향하는데 멀리 배멘 바위와 청룡산이 근사하고 옆으로 쥐 바위와 국기봉, 사자바위가 파노라마로 장관이다.
낙조대에서 아래로 내려서면 천 길 낭떠러지 천마봉이다.
천마봉은 도솔암 남쪽 천 길 바위 위에 우뚝 솟은 봉우리이다. 기상이 준엄하여 장군봉이라고도 한다.
서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도솔천의 비경이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인접한 낙조대와 함께 가장 많이 오르는 관광명소이다.
선운산 천마봉은 선운사 사찰 서쪽 3.6km 있는 해발 336m로서 정상에서 보이는 주변 풍광이 감탄사를 절로 표현하게 하는 산이다.
낙조대
사자바위와 배멘바위 능선
천마봉
천마봉에서 찍은 270도 파노라마 사진
천마봉
천마봉에서 본 내원궁 암자와 마애불상
천마봉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도솔암 내원궁이 지척으로 보인다.
천마봉에서 급한 계단을 한참 내려서면 용문굴과 내원궁 가는 길이 서해랑 길로 이어진다.
선운사 계곡 오솔길
마애불상
내원궁 바위벽에는 마애불상이 있는데 보물 제1200호로 백제의 위덕왕이 선사 검단(黔丹)에게 부탁하여 암벽에 불상을 조각하고,
그 위 암벽 꼭대기에 동불암(東佛庵)이라는 공중누각을 짓게 하였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이 불상은 낮은 부조(浮彫)로 된 장대한 크기의 마애상으로서 결가부좌(結跏趺坐)한 자세로 연화대좌 위에 앉아 있다.
뾰족한 육계(肉髻)가 표현된 머리는 육계와 머리의 구별이 불분명하다.
이마에 백호(白毫: 부처의 두 눈썹 사이에 있는 희고 빛나는 가는 터럭)가 돋아 있는 네모진 얼굴은 다소 딱딱하다.
하지만 눈초리가 치켜 올라간 가느다란 눈과 우뚝 솟은 코, 앞으로 쑥 내민 듯한 두툼한 입술 등으로 인하여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도솔암
마애불상 옆 나한전에는 윤장대가 있는데 부처님의 가르침인 경전을 넣은 책장을 돌리는 성보다.
윤장대를 한 번 돌리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생각하고,
두 번 돌리며 부처님께서 살아가신 길에 대해 생각하고,
세 번 돌리면서 나와 중생, 수도자들이 해탈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장사송
도솔암을 내려와 멋진 장사송을 만난다.
도솔암 장사송은 이 지역의 옛 지명인 장사현(長沙縣)에서 유래하여 붙은 이름이다. 옛날 신라 진흥왕이 수도했다고 전해지는 진흥굴 앞에 있다.
600년 된 높이 23m의 소나무 반송(盤松)으로 나무의 모양이 우리나라의 8도의 모습을 하고 있어 수려함을 자랑한다.
소나무는 장사녀(長沙女)의 이야기가 전하는데 고려사에 의하면 백제 가요 선운산곡에 나오는 인물이다.
장사녀는 선운산에 올라가 정역(征役)(조세와 부역)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부른다고 전해진다.
진흥굴
장사송 바로 옆에는 진흥왕이 불교에 심취하여 왕위를 버리고 도솔 왕비, 중애 공주와 더불어 선운사로 와서, 기도했다는 천연 바위굴인 진흥굴이 있다.
선운산 미륵 바우
<선운산 미륵 바우 이야기>: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 선사의 설화가 깃들어 있는데 백제 위덕왕 24년(577)에 검단 선사가 선운산에 사찰을 창건하고자 하였다.
선운사 자리는 큰 연못이 있었는데 그곳에 용이 살았다. 검단 선사가 용을 내쫓고 돌을 던져 연못을 메워 나갈 무렵 아랫마을에 눈병이 생겨 힘들어했다.
수도 중인 검단 선사 앞에 미륵이 나타나 ‘미륵 바우 아래의 돌과 숯을 연못에 던지면 눈병이 낫는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미륵 바우 아래의 돌과 숯을 가져다 던져 연못을 메우니 눈병이 저절로 낫게 되었고, 연못도 금방 메워지게 되었다.
신기하게 여긴 사람들은 미륵이 나타났던 ‘미륵 바우’에 정성을 다하니 병이 낫고 근심 걱정도 사라졌다.
그로부터 미륵 바우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선운사 계곡
선운사 계곡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오솔길로 유명하다.
계곡을 끼고 나무 사이로 난 좁은 길은 명상의 길이며, 사색과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으뜸이 되는 코스다.
길옆에는 꽃무릇 상사화가 푸릇푸릇 자라고 있어 아직 겨울이 멀다는 생동감을 준다.
꽃무릇은 불갑사가 유명하지만 요즘 사찰에 많이 심어 전국적으로 사진사들에게 멋진 장면을 찍을 수 있게 한다.
선운사 만세루
선운사 6층석탑
천왕문
선운사
곱게 익은 감이 지붕에 얹히고 파란 하늘이 너무도 아름다운 목조 건물 천왕문과 만세루가 있는 넓은 선운사 마당에 도착했다.
6층 석탑이 있는 대웅전은 한참 공사 중이지만 고즈넉한 경내 풍경은 마음을 차분히 내려놓는 경건함으로 기분이 좋다.
선운사는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도솔산(兜率山)에 있는 삼국시대 백제의 승려 검단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오는 사찰이다.
선운사 6층 석탑은 화강암으로 된 고려시대에는 9층이었으나, 현재는 6층만이 남아있다.
방형의 축대 안에 지대석을 세우고 각층에 사각형의 중석을 올렸다.
6층 옥개석 위에 복발이 있고 그 위에 팔각의 귀 꽃으로 각축 된 보개를 얹어 놓았다.
사적기에는 조선 성종 때 행호 선사가 홀로 우뚝 솟은 이 9층 석탑으로 보고 사찰의 중창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도솔산 선운사 일주문
일주문을 나서며 예전 선운산을 일주하며 산행했던 기억이 난다.
40명이 넘는 많은 산꾼이 씩씩하고 힘차게 경수봉을 오르고 낙조대와 천마봉을 휘젓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내원궁 근처는 11월 중순이었는데도 단풍이 한창이어서 늦가을을 만끽했었다.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며 선운사 주차장을 지나 삼인 교차로에 약속했던 시간에 도착했다.
깔끔한 순두부 한 사발로 뒤풀이를 즐기고 대전으로 향하는데 피곤한 몸은 바다와 산을 동시에 걸은 포만감에 저절로 나른함이 몰려온다.
20명이 참석한 조촐한 서해랑길 나들이지만 소중한 국토를 진하게 맛보고 걸었던 행복한 하루였다.
천연기념물 367호 송악
선운사 주차장 옆 선운천 건너편에는 천연기념물 367호로 지정된 송악(松嶽) 한 그루가 절벽에 붙어 자라고 있다.(두릅나무 종류로 늘 푸른 넝쿨나무)
이 송악은 굵기는 물론 나무 길이와 나이까지 모두 우리나라 최고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작은 절벽의 아래쪽에 뿌리를 박고 절벽을 온통 뒤덮고 있다.
줄기는 지난 세월의 험난함을 말해주듯 아래서부터 구불구불하게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바위에 오랫동안 붙어 있다 보니 색깔마저 바위를 닮아버린 줄기는 이리저리 용트림으로 이어간다.
땅 위 약 5m 정도부터 비로소 가지가 나와 잎 달림을 한다.
갈래 줄기를 합친 땅에 닿은 밑 둘레는 0.9m이고, 뿌리에서부터 절벽 꼭대기까지 걸쳐 있는 나무의 길이는 약 15m이며, 가지가 퍼져 있는 너비는 12.8m에 이른다.
첫댓글 람사르가 궁금했었는데 정보 감사합니다. 어제는 아름다운 바다의 생태와 비록 가지는 못 했지만 선운사에 얽힌 이야기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서해랑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