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봄
이상규
어찌하리
가는 봄을
그냥 두오리라
가는대로
설운 낙화
설운대로
봄바람
실개천 타고 언덕 넘을 때
덩달아
그 님도 넘을 때.
약력:
1941년 경기 평택출생
1989년 [동양문학] 시부문 등단
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 회원
한국 중국조선족문화예술인후원회 회장
고려식품판매<주> 대표이사
외교통상부장관 표창장(2010년)
저서: 이상규 『시문학전집』외 십수권
-----------
희열을 기다리는 시간
배민서
산다는 것은
희열을 기다리는 시간의 연속이다
산다는 것은
고통을 견뎌내는 시간의 연속이다
긴 긴 터널 지나 멀리 보이는 한줄기 빛
그 빛에 다다르면 기쁨도 잠시
지지 않는 해를 찾아 숨가쁘게 달음질친다
비바람은 쉬어가라 해를 감추는데
그 맘 헤아리지 못하는 우리네 인생
쉼 없이 달려가다 저 멀리 노을 만나거든
술 한 모금 나누면서 벗과 함께 쉬어가소.
약력
한국문학예술 회원
-----------
강가에서
남금선
추억이 오고
기억이 간다.
내 마음에 동그라미를
그려가던 넌
캔버스에 들어 갈
나를 그렸고
물그림자가 기울 무렵
실바람이 우리에게
입맞추고 달아났지.
약력:
시인, 화가, 수필가
현) 갤러리 sun 대표
--------
여름 이야기
오정숙
밤이 젖었다
속삭이는 빗소리에 여름이
열기를 접고
다소곳이 안긴다
옥수수수염 속에 알알이
박힌 여름 이야기들
추억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끄트머리 여름밤이
젖고 있다.
약력 없음
-----
눈 오는 날
송 원(송순미)
함박눈
내리는 날은, 문득
너 있는 곳에도
눈이 오는지 궁금해진다
이어진
산과 산 사이
두고 온
고요한 나무들
눈꽃 속에 피어나는
저 편의 기억들.
약력 없음
-------
호숫가에서
신동명
길 물어물어
멀리도 찾아왔다
밤새 물소리
베개 밑으로 구르더니
삐이 삐이
새벽을 가르는 물총새 휘파람 소리
물안개 끊임없이 피어올라
사라져가는
물가에 서니
비로소 알겠다
한 송이 연꽃
이슬로
태어난 우리였으니
물로 헤어졌다 물로 만나
끝내, 물로
흐르고 있음을…….
약력
사)한국문인협회 서울지회 이사
사)여성문제연구회 이사
-------------
꿈꾸는 집
硯石 배학기
양지바른 언덕에
조가비같은 서너 간의 집이면 족하겠습니다
뒷곁엔 숲이 우거지고
이름모를 새들이 모여들어
사랑을 노래하며
앞내엔 피라미가 숨바꼭질하며 노니는
사철 맑은 물이 돌돌대며 흐르는 곳
그곳엔 철따라 꽃피고
산색도 날마다 달라
산수화를 걸어두지 않아도 좋은 꽃밭
때맞춰 산비둘기, 산꿩이 울어주고
멈춘 듯 흘러가는 구름이
산정을 쓰다듬고 가는 곳
주름살 늘어가는
아내의 소박한 미소가
새록새록 정겨운 집.
약력:
한국문인협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원
한국문학예술 이사
한국문인협회 시흥시지부 이사
----
하얀 사랑꽃
윤연모
그대 향한 순수가
스무 살 처녀 들뜬 가슴처럼
사물놀이 하는 아이들
상큼한 의상처럼
온 하늘에서 뿌려요
그대 눈 닮은 눈송이였다가
미소 짓는 얼굴 되어요
하늘은 수만 개의 당신 얼굴이지요
하얀 사랑 유희가 눈부셔요
내 안에서 울리는
하늘과 땅의 사랑 교향악
이 아침에 그대도 듣고 있나요.
약력
한국외국어대, 동 교육대학원 졸업
시인, 수필가, 서라벌고등학교 교사
시집: 「세상을 여는 출구」 「하얀 사랑꽃」 「물고기춤」
수필집: 「아버지와 피아노 교본」 「내 노래는 아무도 모를 거예요」 「갠지스 강의 여명」
번역서: 「리고베르타․멘츄」. 음반: 윤연모 詩歌曲 제1집『구름 향기』
황희문화예술상, 시예술상, 서울시교육감상 수상
<http://yoonym.kll.co.kr>
----
소이산 찻집
다인 이용주
바람이 머물다 가고
하늘빛이 내려와
놀다가는 소이산 정상
튜울립 커피 향 때문일까
풀꽃과 들꽃도
언어가 되고 시가 된다.
소이산 녹색 숲은 바람에게
잠자리 음표를 그려주었다.
해님과 숨바꼭질하던
풀꽃과 들꽃들이 방긋!
마음은 어느새
들꽃을 닮아가고 있었다.
약력없음
-----
강촌에서의 이틀
김아랑
초록빛 여울너울 강촌에 가자
팔 다리 쭉-쭉 어깨를 펴고
풀내음 후-후 들이마시며
발걸음 삼박사박 배낭을 메고
솔바람 소올포올 함께 가는 길
잃었던 얼-싸 널 만나고
헤매던 둥-둥 날 만나서
달빛이 사락모락 익어가는 길
산과물 살랑찰랑 강촌에 가자
별들이 소근새근 밤을 새던 길
어떻게 날줄씨줄 어우러졌냐
물으면 강촌에서의 이틀이라고.
약력:
세계문화예술아카데미 고려문학상
전국여성 마로니에 백일장 및 문예사조 신인상
제13회 美피닉스 UPLA, 세계계관시인대회한국대표
세계시인대회 참가/제24회 세계시인대회 운영위원
문인협회 외 9개 작가협회 회원
시집:《지상의 마른 풀잎하나》,《뻘》,《가시덤불응시》
E-mail: alangk@hanmail.net
------
사랑 리필 333
박남권
소나기 빈 호반엔
물 빛 파란 하늘 길
내 사랑 강물에서 춤추며
같이 흔들려 노래 부르네
소양강 물 위에 물결로 떠오르는
너의 얼굴
사랑의 물결
봄으로
파란 웃음이 더하는.
약력:
한국문학예술 발행인
남춘천역과 내용 그림 똑같습니다.
-----
강촌별곡
이소연
(강) 강물이 안고 도는 기억의 힘줄은 여전히 푸르다
(촌) 촌수 따지지 않고 언니 누나라고 부르면 다 통하던 그때
(별) 별빛 세레나데 들으며 젊은 날 고향이 되어버린 장소
(곡) 곡조 있는 물결소리 들으며 청춘열차 타고 가는 강촌
두고 온 봄, 찾으러 간다. 청춘 만나러 간다.
약력:
한국문학예술 주간
-----
나막다리
성하방
울창한 숲 속
싹독 잘린 장송을
가로
세로로 촘촘히 엮어
강물을 가로지른 나막다리
소
돼지
염소
개나리 봇짐장수 발밑에서
틈새로 퍼지는 가락
시간
시간
볏섬을 진 농부의 격양가가
나막다리에 뜬다
강물 위에 뜬다
조상들이 밟고 지났던 다리
묵묵하기만 한 나막다리
그 자리에
지금도 나란나란 누워있겠지.
약력:
<싸가지 철학> 저자
철학박사
나막다리 그림(사진)으로 원합니다.
-----
완성의 시간
고순례
물은 흐른다.
미세한 돌멩이에 부딪혀
통로를 만드는 미아
잠시 체류하는 동안
절망하는 때도 있지
곳곳에
고통의 시간들
가슴에 안고
치솟는 마음의 동요
말없이 잠재워가는
정착할 수 없는
물의 발돋움.
약력:
한국문학예술 회원
바탕시 회원
-----
그런 날엔
안 영
지상은 온통 너의 외침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천년을 불어 온 바람처럼
그런 날은 가슴을 열고 싶다
달콤하게 익어가는 가슴에
단풍 같은 노을이 타오르면
어둔 밤을 건너가는 바람처럼
흘러가는 냇물 그늘에 숨어
이유를 물로 풀어버린 날엔 온 몸을
눕히고 싶다
기차는 물 위에 눕고
고개 숙인 채 물속에 빠진
하늘의 구름과 달맞이꽃,
이렇게 우리는
바람 부는 중년의 갈림길에서
이 지극한 인연을
잔혹하리만치 모른척 할 것이다
그런 날은 또 지워야 할 이름이기에.
약력:
한국문학예술 회원
전북문인협회/열린시문학회 회원
전북수필 사무국장
-------
부부
강성숙
꽉 찬 제속
몽땅 파 버리고
광기와 본질을
짠물에 타 마시며
서러운 눈빛 껴안고
부대껴야 하는
부부는 한 쌍의
자반고등어
약력:
예신대 문예창작과
89년 시 등단/ 98년 동아일보 소설 등단
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 회원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국제문화교류협회이사
바탕시 동인
-----
어머니
정은아
어머니는 그 자리를 지켰다.
해미 읍성 앞 시커먼 회화나무 되어
흐린 날도, 더운 날도, 꽁꽁 얼어붙은 날에도
종로 5가 그 거리에서
검은머리가 흰머리 될 때까지 꽃나무와 사셨던-
그 자리 주인 바뀌고
잠은 주무셨을까.
회화나무
그 안에 내 어머니가 있다.
약력없음
---
강가에서
신현순
누가 강가에 당신을 내려놓았는가?
저무는 강에 햇빛 한 자락
아직 남아있어
바람에 쓸쓸한 강물은
제 자리에 맴돈다
당신은
강가에 보이지 않고, 나는
지나쳐버린 도심의
지하철 출구를 찾는다
아직 소멸되지 않는 그 이야기
강줄기 뒤에 두고 다시
환승역에 서 있다.
약력없음
-----
거리엔 너의 물결이다.
남궁연옥
땅거미 속
푸른 정맥으로 일어서는
수은등에서 어둠속에 주차된
도심 속에서 너를 본다
주홍빛 꽃들의 어지러움에서
그 속에 묶인 인파속에서
그 꽃물 흩어지는 바람 속에서
낮은 네 헛기침을 듣는다
블록렌즈 유리창의 카페에서
와인의 부드러운 입김에서
빈 술잔에서 너를 본다
맨살의 보도블록 각지게 누운 외곽에서
젖빛 물안개 모으는 다리 난간에서
발걸음 황망한 계단에서
가슴에 쿵쾅대는 너의 음성 듣는다
긴 밤 적시는 빗속에서
배우들의 미소가 걸린 포스터에서
심곡에 걸리는 노랫말에서도
가슴 흥건히 네가 있다
거리엔 너의 물결이다.
약력:
한국문협 문인기년공원추진위원
국제펜 한국본부회원
한국문협 문학낭송가회 이사
경기도문학상
시집: 《나는 늘 그자리에 있다》
《하나의 이름으로》
-----
강촌에서
김보화(相心)
얼마나
더 가야하겠니
저녁노을처럼
그토록 간절했잖니
가쁜 숨 몰아쉬며
거친 물결 따라 여기까지 왔잖니
이제 우리 쉬어갈 곳
그 어디일까
언제쯤이면 둘이 아닌
하나 될 수 있을까
너와 나.
약력
대한불교 관음사 원장
서초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한국 문인협회 회원
《전국문화 예술경연대회》 외 5회 수상
시집: 제6집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 외 5권
-------
강촌역
정연자
강마을 사람들도 떠나야 하고
기차를 타고 기차를 내린다
누가 사랑을 하고
누가 이별을 하는가
강마을 사람들의 사랑의 빛깔은
강마을 사람들의 이별의 빛깔은
깊은 강 파란 멍울
사랑은 江心 같아
파르라니 고우련만
이별도 江心 같아
깊은 시름 고이려니
江心이 고와
사연은 맑으련만
채색하는 기적소리
江心에 뜨는
사랑 그리고 이별.
약력
(전) 한국문인협회 감사
현대시인협회 이사
여성문학인회 이사
양천문인협회 이사
--------
노을
박주희
한때
노을이라는 말 속으로 들어가 본 적이 있어
그러니까 노을이라는 말 속에서 가슴 저물기로 한 것인데
그럴 때마다 울컥거리며 저무는, 나의
더욱더 아득해지는 이유들은 묻지 말아줘
한때, 나는 암암리에 어두워지던 구름
퍼뜩퍼뜩 그, 라는 말 속으로 엎어지는지
후드득,
그의 손톱아래 젖은 살갗으로 우는 다홍빛
글쎄, 그렇다고 손톱을 못살게 굴지는 마
회색직박구리가 본명인
그가 그의 풍경을 물고 날아오를 때
나의 체온은 노을로 물들고 있었지
때로는 안개의 소멸 속으로 길게 날아갈 때도 있었으나
사랑은 무채색이라고 고집하는 그에게
저물어가는 회색이란 가장 알맞은 배경이었어.
사진없음
약력:
한국문학예술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