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화수경 제8권
27. 중잡품(衆雜品)[1]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네 가지 구제하는 법]
“네 가지 구제하는 법이 있으니, 무엇이 넷인가?
두려워하는 중생은 여래가 능히 구제하고,
삿된 길에 들어간 이는 성현의 도로써 능히 구제하고,
여러 악업을 지은 이는 염처(念處)로써 능히 구제하고,
여덟 가지 어려운 데 있는 이는 보살이 능히 구제하나니,
이것이 말하자면 넷이 되느니라.
[네 가지 편안한 법]
사리불아, 네 가지 편안한 법이 있나니,
무엇이 넷인가?
태어나서 부처님을 만나니 이것이 크게 편안한 것이요,
어려움이 없는 곳을 얻었으니 이것이 크게 편안함이요,
부처님의 법을 능히 믿으니 이것이 크게 편안함이요,
성현의 바른 견해를 갖추었으니 이것이 크게 편안함이라.
이를 이름이 넷이 되느니라.
[사업을 성취하는 네 가지 법]
사리불아,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어 사업(事業)을 능히 성취하니,
무엇을 일러 넷이라 하는가?
4대(大)가 조화하여 몸으로 하여금 편안함을 얻게 하고,
바른 견해와 깨끗한 마음을 능히 내게 하고,
부처님을 뵙고 믿음을 얻어 뭇 즐거움의 인(因)을 만들고,
위없는 마음을 발하여 한량없고 수없는 중생의 여러 가지 번뇌의 병을 능히 없애 주나니,
이것이 네 가지 법으로 능히 사업을 이루는 것이니라.
[네 가지 원하는 것]
또 사리불아, 세상에 네 가지 원하는 것이 있나니,
무엇을 일러서 넷이라 하는가?
여러 가지 병으로 야윈 이는 살아나고자 원하고,
주림과 목마름이 닥치면 음식을 얻고자 원하고,
고뇌가 절박하면 즐거움을 얻고자 원하고,
험한 길을 가는 이는 편안함을 얻고자 원하나니,
이것이 네 가지 원(願)이 되느니라.
[네 가지 탐착하는 것]
또 사리불아, 세계에는 무릇 네 가지 탐착하는 것이 있어 그 때문에 마땅히 악한 세상에 떨어지나니,
무엇을 일러 넷이라 하는가?
첫째는 몸에 탐착하고,
둘째는 목숨에 탐착하고,
셋째는 재산에 탐착하고,
넷째는 애욕(愛欲)에 탐착하나니,
이것을 이름하여 넷이라 하느니라.
[일곱 가지 갈무리]
사리불아, 일곱 가지 갈무리 곳이 있나니,
이른바 바람 갈무리[風藏]ㆍ남 갈무리[生藏]ㆍ익은 갈무리[熱藏]ㆍ찬 갈무리[冷藏]ㆍ뜨거운 갈무리[熱藏]ㆍ보는 갈무리[見藏]ㆍ욕심 갈무리[欲藏]이니라.
[욕심 갈무리]
사리불아, 이 여러 갈무리 가운데 욕심 갈무리가 가장 굳건하니라.
이 욕심 갈무리는 무엇에 의지하고 있는가? 콧물ㆍ침ㆍ가래ㆍ고름ㆍ피ㆍ힘줄ㆍ뼈ㆍ가죽ㆍ살덩이ㆍ심장ㆍ간ㆍ오장ㆍ배ㆍ똥집ㆍ똥ㆍ오줌에 의지하고 있느니라.”
[찬택 거사와 아내 묘색]
그때에 모임 가운데 한 거사(居士)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찬택(撰擇)이라 하였다.
거사에게 아내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묘색(妙色)이었다.
얼굴이 잘 생기었고 몸매가 특출하였으므로 찬택 거사가 사랑하는 마음을 깊이 내어서 번뇌가 치성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그는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탐욕의 마음은 똥오줌에서 일어난다는 그런 말씀 마옵소서. 왜냐하면 제 아내는 단정하고 깨끗하여 냄새나 더러운 것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거사가 더러운 데 탐착하는 정이 깊은 줄을 아시고, 즉시 한 부인의 모양을 변화시켜 단정하고 정결한 모습이 묘색과 똑같게 하여 얌전한 얼굴과 차림새로 대중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게 하셨다.
거사가 그를 보자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처가 무슨 까닭으로 이 회중에 들어올까?’
이 생각을 하자 곧 물었다.
“어째서 그대는 여기 왔느냐?”
그러자 답하였다.
“부처님의 법문 설하시는 것을 듣고자 해서 왔습니다.”
거사는 곧 그를 끌어당겨 자기 옷 위에 앉혔다.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 이 부인으로 하여금 그의 옷에 똥을 누게 하여 가사가 그 냄새를 참을 수 없게 하셨다.
그는 손으로 코를 막고 좌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누가 이런 짓을 했는가?”
그때에 발난타(跋難陀)가 오른쪽에 앉아 있다가 거사에게 말하였다.
“무슨 까닭에 코를 막고 나를 돌아보는가?”
거사가 답하였다.
“여기서 냄새가 몹시 나서…….”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 발난타와 여러 대중들로 하여금 부인이 똥을 누어 거사의 옷을 더럽힌 것을 보게 하셨다.
때에 발난타가 거사에게 말하였다.
“자, 보란 말이오. 당신 아내가 저지른, 냄새나는 더러운 것이오.”
거사가 답하였다.
“난 의심치 않소. 내 아내는 깨끗하고 깔끔해서 몸에 더러운 것이라곤 없어요. 의심이 나거든 당신 스스로 보면 알거요.”
그는 또 발난타에게 말하였다.
“내 마음에는 당신이 꼭 이 더러운 짓을 한 것으로 생각되오.”
그러나 발난타가 즉시 크게 화를 벌컥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거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부끄러움도 없구나.
누가 너를 거사라고 이름지어 주었느냐?
그대는 이제부터 꼭 똥거사라고 불러야겠다.
스스로 아내를 끌어당겨 옷 위에 앉히지 않았느냐?
네 아내가 앉을 때 이 똥을 쌌는데, 그대는 스스로 앉아서 똥을 발라 놓고도 부끄럼 없이 도리어 남을 비방하려 하는구나.”
회중이 크게 고함쳐 말하였다.
“이 똥거사를 대중 밖으로 내쫓아라.”
문득 누군가 소리쳤다.
“부정하고 더러운 사람은 대중 가운데 있지 못한다.”
즉시 대중들은 그를 끌어당겨 밖으로 내쫓았다.
찬택은 마음이 어리둥절하여 그의 아내에게 말하였다.
“내가 너를 끔찍이 여기어 옷 위에 앉게 하였는데 점잖은 사람이 어디 그럴 법이 있느냐?”
그의 아내는 즉시 대답하였다.
“그대가 똥주머니 가까이 있으니 자연 그럴 수밖에요.”
그러자 거사는 곧장 싫은 생각이 들어 옷의 똥을 씻어내고 더러운 몸을 다시 깨끗이 하고자 하여 발난타에게 말하였다.
“무슨 방편으로 이 더러움을 여읠 수 있겠는가?”
발난타는 말하였다.
“그 더러운 똥은 네 몸을 더럽힐 뿐만 아니라 멸하는 여러 가지 고통이 있으리니, 이것이 네 모습이니라. 만일 이를 벗어나려거든 반드시 멀리 도망가거라. 네 아내의 똥 때문에 대중이 골치를 앓고 답답하고 어지럽게 하였느니라.”
거사는 답하였다.
“여러 석자(釋子)들은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는 이가 많은데, 너만 몹시 악하게 입을 놀리는구나.”
발난타가 말하였다.
“너 같은 것을 이제 무엇 때문에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겠느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어기고 거역하여 말하기를
‘제 아내는 단정하고 깔끔하여 여러 가지 냄새나는 것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제 그대는 정결한지 않은지를 네 스스로 관하고 나를 비방하여라.”
그 말을 듣고 거사는 아내에게 말하였다.
“너는 집으로 돌아가거라.”
아내를 보내고 나서 그는 발난타에게 말하였다.
“여인이란 아첨하고 삐뚤어져 여러 가지 허물이 많고 부정한 것이 꽉 찬 것임을 이제야 밝히고 알았노라. 싫어져서 여읠 생각이 나니, 부처님 법에 출가하여 도를 닦으려 한다.”
발난타가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몸이 이렇게 냄새나고 더러우니, 몸에 향을 발라 단 1년이라도 지난 뒤라야 출가할 수 있으리라.”
거사가 답하였다.
“내가 몸에 향을 발라 한 해를 지난다면, 혹 몸이 무상(無常)할 수도 있고 부처님께서 멸도하실 수도 있어 출가하여 도를 구할 인연을 허물 것이다.
이제 만일 출가함을 들어주신다면, 다시는 도시나 시골로 가지 않고 절에 아란야(阿蘭若)를 짓고 비고 한가한 곳에서 빌어먹고 누더기 입고 있으면 누가 냄새를 맡으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사여, 그대는 내 법 가운데 출가하고자 하느냐?”
즉시 그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러하나이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그대는 사문이 되어 범행(梵行)을 닦아 행하려 하는구나.”
즉시 거사는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드니 마치 비구의 형상과 같았다.
부처님께서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의 법문을 설하시니, 4성제(聖諦)를 듣고 법의 눈이 깨끗해져서 수다원을 이루었다. 거듭 법문을 설하시어 교화하시니, 점차로 사다함과 아나함과를 얻었다.
이 밤을 지내고 나서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왕사성에 나아가 차례로 걸식을 하며 가다가, 마침내 제집에 이르러 문 밖에 서 있었다.
그때에 아내 묘색은 그의 남편이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출가하여 도를 닦는 것을 보고 곧 말하였다.
“마땅히 법으로써 나를 버리고 사문이 되어야 하오.”
찬택이 답하였다.
“너는 어제 법으로서 마땅히 내 옷 위에 부정한 것을 버리어 내 몸을 더럽혔어야 했느냐?”
묘색이 답하였다.
“당신은 비구가 되더니 곧잘 사람을 비방하는구려. 나는 친정집에서 당신네 집에 온 뒤로 아직 바깥문을 보지도 못했거늘, 하물며 대숲 동산에 나아가 저 대중 모인 가운데 이르렀겠소.”
그때에 비구가 묘색에게 말하였다.
“발난타가 내 옆에 있었는데 대중 가운데서 너를 내보내는 것을 보았다.”
때에 악마가 찬택을 따라다니다가 말하였다.
“네가 어제 본 이는 묘색이 아니라 그것은 변화로 만들어진 것으로 네 마음을 현혹케 한 것이니, 지금 다시 돌아와 오욕을 스스로 즐기라. 사문 구담은 너를 속였느니라.
그대는 지금 허망한 것이다. 사실은 비구가 아니다.
구담 사문은 늘 마치 지금 너를 속인 것과 같이 이러한 술법으로 많은 사람을 속여 출가하게 한다.”
찬택 비구는 참다운 법을 증득하였으므로 마군의 하는 수작인 줄 곧 깨닫고 악마에게 일러 말하였다.
“너도 변화요, 나도 변화요, 이 묘색 또한 다 변화로 된 것이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문은 모두 공(空)하여 환술과 같으니라.”
그때에 묘색은 이 법문을 듣고 곧 여러 법의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었다. 또 법의 눈이 청정함을 얻어 의심과 뉘우침을 털어버리고 남의 말을 따르지 않고 부처님 법 가운데서 두려움 없는 힘을 얻었다.
그는 찬택에게 일러 말하였다.
“하신 일, 매우 잘 하셨소.
능히 부처님 법에서 범행을 즐겨 닦으니 나도 또한 그 법에 출가하여 도를 위하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