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내량 돌미역 드릿대 채취어업 "국가종요어업유산 2020년 제8호>
@ 채취방법 ; 긴 대나무와 장대로 만든 틀잇대 끝에 살을 꽂아 바닷속에 집어넣어 미역을 감아서 채취하는 어업 @ 지정장소 : 견내량 해협( 거제시 광리마을(45가구)과 통영시 연기마을 (25가구) @ 구입처 ; 1상자당 4,1000원으로 일반 미역보다 2배비싸다( 수협이나 주변 마을에서 구입가능) @ 지역특성 : 견내량은 물살이 빨라 미역의 질이 좋다. 일반 미역은 갯가에서 채취하나 견내량 미역은 겨울이 아닌 여름에 수 확하며 수심4~7m에서 채취하기 때문에 맛이 뛰어나다
견내량은 경상남도 통영시 장평리와 거제시 사등면 덕호리 사이의 좁은 해협으로 길이가 약 3㎞에 폭은 약 180m에서 400m에 이른다. 한산대첩의 격전지이다. 1971년 거제대교가 만들어졌고, 1999년에는 신거제대교가 다시 놓였다. 진해만과 고성바다를 연결하는 바닷길이다. 이 길을 따라 남해의 많은 어패류가 산란과 서식을 위해 오가며, 부산과 진해와 마산과 고성을 오가는 여객선이나 고기잡이배들이 빈번하게 드나들던 곳이다. 한때는 부산에서 여수까지 오가는 배들도 견내량을 지났다. 고려시대 정중부의 난으로 의종이 통영에서 거제 폐왕성으로 귀향하며 건넜다 해서 ‘전하도’라고도 한다. 고성에서 거제로 들어오기 위해 꼭 건너야 하는 바다였다. 자연산 돌미역은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 그리고 제주 해안까지 섬과 연안에 많이 서식하는 해조류이다. 미역양식이 활발하기 전까지 돌미역은 이 어촌들의 대표적인 생계수단이었다. 미역이 서식하는 해양환경에 따라 채취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제주처럼 물질해서 채취하는 경우가 있고, 물이 빠진 갯바위에서 낫을 가지고 베는 곳도 있다. 또 울릉도나 강원, 경북처럼 수경을 이용해 물속에 있는 미역을 긴 장대에 낫을 묶어 베기도 한다. 통영 견내량에서는 독특하게 틀잇대를 이용해 미역을 채취한다. 조선총독부가 펴낸 『수산편람水産便覽』(1919)에는 미역채취 기술로 나잠裸潛, 간권竿捲, 권捲, 예채刈採, 예취刈取, 겸鎌, 권卷 등을 소개한다. 나잠은 물질을 해서 채취하는 것이며, 간권은 장대를 이용해 바닷속에 있는 미역을 틀어서 채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겸, 예채, 예취는 낫을 이용해 베는 것을 말한다.
이곳에서 장평리 연기마을과 덕호리 광리마을은 틀잇대를 이용해 미역을 채취한다. 틀잇대는 크게 손잡이, 몸대, 십자(틀잇살)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먼저 손잡이에 해당하는 부분은 50~60㎝ 길이로 직각에 가깝게 구부려 틀잇대를 돌리기 좋게 만든다. 몸대는 왕대나무로 이뤄져 있으며, 손잡이까지 포함해 전체 길이가 8m 정도이다. 미역을 감는 끝부분은 70㎝ 막대기에 엇갈리게 구멍을 뚫어 열십十자로 5㎝ 폭에 50㎝ 길이의 판자를 끼웠다. 틀잇대는 조류 반대 방향으로 집어넣는다. 견내량은 수심이 5~6m 정도이다. 바닥에 닿을 정도에서 틀잇대를 넣어 손잡이를 돌려 열십자를 이용해 미역을 감는다. 대여섯 바퀴 정도 돌리면 감긴 미역 양에 따라 묵직한 느낌이 손잡이를 통해 전달된다.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이동해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틀잇대를 들어 올린다. 먼저 뱃전에 툭툭 쳐서 바닷물을 털고 틀잇살 맨 아래 나무를 뽑고 남은 한 개도 뽑은 다음 미역을 대에서 밀어 털어낸다. 강원도에서도 소나무 장대 밑에 물푸레나무를 열십자로 달아 미역을 감아 올렸다고 한다. 깊지 않은 곳에서는 낫대로 베어서 채취하고 깊은 곳은 틀개로 감아서 채취하였다. 틀개를 사용하는 바다는 나중에 잠수부들이 그 작업을 대신하면서 틀개도 사라졌다.
미역채취는 물때와 관계없지만, 조류가 빠른 때는 힘들기에 피한다. 물때보다 중요한 것은 날씨이다. 채취한 돌미역을 하루 만에 충분히 말려야 색깔도 맛도 좋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오전에 미역을 채취한다. 보통 사흘 정도는 날씨가 좋아야 안심하고 미역을 채취할 수 있다. 건조 과정을 고려하지 않으면 채취해도 상품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틀잇대를 돌려서 미역을 채취하는 과정은 힘이 많이 드는 고된 일이다. 그래서 남자들이 채취하고 여자들은 건조 과정에 참여한다. 400년 전통의 견내량 미역은 2000년대 초반 위기를 겪기도 하였다. 서식처에서 미역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미역종묘를 이식하고 곰피 등 미역성 장을 방해하는 해초들을 제거하였다. 다행히 이후 미역이 견내량에 다시 서식하기 시작하였다. 미역채취 기간은 보름 정도이다. 미역밭 ‘보름 농사’로 나이가 많은 주민들은 일 년 생활비를 얻는다. 젊은 사람들과 달리 나이가 많은 분들은 미역을 팔아 생활비를 하고 손주들 용돈까지 주고 있다.
미역 생산에서 중요한 것은 채취가 아니라 건조이다. 이곳에서는 건조기를 이용해 기계로 말리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햇볕에 의지한다. 좋은 빛과 바람으로 한 번에 말려야 색깔이 좋다. 맛에는 차이가 없지만 얼룩이 지거나 색깔이 좋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꺼린다. 채취한 미역은 두 가지 형태로 건조한다. 미역틀에 얹어 가닥을 만들거나 한 줄기씩 말리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틀에 맞춰 말렸는데, 최근에는 한 가닥을 오롯이 줄에 걸어 말리기도 한다. 연기마을은 조상 대대로 양식보다는 채취어업에 의지하였다. 견내량 조류가 거칠고 수심이 깊지 않아 물때에 따라 변하는 바다 환경도 양식을 선택할 수 없었던 이유이다. 다행히 물목이 좋아 멀리 가지 않고 돔, 장어, 학꽁치, 볼락 그리고 미역·김·청각·톳 등 해조류, 개조개·바지락·전복 등 패류를 채취할 수 있었다. 양식어업이 본격화되기 전 통영은 어떤 어촌보다 부촌이었다. 좋은 미역밭을 가진 덕분에 미역만으로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통영사람들치고 아이를 낳고 연기 미역을 찾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덕분이다. 1930년대 미역채취 사진을 보면 노를 젓는 배에서 동력을 갖춘 배로 바뀌었을 뿐 원리는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 미역밭 외에 개조개와 바지락 등 패류도 많아 연기마을에 속하는 해간도 주변 바지락밭은 외지인에게 체험장으로 내주기도 하였다.
특징 및 의의
통영・거제 견내량 돌미역 채취어업은 2020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거제시와 통영시 경계를 지나는 견내량에 어울리게 두 지자체가 함께 유산에 등재시킨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육지와 달리 바다는 해양생태계 특성을 고려하면 경계 짓기가 어렵다. 한때 통영 연기마을과 거제 광리마을이 서로 미역밭을 둘러싸고 경계를 나누고 채취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광리마을 어민들이 연기마을 앞에서 채취하고, 연기마을 어민들이 광리마을 앞에 가서 미역을 뜯기도 한다. 미역채취 일정과 어장관리도 공동으로 하고 있다. 돌미역채취는 어촌계원들에게만 개방된 것이 아니라 마을주민이면 누구나 일정한 행사비만 내면 돌미역채취가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보통 자연산 돌미역밭은 사유화되었거나 특정인들이 독점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등재된 후 이곳 돌미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과 함께 지속가능한 미역밭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포장지를 개발하고, 판매장과 마을축제를 계획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한편 수온 상승과 함께 해조류 서식지가 훼손되고 있는 상황은 견내량도 예외가 아니다. 마을주민들은 물론 인근 지역사회의 생활폐수 유입을 막아야 하며, 미역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미역바위 잡초제거 등도 요구된다. 또 지금까지 해안에 걸대를 만들어 말리거나 바닥에 펼쳐서 말렸던 것도 개선해야 한다. 특히 견내량을 조망할 수 있는 마을이라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으며, 펜션과 카페 등도 늘어나고 있다. 또 해양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어 그만큼 돌미역 서식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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