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도로교통공단이 일본 등 선진국에서 고령 운전자 문제 해법으로 실시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주목받고 있다. 교육 수료자에겐 자동차보험 할인 혜택도 줘 신청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사진은 한 교육장에서 어르신들이 재교육 프로그램의 하나인 인지지각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
현대차, 복지관과 손잡고 재교육… 이천‧구례선 실버마크 도입
일본선 실버마크 차량을 위협하는 운전자에 벌금 부과해 효과
최근 고령 운전자 사고가 증가하는 가운데 도로교통공단과 지역 경찰서에서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재교육과 실버마크 부착을 제시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전년대비 3% 줄어든 반면 노인 운전자에 의한 사망자는 2011년 605명, 2012년 718명, 2013년 737명, 2014년 763명, 2015년 816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비슷한 문제를 겪는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해법을 통해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먼저 미국은 전미자동차협회 등과 손잡고 노인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활성화 했다. 호주는 80세 이상인 운전자가 매년 시력, 청력 등 각종 검사 결과가 담긴 증명서를 면허관리청에 제출하도록 했고 뉴질랜드에선 80세 이상 운전자는 2년 단위로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가장 적극적인 건 일본이다. 일본은 고령 운전자의 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고 1997년부터 70세 이상 노인 운전자를 대상으로 실버마크제를 도입했다. 실버마크를 부착한 차량을 위협할 정도로 옆에서 바짝 따라붙거나 추월하면 벌점과 벌금을 부과해 효과를 높였다. 또 7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인지기능검사와 동체·야간 시력 측정을 의무화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가장 앞장 서는 건 도로교통공단(이하 교통공단)이다. 교통공단은 지난해부터 교육을 이수하면 최대 5%까지 자동차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통공단 각 지부와 공단 산하 서울 도봉운전면허시험장과 부산 남부운전면허시험장 두 곳에서 진행되는 교육은 만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신청은 수시로 가능하고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1시에 각각 3시간 동안 교육이 진행된다. 공단 지부에서도 실시하고 있지만 면허시험장 보다 횟수는 적다. 신청자는 60대 후반부터 70대 초반이 가장 많다.
교육에 참석하면 맨 먼저 교통공단에서 개발한 인지지각검사(C패드)를 실시한다.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되고 속도 및 거리추정능력, 시공간 기억능력, 주의지속력 등 7가지 항목을 검사한다.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합격되지만 신청자들이 대부분 운전을 지속적으로 해와 현재까지 불합격을 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지지각검사 이후에는 운전 시 주의사항을 소개하는 동영상 강의가 이어진다. 이후에는 도로교통공단에서 파견한 전문가가 고령 운전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본인이 모르는 위험한 운전 습관 등을 교정하는 시간을 갖는다.
3시간에 걸친 교육이 끝나면 현장에서 바로 수료증이 발급된다. 도로교통공단과 보험사가 맺은 양해각서에 따라 이 수료증을 제출하면 자동차보험료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회사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 인하된 보험료를 적용받는다. 시험장에 마련된 팩스를 통해 각 보험사에 수료증을 보내 즉시 혜택을 받는 수료자들도 있다.
초창기에는 홍보 부족으로 신청자가 적었지만 현재는 교육 최대 인원인 8명을 채우고 있고 반응도 긍정적이다. 수료자들은 젊은 사람만큼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잘못된 습관도 고칠 수 있어 주변에 추천하기도 한다.
현대차그룹도 한국노인복지관협회와 손잡고 오는 3월부터 전국 20개 노인복지관을 통해 2400명을 대상으로 운전자 재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부산 남부면허시험장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주변의 걱정을 불식시키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어 재교육의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월 24일 시의회를 통해 조례까지 개정하며 실버마크(고령운전자 표시제) 배포에 나선 경기 이천시와 이천경찰서의 행보도 눈여겨볼만하다. 이천시는 관내 70세 이상 노인에게 실버마크를 의무적으로 배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통안전조례를 통과시켰고 이를 토대로 실버마크를 이천경찰서를 통해 배포할 예정이다.
이천시는 조례 개정 추진과 동시에 파출소를 통한 실버마크제 홍보를 진행했고 1월에는 공모를 통해 최종안을 확정했다. 이천시와 이천경찰서는 상반기 실버마크를 제작해 관내 5000여명의 노인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이천경찰서 관계자는 “스티커 제작과 함께 홍보를 통해 고령 운전자에 대한 배려의 움직임을 확산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