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선물
절기마다 잔치를 열기로 했다. 봄이면 화전놀이하고, 유두백중에는 농악놀이 하던 풍습이 사라지기 전에 절기 리듬을 따라 살고싶었다. 오만 채소 김밥 싸보려고 저마다 봄의 선물을 가져오시라 숙제를 내드렸다. 혹시나 안가져오실까봐 아침부터 쑥을 캤다. 쑥향기에 기뻐 둘러보니 수선화가 환하게 웃으며 "나 이제 피어났어~" 인사한다.
동네 사람 인심도 많아 쑥, 시금치, 동배추, 파 엄청 가져오셨다. 먹을거리 풍성해지니 최근 회관에 발길을 안하시던 아흔 넘은 어른들도 나오시고 아파서 몸져 누웠던 분도 조심조심 나오신다.
역할분담 안해도 동네 일은 저마다 한몫씩 하서서 어느새 상이 차려진다.
척척 김밥을 말거라 생각했는데 어리둥절해 하셔서 여쭈니 80세 넘은 분 중에는 처음 싸본 분이 많았다.
조신하게 앉아 어르신들에게 김밥싸는 법을 가르쳐드렸다. 내가 이렇게 조신하다는 사실을 그 누가 알까?
"우리 이장 최고다~!" 엄지척 해 주셔서 한분한분 마음 보태 주셔서 풍성했다고 일일이 감사를 전했다.
자연의 리듬을 따라 철을 알고 살고 싶어 벌인 일이 잔치를 만드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