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의 시멘트 모서리에 있는 힘껏 부딪힌 순간 내 다리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다행히 뼈는 안 상했지만 종아리의 온 근육과 모세혈관이 찢어지고 터져버린 것이다. 남편은 너무 놀라서 당장 병원에 가서 고인 피를 빼내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되도록 병원 치료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 현대 의학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여러 차례 느낀 바 있기 때문이다. 남편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때는 내가 너무 걱정되어 그랬을 것이다.
집에 있는 에센셜오일 가이드북에서 ‘멍’ 섹션을 찾아보았다. 모세혈관 파열에는 제라늄과 사이프러스, 부종에는 자몽과 레몬그라스 등을 쓰라고 되어 있었다. 근육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는 딥블루를 계속 도포하면서 제라늄과 레몬그라스, 자몽 오일을 매일 번갈아 환부에 발랐다. 레몬그라스는 혈액 순환을 촉진해주고 자몽은 근육에 쌓인 노폐물 배출을 도와준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다리 전체에 시커멓게 착색된 것만 같았던 멍이 눈에 띠게 감소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