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자전거길의 최신판
산악, 전원, 들판, 도시가 어우러진 백화점 코스
오천 자전거길은 코스가 지나는 길목에 쌍천, 달천, 성황천, 보강천, 미호천 등 다섯 하천이 있어 ‘오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남한강과 낙동강 자전거길을 연결하는 새재길 중간지대인 괴산에서 시작해 금강 자전거길을 끼고 있는 세종시를 연결한다. 하지만 오천길은 단순한 연결구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답고 다채로운 풍광을 갖춘, 존재감 높은 길이다
글·사진 김병훈(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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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원랩(one lap) 코리아’ 코스가 착착 열리고 있다.
섬진강을 포함해 5대강 자전거길이 열렸지만 강 별로 동떨어져 있어 서로 연계되지 않는 것이 큰 아쉬움이었다. 이들 강변길을 하나로 묶는다면 강변길을 따라서만 전국일주가 가능하다. 한강과 낙동강은 새재길로 연결되었지만 금강, 영산강, 섬진강은 각자 동떨어져 있었다. 그러다 작년 말 새재길과 금강을 연결하는 오천(五川) 자전거길이 개통되면서 금강도 한강~새재길~낙동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네트워크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예산과 관심 부족으로 채 20㎞도 되지 않는 영산강~섬진강 연결구간은 진척이 지지부진하고, 금강~영산강 연결구간과 섬진강~낙동강 연결구간은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고성에서 부산까지 장장 720㎞를 잇는 동해안 자전거길과 제주 일주 자전거길도 미뤄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천길이 얼마나 중요하고 고마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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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에서 세종까지 100㎞
서울에서 출발해 남한강을 거쳐 세종시로 간다면 충주에서 요도천을 따라 음성읍~증평읍~미호천 방면이 보다 빠른 길이다. 본지에 ‘한국의 강둑길’을 연재하는 조용연 씨도 오천길이 개통되기 전, 이 구간으로 코스를 소개한 적이 있다(본지 2013년 5월호 참조). 그럼에도 충주의 요도천 분기점에서 40㎞나 더 내려간 괴산 연풍에서 오천길이 시작된 데는 이유가 있다. 괴산군이 지역 내 자전거도로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새재길~금강 연결구간의 출발점도 괴산군으로 확정된 것이다.
오천길의 존재감은 다소 역설적이다. 일대는 원래 특별한 이미지나 특징이 없는 지역이다. 괴산을 비롯해 증평, 청원, 조치원 등지는 외지인들에게 인상적인 각인을 남기지 않는, 평범한 시골지역이다. 그나마 조치원은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하면서 졸지에 세종시로 편입되었지만 급속도로 조성된 ‘공무원의 도시’ 세종시의 존재감도 특별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존재감 없는 지역을 지나는 이 길은, 그러나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풍경들을 구슬을 꿰듯 연결하면서 오히려 개성과 매력을 더하는 역설의 효과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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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을 최소화한 ‘전원 친화적’ 코스
‘비용 최소’ ‘인공 최소.’ 오천길의 미덕은 인공적인 공사를 극도로 줄여 기존의 도로와 농로, 둑길을 최대한 활용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나 보행자의 간섭을 받지 않는, 오직 자전거만의 배타적인 공간으로서는 다소 미흡하다.
그러나 궤도를 따라 달리듯 선택의 여지없는 수동적인 여정이라기보다 전원풍경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코스의 출발점은 새재길 이화령의 초입인 괴산군 연풍면 행촌교차로. 한동안 기존도로(구 34번 국도)를 따라가지만 괴산~연풍 간에 새 길이 뚫려 차량 통행이 드물어서 자전거길로 전세 낸 것만 같다. 일반도로 구간은 갓길 바닥에 파란색 라인과 자전거 표시를 주기적으로 해놓아 코스를 알려준다.
괴산읍을 지나 증평으로 진입하는 모래재(228m)까지는 골짜기마다 작은 마을이 깃들어 있고 들판은 손바닥만한 산간지대다. 모래재는 오천길에서 가장 높고 힘든 구간이지만 괴산 방면에서는 고도차가 크지 않아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다.
모래재를 넘어 내리막을 질주하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넓은 들판이 드러나고 산들은 저만치 한발 물러선다. 그동안 산간계곡의 도로와 농로를 주로 달렸다면 지금부터는 보강천을 따라가는 둑방길이다.
증평읍내를 지나면 길은 전형적인 4대강길처럼 장대한 둑길이다. 멀리 고층아파트 단지가 삐죽이 솟아나고 산업단지 조성이 한창인 오창읍으로 들어서면 물길은 미호천으로 이름이 바뀐다. 들판은 한층 더 넓어지고 갑자기 전투기의 굉음이 귀와 하늘을 가른다. 코스 바로 옆에 군용 비행장을 겸한 청주국제공항에서 한창 F-15 전투기들이 이착륙 훈련을 한다. 에어쇼와 다름없는 장관을 잠시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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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둑길 또 둑길
청주시내를 흘러온 무심천이 합류하기 직전, 강변에는 장방형의 청주정북동토성이 잘 보존되어 있다. 한 변 170m 정도의 소규모인데, 차례로 백제와 신라의 거점이던 청주 상당산성에서 고구려 방면의 북쪽을 감시하는 전초기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천길은 무심천으로 살짝 들어갔다가 돌아나와 미호천을 따라 계속 남하한다. 마치 대평원을 지나듯 들판 사이를 곧게 가로지르는 길은 이제부터 둑에서 내려와 둔치로 나 있다. 이윽고 예술적 감각이 느껴지는 미호대교와 경부선과 호남선이 갈라지는 KTX 철교 아래를 지나면 조치원읍에서 흘러온 조천을 만난다. 그대로 미호천을 따라 남하하면 신기루처럼 들어선 세종시로 접어든다.
미호천은 세종시 동쪽을 흐르지만, 세종시 조성이 마무리되면 서울 한강처럼 시내 한 가운데를 흐르게 된다. 조성습지공원을 거쳐 이제 조금만 더 내려가면 미호천과 금강이 합류하는 합강공원이다. 합강정에 올라 주변 풍경을 보며 여정을 정리하면 250리 오천길이 마무리된다.
4월의 오천길은 온통 ‘벚꽃길’이다. 띄엄띄엄 하긴 하지만 장대한 벚꽃길이 곳곳에 조성되어 있어 감탄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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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부지런하면 당일투어도 충분하겠습니다. 요기는 4월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