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산악회
(제706차) 정기산행
2010년 8월 28일 토요일 (무박)
날씨: 흐리고 비
산행지: 강원 양양 설악산 (해발 1.708m)
산행코스: (25km/ 13시간 산행)
한계령-서북능선-끝청-중청-대청봉-소청- 소청산장-봉정암-수렴동계곡-영시암-백담사-용대리
참석인원: 67명
설악산- 산은 도달이 아닌 늘 걸어가는 것.
8월 마지막 주.
무박산행으로 여름의 끝자락을 장식한다.
거역할 수 없는 세월의 흐름 앞에.
곧 다가을 가을을 기다리며.
여름을 보내고 가을맞이를 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가을이 오면.
달라지고 깊어지는 가을산의 풍경을 마음껏 느끼며.
행복한 시간 보낼 수 있길.
산꾼이라면.
누구나 가슴 설레이는 추억 하나쯤 간직하고 있을 법한 산.
"설악"
설악산은 지리산과 더불어 산꾼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이다.
토요무박으로 설악을 찾는다.
설악은 크게 내설악. 외설악. 남설악으로 구분한다.
주봉인 대청봉을 중심으로.
북서쪽에 자리한 인제 지역을 내설악.
동쪽 동해에 인접한 속초시 일대를 외설악.
남쪽 양양지역을 통상적으로 남설악 으로 부른다.
특징.
내설악은 수렴동 계곡과 백담사 계곡 등 빼어난 계곡과 산세로 절경을 이룬다.
외설악은 천불동 계곡과 국내 최장 토왕폭포 등.
기암절벽과 폭포가 아름답고 접근이 쉬워 많은 탐방객들이 즐겨 찾는다
남설악은 오색코스를 통해 대청봉을 가장 짧은 거리로 오를 수 있다.
한계령 어둠을 뚫고 산우님들과 함께 내딛는 한 걸음.
구리산악회 정기산행지로 강원도 양양 남설악 탐방길에 나선다.
산행 당일 비 예보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71명) 신청에 취소 (3명)
(총 67명) 인원을 확정하고 목적지로 향한다.
춘천 고속도로 진입.
홍천나들목 진출 후 국도진입
화양동 휴게소 (10분) 휴식.
인제 원통 경유 한계령삼거리 "설악쉼터" 도착.
한계령 입산 시간 (새벽 3시)
쪽잠을 청하며 대기한다.
한계령 도착.
한계령에서 어둠과 마주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하루의 긴장감이 엄습해 오는 설레임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이곳에서 계속 머무를 수는 없다.
새벽이 가면 아침이 오듯이.
랜턴을 밝히며 설악의 품속으로 들어서야 한다.
아무리 날씨가 실망스러워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산을 오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외설악 침봉들이 칠흑같은 어둠에 싸여 있다.
구비구비 굽이진 한계령 길.
휘감으며 이어지는 한계령 길.
채 넘지 못한 운무도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다.
짙은 운무가 몰고 온 축축하고 습한 바람.
그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한기마저 느껴지게 만든다.
단체 인증샷을 남기고 헤드렌턴을 켰다.
짙은 어둠이 허물어지면서 갈 길을 환하게 비춘다.
한계령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설악루" 가 반긴다.
한계령 탐방지원센터를 들머리로 산길을 열어간다.
구름에 가린 산 아래 풍경이 아쉽더라.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순 없다.
사람 역시 자연의 일부일 뿐.
혹시 모를 우중산행 대비 장비를 점검하고 거친 산을 오른다.
그 열정에 대한 보답인지.
다행이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시작부터 높은 습도와 가파른 된비알로 거친숨을 몰아쉰다.
서늘한 바람에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이 느껴진다.
산이 운무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면.
산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아름다운 설악에서.
나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내 자신이 "산"인지 "구름"인지.
지금 걷고 있는 우리가 "산"인지 "구름"인지.
운무속을 걷는기분.
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친다.
7부 능선진입.
길은 급격히 고도를 낮추며 내려서고.
이내 평이한 길로 이어진다.
걷기 좋은 길이 잠시.
이내 치고 올라가야 하는 봉우리가 나타난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산 길.
랜턴 불빛에 의지한 채 거친 된비알을 오른다.
서북능선 삼거리에 접속한다.
오르면서 운무 걷힌 풍광을 살짝 기대했지만.
운무에 휩쌓인 능선은 주변 조망을 허락하지 않는다.
진행방향 우측 끝청 방향으로 진행한다.
선두팀 알바.
선두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무전교신) 좌측 귀떼기청봉 방향 진행.
급히 역방향 진행을 당부하고.
서북능선 산길을 이어간다.
어느새 함박웃음을 보이며 후미팀을 추월해 나가는 선두팀.
응원과 격려를 보내며 끝청을 향해 함께 걷는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운무에 가린 능선을 걸으면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설악의 품속을 걷는 기분 만큼은.
그 무엇과도 비교 될 수 없는 뿌듯함을 안겨준다.
능선상에 우뚝 솟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쏟아지는 졸음에 몸은 천근만근.
도착할 듯 멀어지는 대청봉은 발걸음을 더욱 더디게 만들었다.
끝청에 올라 설악의 바람을 맞으며 내설악의 풍경을 그려본다.
비록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서북능선 끝에 우뚝 솟은 대청봉 오를 생각에.
마음은 설렘으로 두근거리고 몸은 날아갈 듯 가볍다.
끝청을 내려서서 중청으로 향한다.
중청산장을 지나고 잰걸음으로 올라선 대청봉.
설악이 설악산 다운 이유는.
대자연의 경이로움 속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힘들게 산을 올라야 했기 때문은 아닐까.
일렁이는 감동을 가눌 수 없다.
오래도록 지난온 산길을 바라본다.
대청봉 인증샷.
중청산장으로 내려서는 순간.
저만치 들려오는 소리.
"나가왔어"
여여 산우님 열정 담긴 목청이 들린다.
설악 대청봉이 처음이라고.
김상석 여여님 부부.
배창운 박옥란 부부.
최원배 이금자 부부.
부부 산우님들 추가 인증샷.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 중청산장으로 내려선다.
중청산장 아침식사.
아침간식을 마치고.
이정목을 따라 소청산장으로 내려선다.
찰나의 순간.
짙은 운무가 살짝 걷히고.
내설악의 장엄한 풍광이 펼쳐진다.
눈앞에 펼쳐지는 공룡능선.
우뚝우뚝 이웃한 용아장성.
외설악 천불동 계곡 너머 울산암이 어우러지고.
한 폭의 그림같은 풍광에 탄성이 절로 터진다.
소청을 뒤로하고 도착한 봉정암.
(해발 1.223m) 에 위치한 5대 적멸 보궁 중 한 곳.
불교가 전래된 이후.
이 땅의 무수한 불교 문화를 빛어내며 민초들의 쓰라린 고통을 보듬어왔다.
어두운 밤이면 산중 곳곳에 밝혀진 촛불이 별처럼 은은했고.
누군가의 염원이 담긴 향불은 밤새 꺼질 줄 몰랐다.
그 수많은 세월이 만들어준 불교 문화의 중심에 설악이 있다.
설악산의 조용한 사찰과 암자를 찾아가는 일은.
무거운 가슴으로 산을 오른 이에게 이 계절 그윽한 바람이 되어 줄 것이다.
불심 깊은 보살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하산길을 재촉한다.
점점 가까이 들리는 청아한 계곡 물소리가.
긴 산행 점점 무뎌져 가는 발걸음에 힘을 실어준다.
억겁의 세월에 걸쳐 만들어 놓은 수렴동 계곡.
암반은 기기묘묘한 자태로 도열해 있는 듯 하고.
맑다 못해 옥빛을 띤 계곡물이 암반을 타고 쉴새없이 흘러내린다.
올 여름 마지막 계곡 알탕.
계곡의 시원함을 만끽하며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낸다.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영시암에 도착한다.
암자 제공 녹두죽 보시로 부족한 체력을 보충하고 백담사로 향한다.
산책로 같은 산길.
우려했던 비가 내린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채 거침없이 쏟아진다.
산행 끝무렵 만난 비.
그마마 다행이라 여기고.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백담사입구에 닿는다.
문제 발생.
도로 유실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
백담사 입구 셔틀버스 운행중단.
3.5 km 중간 임시 정류장까지 도보이동.
셔틀버스 이용 용대리 백담사입구 도착.
무박 설악 일정을 마무리 하면서.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 분의 낙오자 없이.
무탈하게 산행을 마무리 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산우들과 탁배기 한 잔 나누며 설악 일정을 마무리 합니다.
결코 짧지 않은 25km 설악 탐방길.
산행 주관에 애쓰신 이인권 회장님.
길을 열어주신 선두 대장님.
묵묵히 후미를 챙겨주신 후미 대장님.
집행부 임원진 수고 덕분에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회원님들 산행동참과 진행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설악의 충만한 기운을 떠올리며.
새로운 한 주 멋지게 열어가시길 바랍니다.
다음주 속리산 (상학봉-묘봉) 산행도.
많은 회원분들과 함박웃음으로 뵙길 바랍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독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