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씨네마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은 기택님과 함께 강냉이 넣을 용기 찾으러 다녔습니다.
지난 번 갔던 마트에는 적절한 게 없어,
봉천역 근처로 이동했습니다.
3주간 가장 멀리 이동한 날이었습니다.
기택님은 어제와 같이 연신 “거기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데” 하셨습니다.
구씨네마 준비하며 처음 가보시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15분 정도 걸어 도착했습니다.
진열된 다양한 제품에 조금 놀란 기색이셨습니다.
포장 코너를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기택님 눈에 띈 포장 봉투 하나,
이걸로 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팝콘 봉투보다 더 튼튼하고 예쁜 포장 케이스였습니다.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기택님이 고르신 것으로 정했습니다.
기택님 돈으로, 기택님의 것 마련하는 것이니까요.
수량도 직접 생각해서 고르셨습니다.
“하나에 두 개 씩 들어가 있으니까 …”
“이 정도면 될까요?”
(끄덕)
포장 용기 사고, 이리저리 둘러보았습니다.
게임도구 코너에 멈춰 잠시 구경하고 계산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오늘 간 마트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셀프 계산대입니다.
셀프 계산대 보시자마자 주춤 하셨습니다.
이번에도 “한 번도 안해봤는데” 하셨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점원분들 안 계신다고,
이걸로 할 수 밖에 없다 말씀드리니 주저하시며 앞에 서셨습니다.
‘시작’ 버튼 누르고 카드 삽입까지 순조로웠습니다.
다음은 QR 코드 찍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기택님이 직접 하실 수 있도록 저는 옆에서 물건 들어드리기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조준이 서툴러 찍히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시도를 반복, 옆에 계셨던 직원분이 답답하셨던 듯
직접 시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대신 해주려 하시기에, 저희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기택님, 여기 맞춰서 찍으면 될 거 같은데요”
“안 되는데”
어쩌다 한 번 성공하셨습니다.
이 경험 바탕으로 다른 물건들도 QR 코드 찍기 마치셨습니다.
오늘도 예기치 못하게 새로운 경험 함께 해보았습니다.
“저거 (QR 코드가) 너무 작아서 잘 안돼요”
“그러니까요. 그래도 기택님이 하셨잖아요”
나와서는 직접 계산 마치신 영수증 들여다보셨습니다.
얼마 결제되었는지는 잘 모르셨지만, 하다보면 알게 되시겠지요.
앞으로도 이런 구실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마트 가보기, 물건 고르기,
그리고 오늘은 셀프 계산까지 마치셨습니다.
구씨네마 준비하며 계획에도 없던 과업들 해보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구씨네마 이야기를 계속 하셨습니다.
어르신들 위해 녹차 준비하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들은 커피 안 마시잖아요. 녹차면 될 것 같은데”
카페에도 차 종류가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재차 녹차 티백을 말씀하시기에 일단 당사자님 뜻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복지관에 돌아와서는 숨 돌릴 겸 게임 한 판 했습니다.
오늘은 돌아가며 젠가 블럭 빼기를 했습니다.
기택님은 가장 위험해보이는 블럭을 빼내는 기지 보여주셨습니다.
“아 뭐야 ~ 이렇게 하실 거에요?”
앓는 소리하니 그저 웃기만 하셨습니다.
쉽게 무너져 게임을 오래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즐거워보이셨습니다.
함께함의 즐거움 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는 옆에 놓인 활 쏘기를 해봤습니다.
와이퍼로 화살을 쏘아야 하는 열악한 환경,
기택님께서는 단 번에 과녁 정중앙을 맞추셨습니다.
일동 감탄했습니다.
“우와 이거 어떻게 하셨어요? 그동안 한 명도 못 맞췄는데”
“그냥, 이렇게 했어요”
우쭐해하셨습니다
게임 마치고 구씨네마 이야기 하면서도 갑자기 활 쏘기 이야기하셨습니다.
“저거 10점 한 명도 못 맞췄어요?”
자랑스러우셨던 모양입니다.
어제오늘 게임 통해 구기택님과 더 가까워졌습니다.
보다 일찍 같이 해볼걸, 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게임들을 마치고, 사왔던 종이 용기 함께 접어보았습니다.
마무리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곧잘 만들어주셨습니다.
마트 다녀오시면서 말씀하셨던 녹차 관련해서는,
메뉴판을 만들어 관객들이 원하는 음료 표시하기로 했습니다.
기택님의 아이디어입니다.
“커피랑 녹차 중에 물어봐서 하면 돼요”
“오~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이게 제 아이디어”
본인 생각이라며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이전같으면 그저 웃어넘기셨을테지만,
오늘은 넌지시 본인 아이디어임을 강조하셨습니다.
기택님 말투에 장난기가 묻어났습니다.
카페 안에서는 상영 중에 음료를 마실 수 없어,
주문하신 음료는 관객들 나가실 때 드리고 물 하나씩 놓기로 했습니다.
구기택님께 안내 멘트 부탁드렸습니다.
“기택님, 저희 그럼 인사 말고도 물 하나씩 드시라고 관객분들께 말씀해주실 수 있으세요?”
“할 수 있죠”
자신만만하게 답하셨습니다.
김송지 어르신댁 찾아뵈었을 때 물러서시던 모습 떠올라,
미리 대본 써볼 것 부탁드리니 괜찮다 하셨습니다.
사실 지난 번에도 상영 시작 전 멘트 미리 준비해보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때도 괜찮다 하셨습니다.
계속 괜찮다 하시니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이지만, 일단 당사자님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내일이면 구씨네마입니다.
기대되는 만큼 걱정도 큽니다.
하지만 어떻게 되어도 ‘구씨네마’, 소박하게 해보기로 마음 먹었으니
밀고 나가보려 합니다.
-
마트에서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셨던 순간,
젠가 게임하며 크게 웃으셨던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둘 다 영화를 보는 것과는 관련 없는 일입니다.
남들은 이게 영화제 준비랑 무슨 상관이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구씨네마의 목적은 구기택님이 ‘영화보기’가 아니라
구기택님이 주인되기, 어울려 살기입니다.
결국 이 모든 게 구씨네마 준비과정입니다.
셀프 계산대 이용하여 본인이 필요한 물건 직접 사보기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게임하며 크게 웃어보고 자랑도 해보기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이게 바로 삶의 주인으로서 어울려 사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영화와는 별 상관없지만, 이게 바로 구씨네마 준비 과정인 것 같습니다.
어느덧 구씨네마 내일입니다.
처음 상상했던 것과 조금 다른 그림이 될 것 같습니다.
멋진 준비 멘트나 멋진 옷도,
좌석을 가득 매운 관객도 바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치만 구씨네마는 이제 첫 걸음입니다.
벌써부터 “다음에는~” 이라 말하시는 기택님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간 보았던 기택님 모습 통해 그 다음 기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첫 질문과 첫 제안에 감사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것들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지금은 농담처럼 자랑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 되었습니다.
오늘 기택님은 구씨네마 이야기 마친 이후에도 자리를 쉽게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1시 가까워진 시간이라 점심 드셔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씀 드렸는데,
무언가 아쉬우신 듯 계속해서 말을 붙이셨습니다.
이전같으면 바로 가신다고 하셨을텐데요.
저희와 보내는 시간 진심으로 즐거워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멀리 온 것 같습니다.
한 발자국씩 걸어 온 지금, 뒤돌아보니 그 처음이 멀게도 느껴집니다.
동시에 당사자님의 앞에는 더 긴 길이 놓여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구씨네마 시작으로 구기택님의 삶이 한 뼘 더 넓어질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기택님에게, 계속해서 다음을 기약하고 싶은 일들이 늘어나길 바라게 됩니다.
첫댓글 구씨네마 준비과정에서 기택님이 하신 일들이 점점 많아졌네요.
선생님들이 열심히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마음을 아신듯 합니다.
관객들을 생각하며 준비하시는 기택님. 이제는 완전히 구씨네마의 주인이 되셨네요~^^
내일 디데이 응원합니다~
구씨네마 화이팅! :)
눈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