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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박인호 |
축구인헌장 1.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Make every effort to play good football.) 아무것도 모를 때인 초등학교 3학년 어린 나이. 드디어 축구를 정식으로 배웠다. 그 때는 축구가 마냥 좋았다. 공을 가지고 노는 게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다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면 바로 운동장으로 공을 차러 나갔다. 축구는 내 인생의 전부였고, 자나 깨나 축구 생각 뿐일 정도로 축구에 빠졌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자 축구부에서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시합을 했다. 무척 긴장했기 때문에 실수도 많이 했지만 그것조차 너무 즐거웠다. 그러다 가끔 경기에서 지면 너무 아쉬웠다. 다시 경기를 하고 싶을 만큼 지는 게 너무 싫었다. 초등학교 때는 무조건 내가 잘하고 골도 제일 많이 넣어서 우리 팀이 이겼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했다. 중학생이 되었다. 경기에서 지고 난 후 선생님한테 혼나고 맞는 형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고 나서 다음 경기는 꼭 이기려고 남들 운동 쉬는 시간에 밖에 나와 땀 흘리며 운동하는 형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꼈다. '축구로 성공하려면, 승리하려면, 이기려면 남들과 같이 해선 안 된다. 팀 동료도 곧 경쟁 상대다.' 그 후로 힘든 걸 참고 억지로라도 개인 운동을 나갈 수 있을 때면 항상 나갔다. 남들처럼 놀고 싶고, 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적어도 시합에서 지거나 맞기 싫었다. 중학교 3학년 때 1년 동안 5승 정도 했다. 미친 듯이 답답했고 어이가 없었다. 남보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왜 이 모양인지, 내 경기 내용은 왜 항상 내 실력의 반도 나오지 않는 건지, 급기야 축구를 그만두려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웃으시며 날 설득시키셨다. 생각해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축구. 이것 하나 뿐이었다. 더 독한 마음으로 축구를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시즌 초반 내 동료 친구들은 형들 시합에 교체되어 들어가는데, 난 항상 밖에서 몸만 풀다가 짐을 싸서 돌아갔다. 내 친구들은 물론 후배들 얼굴도 볼 수 없을 만큼 너무 창피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늘 아들이 경기를 뛸까봐 시합장에 오시는 아버지에게 너무 죄송했다. 나도 경기가 끝나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 밖으로 걸어 나오고 싶었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겠지만 난 그게 꿈 같은 것이었다. 이것 밖에 안 되는 아들이어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더 독해질 수 있는,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더 미친 듯이 운동했고,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기도했다. 결국 시즌 중반쯤부터 기회가 왔고, 그 이후로는 거의 매번 경기에 투입되었다. 그해 여름 전국 대회에서 준우승이란 성적을 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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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시절 아버지와 함께 |
결승전이 끝나고 유니폼을 입은 상태로 부모님들에게 인사를 하러갔다. 저기 멀리서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나왔다. 경기를 잘하진 않았지만 형들 시합에서 꼭 경기가 끝나고 유니폼을 입고 나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 모습을 결승전에서 보여드리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도 성적은 내지 못했지만 주말리그, 전국대회 등의 모든 정식게임을 풀타임으로 뛰었다. 축구란 내 인생의 전부다. 목표를 이룰 것이며, 만약 못 이룰지라도 항상 축구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 훈련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치고 올라온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힘들더라도 훈련을 해야 한다.' 앞으로 나는 축구를 정말 즐기고 싶다. 아버지께서는 항상 나에게 부족한 점을 말씀해주신다. 그게 너무 듣기 싫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아버지는 나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크신 분이시다. 항상 개인운동을 나간다. 새벽에는 너무 졸립고, 저녁에는 TV를 보고 싶고 여자 친구도 만나고 싶다. 하지만 개인운동을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승리, 남들을 이기기 위해서도 맞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개인운동을 하면서 흘리는 땀 때문에 젖은 유니폼을 볼 때면 개운하고 기분이 좋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에게 보답하는 것 같다고 할까? 그런 느낌을 받는다. 시간이 흘러 나와 같이 공을 차던 선수들과 선생님들의 기억 속에, 공을 정말 잘 찼던 선수보다는 정말 최선을 다하던 선수, 정말 성실한 선수, 축구를 즐기던 선수로 남고 싶다. 글=박인호(20세, 경기도 군포시, 전 배재고) * 대한축구협회 기술정책 보고서인 'KFA 리포트' 2011년 6월호 '축구인헌장 이야기' 코너에 실린 칼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