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이시돌 자연 피정 파견미사를 봉헌하러 성 글라라 수녀원으로 향하는 아침이 고요하게 다가온다. 조용한 시골길을 걷는 이들의 발자국 소리만 타박타박 들려올 뿐이다. 겨울순례 때 공사 중이었는데 완공되어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다. 제대를 장식한 꽃들에게서 수녀님들의 사랑스런 손길이 느껴진다.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미사이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강조하시는 말씀을 새기며 오늘은 피정 마지막 코스인 김대건 순례길(수월봉~용수성지~김대건 신부님 표착기념관)을 따라 가는 여정이다. 여느 때처럼 수녀님 세분과 봉사하시는 형제 자매님들이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며 미소까지 지으신다. 바다를 끼고서 아름다운 길을 걷노라면 화산재 절벽이 반겨주고 있고 벼랑 곳곳에서 샘솟아 나오는 "녹고의 눈물" 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한 약초를 캐려 절벽을 오르다 떨어져 죽은 누이 수월이를 애도하는 동생 녹고의 슬픈 눈물이 절벽에서 흘러나온다는 애달픈 전설이 있는 곳도 만난다. 태평양전쟁 당시에 일본군이 만든 갱도진지, 갱도에서 바다로 직접 발진하여 미군 전함을 공격하는 자살 특공용 보트와 탄약이 보관되었던 곳도 보인다. 날씨가 좋아 머얼리 한라산도 보이고 바다한가운데 노란 등대가 반짝 빛나고 있는 제주도의 해변은 정말 아름답다. 햇볕이 따가웠지만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어 순례하기에는 안성마춤이다. 장시간 걸어 조금은 지친 몸으로 김대건신부님 표착기념관 성당에 안긴다. 말도 생각도 없이 눈을 감고 한참을 앉아 있는데 야옹 안젤라가 불러 나가보니 떠날 시간이 되었나 보다. 점심식사 후 평화의 인사를 돌아가며 나누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어 그분의 귀한 자녀로서 사랑해야 될 의무를 지닌 형제 자매들이 피정동안 받은 은혜를 이제는 돌아가서 나누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보리빵과 이시돌 목장 우유를 뇌물로 주면서 이시돌 피정이 좋았으면 좋았다고 얘기해 주고 그렇지 않았으면 말을 아껴주었으면 고맙겠다는 진행자의 말에 한바탕 마지막 웃음이 강당에 울려 퍼진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3일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표정, 발 디딜 곳이 없다. 비행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쇼핑을 하고 있는데 인천도착!!!이라는 남편의 카톡을 받는데 기쁨이 메시지에 묻어난다. 메르스 영향으로 매출이 줄었는지 가게마다 대박세일!!! 웬 횡재하며 못다한 쇼핑을 하면서 나누어 줄 사람들을 생각하니 즐겁다. 기쁨은 나누면 배로 커지고 슬픔은 나누면 배로 작아지는 진리를 안고 피정 시작 때의 목표 “묵은 마음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하자!”를 매순간 잊지 않고 점검하며 잘 살아내는 일을 남겨 두고 있다. 피정을 함께 한 형제 자매님들안에서 주님을 만나게 해 주신 주님...찬미와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아멘!!!
첫댓글 혼자만의 피정 속에서 분명 세꿀라를 발견 하셨으리라 믿습니다...엘리 형님 화이팅...수사모 화이팅...
순례때 간절히 기도한 것들이 잘 이루어지길 기억하겠습니다.
먼훗날 그날을 위하여...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