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제임스 본드

[정암 김승제]

* 우표지 5월호에 게재할 예정이었던 원고입니다.

필자의 학창시절에는 취미 중 영화가 으뜸이어서 1년에 한 번 있었던 단체관람 날은 다들 마음이 들뜨곤 했었다. 물론 수업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007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것이 1965년(부산 광복동 동아극장, 위기일발)이었으니 최근에 본 것까지 따지면 50년 동안 이 시리즈와 평생을 같이 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이외에도 1979년부터 2007년까지 28년간 6편 상영된 『에어리언』 시리즈와 2000년대 10년간 제작된 『해리 포터』 시리즈도 있다.)

[그림 1] 이안 플레밍 탄신 100년 기념(영국, 2008)
(좌상부터 : 카지노 로얄, 닥터 노, 골드 핑거 /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포 유어 아이즈 온리, 위기일발)

작가이자 기자였던 이언 랭커스터 플레밍(Ian Lancaster Fleming, 1908.5.28~1964.8.12, 영국)의 007 시리즈는 전 세계에 1억 부 이상 팔렸다.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시리즈 소설 『카지노 로얄』(1953년)을 시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2권, 사후에 출간된 1편과 미완성 작품 1편 등 총 14편을 썼다. 그는 자메이카에 있는 별장 '골든아이'에서 본드 시리즈를 집필했는데 제임스 본드라는 이름은 당시 플레밍이 보았던 조류 관련 서적 『서인도제도의 새들』의 저자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소설이 영화화되어 크게 히트하자 저자와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모험을 하는 『치티치티 뱅뱅(Chitty Chitty Bang Bang)』이라는 동화를 쓰기도 하였다.

[그림 2] 가장 인상 깊은 장면 (도미니카, 1996)

▣ 이언 플레밍의 007 소설과 영화

연도	제 목	영화 제작년도	감독 및 주연
1953년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2006년	마틴 캠벨 다니엘 크레이그
1954년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	1973년	가이 해밀턴 로저 무어
1955년	문레이커(Moonraker)	1979년	루이스 길버트 로저 무어
1956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	1971년	가이 해밀턴 숀 코너리
1957년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	1963년	테렌스 영 숀 코너리
1958년	살인번호(Dr. No)	1962년	테렌스 영 숀 코너리
1959년	골드핑거(Goldfinger)	1964년	가이 해밀턴 숀 코너리
1960년	포 유어 아이즈 온리(For Your Eyes Only)	1981년	존 글렌 로저 무어
1961년	썬더볼 작전(Thunderball)	1965년	테렌스 영 숀 코너리
1962년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	1977년	루이스 길버트 로저 무어
1963년	여왕 폐하 대작전(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1969년	피터 헌트 조지 라젠비
1964년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	1967년	루이스 길버트 숀 코너리
1965년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	1974년	가이 해밀턴 로저 무어
1966년	옥토퍼시와 리빙 데이라이트 (Octopussy and The Living Daylights) ※ 2개로 나뉘어 영화화되었음.	1983년	존 글렌 로저 무어
		1987년	존 글렌 티모시 달튼

아래의 두 편은 번외 시리즈임.

카지노 로얄(Casino Royal)	1967년	발 게스트 외 데이비드 니븐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	1983년	어빈 커슈너 숀 코너리

다음은 플레밍이 쓰지 않은 007 시리즈이다.

뷰 투 어 킬(A View To A Kill)	1985년	존 글렌 로저 무어
살인면허(License To Kill)	1989년	존 글렌 티모시 달튼
골든아이(Golden Eye)	1995년	마틴 캠벨 피어스 브로스넌
네버다이(Tomorrow Never Dies)	1997년	로저 스포티우드 피어스 브로스넌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	1999년	마이클 앱티드 피어스 브로스넌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	2002년	리 타마호리 피어스 브로스넌
퀀텀 오브 솔러스(Quantum of Solace)	2008년	마크 포스터 다니엘 크레이그
스카이폴(Skyfall)	2012년	샘 멘데스 다니엘 크레이그
스펙터(Spectre)	2015년 예정	샘 멘데스 다니엘 크레이그

[그림 3] 제임스 본드 50주년 기념 역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배우들 (기니비사우, 2012)

원작에 의하면 영국 해군 중령인 제임스 본드는 1922년생,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영국의 사립 명문인 이튼 고등학교를 졸업, 옥스퍼드 대학에서 동양화 및 동물학을 전공하였으며, 영·불·독 3개 언어를 구사한다. 성격은 영화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무겁고 진지하다. ‘테레사 트레이시 디 빈센조‘라는 여인과 결혼했으나 아내는 악당에게 살해되는 비운을 겪었다. 부모에 관한 것은 『스카이폴』에서야 묘비를 통해 이름과 주택이 알려졌다. 본드의 습관 중 음주에 관한 것이 있는데 그가 잘 마시는 보드카 마티니를 “젓지 말고 흔들어서(Shaken, not stirred)”라는 명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007은 본드의 첩보원 명으로 '00'은 영국 비밀정보국 MI6에서 허가해 준 살인면허이며, '7'은 일곱 번째 요원으로 ‘살인면허를 가진 일곱 번째 요원’이라는 뜻이다.

본드의 실제 인물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캐나다 출신 백만장자인 스티븐슨(William Samuel Stephenson, 1896.1.11~1989.1.31)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서방세계에서 영국 정보부장으로 활약했으며, 당시의 활동에 대해 『용맹이라 불리는 사나이(A Man Called Intrepid)』(1979)라는 책에 연대기로 기록되어 있다. 대학을 중퇴한 후, 1914~15년 캐나다 공병단과 1915~18년 프랑스 주둔 영국 비행단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전쟁이 끝나고 여러 사업에 투자하는 한편 발명에도 관심을 기울였는데 라디오·축음기·자동차·비행기 등과 같은 다양한 제품들을 제조하였을 뿐만 아니라 건설·부동산·철강 분야에까지 사업을 넓혔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1930년대 독일의 군비증강과 암호해독기의 개발 등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어 이것들을 영국정보부에 전달했다. 1940년 윈스턴 처칠이 총리가 되었을 때 처칠은 그를 뉴욕에 있었던 영국보안조정국(BSC)을 지휘하도록 했으며, 영국의 모든 해외정보활동을 조정하면서 캐나다에 비밀기지를 설치하여 정보원을 모집, 훈련시켰다. 1942년 전략정보국(OSS)이 미국의 첩보활동에 대한 책임을 떠맡을 때까지 미국 정부와 BSC 사이의 연락책 역할을 수행했다.

[그림 4] 스티븐슨 (캐나다, 1999.12.17.)

2014년 11월 24일 소니 영화사의 해킹 사건으로 북한 관련 영화 『인터뷰』가 상영을 하니 마니 했던 일이 있어 007 시리즈 중에 한국과 관련된 영화를 소개한다.
2002년에 상영한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인데 국내 음료수 광고에도 출연해 우리와 친숙한 피어스 브로스넌(Pierce Brendan Brosnan)이 주연하였다.
북한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던 제임스 본드는 베일에 싸인 배신자로 인해 북한에 포로로 잡히며, 수개월의 고문 끝에 포로교환 협상으로 풀려나게 되지만 MI6는 정보 누설 혐의로 요원 지위를 박탈한다. 배신자의 정체를 찾기 위해 사건을 조사하던 중 전 세계를 파멸로 몰아넣을 놀라운 신무기가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를 파괴한다는 내용이다. 결말은 항상 정의가 이긴다. 그런데 악당 구스타프의 심복 자오의 역을 맡은 배우가 한국계(윤성식)이며, 한국이 배경이건만 정작 한국에서는 단 한 컷도 촬영하지 않았다.
※ 2002년 작 / 감독 : 리 타마호리 / 출연 : 피어스 브로스넌(제임스 본드 역), 할리 베리 징크스 역), 토비 스티븐스(구스타프 그레이브즈 역), 로자먼드 파이크(미란다 프로스트 역), 릭 윤(자오 역)

[그림 5] 기니, 2003(가짜우표)
중앙 위가 자오 역을 맡은 한국계 배우 릭 윤 『철권을 가진 사나이』(주연 러셀 크로우, 2012)에도 출연하였다.

이외에도 007 시리즈가 아닌 한반도 관련 영화가 몇 편 있는데 『에너미 라인즈 2 – 악의 축』(Behind Enemy Lines 2 – Axis of Evil, 2006), 『솔트』(Salt, 안젤리나 졸리, 2010),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 2012, 손미 역에 배두나) 등이다.

그동안 007 영화는 냉전시대가 끝난 탓인지 1960-70년대에 비해 인기가 하락하였다. 매번 최신무기가 등장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작에는 상상력이 현실에서의 전자기술을 따르지 못하는지 별로 없으며, 본드 걸에 대한 비중도 낮아지는 것 같다. 제23탄 『스카이폴』에서 Q가 젊은 배우로 교체되었고, 여성 M인 엠마가 죽으면서 새로운 남우 M과 그의 여비서가 등장한다. 본드 역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도 이제 나이가 많은 것 같지만 계속 임무를 맡을 모양이다. 새로 교체된 배우들로 제작될 2015년 신작 『스펙터』를 기대해 본다.
007 시리즈를 풍자한 코믹물로 『쟈니잉글리쉬』라는 영화 두 편도 있다.

* 로저 무어는 2001년 서울 명예시민이 되어 2002 월드컵 홍보를 하였음.

[참고 문헌] 브리태니커 및 위키백과

☞ 저작권 및 초상권 관계로 일부 가짜우표를 이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