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킨리 상공에서
조 흥 제
나는 요즈음 그동안 써 온 산행기와 여행기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중이다. 70~90년도에 산에 많이 다녔다. 전국에 유명한 산은 다 가봤고 1500m 이상 되는 산은 함백산만 빼 놓고 다 가 봤다. 힘들게 올라가 시원한 캔맥주 한잔 하면서 천하를 바라볼 때의 행복감을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 중에서 가장 감명 깊게 느꼈던 것은 설악산 대청봉에 섰을 때다. 힘들게 올라가 바라본 뾰족 봉들은 사람이 일부러 만들려도 그 이상 좋게 만들 수 없는 조각품이다. 대청산장에서 자고 아침에 나가 동해바다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볼 때 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천화대. 범봉, 공룡능선의 아름다움은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다. 산에 오래 다니다 보니 차 타고 어디 갈 때도 산만 보인다. 서울에서도 의정부 방면으로 갈 때 북한산의 백운대(白雲臺), 인수봉, 만경대, 도봉상의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慈雲峰)을 볼 때 ‘서울 사람들은 참 좋은 곳에서 사는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세계 대도시에 서울만큼 가까이에 아름다운 산이 있는 도시는 없다. 서울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여행기를 정리하다 2016년 6월 16일부터 24일까지 한국문인협회 해외심포지움을 미국 워싱턴에서 열었을 때 동행했던 기록을 보았다. 그 중에 아시아나 22-222 기 타고 뉴욕 갈 때 알라스카 로키산맥을 지날 때 매킨리봉을 보았다. 6200m에 이르는 북미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산에 취미를 가지면서 히말라야의 8000m 급들의 산은 감히 올라갈 꿈도 못 꾸고 유럽의 알프스, 일본의 후지산은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 갈 때 10시30분에 출발했다. 나는 창측에 앉았다. 비행기를 타면 창가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미국 갈 때도 애들이 창측으로 자리를 잡아 주었다. 인천비행장에서 비행기가 뜨자 보이는 것은 구름이었다. 뉴욕까지 거리는 12,500이고, 14시간20분이 걸린다. 11~12㎞ 상공을 날고, 속도는 900㎞, 밖의 기온은 영하 63도다. 1㎝밖의 기온이 북극보다 더 춥다니 실감이 안난다. 밤이 되었다. 창문을 닫고 잠을 자라는 기내방송이다. 하지만 밖은 캄캄하지가 않았다. 어두컴컴하다 다시 해가 뜬다. 창 가리개를 손으로 조금 들치고 다 보았다. 비행기는 어느 큰 산맥을 넘고 있다. 로키산맥이다. 미국과 캐나다를 관통하는 긴 산맥이다. 로키산맥은 길이가 4500㎞인 긴 산맥이다. 로키산맥에서 제일 높은 산은 알래스카에 있는 매킨리 봉으로 6194m라고 한다. 8000m의 봉우리들이 다 있는 히말라야 산맥이 2000㎞인데 비하면 엄청 긴 산맥이다. 그뿐 아니라 로키산맥은 남미로 이어져 안데스 산맥이라고 하지만 본래는 한 산맥으로 7000㎞라고 한다. 안데스 산맥의 제일 높은 산은 아콩카과산으로 6962m다. 11㎞ 상공에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매킨리 봉 위를 날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데 실제 매킨리 봉 위로 비행기는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매킨리 봉은 우리 산악인으로 세계에서 제일 높은 8842m인 에베레스트 산을 가장 먼저 오른 산악인으로 여기 매킨리 봉에 왔다가 추락 사고를 당해 사망한 고상돈 씨로 인하여 한국에 알려진 산이다. 그래서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그 산 위를 내가 탄 비행기가 날고 있는 것이다. 그때의 기록을 일기장에서 보면 11시10분 인천공항을 이륙하여 40분 가량 달렸는데도 밑에는 구름만 보여 어디쯤인지 알 수 없다. 뉴욕까지는 12,500㎞, 7700마일이고 약 14시간 걸릴 예정. 점심을 먹고 창문을 닫으란다. 간간이 열고 내다보는 밖은 구름만 있어 어디인지 모르겠다. 6시에 밖이 어둡다. 서울에는 8시가 되어야 어둡는데 6시에 어두워지는 이곳은 어디일까? 6시30분 현재 비행기는 알라스카의 거대한 산을 넘고 있었다. 매킨리 산일 것 같다. 알라스카에서 제일 높은 6200m의 얼음산, 고상돈씨가 여기서 떨어져 사망했다. 운평선엔 붉은 노을이 띠를 이루고 빙하가 곳곳에 호수를 이루고 있다. 비행 고도 11.2㎞, 시속 870㎞, 밖의 기온 영하 63도. 밑에는 빙하가 눈을 갈퀴로 긁은 것 같이 몇 가닥으로 갈라졌다. 무수한 크고 작은 호수, 하얀 구름과 호수가 어울려 분간을 할 수가 없다. 그때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이는 봉우리 위를 비행기는 날은다. 제일 높은 봉우리다. 그 봉우리가 매킨리 봉 같다. 그 봉우리에 깃대가 섰다. 손을 내밀면 만져 질 것 같다. 매킨리 봉을 지나서도 비행기는 한없이 달려도 산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보니 큰 산이다. 비행기는 ㅅ자 코스로 날아 뉴욕에 도착하니 그곳 시간 9시경이다. 시차가 13시간이다. 우리는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서재필 기념관으로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