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맛 자랑 (16.02.28)
우리 가나안교회는 김장김치도 맛있지만 직접 담그는 장맛이 예술입니다.
이번에도 우리 권사님들이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씨에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손발이 척척 맞아 그 힘든 일을 후다닥 해치웠습니다.
물론 지휘대장은 호갑출 권사님이고 김경일권사님과 박옥림권사님은 보조 그리고 김완수 장로님은 수돗물담당 아~~ 그리고 소금 나르는 사람 김춘기목사님, 잔심부름 민형자, 그렇게 확실한 자기역할을 모두들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장 담그기를 끝낸 고마움에 우리 집에 모시고 들어와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길 나누는데 오랜 세월 같이 지낸 가족처럼 긴장이 풀어져서 깔깔 웃다가 해가 저물었습니다.
“사모님, 사실 저는 우리교회 사택에 처음 들어왔어요.”
나가면서 김경일 권사님이 귀에 대고 하시는 말씀에 우리 집 문턱이 그렇게 높았나 싶어 죄송스러움이 컸습니다.
“쉿, 이거 비밀인데요. 우리교회 된장이 정말 맛있거든요. 조금 드릴까요?”
“어머? 그래요? 안 그래도 얻어가고 싶었는데...”
마침 장선단비교회 목사님 네가 오셨는데 어제 장 담근 영웅담을 늘어놓으며 친정식구라도 온 것처럼 된장에 고추장 간장까지 넉넉하게 퍼드렸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담근 걸 저희가 다 얻어가도 되요?”
“그럼요. 그렇잖아도 호갑출 권사님께 개척교회 사모님들하고 나눠먹어야 하니까 넉넉히 담그자고 말씀드렸어요. 우리 가나안교회가 이정도 살림은 되거든요.”
힘든 일은 권사님들이 다 하시는데 귀한 손님이라도 오시면 입이 근질거려 꼭 장맛 자랑을 하게 되고 푹푹 퍼주기까지 해서 살림을 헤프게 하지만 우리 장독엔 여전히 맛있는 장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꼭 장 가르기 하는 날, 밥은 나가서 사 먹더라도 이렇게 맛있는 장 만드는 비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배워보리라 다짐을 합니다.
햇볕이 따듯해지면 우리 집 장독에서 장이 익어가는 냄새가 나는데 마치 우리 어머니 손끝에 묻어있던 냄새처럼 울컥해지면서 감추었던 그리움이 확 밀려오는 그런 기분이랄까? 딱히 설명하기 힘들지만 코를 벌름거리며 항아릴 쓰다듬게 됩니다.
노랗게 익은 묵은 장을 떠다가 된장찌개 하나 바글바글 끓여놓고 성도님들과 소박한 밥상이라도 자주 나눠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