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서울 상위 10개 대학 인문 교차지원자 평균 비율 53.8% 추정
- 서울대 발표 교차지원 합격자 ‘44%’…수험생의 상위권→최상위권 대학 점프 욕구 강해
- 낮은 대학으로 갈수록 교차지원 비율 감소…‘간판 효과’ 적은 것이 원인
- 교차지원, 진로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 통합수능 변화 불가피
2022학년도 인서울 상위권 10개 대학 정시 지원자의 ‘교차지원’ 비율이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인문계열 학과 지원자 중 절반 이상이 자연계열 수험생이라는 뜻이다.
교차지원이란 과학탐구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이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2022 수능이 문·이과 통합형으로 실시되면서 교차지원 비율이 늘 것은 예상된 바였지만, 지원자의 절반을 넘는 것은 상상하지 못한 결과다.
인서울 상위 10개 대학 인문 교차지원자 평균 비율 53.8% 추정
진학사 이용자의 중 2022 수능 과탐 응시자의 정시 모의지원 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10개 대학 지원자의 교차지원 비율이 평균 53.8%인 조사됐다. 해당 대학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등이다.
이 가운데 교차지원 비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조사된 대학은 77%를 기록한 서강대이다. 다음으로 서울시립대 75%, 한양대 74%, 연세대 58%, 중앙대 57%, 경희대 56%, 고려대 51%, 서울대 43%, 성균관대 30%, 한국외대 17% 순이었다.
서강대의 교차지원 비율이 높은 것은 예상된 결과다. 서강대는 문·이과 통합수능 이전부터 계열 구분 없이 전 모집단위에서 교차 지원이 가능했고, 수학 반영 비중이 인문과 자연 모두 43.3%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서강대 상경계열은 문·이과 통합수능 이전에도 자연계열 합격자가 60% 내외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발표 교차지원 합격자 ‘44%’…'상위권→최상위권' 대학 점프 욕구 강해
이보다 놀라운 사실은 서울대 정시 최초합격자 기준 무려 44%가 교자지원자라는 것이다. 정시 일반전형 모집단위 중 문·이과 교차지원이 가능한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최초합격자 486명 가운데 수능 수학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학생은 44.4%인 216명이었다.
대부분의 대학이 추정비율보다 실제 지원비율이 더 낮게 나타난 반면, 서울대는 실제 결과가 추정치인 43%보다도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난 점이 더욱 눈길을 끈다. 참고로 서울대 확인 결과는 전체 지원자 가운데 수학 기·미를 응시한 최초 합격자 비율이다.
서울대가 발표한 모집단위별 교차지원 합격자 비율을 살펴보면, 서울대 경제학부가 50명 모집에 22명이 이과생으로 44%, 경영대는 58명 중 25명으로 43%를 나타냈다. 사범대는 지리교육과 71%, 국어교육과 50%, 영어교육과 63%로 이과생 비율이 높았다. 또한 자유전공학부 95%, 심리학과 89%로 이과생이 합격자 대부분을 차지한 곳도 있었다. 인문계열까지도 합격자 중 44%가 이과생이었다.
서울대는 대입 방향을 이끌어가는 선도 대학인데다, 학생 선발 시 지원 계열 관련 과목 성취도, 이수 여부 등 계열적합성을 중요하게 평가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정시 교차지원 합격생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결과가 나왔으니, 교차지원의 폭풍이 대학의 학생 선발 기조까지 흔들어놓은 셈이다.
서울대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을 예상해 2023학년도 정시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교과평가를 도입해 계열적합성 평가를 강화하고, 새로운 수능 점수 환산법을 적용해 수능 편차를 줄여 수능 영향력을 낮추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내처 2024학년도 정시에서는 과학탐구 1+1 조합을 허용하되 과탐 Ⅱ과목 응시를 장려하기 위해 과탐 Ⅰ+Ⅱ과 Ⅱ+Ⅱ 조합에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대학 특성 상 지원자들의 성적이나 기량이 촘촘히 분포돼 있어 변별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교과평가 도입이나 수능 편차 축소, 과탐 가산점 부여가 정시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연세대와 고려대 역시 각각 58%와 51%라는 높은 추정치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처럼 최상위 대학의 교차지원 비율이 높게 추정된 것을 보면 중·상위권 자연계열 합격선 수험생 중에 전공적합성보다 대학 위상을 고려해 상위권 인문계열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다수 발생할 것이란 추측이 가능해진다.
하위 대학으로 갈수록 교차지원 비율 감소…‘간판 효과’ 적은 것이 원인
대학이 직접 확인한 교차지원 응시자 비율을 보면 추정치에서도 1위를 한 서강대가 60%로 가장 높았고, 중앙대 56%, 서울시립대 55%, 서울대 44%(최초합격자 기준), 성균관대 26%, 한국외대가 15%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외대의 경우 대학 특성상 어문학과 선발인원이 절대다수로, 교차지원 시 선호하는 상경계열 인원이 적어 교차지원이 적게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그 밖의 대학을 살펴보면 교차지원 추정 비율이 건국대 47%, 동국대 38%, 홍익대 32%, 숙명여대 23%로, 상위 대학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인문계열 진학 시 대학 위상을 중시하고 자연계열 진학 시에는 학과·전공을 중시하는 세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인서울 중위권 대학 자연계열에서 SKY대 인문계열로 교차지원하면 인문 최상위 대학이라는 간판을 얻지만, 중·하위권 인문계열로 점프하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이점이 없다고 수험생들이 판단한다는 것이다.
■ 2022 수능 과탐 응시자의 '인서울 대학' 정시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 추정 비율 ■
*왼쪽 막대인 추정 비율은 모의지원 시 전체 인문계열 지원자 중 과탐을 응시한 지원자 비율임.
*오른쪽 막대인 대학 확인 결과는 전체 지원자 중 수학 기·미를 응시한 지원자 비율임. 단 서울대만 최초합격자 비율임.
‘나침반’ 교차지원 예측이 맞았다
본지가 발행하는 진학·진로 전문지 [나침반 36.5도] 1월호에서는 수학 선택과목 표준점수를 기초로 자연계열 수험생의 ‘정시 상향 교차지원 가능 대학권’을 분석해 공개한 바 있다. 정시 최초 합격자 발표가 완료된 현재, 실제 교차지원이 나침반의 분석 결과와 비슷하게 이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정시에서 동국대 자연계열 합격권인 자연계 수험생이 고려대 인문계열과 서강대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나침반은 자연계열 동국대 합격권을 기하·미적분 표준점수 133~135점으로 예측하고, 비슷한 점수대의 인문계열 대학으로 고려대 하위권 학과와 서강대, 성균관대 등을 지목했다.
경희대 물리학과와 건국대 컴퓨터공학부 합격권인 수험생이 연세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사례도 있었다. 이 역시 나침반의 분석과 비슷한 결과였다.
교차지원, 진로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문·이과 통합수능이 야기한 자연계열 수험생의 인문계 교차지원 러시는 ‘이과침공’이라고까지 불리며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현재의 통합수능 방식에 어느 정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 박정근 교사(수원 화홍고)는 진로 관점에서 교차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 교사는 “문·이과를 구분하지 않고 배우는 것은 융·복합 시대에 바람직한 일이지만, 진로에 대한 고려가 아니라 대입 유·불리에 따라 이과 지망 학생이 문과를 선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하는 직업과 관련 있는 학과가 아니라 대학의 명성 등 진로 외적 요인으로 지원계열을 바꾸는 것은 개인에게도 사회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산 대진고 서상원 교사는 “담임을 맡았던 학생 중 올해 서강대 전자공학과와 고려대 경제학과에 동시 합격한 학생이 있는데 결국 고려대에 진학하기로 했다.”며 실제 교차지원 합격 사례를 전했다.
서 교사는 “정시 원서를 쓸 대 교차지원 가능 점수를 예측한 결과, 같은 대학의 문·이과 표점이 약 10점 정도 차이가 나더라.”며 “그 점수 차는 수학 성적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과를 지망하는 학생들 상당수가 정시 지원 전부터 가, 나군 중 한 곳은 교차지원할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서 교사에 따르면 특히 진로 목표가 불확실한 학생들이 대학의 명성을 좇아 인문계열 지원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교차지원으로 합격한 학과 외에 경영·경제 관련 학과를 복수전공하거나 전과를 하는 것까지도 미리 고려해 지원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교육부 엇박자 행보가 사태 키워…'통합수능' 변화 불가피
한편, 전주고 권혁선 수석교사는 정시 교차지원 폭증 사태를 야기한 원인으로 다음 4가지를 꼽았다. 첫째, 인문계열 지원자들이 상대적으로 정시보다 수시를 선호한다는 점 둘째, N수생 중에 자연계열이 많다는 점 셋째, 인문계열에 수학을 싫어하는 여학생이 많다는 점 넷째, 인문계열 학생이 자연계열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학업역량이 낮은 점 등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인문계열 학생 중 특히 여학생들은 이미 수시를 통해 대학 진학을 결정한 생태라 볼 수 있다. 이들 외에 수시 자연계열에 지망했다가 고배를 마신 자연계열 재학생과 자연계열 N수생이 정시 인문계열 경쟁에 뛰어들면서, 이들이 지원한 인문 모집단위 경쟁률이 전년도보다 크게 상승한 것이다.
권 교사는 “교차지원 합격자의 대다수가 애초에 희망했던 자연계열 관련 학과를 복수전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가운데 대학 명성만을 고려해 성향에 맞지 않은 학과에 입학한 학생의 경우 반수를 준비하거나 대학을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커, 불필요한 사회적·개인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동안 전공적합성을 중시하는 수시 선발 비중이 늘면서, 희망 진로를 고려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시가 확대되고 통합형 수능 체제가 도입되면서, 2022 정시에서는 대학 명성만을 좇아 희망 진로와 무관한 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대거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통합수능을 도입하면서 융·복합 인재 양성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은 융·복합 인재가 되려는 목적이 아니라 더 이름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묻지마식 교차지원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융·복합 인재 양성 측면에서든 진로교육 측면에서든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든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교육부는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교육부의 대입 정책은 학생과 학교로 하여금 진로교육과 대척점에 있는 방향으로 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엇박자 행보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고교 교육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124
첫댓글 대학이 바보가 아니라면 점수가 더 높은 학생을 버리고 점수 낮은 학생을 선발할까요?
경영,경제학과에 소위 문과출신 학생이 반드시 입학해야 한다면 이공계열에서 미적,기하를 필수로 지정하듯, 확통을 필수로 지정하겠죠.
대학은 조금이라도 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게 목표입니다.
그 우수하다는 판단의 기준에 수학은 못해도 좋으니 다른 과목 점수만 높으면 우수하다고 인정하겠다는 대학이 몇이나 될까요?
특히 경영경제학과는 수학의 활용도가 다른 인문계열 학과에 비해 훨씬 더 높은데 말이죠.
물론, 현재 수능 수학시험이 수1+수2+확통을 공통으로 치르고 미적,기하는 제2외국어처럼 추가선택 응시과목으로 바뀔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수능시험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전과목 상대평가를 원하는 절반의 여론 때문에 개편을 1년 뒤로 미루었고,
그 과정에서 대학의 이공계열 미적,기하 시험반영 등의 추가적인 요구가 있어 기형적으로 급하게 생겨난 시스템이라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것 같네요.
교육부에 이 내용을 건의해 봤으나 입시 3년예고제 때문에 당장 변경은 어렵다고 합니다.
사실 대학이 이공계열 미적,기하 수능시험 반영을 포기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구요,
인문계열 지원자가 미적,기하까지 공부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영경제학 깊은 부분에 들어가면 이과수학도 필요하게 되는 부분이 있구요,
소위 교차지원해서 학교급을 올린 학생들의 전과, 반수 등을 걱정하는 기사내용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전과가 쉽지 않고, 반수해서 현재 재학하고 있는 학교의 이공계열로의 진학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봅니다.
건국대 컴공 수준의 점수로 연대 경영 합격한 사례가 기사에 나오는데요
반수해서 과연 연대 이공계열로 진학이 쉬운 일일까요?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만 문이과 통합은 문과 소멸이 아니라 학과 선호도와 경쟁시스템의 재편이고
확통과 미적을 동일한 선택과목으로 둔 게 좀 문제이긴 하지만 문이과 구분없이 모든 학과에 지원가능한 시스템이 더 공정하다라고 보는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삶이라는게 항상 불완전한 속에서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전함을 기다리다가는 시간만 허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구요
결국 불완전함 속에서 정답이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답을 선택하며 살아가야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