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들여다보기 [80]
영국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1903)는 1851년에 출간한 『사회정역학』(Social Statics)을 통해 사회진화론(social evolution theory) 개념을 처음 주장했는데, 원숭이가 사람으로 진화되었다는 것이 찰스 다윈의 생물학적 개체의 진화론이라면, 스펜서의 이론은 사람들 중에서 똑똑한 사람들이 원숭이처럼 모자란 사람들을 지배한다는 사회진화론으로, 더 나아가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지배해야 한다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논리로 발전했습니다. 이 책이 나온 후 반세기가 지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대한제국시대(1897. 10. 12.~1910. 08. 29.)부터 우리나라 애국주의 계몽가들에 의해 사회진화론이 적극 수용된 후 생존경쟁에서 나라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침략과 지배까지도 조국 근대화의 기회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사회진화론을 적극 이용한 세력이 100년 후에 재등장했는데, 이들이 바로 우리나라의 뉴라이트(New Right)입니다. 1980년대에 시작된 미국과 유럽의 뉴라이트는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신보수주의” 또는 “신자유주의”를 뜻했다면, 한국의 뉴라이트는 경제적 신자유주의는 물론이고, 정치적으로 사회진화론을 적극 수용하고 식민사관을 정당화했습니다. 게다가 목사들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 지도자들이 뉴라이트 핵심구성원이 되어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습니다. 이명박의 친구 김진홍 목사는 뉴라이트 상임의장을 맡았으며,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자 대통령직 인수위부터 기독교인들이 대거 등용되었고, 상당수의 목사들과 장로들이 정부요직을 맡고 정치권에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이는 일제시대 제정일치 시스템이 재현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주목할 점>
이번 제20대 대통령선거에도 종교집단의 활약이 컸습니다. 다만 예전과는 다르게 대통령 후보와 코드가 맞는 특정 종교집단의 활약이 아닌 다양한 종교집단의 활약이 두드러진 선거였습니다. 기독교는 물론이고 기독교와 대척점에 있는 신천지와 무속인들까지도 깊이 관여된 선거였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종교를 새로운 보수주의 이념으로 삼은 뉴라이트 인사들(장제원, 신지호, 나경원, 기타 이명박 계파 인물)이 향후 정부요직을 맡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일제는 제정일치를 통해 국가의 통치자가 곧 신적 존재고, 모든 종교는 통치자를 중심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쳐서 제국주의 전쟁에 종교를 홍보와 선전 집단으로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정일치의 위험성이 이명박 정부 때 드러났고,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명박 계파 인사들이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거 포함된 것만 보더라도 차기 정부 5년 동안 대한민국이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세종대 교수 호사카 유지에 의하면, 이미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 극우세력이 한국에서 뉴라이트를 육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1990년대에 미국식 뉴라이트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했다면, 2000년대에는 더 업그레이드가 된 일본식 뉴라이트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일본 극우세력이 육성하고 지원하는 뉴라이트가 우리나라에서 정권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를 발판삼아서 만주로 진출하고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로 진출할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교회는 100년 전 일본의 종교에 편입되어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했던 전철을 밟을 지도 모릅니다.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는 강자가 다 먹는 미국식 약육강식의 경쟁을 자연의 섭리라고 주장한 엘리트주의자입니다. 그가 주장하는 “공정”은 강자나 약자나 똑같이 경쟁해서 강자가 이기면 약자는 강자를 섬겨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그가 말하는 “자유”는 강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그래서 대형교회 역시 경쟁에서 이긴 강자로 여겨진 지 오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