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의 유럽문화이야기2-23
스페인에 <셰리>가 있다면, 포르투갈에는 디저트 와인의 대명사 <포트(port)>가 있다.
대서양과 지중해 사이에 위치한 이베리아반도의 두 나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와인 산업이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이유는 이곳이 기독교 문화가 아닌 이슬람 문화권에 있었기 때문이다. 마호메트가 술을 금지시킨 이래, 실제로 와인의 발상지이기도 한 중동 지역은 와인 문화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이슬람권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와인이 생산되어 소비되었고 그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한 것은 17세기에 들어온 후 일이다. 그 성장 동기는 영국의 거대한 시장이었다.
영국 상인들은 포르투갈의 와인을 선택하였지만 운반이 문제였다. 진동과 온도에 민감한 와인을 배로 수송하다보면, 와인이 선상에서 쉽게 상하거나 본래의 맛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러자 와인에 브랜디(와인을 증류한 술)를 첨가하는 오래된 제조 방법이 다시 도입되었다. 이 방법으로 탄생한 와인 포르투갈의 <포트>와인이다. 알코올 도수가 더 높아졌고, 당분의 발효가 중단되어 더 달콤한 맛을 냈는데, 이것이 큰 인기의 비결이었다.
그 후 포르투갈은 발달된 항해술로 일찍이 신대륙과 아시아에 진출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으로 서양와인을 접한 것이 바로 이 <포트>이다. 1945년 해방 후 몇몇 회사에서 만들었던 포도즙과 알코올을 혼합한 술과 각 가정에서 포도를 으깬 다음 설탕과 소주를 넣어서 만든 술도 이 <포트>와 비슷한 것이다. 아직도 와인은 달고 은근히 취하는 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이 <포트> 때문인 것 같다.
<포트>라는 이름은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 다음으로 큰 항구 도시 오포르토(Oporto)에서 유래 됐다. 포트의 원산지는 포르투갈의 북부에 위치한 도우루(Douro)지역의 계곡이다. 이 곳은 독일의 라인지역처럼 가파른 경사지로 여러 종류의 포도가 재배된다. 최근에는 다른 나라에서도 <포트> 와인이 많이 생산되므로, 혼동을 피하기 위해 <오포르토>라고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포트>는 대부분 레드와인으로 제조하는데 일부는 화이트와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포트는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알코올 함량이 75%정도인 브랜디를 첨가해 만든다. 발효가 다 끝난 후에 브랜디를 첨가하여 드라이 한 스페인의 <셰리>와는 대조적이다. 포트의 경우 발효 중 브랜디가 첨가되는데, 이때 효모가 죽으면서 포도즙의 발효가 멈춘다. 효모는 일정한 양의 알코올(약 14도 전후)이 생기면 죽는다. 이렇게 발효가 덜 끝난 상태에서 중단되기 때문에 당분이 남는다. 포트에서 단맛이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포트는 일반 와인보다 발효기간이 짧기 때문에 색소와 탄닌 등 포도껍질과 씨에 함유되어 있는 각종 성분을 빨리 추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트>는 전통적으로 라가레스(lagares)로 불리는 화강암으로 만든 낮은 통에 사람이 들어가 발로 포도를 으깨는 방법을 쓰고 있다. 색소나 탄닌 등 주요 성분의 파괴를 막기 위한 배려이다. 지금은 물론 현대화된 시설에서 대부분의 포트가 제조되나 최상품의 포트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여전히 이 방법을 쓰고 있다.
포트는 숙성을 어디에서(나무통 또는 병 속)시키느냐와 숙성기간 등에 따라 여러 스타일로 분류된다. 이는 라벨에 표기되기 때문에 각 스타일별로 특성을 알아두면 다양한 포트를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
① 루비(Ruby): 가장 가격이 싸고 대중적인 <포트>로 2~3년간 오크 통에서 숙성시킨 뒤 병입해 출고된다. 짙은 루비 색을 띄며 신선한 맛이 특징이다.
② 타우니(Tawny): 루비보다는 품질이 좋은 포도를 원료로 제조되며 오크 통에서 4~5년간 숙성시킨 뒤 병입해 출고된다. 호박색 또는 엷은 갈색을 띤다.
③ 빈티지 포트(Vintage Port): 병 속에서 오래 숙성시켜 특유의 복합적인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는 고급 포트이다. 빈티지 포트는 기상조건 등이 좋았던 해에 수확한 포도만으로 만들기 때문에 라벨에 해당 연도(빈티지)가 표기된 것이다. 보통 2~3년 오크 통에서 숙성시킨 되 병 입하고, 이후 15년, 20년, 30년 또는 그 이상의 세월을 병 속에서 숙성시킨 후 출고한다. 침전물이 많이 형성되기 때문에 마실 때는 이를 조심스럽게 분리하는 디캔팅(decanting)과정을 거친다.
첫댓글 한표씨가 올린 글 열심히 스크랩하고 있어요. 녹슨 머리가 잘 받아주질 않아서 반복해야만 할 것 같아...어젠 그리스의 송진 향이 나는 와인을 테이스팅했는데... 그리스부터, 로마...고대 서양사와 와인의 역사를 접목해서 듣고 있지요. 자료 감사합니다.
읽을때는 머리속에 쏙 들어오는것 같은데 며칠만 지나면 생소해지니 지금 셰리가 그런 느낌이네요.역시 반복을 통해 기억이란놈을 단단히 묶어놔야 해.나라별로 소개해주니 이해가 한결 빠르고 폭넓게 알수 있어좋아요.미숙아,부지런히 공부해서 우리 친구들에게도 소개시켜줘.
언제 한표 모시고 유럽여행한번 같이 갑시다
한표씨 덕분에 그냥 지나쳣던 와인의 라벨을 한번 더 살펴 보게 되었어요. 무식이 사람 잡는다 는말 알것 같군요.고맙습니다. 나라별로 설명해 주니 여행하는 기분이군요.광순아 다음엔 너도 배워서 알려줘라.
한표(두표가 안되어 5.31 지방선거에는 아직까지는 와달라는는 당이 없음)친구는 대전소재 프랑스 문화원 원장이며 부설 운영되고 있는 대전와인 아카데미 원장으로 대전 지역 와인의 대부로 역동적으로 활동하고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