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내일이 무슨 날인지 기억하고 있겠지요?
10월3일 우리의 28주년 결혼기념일.
28년전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당신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한 송이 국화꽃처럼 조용하고 그윽하고 아름다웠어요.
목사님의 소개로 만나 청혼했을 때 말없이 살포시 웃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난 당신을 아내로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늘 감사했습니다.
내가 힘들어 할 때 날 믿어주고 격려해준 당신으로 인해 오늘의 내가 있음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2년6개월 전 분당 서울대 병원에서 폐암 말기 선고를 받고 3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한테는 치료하면 간단하게 나을 수 있는 병이라고 말하고 주차장으로 가서 얼마나 울었는지.....
그 날부터 3개월 만이라도 당신과 함께 하고파서, 아니 당신을 살려보겠다고 하던 일들을 모두 내려놓았는데....
그래도 3개월 시한부 인생이 2년 이상을 더 살아 우리와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요.
언제 우리 곁을 떠날지 모를 당신과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기 위해 강릉 썬크루즈로 가족여행 갔던거 기억나지요?
그 때 당신과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즐겁고 행복해 했었지요.
당신과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겉으로 웃고 있었지만 내 맘은 울고 있었답니다.
여행을 끝내고 병원교회에서 용기를 내어 당신에게 폐암말기라는 사실을 알렸을 때 하얗게 질려 쓰러진 당신,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아무런 도움도 못되는 무기력한 내 자신이 얼마나 미웠던지, 함께 부둥켜안고 울부짖으며 하나님께 매달렸지요.
그리고 당신은 마음의 평정을 찾았고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살겠다고 다짐하며 하늘나라 가는 그날 까지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당신을 만나 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한 삶을 살아왔지만 특히 지난 2년간은 정말 너무 너무 행복했습니다.
우리는 신혼 때처럼 그렇게 함께 있어도 서로를 그리워하며 사랑하며 살았지요.
무슨 일을 하든, 어디를 가든 우리는 그렇게 함께했지요.
겨울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해서 울진 앞바다로, 영흥도로, 목포로...
공기 맑은 강원도의 여러 산으로, 대나무의 푸른 기운을 받기 위해 담양으로....
참 많이도 다녔지요...
아직도 당신의 휴대폰 화면에 “날마다 웃으며 기쁘고 행복하게 살자!”는 문구가 남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다고 하던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도 거뜬하게 받아냈는데....
식사도 잘 하고 혈색도 건강하고 체중도 정상으로 유지하던 당신이었는데....
그래서 완치를 기대하며 최선을 다했는데....
당신이 가기 전 마지막 한 달은 우리 가족에게 정말 힘들었지요.
당신은 통증으로, 두 딸과 교대로 밤을 새워가며 당신과 함께 했지요.
숨을 거두던 날 아침, 그렇게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루던 당신이 아주 평안한 모습으로 단 잠을 푹 자고 나서 핼쑥해진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했지요.
“여보 많이 힘들었지요... 정말 고맙고 미안해요, 이제 하늘나라로 가야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웠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아이들 부탁해요, 당신을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요, 우리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
아직 당신을 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나에게 이 한 마디 남기고 너무나 환한 모습으로 눈을 감았지요.
어떻게 그렇게 쉽게 숨을 거둘 수가 있는지....
여보! 2년6개월의 투병기간 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요.
우리 가족은 당신을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닫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었구요.
진심으로 당신의 천국입성을 축하해요.
그런데 당신은 그렇게 기쁘고 행복이 넘치는 하늘나라에 갔지만 당신을 보낸 우리는 많이 힘드네요.
집에 들어오면 왠지 허전하고..... 기쁨도 없고 삶의 의미도 없고....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사진 속 당신은 그렇게 환하게 웃고 있는데 내 마음은 왜 이리 허전한지 당신을 볼 때마다 가슴이 메어지고 눈물이 나요.
당신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 정말 몰랐어요... 아이들 때문에 맘 놓고 울 수도 없어요.
숨을 죽이며 소리 없이 울어도 어느새 아이들이 알아채고 달려와 함께 부둥켜안고 운답니다.
아이들을 봐서라도 약한 모습 보이지 않겠다고, 이제 당신을 마음에서 떠나보내야 한다고 다짐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네요.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겠지요.
그제 밤 꿈속에 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나를 보고 환하게 웃기만 하고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너무 너무 반가웠어요.
힘들어 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 왔지요? 고마워요.
이제 열심히 내게 주어진 인생, 아이들과 열심히 살아갈게요.
훗날 천국에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당신을 만날 수 있도록....
사진 속에서 너무도 환한 모습으로 나를 보고 웃고 있는 당신을 보면 아직도 내 마음이 설레입니다.
당신이 나의 아내가 되어 준 것은 내 생애에 가장 큰 복이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한 28년간 당신으로 인해 너무 너무 행복 했어요.
사랑해요
영원히 당신을....
당신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있을거에요.
우리의 결혼 28주년 되는 내일아침 일찍 당신을 찾아갈게요.
천국에서 영원한 기쁨과 행복을 누릴 그대를 그리며 당신의 사랑하는 남편이....
제 아내는 지난 8월5일 분당 서울대 병원에서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제 아내가 이 카페에 가입했는데 [행복한예랑] 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고 슬픔가운데 계신 분들에게 주님의 위로를 기원합니다.
첫댓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애뜻한 사랑이야기,감동적입니다.
떠난 님이 그립기는 하시겠지만 그런데 참으로 아름답게 이별을 하셨군요..저희엄마는 암인지도 모르고 가시게 해버려서 가슴에 사무칩니다.
일단삼가고인명복빕니다.아줌마는좋은곳에가셨을꺼에요 남편님도 힘내세요... 부인너무나이쁜데 왜몹쓸병에걸려서 데리고가는지....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항상 남은가정잘 이끌어주시고 행복하세요
잠시만의 이별이라 생각하세요..좀 멀리 해외에 있다고 생각하시고 힘차게 사세요..고인의 명복과 님에게 하나님의 보살핌이 있기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남편을 8월 8일보냇습니다. 제 경우와 너무 비슷해서 가슴 아파요,, 아마 달나라 티켓사서 먼저 하늘 나라에 가 있을가라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마음 달랩니다,
너무나 슬픕니다....그러나 그속에 아름다운 사랑이 있네요....저두 아내가 항암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님처럼 그렇게 아내와 지내고 ...또 언제가는 그렇게 보내야 하는데....애틋하게 보살핌이 늘 부족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곳에서 편하게 쉬실꺼에요..
님의 사랑 너무도 부럽습니다. 저도 님처럼 아내가 3개월 선고를 받으면 모든 걸 놓고 오직 아내와 함께 하고 싶었는데 의사들은 저에게 그럴 기회마저도 주지 않더군요. 아내가 떠나기 보름 전에 물어봤는데 얼마나 살 지 예측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모든 걸 너무 긍정적으로 아니 부정적인 생각은 애써 지우다보니 정말 필요한 기회를 놓쳐 버렸답니다. 그러 어리석은 저를 원망할 뿐이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내세에 만나 그 사랑 계속 이어나가시길.......
저도 모르게 글을 읽는 동안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두분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삼가 도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