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증후군 유병률 9%포인트(26%→17%) 감소, 평균 허리둘레 1.4cm 감소(84.3cm→82.9cm)….
본지가 서울대 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공동 기획한 '허리둘레 5% 줄이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서울 중구청·한국공항공사·유니베라 3개 사업체 소속 직원들의 3개월 후 건강 성적표다. 조영민 서울대 의대 교수(내과)는 "짧은 기간인데 굉장히 효과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칼로리 소비 늘리고, 식당환경 변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전략은 '개인'이 아닌 '직장 전체'를 공략한다는 점이었다. '허리둘레 5% 줄이기 프로그램' 팀장인 신찬수 서울대 의대 교수(내과)는 "회사원들은 잦은 회식과 제한된 식단, 직무스트레스 등으로 뱃살이 찔 수밖에 없다"며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개인이 뱃살을 뿌리 뽑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의료·운동·영양 분야 전문가를 동원해 직장 생활 문화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기획을 했다. 회사별로 직원 생활이나 식당 환경을 조사해 '회사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우선 일상생활에서 칼로리를 소비할 수 있도록, 전체 직원들은 하루 두 번씩 사무실에서 10분씩 밴드 스트레칭을 하도록 했다. 이 중 자원자들은 퇴근 후에도 주 3회 30분 운동을 지속하도록 했는데, 작은 케틀벨(근력운동기구)이나 체중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줘 특별한 운동 기구가 없어도 어디서든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식단 조절도 실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즉, 한 끼 권장 칼로리는 700kcal, 체중 조절을 하는 사람들은 500kcal이지만, 통상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어야 적정 칼로리인지 알기 어렵다. 이에 연구팀은 식당 앞에 식단별로 어느 정도 먹어야 하는지 메뉴별로 구체적인 양을 전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각 회사 직원들의 식사 패턴을 분석해 맞춤 처방도 했다. 식사를 급하게 하는 회사 식당에는 15분 동안 모래가 떨어지는 '모래시계'를 비치해 천천히 식사할 수 있게 했고, 채소 섭취가 적은 사업장에는 '샐러드바'를 설치했다.
샤워장이 없는 사업장에는 운동 후 씻을 수 있는 시설을 지원해 준 것도 큰 호응을 얻었다. 직장 문화도 변했다. 한국공항공사 건설사업실 건설기술팀장 이현성(54)씨는 "아무래도 회식할 때도 칼로리, 나트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며 "술 먹는 양도 적어졌다"고 말했다.
◇정신적 만족감도 늘어연구팀은 3개 사업체 소속 직원 1718명을 대상으로 지난 6~8월 3개월 동안 진행된 '뱃살빼기 프로젝트'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전체 참여자 1718명 중 287명은 허리둘레·몸무게 등을 재고 피검사까지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피검사를 하고, 허리둘레·몸무게 등을 잰 287명의 경우, 3개월 만에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9%포인트(26%→17%) 줄고 대사증후군이 있던 사람들의 46%가 호전됐다. 평균 허리둘레도 1.4cm 감소(84.3cm→82.9cm)했고, 고위험군에서는 3.1cm 줄었다. 조영민 서울 의대 교수는 "허리둘레가 1인치 늘어날 때마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18% 증가한다"며 "대사증후군은 유방암, 대장암 발생률까지 높인다"고 말했다.
뱃살만 빠진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만족도도 높아졌다. 유니베라 이원석(44)씨는 "꾸준히 운동을 하니 건강에 대한 안도감이 생긴다"며 "자신감도 생기고 업무 능률도 좋아진 느낌이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조직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참여해 서로 격려하며 동기 유발을 끌어올린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신찬수 서울 의대 교수는 "직원 건강관리는 의료비 감소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다"며 "개인 차원이 아닌 전체 사업장의 대책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