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6일(토), 낙동정맥을 종주하는 정기산행일입니다. 부산지역에 지난 번처럼 또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어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산행을 하기로 정해졌기에 피할 수 없는 산행이었습니다.
참석자 : 16조준희, 23김기창, 23양수석, 23하재룡, 24이규성, 25안철준, 25최원일, 27이수룡, 30박형열, 30이상화, 31신윤수, 35손용준, 35정광윤, 39김대휴, 39이경초.(15인)
현장 도착이 늦었습니다. 다른 때보다 늦은 12시 반경 들머리인 개금역 근방에 도착하니 비가 세차게 쏟아집니다. 개금역을 조금 앞에 둔 대로변에 버스를 정차시킨 채 버스 안에서 식사를 하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다가 비상한 상황에 대해 논의를 했습니다. 오늘 산행 대신 부산시내 관광을 하고 다음번에 다시 오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비가 오더라도 산행을 결행하고 어렵게 생각되는 사람은 바닷가로 가서 걷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결국, 의지가 강한 7인은 개금역-엄광산-구덕산 산행을 강행하고 나머지 8인은 이기대로 가서 해파랑길 1코스를 걷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비가 싫어서 이기대행을 택했습니다. 버스에서 식사를 끝낸 후 개금역에 7인을 내려 주었는데, 마침 비가 약해져서 다행으로 생각하며 산행 팀과 작별한 후 이기대 팀은 광안리를 향해서 버스를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서면 로타리 쯤에서 교통혼잡이 심한 걸 보고 전철을 이용하기로 하고 버스를 오후에 식사할 장소로 보내고 부전역에서 전철 2호선을 탔습니다. 광안역에서 내렸더니 이기대에 가려면 남천동으로 가라고 하여 한 정거장 뒤로 와서 남천역에서 나와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부슬비가 오락가락하는데 큰 비는 아닙니다.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초고층 빌딩이 있는 로타리로 해서 산책길로 들어서려는데 폭우로 인한 출입금지라고 쓰여 있고 줄이 매어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어서 줄을 넘어 들어가서 걸었습니다. 이기대길 끝인 오륙도 앞까지 가려면 5km 정도 남았다는데 서두르면 적당한 시간에 마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날이 흐려서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었는데 멀리 해운대의 초고층 건물군이 보였고 일망부제의 남해바다를 보며 호연지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기대(二妓臺)라는 지명을 설명하는 간판이 있었는데, 이기대는 임진왜란 때 두 기녀가 왜장 둘을 끌어안고 바다에 투신한 곳이라서 그에 따라 이름이 지어졌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희생을 한 두 분의 애국을 생각하게 하는 길인데 바다를 끼고 길이 잘 나있고 경치도 훌륭하였습니다.(제가 여러 해 전 가족과 한번 걸은 적이 있습니다.)
산행 팀은 엄광산(504m)을 넘어 구덕산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힘들면 엄광산 넘는 것으로 끝낸다고 했는데 힘이 남아서 구덕산까지 간다니 다행입니다. 카톡으로 응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기대길을 중간 쯤 갔는데 소낙비가 퍼붓기 시작합니다. 쉼터에 가서 비를 피하는데 근처에 주막이 있다고 그리 가면 좋을 거라고 산책객이 알려 주는데, 비도 조금 약해졌기에 자리를 옮겼습니다. 두 의기(義妓)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막걸리를 따르고, 조심스럽게 마셨습니다.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나서 중간 탈출을 해야 합니다. 이기대길을 버리고 산 쪽으로 길이 있어 아스팔트 길을 따라 낮은 산을 하나 넘어 시가지로 나가니 이기대입구 버스정류장이 나왔습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진역에서 내려서 1호선 전철을 타고 괴정역으로 갔습니다. 괴정역 남쪽 300m 가량 떨어진 “1등숯불갈비”에 도착하니 오후 5시 반 경인데 산행 팀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연락이 왔는데 구덕산을 넘어온 산행 팀은 근처에서 따로 식사를 하고 있을 터이니 이기대 팀도 식사를 하고 그리로 버스를 타고 빨리 오라고 합니다. 부랴부랴 서둘러서 식사를 하고 구덕문화공원 근처로 버스를 가게 했습니다. 산행 팀이 길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비를 맞아서인지 춥다고 하소연 합니다.
15인이 다 모여 오후 7시경 버스를로 서울을 향해 떠났습니다. 버스기사가 너무 피로했는지 정상 운행을 못하게 되어 여주휴게소에 와서 다른 버스를 불러 서울로 출발해서 양재역에 새벽 3시쯤 도착하여 긴 하루를 끝냈습니다. 제게 있어 이번 낙동정맥은 “바다로 간 낙동정맥”이 되고 말았습니다. 근간 부산에 혼자 내려가서 개금역-엄광산-구덕산 코스를 밟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산행 팀의 사정은 최원일님이 찍은 후반부에 실은 사진으로 대신할까 합니다.
- 후기 -
7인의 동문은 용감하게 정맥길에 도전하여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비에 약한 저는 바다 팀(8인)에 참가하여 이기대길에서 바다를 감상하였습니다. 여느 때처럼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시를 두 수 지었습니다.
개금역에서 구덕산까지
낮은 수준의 개금역
곧 이어 급경사에
궂은비는 오락가락
이 정도 난관에
물러설 용사 아니다
엄광산 구덕산이
500 넘는 위용으로
용사들을 가로막아도
비켜라 그 위에 서서
낙동강을 응시하련다
삼각산의 후예들
산에서는 무적이다
무수히 오른 봉들
전설되어 따라온다
남아일언 중천금
약속의 한 마디에
갖은 시련 잠재우고
제2도시 부산까지
마지막에 가까이 왔다
비를 피해 바다를 찾은
여유파도 있어서
산과 바다가 조화되어
낙동은 풍요롭다
두 기녀 왜장 안고
시퍼런 바다 뛰어드니
이름하여 이기대
경치는 왜 이리도
시리도록 아름다운가
앞이 탁 트인 주막에 앉아
한잔 술을 청했다
플라스틱 병에서
종이 잔에 따라 올리는
하얀 생막걸리
희생의 두 여인이여
예가 부족하다 꾸짖지 마시고
흠향하소서
낙동이 구국의 땅이고
부산이 산과 바다로 됨을
새삼 알았으니
예까지 힘들게 온 보람을
되새겨 본 하루다
누가 낙동강을 보았다 하는가?
낙동정맥은 산이요
낙동강은 강이다
강과 산이 합하여
다대포에서 요동친다
낙동정맥 마루금
까맣게 높은 산정에서
용틀임하는 낙동강을
누가 보았다 하는가
눈앞을 가리는 운무
퍼붓는 빗줄기
잠깐 멈추는 동안
홀깃 바람에 시야가 열리고
꿈의 낙동강이
잠깐 비쳤다 사라졌다고
구덕산 오른 동료들이
알려 주었다
세상은 보는 것만이 아닌 것
보지 않고도 믿는 자가
슬기로운 자일 수도 있다
비를 피하러
산 대신 바다로 간 나는
낙동강이 거기 있음을
안 보고도 알았으니
슬기로운 자인가
변명하는 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