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랑신부가 직접 하는 예단과 함 드리기 예절
예식도 치르지 않은 예비신부가 시댁에 예단을 가지고 가는 것이나 신부댁 방문 밖으로도 나오지 말아야 할 예비신랑이 직접 함을 들고 가는 것이 전통예법서 어디에도 나올 법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어떤 예절이 어울리는지는 전통과 현실을 두루 감안하여 새로운 논리와 감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에 적힌 내용은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예법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예비신부와 신랑이 직접 예단을 들이고 함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 국한하여 그 특징적인 부분만을 풀어낸 것입니다.
일반적인 예법은 다른 정보망을 이용하시거나 예담폐백의 혼인상식 페이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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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단
전통 예절상으로는 예단을 보낼 때 예비신부의 남자 가족이나 친척이 가져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핵가족화 되고 바쁜 현실상 예비신부가 직접 예단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 95% 이상의 비율입니다.
1. 예단을 드리는 것은 친정 부모님의 심부름을 대신하는 행사입니다. 평소의 시댁방문과는 달리 식사시간을 피하여 예단을 전달하고 나오는 것이 좋습니다. 시댁에 머무르는 시간은 길게 잡지 마시고 정중하고 공손하면서도 심플하게 행동하시는 것이 균형에 맞는 태도입니다.
2. 예단을 운반하기 위하여 예비신랑의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단을 전달하는 것은 엄연히 신부측의 몫이므로 가급적 신부측의 차량을 이용하시되, 불가피하다면 예비신랑이 시부모님 앞에서 지나치게 짐꾼의 역할을 부담하게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할 말로 '왜 너희가 치러야 할 행사에 내 아들을 부려먹느냐' 라는 고까운 시선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3. 예단으로 가전제품이나 가구(돌침대등) 등을 준비하는 경우에는 굳이 예단일에 맞추어 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배송차질로 예단일에 민망한 일이 없도록 미리 여유있게 배송되도록 하세요. 예단이불이나 반상기등 운반 용이한 물품은 차량이 준비된다면 가급적 직접 가져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예단을 들이는 부피감도 살려주고 시어머님께서 이불을 펼쳐보면서 좋은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주부라는 특성상 반상기나 은수저는 잘 열어보지 않지만 이불은 꼭 펼쳐보게 마련입니다. 이불이나 반상기의 포장에 공을 들이는 것도 예단을 드리는 자리의 어색함을 피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4. 예단을 들일 때 예비신부가 시부모님께 큰절을 올려야 할지에 관해서는 두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평소의 예비 며느리될 자격과는 달리 이날은 신부댁의 심부름꾼이며 평등한 관계로 예단을 드리는 자리이니 공손히 예단만 전달하면 되지 큰절을 올리는 것은 지나친 저자세라는 시각이 있는데 반해, 어쨋든 결혼 진행과정의 중요한 절차이고 예비신부가 시부모님께 어른에 대한 예절을 차리는 것이 옳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저희 판단으로는, 원칙적으로는 절을 올리지 않는 것이 맞고 다만 예단비를 꺼내 드릴 때 누구나 겪게 되는 어색함을 피하고 싶으시다면 큰절을 올리고 자리에 앉으면서 예단비를 전해 드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방식은 될 수 있다는 사실로 각자 결정하실 문제입니다.
5. 2~3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예단편지는 이제 그 기세가 한풀 꺾이는 추세입니다. 예단편지의 발단이 특정 인터넷카페의 홍보전략으로 시작된 것이고 예비신부가 예비 시부모님께 미리 효심을 표현한다는 예단편지와 신부측 부모님이 사돈에게 예물을 보낸다는 예단 자체의 성격이 서로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예단편지의 생명력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신부 어머님께서 신랑 어머님께 예절을 갖추어 적어 보내는 '사돈지'가 예단이나 이바지음식과 논리적으로 맞는 전통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돈지를 적는 경우는 1~2%에 불과하니 적어 보내시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굳이 머리아프게 연구하면서 까지 준비하실 필요는 없다 할 것입니다.
6. 예단용떡(예단떡)을 가져가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단떡은 2001~2002년 시즌에 유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예담폐백이 원조의 역할을 한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예단떡이 예단에 필수적인 품목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머님들께서 관습적으로 예단떡이니 예단음식이니 하고 부르던 것은 이바지음식을 말하는 것이고 전통적인 예단품목에 음식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예단을 들이는 날에 함께 가져가는 떡'으로서의 예단떡은 현물예단이 줄어드는 경향에 비례하여 새로 생겨난 전통이라 하겠습니다. 현물을 충분히 준비하신 분들은 굳이 예단떡을 가져가지 않으셔도 예단 들이는 날의 어색함을 못 느낄 수 있습니다. 예단을 현금예단 위주로 준비하신 분들께 예단떡은 효용과 가치를 발휘합니다.
7. 현금예단(예단비)은 다른 예단품목에 함께 넣지 않고 예단봉투에 담아 따로 전해 드립니다. 예전에는 현금을 민망하게 여겨 은수저 등에 함께 포장하였으나 예단비가 고액화 되면서 분실의 우려도 있어 따로 보관해 가져가서 전해 드리게 되었습니다. 현금은 한지를 세번접어 속지를 만들어 감싸고 한지봉투에 담은 후 비단으로 된 예단봉투에 넣어 전달합니다. 속지에 예단물목과 일시 등을 적기도 하지만 정 어려우시면 한지봉투의 붙이는 부분을 접고 그 겹치는 부분에 근봉(謹封)이라는 한자만 적어도 충분합니다.(봉투를 풀로 붙이지는 않습니다) 미리 준비하지 못하신 경우 예단떡을 찾으실 때 문의하시면 예담폐백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 함
원래 함은 신랑의 친구 중에서 부부금슬이 좋고 첫아들을 낳은 사람이 지며 청사초롱을 든 이들을 앞세워 들이는 것이 원칙입니다. 최근 이렇듯 함꾼이 함을 지고 오는 경우는 5~10% 정도인데, 고성으로 이웃에 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함꾼을 사양한다고 말들은 하지만 실제 원인은 함꾼을 데려와 대접하는 것도 귀찮고 함꾼으로 따라가 주는 것도 귀찮은 시대적 귀차니즘과 인간관계가 그만큼 소원해 진 탓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1. 원래 함은 신랑댁에서 출발하기 전 시루떡 위에 올려 놓고 조상에게 예를 올린 후 집을 나서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한복집에서 당일에 함을 싸 주고 그것을 가지고 바로 신부댁으로 향하는 것이 현실이고, 설혹 집에서 출발한다고 하여도 떡을 준비하여 예를 올리고 그 떡과 함께 함을 가지가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요즘은 99% 신부댁에서 함 받는 시루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 함을 들이는 시간은 해 어르슴할 무렵입니다. 그때가 음양이 교차하는 시각으로 예비부부의 앞날에 좋은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함꾼이 올 경우에는 함값 흥정을 하다보니 밤 늦은 시간에 끝나고 들어오지만, 예비신랑 혼자 가져오실 때는 이 시간을 맞추어 신부댁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3. 함은 전통적인 나무함궤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여행용 가방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복집에서 멜빵으로 묶어 주는데 최소한 신부댁 문앞에서만큼은 함을 등에 지고 들어가는 정성이 필요하며 손에 덜렁 들고 들어가는 것은 예절이 아닙니다.
4. 함꾼이 함을 가져온 경우 신부 아버님이 그 함을 받아 떡시루 위에 올려놓고 함꾼과 맞절을 하시는데 예비신랑이 직접 가져온 경우에 절을 할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사위될 사람과 장인될 사람은 서로 맞절을 하는 관계가 아니므로 맞절을 하는 것은 예법에 절대적으로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그렇다면 사위될 사람이 절을 하고 장인될 사람은 그 절을 받는 것은 맞느냐 하면 이 역시 예법에 어긋나는 이유가 이때의 예비신랑은 그댁 사위될 자격으로 온 것이 아니라 신랑댁의 심부름꾼으로 온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함에 든 예물을 받고 절까지 일방적으로 받는 것은 사돈에 대한 배려와 정중함을 무시하는 일입니다. 신부아버님께서 "가져오느라 수고하였다. 절은 생략하자" 라고 말씀으로 대신하는 것이 옳은 예법입니다. 정히 예비신랑이 절을 올리고 싶으면 함 받는 절차를 모두 마친 후에 따로 드리는 것이 맞습니다.
5. 함꾼이 온 경우에는 함값을 주는 것이 보통인데 요즘 평균으로는 100만원 선입니다.(2007년 기준) 예비신랑이 혼자 함을 가져온 경우에는 자기 함을 자신이 파는 것은 말이 안되므로 함값을 주지 않아도 되지만, 함값이 실제로는 신랑친구들과의 뒤풀이 비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30~50만원 정도를 용돈 삼아 주는 것이 적당합니다.
6. 함꾼은 집에서 저녁식사를 대접하여야 합니다. 예비신랑 혼자 왔다고 해서 간편하게 외식을 하는 것은 사돈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정히 외식으로 해결하신다면 신랑댁에 돌아가서는 집에서 잘 차려 먹고 왔노라고 대답하라는 사전교육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7. 예전 함꾼들이 떠들썩하게 실랑이를 벌이며 함을 들이던 시절에는 박바가지를 깨는 풍습은 그나마 서울지역에서 많이 행해졌고 전체적인 비율은 흔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함 받는 시루떡도 준비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런 소품 없이도 잔치집 분위기가 떠들썩 하니 풍겼기 때문입니다. 예비신랑 혼자서 함을 전달하는 경우에는 혼자 함을 들고 들어가 전해 드리기만 하면 끝이므로 그 썰렁함을 줄이고자 이벤트 삼아 바가지를 밟아 깨는 비율도 급격히 늘어나고 함 받는 시루떡도 으례껏 준비하시는 것으로 변화 되었습니다. 함 받는 시루떡(봉채떡)은 예비신랑이나 함에 대한 예절이 아니라 함을 받는 신부댁의 다복함을 위하여 준비하는 것이며, 잔치분위기를 돋우고 함떡을 신랑신부에게 나누어 먹이며 금슬을 기원하며 위에 올려진 밤대추를 신부에게 먹임으로써 자녀 많음을 축원하는 의미가 있어 함 받는 날의 중요한 일부분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이 시루떡은 집 밖으로 싸서 내 보내지 못하고 남겨서 버리지도 못한다는 금기가 있어 가급적 떡 잘하는 집의 맛있는 떡으로 주문하시는 것이 다 먹어 치워야 하는 고역을 즐겁게 치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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