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남자들이 허세 부릴 때 혼자서 여러 명을 상대로 싸움을 한 것을 두고 “17대 1로 싸웠다” 고 하는데 왜 하필 상대는 꼭 17명일까요? 제 기억에는 영화 ‘비트’에서 임창정 씨가 건달연기를 하면서 17대 1 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거론해 그때부터 유행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17대 1의 싸움을 본 적은 없습니다. 시라소니 이성순 씨가 십 수명과 싸워 이겼다는 얘기가 전해져 내려오기도 합니다만 실제로 그렇게 싸우고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1대 1로 싸워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데 1대 2, 1대 3...1대 17이라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점점 희박해집니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혼자 적진에 쳐들어가서 수 십명을 상대하기도 합니다만 그건 그냥 영화이기 때문이죠.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g.blog.yahoo.co.kr%2Fybi%2F1%2Ff4%2Fe5%2Fjournalog%2Ffolder%2F15%2Fimg_15_379_1%3F1294207435.jpg)
최근에 재미있게 봤던 영화 아저씨입니다. 특수부대 출신 차태식이 수 십명을 제압하는 액션씬이 볼 만 했습니다.
고수들이 말하는 '다수의 상대와 싸우는 비법'
아래의 내용들은 익명을 요구한 고수들로부터 들은(또는 목격한) 내용들 중 몇 가지 원칙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럴 일은 절대 없어야 하지만 부득이하게 다수의 상대와 싸우게 됐을 경우 이길 확률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1. 기선을 제압하라
장비가 장판파에서 조조의 100만대군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삼국지의 표현대료라면 장비의 기세가 조조의 군대를 압도했기 때문입니다. 주먹이 오가는 싸움도 결국 기세의 싸움입니다. 고성을 지르거나(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라는 말도 있죠) 기습적인 선제공격을 해 준비 안 된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 것입니다.
유명한 스트리트 파이팅 동영상입니다. 홀로 4명을 상대하는 이의 기세가 대단해 상대가 쉽게 덤비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버퍼가 좀 기네요 기다리셔서 보세요.
2. 가장 가까운 상대부터 제압하라
여러 명의 상대가 나를 둘러쌀 경우 가장 위협이 되는 상대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자라는 사실을 명심해 두어야 합니다. 이건 싸움에서 뿐 아니라 정치나 외교에서도 통용되는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심지어 게임에서도 적용됩니다. 프로게이머 이윤열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일반인 2명을 상대로 이벤트 경기를 펼치면서도 줄곧 이겼던 비결 중 하나가 “가까이 있는 적부터 제거한다” 였습니다.
3. 절대 등을 보이지 마라
1대 7 격투녀 동영상이 가짜인 이유는 그녀가 상대 무리의 한 가운데서 싸움을 하기 때문입니다. 둘러싸인 상태에서 동시에 공격이 들어오면 표도르가 아니라 표도르 할아버지라도 당해내기 어렵습니다. 상대도 바보가 아닌 이상 등을 보이고 있는 상대를 보고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사방이 열려있는 공간에서라면 백스탭과 사이드스탭을 이용해 끊임없이 움직이며 둘러싸이는 상황을 피해야합니다. 움직일 공간이 없는 밀폐된 곳이라면 벽에 등을 지는 것도 좋습니다. UFC 파이터 티토 오티즈 일행과 리머레이 일행이 영국의 한 술집에서 패싸움을 벌였을 때 티토는 망신을 당할 정도로 두들겨 맞았지만 동료인 척 리델은 홀로 벽을 등지고 싸우며 이름값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날아오는 주먹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절반은 피한 셈입니다. 그 주먹이 많으니 문제이긴 하지만...
이것도 유명한 스트리트 파이팅 동영상입니다. 상대가 여러 명이지만 백스탭으로 끊임없이 1대1 상황을 만들어 한명씩 제압합니다. 복싱을 배운 사람이지만 여러 명을 상대로 이렇게 싸울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겁니다. 48초부터 보세요.
앞서 여러 가지를 말했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이 남았습니다.
바로
4. 도망가라.
입니다.
17대 1은 커녕 3대 1로만 싸워도 목숨을 건지면 다행입니다. 승산이 없는 싸움은 피하는 게 최상책입니다. 물론 승산이 있는 경우라도 안 싸우는 게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