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이 쪘거나 여윈 데 따라 병증을 갈라보아야 한다[肥瘦辨病候] 1.『영추』에 “살이 찌고 윤기가 나는 것은 기혈(氣血)이 넉넉한 것이고 살은 쪘으나 윤기가 없는 것은 기가 넉넉하고 혈이 부족한 것이다. 여위고 윤기가 없는 것은 혈기가 다 부족한 것이다. 그러므로 형체와 기가 넉넉한가 부족한가를 살펴보고 조절해야 하며 병이 역증[逆]인가 순증[順]인가를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2.○ 살빛이 거멓고 여윈 사람은 병이 낫기 쉽고 살쪄서 힘살[肉]이 실(實)하며 살빛이 벌겋거나 흰 사람은 병이 낫기 어렵다. 살빛이 검은 사람은 풍습(風濕)을 견디어 내지만 벌겋거나 흰 사람은 풍습을 견디어 내지 못한다. 여윈 사람은 힘살이 단단하고 살찐 사람은 힘살이 연한데 힘살이 연하면 병이 낫기 어렵다[천금]. 3.○ 기(氣)가 쇠약하여 몸이 차고 혈(血)이 쇠약하면 피부가 단단하다[입문]. 4.○ 살찐 사람은 기(氣)가 허하므로 추워한다. 찬 것은 습(濕)을 생기게 하고 습은 담(痰)을 생기게 한다. 여윈 사람은 혈이 허하므로 열이 난다. 열은 화(火)를 생(生)하게 하고 화는 조(燥)하게 한다. 그러므로 살찐 사람은 한증(寒證), 습증(濕證)이 많고 여윈 사람은 열증(熱證), 조증(燥證)이 많다[단심].
16.용감한 사람과 비겁한 사람은 형체가 다르다[勇怯異形] 1.○ 황제(黃帝)가 “용감한 사람과 비겁한 사람의 형체가 다르다고 하는데 그것을 알고 싶다”고 하였다. 그러자 소유(少愈)가 “용감한 사람은 눈이 우뚝 들어갔고 크며 쏘아보는 데 광채가 있다. 그리고 3초(三焦)의 살결이 가로[橫]로 갔고 심장이 똑바로 놓여 있으며 간(肝)이 크고 뜬뜬하며 담(膽)에는 담즙이 가득 차 있고 옆으로 놓여 있다. 그리고 성을 낼 때에는 기운이 왕성해지고 가슴이 커지며 간(肝)이 들리고 담(膽)이 가로로 놓이며 눈귀[ ]가 찢어지고 눈에서 광채가 나며 머리털이 일어서고 얼굴빛이 퍼렇게 된다. 이것이 용감한 사람의 표정이다”고 하였다. 2.○ 황제가 “비겁한 사람은 어떤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소유(少兪)가 “비겁한 사람도 눈이 크나 우묵 들어가지 않았고 음양(陰陽)이 알맞지 못하여 3초(三焦)의 살결이 세로[縱]로 갔고 명치뼈가 짧고 작으며 간이 달린 줄이 늘어졌고 담즙이 가득 차 있지 않으며 세로로 놓여 있고 장위(腸胃)가 똑바로 놓여 있으며 옆구리 아래가 텅 빈 것 같고 몹시 노하여도 가슴에 기운이 그득 차지 않는다. 그리고 간(肝)과 폐(肺)가 들렸다[擧]가도 기(氣)가 약해지면 다시 내려가므로 오랫동안 노하지 못한다. 이것이 비겁한 사람의 표정이다”고 하였다. 3.○ 황제가 “비겁한 사람도 술을 마셨을 때에는 노하는 것이 용감한 사람과 같은데 그것은 어느 장기 때문에 그런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소유가 “술이란 물[水]과 곡식[穀]의 정기이며 익은 곡식의 진액(津液)이므로 그 기운은 날래고 빠르다. 그러므로 위(胃) 속에 들어가면 위가 몹시 불러 오르게 되고 기(氣)가 치밀어 오르게 된다. 때문에 가슴 속이 그득해지고 간(肝)이 들뜨면 담(膽)이 가로로 놓이게 된다. 그러므로 용감한 사람과 비슷해진다. 그리고 기가 약해지면 후회하는 것도 용감한 사람과 같다. 주정을 억제할 줄 모르는 것을 주패(酒悖)라고 한다”고 대답하였다[영추].
17.장부병이 천천히 전해가는 것[臟腑病緩傳] 1.『내경』에 “5장(五臟)은 서로 통(通)하며 전하는데[移] 그 차례가 있다. 5장에 병이 있으면 각기 자기가 이기는 곳[勝]에 전한다. 이것을 치료하지 않으면 대체로 3달이나 6달 또는 3일이나 6일 만에 5장에 전해져 반드시 죽게 된다”고 씌어 있다. 주해에 “병이 천천히 전해지는 것과 빨리 전해지는 것이 있는데 천천히 전해지는 것은 1년이나 2년, 3년 만에 죽을 수 있다. 혹은 3달이나 6달 만에 죽을 수도 있다. 빨리 전해지는 것은 1-4일 또는 5-6일 만에 죽을 수 있다”고 하였다. 2.○ 풍한(風寒)이 침범하면 솜털이 일어서고 땀구멍[皮膚]이 닫히기 때문에 열이 나게 된다. 이때에는 반드시 땀을 내서 발산시켜야 한다. 이렇게 치료하지 않으면 병이 폐로 전해져서 폐비(肺痺)가 생긴다. 이때에는 기침이 나고 기운이 치밀어 오른다. 이것을 치료하지 않으면 병이 폐(肺)에서 곧 간(肝)으로 전해가므로 간비(肝痺)가 생긴다. 이때에는 옆구리가 아프고 먹은 것을 토하게 되는데 안마도 하고 혹 침도 놓아야 한다. 이것을 치료하지 않으면 병이 간(肝)에서 비(脾)로 전해가므로 비풍(脾風)이 생긴다. 그러면 황달(黃疸)이 생겨 뱃속이 열(熱)해지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온몸이 노랗게 된다. 이때에는 안마도 하고 약도 쓰고 목욕도 해야 한다. 이것을 치료하지 않으면 병이 비(脾)에서 신(腎)으로 전해가서 산가(疝 )가 된다. 그러면 아랫배에 원열(寃熱)이 나면서 아프고 전음으로 허연 물이 나온다. 이때에는 뜸도 뜨고 약도 써야 한다. 이것을 치료하지 않으면 병이 신(腎)에서 심(心)으로 전해가므로 힘줄이 맞당기게 된다. 때문에 계종[ ]이 생긴다. 이때에는 뜸도 뜨고 약도 써야 한다. 이것을 치료하지 않으면 10일 만에 죽을 수 있다. 병이 신(腎)에서 심(心)으로 전해가고 심에서 다시 폐(肺)로 전해가면 한열(寒熱)이 생긴다. 이와 같이 되면 대체로 3년 만에 죽을 수 있다. 이것이 병이 전해가는 차례이다. 3.○ 이것은 사기(邪氣)가 처음에 표(表)에 들어갔다가 천천히 전해가는 것을 말한 것이다[내경]. [註] 원열(寃熱) : 열이 몹시 나서 답답하고 괴로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