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9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tvN에서 2018년에 제작한 드리마 'Mr. Sunshine'란 인기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 유진초이 역을 한 배우 이병헌의 실존모델이 된 독립지사 '황기환'.
황 지사가 18살이 되던 1904년 자신의 고향 평안도를 떠나 하와이를 거쳐 태평양을 넘어 미국 대륙으로 건너와 국권을 찬탈당한 대한의 독립을 위해 유럽등을 오가며 많은 활동을 펼치다 젊은 청년의 37세의 나이에 심장병으로 숨졌다.
그의 많은 독립 운동의 행적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무렵, '뉴욕한인교회'의 은퇴 목사로 현재 뉴저지에 살고 있는 장철우 목사가 먼지 교회 창고에서 먼지 묻은 많은 사료들을 토대로 그의 유해가 Queens의 공동묘지에 묻혀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80이 넘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손수 그 많은 비석들 하나하나를 돌아 다니며 결국 그의 비석을 찾았고, 이 사실을 뉴욕 영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알렸다.
하지만, 황 지사에게는 남겨진 가족이 없어 유해 발굴을 할 수 없다고 미국 법원에서 2번이나 기각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 미국 땅에서 100년간 묻혀 있던 것을 안타까워한 한국 국가보훈처, 뉴욕의 시 의원들, 그리고 현지의 뜻있는 한인들의 오랜 노력으로 결국 묘지 공원 측의 허가를 받아 한국으로 이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See you again'을 마침내 이뤄낸 것이다.
4월 8일, 맨하턴 허드슨 강변 쪽 115th St에 위치한 '뉴욕한인교회'
바로 어제 황 지사의 유해 본국 송환식을 가져 추모식에 참여하고 왔다. 지금 이 시간 쯤이면 지사의 유해는 사할린 상공을 지나 고인이 그렇게 그리워했던 조국의 품에 안길 것을 생각하면 왜 더 일찍 조국으로 모시지 못했는지에 대한 미안함이 앞선다.
다행인 것은 대한항공측의 황 지사의 유해 운송에 들어가는 모든 제반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는데, 이는 창사이래 처음으로 국가 행사에 자사 부담이라고 하니, 매번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안겨준 항공사가 미운 짓만은 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된다.
지금은 고인인 이어령 교수와 이재철 은퇴 목사가 함께 쓴 '지성과 영성의 만남'이란 책에 노인과 어른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나이 들어 노인이 되느냐 어른이 되느냐 그 분깃점은 바로 내나 나를 더 사랑하느냐, 아니면 상대를 더 사랑하느냐에서 갈라집니다. ...
노인은 자기만 알아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고 모든 것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집이 있다. 하지만, 어른은 자신의 인생의 많은 기득권을 내려 놓고 남은 삶을 이타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란 이야기이다. 이런 기준으로 생각하면 열심히 자신의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많은 우리의 인생 선배들은 이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어른'의 범주에 들기 힘들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단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앞만 보고 살아온 50대 중반의 나는 노인도 어른도 생각치 않고 처자식 키우느라 살아왔다. 추모식을 통해 황기환 독립지사의 삶을 반추해 보면서 제 아무리 가방끈이 길어 지성의 덩어리처럼 보이는 학자도, 그 아무리 명설교로 영성으로 충만한 주의 종들이라도 진심으로 행함이 없으면 이 모든 것이 두 문자의 조합일 뿐 그 의미는 없다.
황 지사의 출생을 알 수는 없으나 조선 땅에서 배불리 먹고 살 집안 형편이었다면 고생길이 열린 먼 이국땅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짧은 인생 여정을 돌이켜 보면 수 많은 이민자들이 감히 할 수 없었던 고난의 길을 혼자 묵묵히 걸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의 조선인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남자였고, 이국에서 같은 동족 여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늦총각으로 살다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태극기로 정성들여 쌓인 황 지사의 관으로 나마 이 미국땅에서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영광이고 하나님이 왜 나를 이 미국 땅에 오게 했는지 생각케 하는 부활절 아침이다.
- 후기 -
고령의 나이로 황 지사의 묘지 발굴뿐만 아니라 젊은 나이나 미혼으로 뉴욕일대에서 독립운동을 하시다 돌아가신 많은 독립지사들의 무덤이 아직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먹고 살기 바쁜 이민 생활에서 그 어느 누구 나서지 않아 결국 사료가 남아 있음에도 그 분들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장철우 목사님께서는 늘 안타까워하시고 계십니다.
지난 3월 뉴욕동포회관 (KCS) 에서 유관순의 날 행사 때도 손수 자신이 모아온 유관순열사의 자료를 맨하탄 교회창고에서 손수 젊은 한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지고 오시는 그의 뒷모습에서 어른의 참 그림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어른이 될 수는 없을지언정, 적어도 노인의 범주에 들지 않을려는 삶을 살기 위해 조금은 발부등쳐 볼려고 합니다.
37세의 젊은 나이에도 어른의 삶을 살아가신 황 지사님을 혹시 한국 대전쪽에 사시는 역이민 카페 분들이 계시면 한번 현충원에 들려 보시는 것도 어떨까 생각합니다.
첫댓글 이런 사연이 있었군요. 황지사의 귀환을 지켜보겠습니다. 고생하신 목사님, 도와주신분들 감사드립니다. 님 건강하세요.
아르테미스님 오랜만입니다.
80을 넘기신 분이 그 광활한 묘지를 하나하나 바닷가에서 진주를 찾듯이 다시셨다는 말씀에 저도 감사드렸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우리 아파트 곧 재건축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너무 지저분한채 놔 두더군요....내가 사용하는 공간의 1.5배 만큼만 주변을 깔끔히 관리 해 볼까...생각 중입니다.
우리같이 은퇴한 사람들이 조금만 주변에 신경쓰면 온 나라가 훤해질텐데...하는 마음입니다.
지하철 공짜로 타고, 공원 공짜로 들어가고...공짜 턱은 내야하지 않을까요?
어른이 되는 것은 무슨 큰 일을 해서 되는 것도 있겠지만, 자신의 능력안에서 남을 위해 행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매드님이 사시는 집 주변이 덕분에 더 깨끗해지길 바랍니다.
그럼, 건강 잘 챙기시구요.
감동적인 스토리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평생 살아가면서 그 누군가의 삶에 감동을 전해 줄 수 있느 삶이면 그 삶은 참 값지다 하겠습니다.
아말피님도 그런 삶을 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무척 잟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연출이나 뛰어난 색감, 특별히 주연, 조연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등, , 또한 느낀것은 몇몇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가끔 심심할때 다시 보곤 합니다.
드라마 재미있게 보셨다니, small lake님의 마음밭도 이 황지사님처럼 누군가의 삶을 위해 살아가시리라 믿습니다.
행함은 어렵지만, 한번 시작하면 그 의미를 찾는데 큰 보람이 있으리라 봅니다.
그럼, 건강 잘 챙기시구요.
또한, 실존인물이였다고 하니, 생각이 깊어집니다. 어려운 일을 하시는 여러 교포분들과 관계자분들의 수고에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내 고집을 내세우지 않고 아무에게도 강요하지 않으며 스스로 겸손하고 단순하게 그러나 구별되게 살려고 애써 봅니다. 그러나 날마다 실패하는 것도 사실 입니다
날마다 실패하신다는 david님의 삶에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실수와 후회의 연속이 삶을 살다보니, 그나마 그런 실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른의 행동에 도전할 용기르 주기 때문입니다.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우리 모두가 의로운 삶을 마음에 두고 있다해도 다 그렇게 사는, 아니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드문 때문에 더 가치있는 것이겠지요. 호기심 정도의 단순한 관심이 발전하여 실제로 어떤 행동으로 옮기기 까지는 쉽지않은 과정을 거치게 되지요. 저도 이런 저런 의로운 사람이나 사안에 관심을 가진 것들은 많았지만, 여기에서 한 발자국도 진전을 못했습니다. 애릭손님의 발걸음을 높이 삽니다!
지난번 여행의 말미에 연락을 드렸습니다만, 즐거운 여행 되셨는지요.
머리에 있는 생각이 얼굴을 통해 다리로 내려와 실지로 행하기까지 채 2미터도 안되는 그 거리가 평생 실천하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어르신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저는 제주아톰님의 삶에 언저리에도 못 가지만, 늘 삶의 모델이 되어 주시는 큰 나무와 같은 분이십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하루 되시길 빕니다.
고애신의 대사
"독립된 조국에서 씨 유 어게인"
https://youtube.com/shorts/vq4btLbA4rY?feature=share
MBC 뉴스에 나오네요
https://youtu.be/5YWvwweWOKU
PLAY
역시 빙세기님 답게 잘 찾으셨네요.
나중에 보니, 인천 공항 영접과 대전 현충원 안장까지 메이저 방송사에서 생중계하는 것을 목도했습니다.
그 만큼 그 분의 100년만의 귀환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모습이지요.
"먼길 오시느라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이 말 한마디 그분에게 전하고 싶네요.
그럼,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독립 투사의 모진 삶
그 자손들의 고된 삶
늘 마음에 돌덩이처럼 남아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세상적으로는 모질고 고된 삶일지언정,
어른의 삶을 살다간 분이라 참 그 분이 살아온 족적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영민한 조국 땅에서 편히 잠드시리라 믿습니다.
훌륭하신 선조, 훌륭하신 목사님, 이렇게 훌륭하신 일을 해 주심에 심신의 감사를 표합니다.
알려 주신 에맄손님께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언제나 님과 아드님, 가족의 안전과 평안을 기원 드립니다.
글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nola님
직접 경험을 하지는 않은 발굴의 역사이지만,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를 전하는 것 또한 저의 작은 책무라 생각해서 글을 올렸습니다. 역이민 카페에 많은 어른들이 계십니다. 그분중에 한분이 당신인것이 저는 참 자랑스럽습니다.
그럼, 건강 잘 챙기시구요.
이렇게 훌륭하신 목사님 얘기를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른이 될 수는 없을지언정, 적어도 노인의 범주에 들지 않을려는 삶을 살겠다'라고 하시는 에릭손님의 이 말씀을 저도 가슴에 새겨두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적어도 노인이 되지 않을려고 발부동치는 것만으로도 사실은 벅찹니다.
안단테님의 댓글에 용기를 얻어 또 다시 한번 더 잘 발부등쳐보겠습니다.
그럼,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