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시간동안 갑자기 폐쇄된 Dr. Vivite Laeti 님의 외국블로그와 소식지, 메일등이 끊어져서
손을 못쓰고 그간 취합한 자료들만 요약해서 올려드리는 것이 었으며 대동가족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오늘 새벽 몇시간 인터넷 수소문 끝에 드디어 다시 문을 연 Dr. Vivite Laeti 님의 인터넷 새집주소를 알아내어
메일로 안부를 여쭙고 여전히 피가 되고 살이 될만한 칼럼들이 등재돼 있기에 대동포럼에
퍼날라도 되겠는지를 문의해 놓았습니다. ( 선문의 후지름 ^^ )
링크 걸어드리면 참참참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1년동안 글을 쉬시게된게 외국블로그임에도 불구하고
강제폐쇄 되었었다고 합니다. 하여 번거롭더라도 글의 쥔장님께서 허락하시는한 제가 퍼날르도록 하겠습니다.
꼭 필요하신 분들께 양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춥고 눈도 엄청내리고 댁에서는 사모님께서 기다리실터인데 학수고대 기다리는 대동가족들과의 소통을 위해
새벽까지 애써주시는 도봉교수님의 강의를 시청하면서 또다시 참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과 감사하다는
심심한 말씀 전합니다.
Dr. Vivite Laeti
[국제정치와 한국 경제 (7)우리나라의 위태로운 외줄 타기]
[국제정치와 한국 경제 (7)우리나라의 위태로운 외줄 타기]©
[1] 우리나라 경제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을 꼽으라면 단연 ‘소규모 개방경제’이다. ‘소규모’라고 하는 것은 독자적으로 시장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고, ‘개방경제’라고 하는 것은 대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처럼 ‘소규모 개방경제’의 의미가 크게 다가온 적도 없었던 듯하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경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데 의존하는 국가가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융시장은 미국, 일본, 유럽계 자금에 영향을 받고, 실물시장의 핵심인 제조업은 절대적으로 중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2] 금융시장을 통해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경제변수는 주가, 환율, 금리, 외환보유액 등이다. 미국이나 일본 혹은 유럽계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게 되면, 주가가 폭락하고,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던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일이 벌어진다. 최악의 경우에는 외환 부족으로 우리나라가 국가 부도 위험에 놓일 수도 있다. 따라서 외국 자본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1997년 우리나라가 국가 부도 위기에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에도, 100억 달러 정도의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생긴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 자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잘 알 수 있다.
[3] 이에 반해, 실물시장을 나타내는 경제변수들은 수출, 무역수지, 제조업 가동률, 실업률 등이다. 실물 경기가 좋으면 수출이 늘고 국내 제조업 부문에서의 고용이 늘어나면서 취업이 늘고 실업률도 떨어지게 된다. 그에 따라, 서민 경제 쪽에서의 돈 흐름도 좋다. 금융부문이 자본에게 영향을 주는 시장이라면, 실물부문은 서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실물시장은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의 수출 구조를 보면, 예전에는 미국으로의 수출이 절대적으로 많았으나, 지금은 역전되어 중국으로의 수출이 더 많다. 심지어 일본으로의 수출을 합해도, 중국으로의 수출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2016년말 현재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5% 정도가 중국으로의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의 수출이 막히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큰 어려움에 놓이게 된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또한 하락하는 일이 이미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가령, 2015년에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이전보다 낮은 7% 내외로 내리자, 국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급속하게 나빠지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실물부문에 대한 중국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4] 수출 축의 이동은 국내 도시들 사이에도 희비를 낳았다.1970년대 이후 미국 및 일본으로의 수출 상당 부분을 담당했던 곳이 바로 부산항이었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 제조업은 수출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부산항을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대표적인 곳이 울산, 포항, 대구, 창원, 마산, 구미 등 영남권 도시들이다. 철강, 자동차, 기계, 화학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산업들이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분포됐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 구조는 2000년대 초반까지 영남권 도시들의 성장 기반이 되었다. 하지만 수출 축이 동해 쪽에서 서해 쪽으로 이전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던 영남권 도시들의 정체가 시작됐고 대신 서해권 도시들이 그 자리를 채워갔다. 인천과 평택 등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영남권 지역의 경기 침체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 주도권이 중국에서 다시 미국이나 일본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영남권 도시들이 예전의 영화를 누리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5] 금융부문은 미국을 비롯한 일본과 유럽 쪽 의존도가 높고, 실물부문은 중국 쪽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이 두 세력 사이에서 어중간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 특히, 중국과 미국이 대결 구도로 갈 때면 우리나라가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실물부문을 고려하면 중국 쪽에 서야 하지만, 그렇다고 국내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또한, 금융부문을 고려하면 미국이나 일본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국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맞지만, 실물부문을 잡고 있는 중국 쪽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었다. 여기에 정치 및 군사적인 측면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는 중간에서 이쪽에도 저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기계적인 중립 입장을 취해왔었다.
말이 좋아 중립이지 실제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쁘게 이야기한다면, 중간에서 양국의 눈치를 봐왔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6] 가장 대표적인 것이 FTA(자유무역협정, Free Trade Agreements)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2011년 11월에 한-미FTA를 정식으로 발효시켰다. 한-미 FTA를 추진하겠다고 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2006년 2월 이후 5년 9개월만의 일이었다. 군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까지를 고려한 매우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에게는 우리나라가 미국에 터무니없이 많은 양보를 해준 매우 불평등한 협상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로 인해 국민들의 반대도 심했다. 특히, 우리나라에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4대 선결조건’이라고 불리던 내용들까지 미국측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면서 미국과 FTA를 추진할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4대 선결조건이란, 미국이 우리나라와 FTA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미국 측이 우리나라에 요구했던 내용인데, 여기에는 광우병으로 수입이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는 것과 국산 영화를 연간 146일 이상 반드시 상영하도록 했던 스크린 쿼터를 73일로 대폭 축소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 외에도 미국측의 요구로, 약값 재평가제도 개정안이 철회됐고,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해 수입차에까지 적용하려던 계획도 연기됐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이런 요구를 모두 들어주면서까지 미국과의 FTA를 추진하였다.
[7] 우리나라가 미국과 FTA를 추진해 미국에 가까워지자, 이번에는 중국이 우리나라와 FTA를 하자고 나섰다. 2012년 5월 공식 협상을 시작해, 2015년 2월 한-중 양국 정부는 FTA에 서명하기에 이른다. 한-미 FTA의 경우에는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요구했다면, 한-중 FTA는 중국이 많이 서두른 협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FTA를 미루거나 연기하는 것이 적절했지만,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고려하면 중국의 요구를 무작정 회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협상 내용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났지만, 중국과의 FTA도 결국 2015년 12월 20일에 발효됐다. 미국과의 FTA가 정식 발효된 지 4년만의 일이었다.
[8]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팡지팡하는 모습은 메가 FTA(Mega-FTA)를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메가 FTA는 두 나라가 아니라 여러 나라가 동시에 FTA를 체결하고자 벌이는 협상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진행된 메가 FTA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중국 중심의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과 미국 중심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rans-Pacific Partnership)였다. 2017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은 TPP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TPP협상은 유야무야됐지만, 초기만 해도 RCEP과 TPP은 세 대결을 벌여가면서 서로 더 많은 국가들을 끌어들이려고 했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를 중국 쪽으로 끌어들이려고 많은 노력을 했고 필요할 경우 양보도 했다. 일본이 이미 미국 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상황이어서 한국의 중국 주도 국제협상에의 참여는 중국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했다. 우리나라는 당초 RCEP에만 참여하면서 TPP는 관망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TPP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자 2013년 11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우리나라도 TPP에 관심이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공식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TPP 1차 협상대상국에서 제외되었다.
[9] 우리나라를 미국과 중국이 서로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던 현상은 중국 주도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설립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동안 아시아지역에서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있던 ADB(아시아개발은행, Asian Development Bank)이 개도국 발전 등에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중국은 ADB를 대체할 수 있는 은행 설립을 구상하기 시작했고, 그 구상은 AIIB 설립으로 구체화되었다. AIIB 설립을 추진하면서 중국은 우리나라에게도 참여하도록 요청하였다. 그러자 미국이 곧바로 우리나라에게 AIIB에 참여하지 말도록 공식 요청을 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AIIB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관망 자세를 유지했다. 이후 다른 나라들이 AIIB에 대거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나라도 참여 명분을 얻었고, 4조원을 AIIB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하였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우리나라에 부행장 자리를 하나 배정해주면서 우리나라를 특별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나라의 움직임은 미국으로부터 한국이 중국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우려 섞인 평가를 듣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AIIB 부행장 자리에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을 보냈지만, 홍 부행장은 산업은행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우조선 경영자금 지원은 정부가 했고 산업은행은 들러리만 섰다고 폭로하면서 논란을 빚어 부행장 자리에서 사퇴했다. 이후 부행장 자리는 프랑스로 넘어갔고 우리나라는 대규모 출자금을 내고도 중요한 보직 자리를 하나도 얻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10] 우리나라가 중간자적 입장에서 태도를 바꾼 것은 앞서 설명했듯이,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0월 말 미국 방문 이후부터였다. 이때부터 우리나라는 누가 보더라도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는 인상을 받을 만큼 명확하게 입장을 바꿨다. 이러한 입장은 2016년 7월 초 국내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THAAD) 배치를 확정하면서 더욱 굳어졌다. 사드 배치 10여일 전인 6월 말 황교안 국무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났을 때까지도 우리나라 정부의 사드에 대한 공식 입장은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였다. 그에 따라 황교안 국무총리도 시진핑 주석에게 사드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10여일이 지난 7월 8일 갑자기 한국과 미국 양국 정부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고 확정 발표한 것이었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말을 믿었던 중국으로써는 뒤통수를 아주 세게 맞은 꼴이 되었다. 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적어도 비공식적으로는 사드 배치를 알려주었어야 했다는 것이 중국 측의 생각이었다.
<출처: 美 ‘아시아 재균형’ 가속도… ‘우군 없는’ 中 전략적 부담 가중 (서울신문, 2017. 03.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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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러한 중국의 한국에 대한 배신감은 2016년 말부터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조금씩 구체적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중국 내에서 인기가 높았던 한국 드라마가 중국 내 방송에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고, 한국 연예인들의 출연이나 중국 내 공연 등이 아무 이유 없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중국에 진출해 있던 한국 기업들에 대한 각종 조사나 규제도 계속 강화됐다. 특히, 사드 부지를 직접 제공했던 롯데는 직격탄을 맞았는데, 중국 내 120여개 점포(백화점 5개, 마트 99개, 슈퍼 16개) 가운데 20개 이상이 문을 닫았고, 추가로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돼 중국 내 롯데 사업이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한국에서 수입되는 상품들의 통관이 지연되고 표기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반송되는 일도 수시로 나타났다. 2016년 말부터 암묵적으로 진행되던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 통제는 2017년 3월 들어서는 아예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베이징을 포함해, 상하이시와 장쑤(江蘇)성, 산둥(山東)성, 산시(陝西)성 정부는 주요 여행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3월 15일부터 한국관광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구두 지시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드의 한국 내 배치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이다.
[12] 중국의 보복 조치로 우리나라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을 것인지는 보복 조치가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보복 조치가 단기에 그친다면, 그 충격은 중국인 관광객을 직접 상대했던 관광업계, 면세점, 화장품업계, 호텔 분야 등 주로 서비스 부문에 한정될 것이다. 물론, 중국 관광객이 많이 몰렸던 제주나, 서울의 일부 지역들(명동, 동대문, 신촌 등), 성형 관광이 많았던 압구정 성형 시장 등도 충격을 피해가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보복 조치가 장기화된다면, 수출도 일정 정도 막힐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제조업 등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4이 중국으로 간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으로의 수출 위축은 우리 경제에 고스란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중국이 100% 한국산 제품의 수입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중국 정부의 한국산 제품의 수입 억제 조치는 국내 산업에 충분히 충격을 줄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기업들 상황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이미 악화일로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수출길까지 막히게 되면 부도 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당연히 일자리 역시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출이 막히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3-6개월 혹은 그 이상의 시차를 두고 서서히 나타난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는 초기에는 관광객 감소로 나타나겠지만, 점차 기업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국내 산업에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3] 우리나라의 두 가지 경제부문 가운데, 실물부문은 중국으로부터의 제재를 통해 충격을 받을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과 일본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는 금융 및 주식 시장이다.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최근처럼 미국이 금융시장을 보호해주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라면, 중국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제조업을 포함한 실물 부문과 관광업 등의 서비스 부문은 충격이 불가피하겠지만, 미국의 지원을 받는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을 보일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현실화되었을 때, 예전 같았으면, 국내 주가는 폭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17년 2월 2000대를 벗어나지 못했던 코스피 지수는 3월 초에는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2100 선까지 올랐다. 미국을 포함한 외국계 자금들이 주식시장에 들어오거나 적어도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욱이 외국계 자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가지만 않는다면, 금리나 환율 정책에서도 약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즉,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외국계 자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가지만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금리 인상폭을 최소화하거나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따라서 적어도 미국이 금융 부문만큼은 미국의 우산 아래 우리나라를 두겠다고 하는 한, 국내 금융시장이나 주식시장에서는 큰 충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나라에게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다.
[14] 이런 시나리오 아래에서, 미국이 우리나라에 경제적으로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통화 스와프(currency swap) 체결이다. 통화 스와프는 당사국끼리 사전에 협약을 통해 체결국 가운데 한 나라가 외환 부족 사태를 겪을 때 계약 내용에 따라 외환을 빌려주는 계약을 의미한다. 통화 스와프는 한 나라가 외환 부족으로 국가 부도상황에 몰릴 때 아주 요긴한 대책이 될 수 있다. 더욱이 통화스와프을 활용하면 평시에는 외환을 많이 보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외환 보유에 따른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가 있다는 이점도 있다.
통화스와프 체결에서 가장 선호되는 화폐는 단연 미국 달러다. 한 나라가 외환 부족 사태를 맞았을 때 미국 달러만 충분히 공급되면 쉽게 외환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일시적인 외환 부족사태가 국가 부도사태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1997년에 외환위기를 심각하게 경험했던 우리나라는 그동안 국가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나라와의 통화 스와프를 적극 활용해왔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가 미국 및 일본과 체결했던 통화스와프는 미국과는 2010년 2월에, 일본과는 2015년 2월에 만기가 됐고 연장되지 않았다. 중국과 맺은 3,600억 위안의 통화스와프는 2017년 10월 말에 만기가 된다. 현재와 같은 정치적인 상황이라면 중국과의 통화스와프가 연장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아주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만기에 종료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2017년 말 경이 되면 우리나라가 통화스와프를 통해 조달 가능한 자금 규모는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기라도 하면 우리나라는 아주 쉽게 국제 헤지펀드들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나라를 자국의 우산 아래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미국이 직접 우리나라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이고, 이것이 다소 부담스럽다면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 혹은 일본과 통화스와프만 체결된다면, 미국이 우리나라를 자국의 우산 아래 두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되며, 우리나라는 적어도 금융시장에서만큼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방법은 다소 소극적인 것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더라도 한국시장에서 자금을 빼지 않는 것이다.
<출처: 中·日 외교 무기는 ‘통화스와프’.. 韓 금융 안전판 흔들린다(파이낸셜뉴스, 2017. 03.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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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중국의 보복 조치가 장기화되고, 미국이 국내 금융시장을 보호해주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경제는 금융시장이나 주식시장이 실물 경제를 반영하지 못하는 이원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의 보복 조치가 지속된다면, 국내 제조업 부문을 포함해 실물 경기가 급랭하면서 문을 닫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실직자들이 크게 늘어나, 적어도 표면적으로만 보면, 분명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을 때보다도 상황이 더 나쁘지만, 주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은 사실상 일반 국민들과는 별 관계가 없는 시장이다. 주가가 아무리 많이 올라도 대다수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와는 큰 관계가 없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는 것보다 하루에 5만원이라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한 자리라도 더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 즉, 미국이 우리나라의 금융부문을 자국의 우산 아래 둔다고 하더라도, 일반 국민들의 삶이 좋아지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단지 대외적으로 보이는 경제지표들만 괜찮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 뿐이다. 일반 국민들의 삶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우산 아래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여전히 일자리는 없고, 여전히 취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여전히 물가는 오르고, 여전히 삶은 고단할 뿐이다. 다만, 환율이 급등하거나 금리가 급등하는 일은 어느 정도 억제될 수 있을 것이다.
[16]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두 번째 시나리오는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을 자국의 우산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로써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어디에도 손을 벌리기 힘든 완전히 사면초가 상황에 빠지게 된다. 파산하는 기업들과 실직하는 근로자들이 속출하게 되고, 환율과 금리가 뛰면서 국민들의 목을 더욱 옥죄게 될 것이다.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뛰게 되면 부동산 시장도 급락할 수밖에 없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나올 것이다. 제대로 된 첫 번째 쓰나미가 밀려오는 것이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다행스럽게도 중국의 경제 보복 진행 중에도 외국계 자금들이 계속 우리나라로 들어왔고, 그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은 약간의 변동성만 늘어났을 뿐, 큰 충격은 없었다. 우리나라가 ‘버리는 카드’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7] 그동안 우리나라는 실물 부문도 포기할 수 없고, 그렇다고 금융시장이나 주식시장을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에 따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5년 11월을 기점으로 미국 쪽으로 선회하면서 이전과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중국의 보복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데, 미국이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을 자국의 우산 아래 둘지 아니면 우산에서 제외할지도 현재로써는 명확하지 않다. 더욱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미국 자체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미국의 대한국 정책도 안개 속이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점차 명확해지겠지만, 아직까지는 불확실성이 크다. 이전 정부의 연속선 상에서 우리나라를 미국의 우산 아래 두고, 적어도 외환 금융 주식 시장 등은 안정을 찾도록 지원해주길 바랄 뿐이다.
[18] 미국이 필요하다 싶으면 자국의 우산 아래 둘 것이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과감히 포기할 것이다. 모든 것이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저 중국이 우리나라에 보복 조치를 시작한 마당에, 미국이라도 우리나라를 버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조선과 필리핀의 의사와 무관하게, 필리핀에서 미국의 권익을 인정하고 조선에서의 일본 권익을 보호하겠다며 미국과 일본이 맺었던 ‘가쓰라-테프트 밀약(Taft–Katsura agreement)’ 같은 것이 강대국 사이에서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것이 작은 국가, 그것도 힘이 아주 약한 약소국가가 겪어야 할 비애(悲哀)다.
많은 사람들이 그 동안 우리나라가 성장해온 것을 보며 나름 뿌듯해하고 자긍심도 갖는다. 하지만 현실의 냉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의 우리나라 입지는 그렇게 뿌듯해할 만하지도 않고 자긍심을 가질 만하지도 않다. 강대국 사이에 낀 한없이 힘이 약한 약소국일 뿐이다. 우리 스스로 결정할 권한도 없이, 강대국들의 이익과 필요에 따라 활용되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하는 그런 약소국의 하나일 뿐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것이 현실임을 인정하고, 그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 약소국에 사는 국민의 역할인 듯하다.
[최초 작성: 2015. 03. 08]
[제1차 수정: 2017. 03. 06]
[제2차 수정: 2017. 03. 08]
한국 : 캐나다 통화스와프 채결 추가 됐습니다.
참고하시길 --
첫댓글 국내외 상황을 정말 정리를 잘 해서 쉽게 설명을 해주셨네요^^ 글쓴이에게 감사드리고 가져오신 gemin07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실물경제와 금융의 취약점을 어떻게 재정비를 하고 중국과 미국의 영향권에서 조금이라도 더 벋어나느냐...항상 현명한 선택이 필요할것 같습니다.....이번 한중정상회담도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 정말 잘 읽었습니다. 뭔가 경제를 보는 시각이 한층더 업그레이드 된 기분입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잘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쉽게 너무 잘읽었습니다.
제민님 감사합니다. 다음번도 기대해 봅니다.
좋은 글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재미 있습니다.이상하게 스릴도 있고 긴장도 되고 감사합니다.다음 글도 기다려 집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요~
고맙습니다. 도봉쌤도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
날씨가 많이 차갑습니다 모두들 따뜻한 하루 보내시고요 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캐나다와의 무제한 통화 스왑이 체결된 이면을 이해 할 수 있는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댓글 주신 모든분들 남은 크리스마스 저녁시간 잘보내시길요 고맙습니다
제대로 풀어서 잘 설명 해 주셨구요,자주 들러서 한국경제의 전망과 그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어필 부탁합니다.
제가 쓴글이 아닙니다, 글의 최상단부분에 설명을 붙여 드렸고요 제가 국내 상황에 이런글을 올리면 좋겠다 하는 것들을 발췌해서 그대로 올려드리는것 뿐입니다. 저는 실력이 안되는 사람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현실경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네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모두 역경속에 희망을 찾을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 합니다
아직도 경제가 어렵지만 교수님 때문에 조금씩 눈이 떠지기 시작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명군은 참빗 왜군은 얼레빗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갖은 수모를 겪더라도 부국강병만이 살길
잘 읽었습니다. 국제 정세에 잘 봤는데 우리 서민들이 여기에 대처 할 수 대안의 글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잘 이해하도록 정보 공유해주셔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