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행복을 수치화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제 직업을 가지고 행복을 전할 수 있을까요?
요즘 한국 정치가 많이 시끄럽습니다. 이 정국이 어떻게 나아갈 것이라고 보시나요?
마음이 울컥할 때가 있어요. 갱년기 증상인가 싶었는데, 너무 열심히 하는 업식 때문에 몸이 피곤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상태로 계속 활동을 해도 될까요?
용성조사님의 일대기를 볼 때마다 너무 아쉬운 게 시자였던 사람이 밀정이 되어 일제의 일망타진을 당했다는 겁니다. 왜 그 사실을 몰랐을까요?
현충원 투어를 갔더니 용성조사님의 위패만 있었습니다. 조사님의 유해는 있는 것인지, 유해가 있다면 현충원에 모셔야 하는 건 아닐까요?
북경에서 혼자 봉사활동을 하려니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어떤 관점을 갖고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해나가야 할까요?
외국인 남자와 결혼해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요. 한국에 들어오고 싶은데 남편도 반대하고, 첫째 아이도 힘들어해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났습니다.
“지금부터는 두북수련원의 재활용센터와 농장을 한 바퀴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내일 아침에 감은사 참배할 때 잠깐 합류하겠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즉문즉설 시간을 마친 후 모두 운동장으로 나가 살리고 센터를 둘러보았습니다.
버려진 우산을 재활용해서 만든 가방, 현수막을 재활용해서 만든 장바구니, 오늘 수확한 농산물 등 다양한 재활용 물건들을 구경하고 구매한 후 다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두북수련원의 농장을 둘러본 후 해외활동가들은 숙소로 향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스님은 저녁 7시 30분부터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했습니다. 50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어제 장수 죽림정사에서 열린 6.13만인대법회 소식을 공유한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그중 한 명은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학대받은 기억으로 지금도 마음이 불안할 때가 많다며 어떻게 치료를 해나가야 할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어린 시절 학대받은 기억에 지금도 마음이 불안합니다
“저는 44살 주부입니다. 어릴 적, 가족과 친지들이 술에 취해 자주 싸우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에게 학대받은 기억이 많고, 어머니는 시집살이가 힘들어 어린 저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고 하십니다. 저는 외로웠고, 어머니가 도망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습니다. 그나마 사랑받기 위해서는 말 잘 듣고 착하고 공부 잘하고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인정 욕구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러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이 싫어서 독립하는 방법으로 도망치듯 결혼했지만 남편과의 결혼 생활도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제 애정 결핍을 채우기 위해 갈구했던 것 같습니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후 산후 우울증이 심해져서야 정신과에서 약물과 상담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8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예전보다는 분명히 나아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제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며 나아지려고 노력했지만 아직도 어릴 적 제가 어른이 되지 못한 채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득문득 불안함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서 혼자 힘겨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요?”
“안 나아져도 괜찮아요. 지금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지금도 살 만하니까 그렇게 사는 거거든요. 그런데 조금 개선하고 싶다면 관점을 좀 바꿔야 되겠죠. ‘나에게 왜 불안이 생겼느냐’ 하는 원인은 심리학자들이나 의사들이 분석하는 겁니다. 집에서 부부가 싸우고 남편이 술 먹고 행패 피우고 아내가 악을 쓰고 이런 집에서 자라면, 어린아이들은 상황을 모르니까 놀라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요. 그걸 정신적 학대라고 합니다. 학대를 받고 자랐으니까 성인이 돼서도 많은 장애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최소한 3살 때까지는 정말 따뜻하게 아이를 대해주어야 합니다.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도 가능하면 아이들이 정신적 충격을 안 받도록 해주는 게 좋아요. 이것은 부모의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을 얘기하는 겁니다.
그런데 내가 이미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 버렸고, 거기서 이미 여러 가지 마음의 상처를 입어버렸어요. 스님 법문을 듣고 나서 ‘우리 부모가 싸워서 내가 이렇게 불안하구나’ 이렇게만 받아들이면 부모를 원망할 일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아무 도움이 안 돼요.
대부분의 부모들이 서로 갈등하고 싸우는 이유는 아이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본인도 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본인도 너무 힘드니까 아웅다웅하고 사는 거예요. 어린 내가 볼 때는 내가 엄마한테 학대받는 것 같지만, 엄마한테 물어보면 자신도 살기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아버지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아버지도 34살밖에 안 되는데 사업은 안 되지, 돈은 빌려주고 못 받지, 살기가 너무 힘드니까 술 먹고 악을 쓰면서 산 거예요. 내가 어른이 돼서 그 사람들을 보면 아무도 잘못이 없어요. 그러나 어린애한테는 그게 굉장한 상처로 남습니다. 상처를 왜 입는지 모르고 입었지만 어른이 돼서 돌아보면 그게 인간사예요.
'엄마 아빠가 나를 상처 주려고 그런 게 아니고 자기들이 살기 힘들어서 그랬구나. 그렇게 힘든 가운데도 나를 키워주었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이 생깁니다. 상처받은 것만 붙잡고 자꾸 부모를 원망하지 마세요. 내가 상처를 받은 이유는 엄마 아빠가 잘못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내가 어렸기 때문에 상처를 받은 거예요. 내가 어른이 되어서 돌아보면 그런 일은 세상사에 늘 있는 일입니다.
나라를 위해 국가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는 국회의원들이 지금 싸우는 모습을 한번 봐요. 밥 먹고 하는 일이 욕하고 싸우는 것 아닙니까. 똑똑한 사람도 그렇게 싸우는데 우리 엄마 아빠 같은 보통 사람이 어떻게 안 싸우고 살겠어요?
'내가 커서 보니까 서로 싸우고 사는 게 보통이구나. 내가 어려서 그걸 몰라서 마음에 상처를 받았구나. 커서 보니까 별일 아니구나. 그래도 나를 키워주셨으니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 자꾸 생각해야 내 상처가 치유됩니다. ‘엄마 아빠 때문에 내가 상처를 입었다’ 이런 얘기를 만 번 하면 뭐 합니까? 치유에는 아무 도움이 안 돼요. 그런 분석은 박사 논문 쓰는 데에 필요할지는 몰라도 나의 삶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다리를 다친 것처럼 그냥 마음에 정신적 상처를 좀 입은 게 현재의 나예요.
'눈이 안 보이고도 사는 사람이 있고, 다리 없이 사는 사람도 있고, 피부 아토피로 고생하며 사는 사람도 있는데, 마음에 좀 상처 있는 게 무슨 문제야. 그냥 이런 문제를 좀 가지고 살면 되지. 이 정도면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합니다. '불안증을 어떻게 치유하면 됩니까?' 맨날 이렇게 생각하면 치유가 잘 안 됩니다. 약을 먹어도 치유가 안 돼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이 정도 상처 입고 자란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치유가 됩니다.
그러니 약간의 불안을 안고 살면 됩니다. 자꾸 과거 생각만 하지 마세요. 마음이 좀 불안하면 어때요? 좀 불안해하면서 사는 대신 거기에 빠지지는 말라는 겁니다. ‘내가 어릴 때 상처 입은 게 자꾸 재발하는구나’ 이렇게만 생각하면 됩니다. 더 심하면 약을 좀 먹으면 되고요. 이렇게 대범하게 생각을 하면 치유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한테 상처를 많이 받았으면 엄마 아빠한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면서 자꾸 절을 하세요. 엄마 아빠는 나한테 상처 준 것도 있지만 그래도 밥 먹이고 학교 보내고 빨래해주고 나한테 잘한 것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감사함을 자꾸 생각하면 이 섭섭함이 치유가 되어 나갑니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던 그건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에요. 지금은 내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상처를 치유하려면 지금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보다 더 나쁜 환경에서 자란 사람도 있는데, 이 정도 환경에서 이 정도로 상처 입고 자란 것만 해도 다행이다.’
넘어져서 한 다리가 부러졌다고 합시다. 그럴 때도 ‘두 다리 다 안 부러지고 한 다리만 부러져서 다행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자꾸 가져야 마음의 상처가 치유됩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첫째, 세상이 어떻든 나부터 자립해서 살아가야 합니다. 둘째, 이왕 사는 거 조금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살려면 다른 사람도 행복하도록 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하세요.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든, 봉사를 하든, 캠페인을 하든, 그런 일을 할 때 보람이라는 게 생깁니다. 내가 세상을 다 받아들이면 편안함이 생기고, 화나 짜증이나 원망이 안 일어납니다. 내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마음에 뿌듯함이 생겨 보람이 생깁니다. 그런 삶을 살면 좋지 않나요?
‘이렇게 하면 죽어서 천국에 갔을 때 복을 준다’ 이런 얘기는 필요가 없어요. 복을 주든 안 주든 내가 누구한테 상 받으려고 이 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이런 인생이 좋다’ 이래야 마음속에 원망이 없어집니다. 관점을 이렇게 가지고 좀 더 자기를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를 기약하며 밤 9시가 되어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새벽 일찍 동해로 가서 해외활동가들과 함께 문무대왕암과 감은사지를 둘러본 후 두북수련원으로 돌아와 오전에는 결사행자·법사단 자자수련 입재 법문을 하고, 오후에는 평화재단 통일의병 즉문즉설을 하고 자자수련 회향 법문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