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 분노, 그러나 대학생은 어디에?
광주항쟁 28주년이 된 2008년의 5월 18일. 광우병 쇠고기 수입 등 반서민적 정책으로 일관하며 집권 3개월만에 위기를 맞은 땅부자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날이 갈수록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광우병 쇠고기 수입 뿐 아니라 군사독재 못지 않은 공안탄압 정책, 의료보험 민영화, 공기업(물,전기,가스 등) 민영화, 학교 자율화, 한미FTA 등 반서민적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규탄도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극심한 양극화 시대에 국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하는데, 평균 재산 수십억에 다다르는 대통령 본인과 청와대 관료들의 모습은 정권에 대한 적개심까지도 부르고 있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중학생.
5월 17일 집중 촛불문화제에는 무려 연인원 6만명에 다다르는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경찰과 교육당국의 탄압으로 날이 갈수록 촛불 시위 참여 숫자가 줄어들던 청소년들도 다시 대거 거리로 몰려나왔다. 특히 이 날은 교감, 교사들 900여명이 촛불시위 장소에 배치되어 청소년들을 막으려 했으나 청소년들은 굴복하지 않았다. 약 100여명의 청소년들은 이 날 따로 청소년 집회를 열어 정권의 학교 자율화 조치와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규탄하고 가두행진을 통해 촛불시위 장소로 왔다.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라는 눈물 겨운 구호를 외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학생들 잡으러 온 선생님들은 무슨 생각을 하실까?
한편 광주항쟁 28주년을 맞아 광주 민중항쟁에 관련한 블로거들의 글을 보던 중 어떤 댓글 하나를 보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20년전에 곤봉을 맞던 오빠들은 다 어디 갔나요?"
이번 광우병 사태로 인한 촛불시위가 시작될 무렵부터 각종 언론은 "대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나"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촛불 시위의 주력부대였던 청소년들의 인터뷰를 보면 "대학생 언니 오빠들도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내용이 꼭 들어있었다. 씁쓸했다. 내 주위를 둘러보면 정치적 성향을 떠나 선후배 동기들 모두 이번 광우병 사태에 대해 꽤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왜 그들은 거리로 나서지 않을까. 심지어 이명박은 지난 대선 때 "반값 등록금 공약"을 운운하며 대학생들을 겨냥하여 사기까지 치지 않았었나? 지난 3월 28일 이명박 정부의 반값 등록금 거짓말을 규탄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1만여명의 대학생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대학생 시국회의를 통해 대학생 대책위가 꾸려졌으나 아직 대학생들은 거리로 나서지 않는다.
대학생들이 나서지 않는다는 여론의 비판에 상당히 마음 아팠었는데 얼마 전 22개 대학생 단체와 40개의 총학생회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대학생 대책회의"를 꾸렸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날이 갈수록 더 많은 학생회들과 대학생 단체들이 결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언제나 대학생들이 가장 선두에서 싸워왔는데, 이번에도 조금 늦긴 했지만 대학생들이 투쟁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지금 솔직한 심정으로는 대학생 친구들에게 너무나 실망스럽다. 아니, 실망스럽기 보다는 마음이 아프고 너무나 안타깝다.
지난 5월 16일 광우병 쇠고기 반대 대학생 대책회의가 주최하는 "대학생 집회"가 보신각에서 열렸다. 광우병 사태 이후 최초의 대학생 집회와 가두행진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방송 3사를 비롯한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과 언론사에 보이기에 분명 대학생들의 숫자는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1000명 규모의 집회를 기획했으나 실제 거리에 나온
대학생들은 많아봐야 200명 내외였다. 다행히도 적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생 특유의 열정과 패기로 집회가 즐겁고 기세있게 진행되긴 했지만 그 자리에 함께 있으면서 '창피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옆에 있던 어떤 대학생들은 '나 자신부터가 주변 친구들,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이 날 집회가 끝난 뒤 200여명의 대학생들은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청계광장으로 거리행진을 했다.
△16일 열린 대학생 행동의 날 집회.
97년 IMF 사태를 청소년기에 맞이하며 '돈'이 너무 없어서 '돈'이 전부가 되어버린 20대. 대학 등록금 천만원 시대, 비정규직 900만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시대로부터 88만원 세대로 규정받았다. 4점대의 학점과 높은 토익토플 점수를 요구받으면서도 취업 뒤 한달 평균임금은 88만원 밖에 되지 않는 세대. 세대 분석가들은 우리를 "역사상 가장 사회의식이 없는 세대"라고도 하고 "정치에 가장 무관심한 세대"라고도 한다. 심지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의식이 가장 떨어지는 세대"라고도 말한다. 서울대, 고려대를 비롯한 수많은 대학의 총학생회는 비권, 혹은 뉴라이트 반권들이 장악했다.
몇일 전 서울대 축제에 온 원더걸스를 보기위해 서울대생 4천여명이 몰려들었고 이 과정에서 2명이 다쳐 병원에 실려갔다고 한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광우병 쇠고기 반대 서울대 학생대회를 열자는 단과대 학생회들의 의견에 반대하며 '찬/반' 어느 쪽에도 서지 않겠다고 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투쟁을 진행중인 한 단과대 학생회에 전화해서 욕설을 했다고 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대학생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20년전 광주에서 곤봉을 맞던 대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광주항쟁 기간동안 전남대 총학생회장은 감옥에서 단식투쟁을 하다 아사(餓死)하고 다른 학생들은 거리에서 총을 들고 싸우다 전사(戰死) 했는데, 28년이 지난 지금 그 대학생들은 정말 다 어디로 간걸까. 중고등학생마저 수업시간에 형사에게 끌려나와 조사를 받고, 감시하러온 1000여명의 교사들의 눈을 피해서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아직도 도서관에서, 영어학원에서, 학교 강의실에서 세상일은 잠시 뒤로 밀어놓은 채 1%만 누릴 수 있다는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일까?
5월 22일엔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축산농가들과 농민들의 상경투쟁이 진행된다. 그리고 5월 24일에는 장관고시를 눈앞에 두고 총집중 범국민대회가 열린다. 5월 31일에는 광우병쇠고기 수입과 등록금 천만원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2차 총궐기투쟁이 진행될 예정이다. 더 많은 대학생 친구들을 이 자리에서 보고 싶다. 그래서 우리 조국이 위태로울 때 중고등학생 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싸웠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부터,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20대 바로 우리부터 더 많은 친구들, 더 많은 후배들의 손을 잡고 촛불행렬에 함께 하자.
△광우병쇠고기 막기위해 활동중인 민주노동당 대학생 당원들.
"청계 광장에 촛불을 들고 모인 사람들이, 청소년들이 대학생 언니오빠들은 다 어디 갔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너무 분노한 나머지 촛불이 아니라 다른 것을 들고 청와대 앞에서 이미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노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합시다."
- 16일 대학생 집회에서 박지현 대학생 대책위 공동대표/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 발언 中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
정말 답답한 요즘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서로서로 탓할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위치에서 노력합시다.. 대한민국 국민여러분 힘냅시다..
사교육비 폭팔..등록금 인상인데도 부모님이 내주시겠지.. 하는 건 아니죠? 울 대학생들..
축제한다고 술쳐먹고 있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뭐 20대 ... 그냥 자기들 밥만 먹고 술만 먹고 그럼 된다는 편한 생각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물론 깨어있는 젊은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무관심하더군요 ... 말로만 욕하고 중요한때는 어디가서 술처먹고 자기 운동하고 클럽가고 그 지X하고 자X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