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봐야지, 무작정 좋게만 보는 것이 현명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는 눈은 분명 필요하다. 그래야 상황에 맞는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대처방안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자신이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되 거기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집은 주택이다. 자가도, 전월세도 아닌 외삼촌이 투자 목적으로 사 놓은 집에 무료임대로 거주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를 선호한다. 예전의 집형태가 주택이었으니 새로운 형태의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불편한 점이 많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빨래가 젖기도 하고, 냉난방 유지도 어렵고, 외부로 부터의 안전도 취약하다.
그러나 우리 집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본다. 지금껏 아파트 문화에 익숙한 나는, 주택이 새롭다. 특히 조카들과 피구도 하고, 고기도 구워먹는 마당이 좋다. 아파트에서처럼 위층과 아래층의 눈치도 보지 않고, 때론 언성을 높여 이야기 하는 자유도 좋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서는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집 앞, 펼쳐진 멋진 바다는 한 폭의 그림과 같고, 텃밭에서 자라는 여러 종류의 채소는 우리 가족의 시각과 영양을 책임져 준다. 또한 자주 듣게 되는 새소리도 좋다.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새소리를 들으며 볼일을 본다.
남이 보기에는 초라해 보이는 주택이지만 나에게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안락한 공간이다. 그렇다고 이 집이 영원한 나의 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몇 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이 집에 거주하는 동안, 이 집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