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매일 나가는 회사에서 오후가 되니 할 일도 없고 해서 일찍 회사를 나와 강 건너 일본이라는 나라의 동경에 위치한 고대의 자매학교, 와세다 대학과의 친선전을 보기 위해 화정 체육관으로 향했다. 회사에서 일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되는 이야기이지만 매일 나가봤자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니 뭐 특별히 내가 힘 줘서 해야 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늘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나의 경우 이제 조직에서는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에 의거하여 단물이 다 빠진 무미건조한 풍선 껌조각에 불과할 뿐이다. 이를 나도 잘 알고 있고 회사도 인정해(?) 주는 편이라 상호간에 겉궁합과 속궁합(?)이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나의 외출을 아무도 막지 못하는 관계로 나는 거침없이 회사 문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전반기에는 매주 정기적인 외출을 하니 직원들에게 뭐라 변명할 말이 없다. 어떤 때는 거래선 미팅 내지는 공공기관 방문, 또는 사적인 용무들으로 둘러대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궁색한 변명도 바닥이 나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온 말이 "음, 내가 어릴 적부터 꿈꾸어 왔던 고래를 잡으로 가려고.." 말하고, 그 다음 주에는 "오늘은 지난 주에 잡은 고래의 실밥을 풀으러 가는거야"라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직원들은 내 나이에 무슨 고래를 잡는다고? 라는 식으로 의심하기도 하지만 뭐 어떠랴, 내가 잡겠다면 잡는거지. 그런데 앞으로는 변명을 하지 말고 조금 거창하게 '교우회 활동'으로 바꾸어야 하겠다. '땡칠이'라는 어감도 좋지 않다고 싫어 하는 회원도 있으니 좀 점잖고 우아한 이미지를 주는 대외 '교우회 활동'이라 칭함이 좋겠다. 화정체육관에 들어섰을 때 이민형 감독이 "오늘도 땡땡이세요?"라며 반갑게 맞이하였는데 "무슨 땡땡이? 다 업무의 연장입니다."라고 받아 쳐 주었다. 비록 내가 교우 회비는 안 내지만 앞으로 땡칠이들의 모든 경기 관람은 위에 언급한 '교우회 활동'으로 칭하여 대외 공식 업무로 인정 받으면 되겠다. 뜨거운 한증막 열기의 날씨를 뚫고 화정 체육관에 도착하니 양 팀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당초 4시에 시작하기로 하였으나 와세다 대학의 지각 도착으로 30분이나 경기가 지연되었다. 멍하니 선수들을 바라보며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승현이 어머님께서 시원한 얼음이 가득 담긴 차를 갔다 주셨다. 아이고 고마우셔라! 뭐 이런 걸 다! 내일 더 많은 교우 땡칠이들이 올텐데 어찌하시려고... 제 1회 친선 경기의 의례적인 공식 행사가 끝나고 경기가 시작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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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선수 몸 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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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대학 선수들. 특출난 장신이 없고 비교적 왜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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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이의 덩크 연습. 시합 중 덩크하면 아버님한테 보너스 받기로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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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관계자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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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행사. 와세다 대학 교가는 처음 들었고 고대 교가는 오랜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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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및 코치도 선물 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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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팀 감독 및 코치
일본 감독 및 선수들이 궁금하여 살펴 보니 이름들이 상당히 귀에 익는다. 독자들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이름을 열거하자면, 감독 및 코치에
Tokiro Imaka(감독)
Kanima Toka(코치)
Murakawa Sjima(코치) 이고,
주전 선수 5명은
Watashiwa Hogu(가드)
Anatano Bento(가드)
Gakai Ojima(포드)
Momuro Miljima(포드)
Centawa Nogada(센터) 이다.
본인이 니혼고가 데끼마센해서 English로 대충 썼다. 주의 깊게 읽어보면 눈에 쉽게 들어 오고 의미도 쉽게 전달되어 외우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따라서 다음에 만나게 되면 자매학교임을 감안, 친밀감을 표시하고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준다면 감독, 코치, 그리고 선수 모두 자신들을 알아 주는 것에 대하여 만족감을 표시하고 진짜로 도끼들고 좇아 올 지 모르겠다. 혹시 한국말을 알아 듣는 재일 교포가 있을 지 모르니 이름을 부를때는 각별히 조심하시길. ㅋㅋㅋ
첫댓글 아니 왠 휘문고가..ㅋㅋ
저는 진짜 일본선수 이름인줄 알았는데 역시 풍자와 유머가 넘치십니다.
아, 정말....일하다가 이 무씬 낄낄거림이란...ㅋㅋ
아 놀라운 순발력에 곁들인 어휘력입니다. 사람이름인줄 알았는데...ㅎㅎ
가까이 오지마랑 몸으로 밀지마가 제일 웃김
대충 읽고 넘어갈뻔 했습니다. 깐이마또까 라니 ㅋㅋㅋㅋ 2차전에는 bisairo makka라는 무지 갸냘프고 빠른 가드가 나올거 같은데 수비 단단히 해야겠습니다 ㅋㅋㅋㅋ
희승이님 글읽고 갑자기 나도 할일이 갑자기 없어져서 지금 올라가는 중...ㅎ
현실도피처라고나 할까...?.....ㅠ
오늘에서야 읽습니다만 희승이님의 위트 만빵인 글을 읽으니 한순간 가슴이 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