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탄입니다.
8월29일.이틀째 날이 밝았네요.
오늘의 코스~
협재 해수욕장-한경-신창,고산해안도로-수월봉-고산,일과해안도로-모슬포항-송악산-형제해안도로-산방산-화순-안덕-중문단지
대략 70km가 넘는 꽤 긴 구간입니다.
6시에 기상.
평소 출근할때도 이렇게 일찍 일어나진 않는데..
휴가 와서 무슨 고생을 사서 하나...싶기도 합니다.
잡생각은 개나 줘버리고 짐을 주섬주섬 챙깁니다.
이.상.하.게.
옷걸이에 못보던 조끼가 하나 있네요.
저런 촌스러운건 뭐지 하며 뒤적거려 봅니다.
지갑이 있습니다.
어라.안에 현금도 5만원이 다소곳이 접혀 있습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안쪽에 10만원짜리 수표도 접혀 있습니다.분명 비상금인 것 같네요.
누가 놔둔고 간건지 모르겠고 신분증도 없고..
이걸 갖고 갈까 말까 고민합니다.
분명 거지 모드의 자전거 여행에는 물질적으로 흥청망청 음료수 사먹는데는 도움이 됩니다만.
이거 가져 갔다가 괜히 자빠링이라고 할 것 같은 생각에
그냥 그 자리에 두고 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잘 한것 같네요.
출발은 8시.
그 지갑 때문에 108번뇌에 빠진 시간이 길었네요.ㅋㅋㅋㅋ
밤사이 미친듯이 비가 내렸지만 아침엔 비가 다 그쳤습니다.
창밖은 쨍한게 오늘도 육수 좀 꽤나 흘릴 것 같습니다.
땅이 젖은 관계로 비장의 무기 쓰레빠를 준비합니다.
스물스물 나옵니다.
아침 바람이 참 상쾌~할 것 같은데 눅눅하네요.
GS 마트로 향합니다.
어.....
그 모녀분들이 다시 만났습니다.
어제 길에서 몇번 마주쳐서 그런지 쉽게 인사를 합니다.
자전거 타면 이런게 좋네요.쉽게 말을 건네기가 편해집니다.
"협재에서 주무셨어요?"
"네~"
"민박 얼마 주고 하셨어요?"
"3만원이요~"
"아하하..우린 둘이 2만원 줬는데.."
이 모녀 아침부터 사람을 놀리시네요.
조용히 한마디만 해 드립니다.
"거기 에어콘,침대 없었죠?"
"..............."
잠깐의 침묵....
제게는 어울리는 호칭이 많습니다.
오빠,총각,학생 등등요.
앞에 붙힐 수 있는 온갖 형용사들까지 포함하면 호칭은 10000000만개가 조금 넘을 겁니다.
"아저씨는 오늘 어디까지 가세요?"
네..이제 전 아저씨인가 봅니다.
"저는 오늘 중문까지 가요,어디까지 가세요?"
"저희도 중문까지 가는데,오늘도 가면서 자주 뵙겠네요."
여기서 '오늘도'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보 모녀분들 어제 제가 많이 따이긴 했지만 자전거 인생 4년차입니다.
어제는 오랫만에 타는거고 일정이 꼬여 컨디션도 별로였다는 사실..알리가 없으니까요.
"예,그렇겠네요.조심히 타시고요.먼저 가세요.전 편의점 좀.."
"예,먼저 갈께요.있다 만나요~"
그렇게 잠시 헤어집니다.
108번뇌 때문에 출발이 지연되어 가다 경치 좋은데서 후딱 먹을 음료수,샌드위치 구입,검은 봉다리에 넣습니다.
출바알~
슝슝슝.
5분 먼저 출발한 모녀가 겨우 1km도 못 가셨네요.
따님은 조금 탈줄 아는 것 같은데 어머님이 완전 초보이셨습니다.
모녀의 모습은 보기 좋았으나 초보인 분에게 너무 어려운 미션이 아닐까 싶더군요.
제가 옆으로 지나 갑니다.
"안녕하세요,또 만났네요"
"벌써 오셨어요?"
벌써라뇨...-_-;모녀님들이 유유자적,안빈낙도,가든말든.이래서 오늘 중문은 어렵다.의 라이딩 형태이신걸요.
어머님이 자꾸 갓길로 가셔서 제주도 자전거 여행 3년차의 조언을 해 드립니다.
"어머님,갓길로 가는게 안전하긴 한데요.
장애물이 너무 많아서 펑크 나기 쉬어요,
그러니까 그냥 일반도로로 가세요.
그리고 오늘은 차가 많이 다니는 코스도 아니라서 괜찮아요."
"아..나도 그러고 싶은데 우리딸이 자꾸 위험하다고~"
아..안전과 요령 사이...선택은 자신이 해야죠.
일단 전 제 요령을 알려 드리고 중간에 다시 만나자는 덧없는 약속과 함께 헤어집니다.
이후...
제주도 여행이 끝날때까지 그 모녀분들과는 한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건 뭐 제가 다시금 적응을 하여 제 스피드로 달렸기 때문에 감히 날 따라잡지 못했다~
그런건 아니지만ㅋㅋㅋㅋ
대략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그 모녀분들도 무사히 완주했길 바래 봅니다.
너무 글만 길었네요.
예..오늘은 사진을 그리 많이 찍지 못해서 서론만 굉장히 길어지고 있네요.
2탄은 갑자기 급마무리 되면서 금세 끝날 겁니다.ㅋㅋㅋㅋㅋ
![](https://t1.daumcdn.net/cfile/cafe/15237E2E4C884B245B)
월령리의 한가로운 아침 풍경.jpg
제주도의 흙색깔은 참으로 곱고 영양분도 뜸뿍 들어 있을 것 같네요.
그냥 퍼먹어도 될 것 같네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146D4E304C884B9C4B)
자전거도 한방 찍어 줍니다.
무슨 생리대 산것도 아닌데 음료수,샌드위치를 검은 봉다리에 넣어 주네요.
깔맞춤을 생각한 편의점 점장님의 세심한 배려일까요?
그렇다면 감사~
사진 위쪽으로 오늘의 하이라이트 해안도로의 풍력 발전기들이 보이는군요.
1132 도로를 달려 한경면이 다가오면 길이 나뉩니다.
왼쪽은 1132 도로,오른쪽은 한경면으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한경면으로 자연스럽게 들어 갑니다.
예..저는 제주도 여행 10년차.
한때 제주에 살았던 제 친구도 제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야.너 여기서 택시 몰아도 되겠다."
아무튼 오늘 코스의 하이라이트 신창,고산 해안도로 진입합니다.
꼭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가 보시길.
드라이브 코스로도 최고입니다.
사진 투척!!
![](https://t1.daumcdn.net/cfile/cafe/14250C034C884E2479)
![](https://t1.daumcdn.net/cfile/cafe/14250C034C884E267A)
진짜 막 찍어도 이 정도입니다.
가로컷이 별로 없네요.개인적으로 가로컷을 별로 안좋아하나봐요.
스마트폰 사진도 던집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4D91044C884E6C79)
![](https://t1.daumcdn.net/cfile/cafe/124D91044C884E6E7A)
아침햇볕이 장난 아니네요.
근처 정자에서 까만 봉다리에 넣어둔 샌드위치,음료수를 먹고 잡생각을 하며
30분을 놉니다.
어차피 5시전에만 도착하면 되거든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1251A6054C884FA19A)
가로컷이네요.
제 다리입니다.
정자에서 밥 먹고 빈둥거릴때 누워서 그냥 찍어 봤습니다.
혐짤일 수도 있기에 크기는 작게 했습니다.
다시 출발합니다.
해안도로를 벗어 납니다.차귀도를 보고 수월봉을 지나 갑니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고,어디서 줏어온 듯한 티코에 루프 캐리어에 온갖 짐을 싣고
제주도를 일주하는 외쿡인을 봅니다.
"와..이 새퀴 뭘 좀 아네~"
제주도 하면 골프 치는데.쓰잘데기 없는 박물관 돌아다니고 왔으면서
제주도 가면 별거 없고 눈탱이만 때리더라라고 생각하는
이 나라 국민들보다 제주도를 더 즐길 줄 아는 마인드의 소유자 같습니다.
지구내 포구 주차장 코너쪽 화장실을 지나 시멘트 포장도로로 갑니다.
예년과 달리 새롭게 개척한 길입니다.
올레 코스라고 하네요.풍경하며 지질학적으로도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합니다.
낚시 포인트인 것 같기도 하더군요.낚시꾼들이 많더군요.
사진은 없습니다.ㅋㅋㅋ
더워서 그냥 눈으로만 막 찍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고산 기상대쪽으로 나옵니다.
이제 고산,일과 해안도로를 타야 되는데 거기까지 가는 길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간밤에 내린 비로 토사물이 도로에 수북히 쌓인 상태입니다.
방법 없죠.그냥 가야죠.최대한 조심히 갑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240F034C88532274)
밭일 나온 어르신이 타고 온 자전거 같네요.
그러나 밭에 어르신은 없었습니다.
어딜 가신걸까요?
뒤에 보이는 트랙터 타고 오신 분도 안 보이시네요.
어딜 가신걸까요?
자전거는 딱 여성분 자전거인데..트랙터는 남자가 몰거고....
어딜 가신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왜 마님은 돌쇠에게 쌀밥을 먹였을까요??
이것만큼 어려운 질문 같습니다.
다시 출발!
고산,일과해안도로를 지나 대정읍 모슬포항에 도착합니다.
점심을 먹어야 되거든요.
작년에 갔던 무려 4,500원!! 홍부페를 갑니다.
예...망했습니다.
그럴 것 같았는데 역시나.
옆에 홍마트를 갑니다.
배고픔에 미친듯이 물건을 삽니다.
얼음물,얼음물,커피,포카리 스웨트,아이스크림
사놓고 보니 다 물이네요.
정자에 앉아 커피,포카리 스웨트,아이스크림 먹고 쉽니다.
정자에 거주중인 개미들에게도 아이스크림 꼬다리를 드리고 다시 출발.
하모해수욕장을 지나 송악산으로 향하는 도중.
뒤에 4WD 봉고를 타고 지나가는 노인네가 크락션이 터지라고 빵빵거립니다.
좁은 길도 아닌 길에서 왜 노친네가 미쳤나..
창문을 열고 뭐라고 하네요.
왜 자전거를 타고 도로로 가냐..그거 같은데.
자전거도 일반 차량과 같습니다.
일반 차도로 다니는게 맞고요.자전거 도로가 있을때는 그 쪽으로 주행하는게 맞습니다.
같이 욕지거리를 싸질러 줍니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육지 사람들은(허 렌트카)들은 그냥 지나 가는데
제주도분들은 자전거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이 나셨는지
자전거 보고 빵빵거리는 분들은 모두 제주도분들이셨습니다.
제주도가 버스에도 자전거 캐리어를 달고 자전거 도시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도민분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한 것 같네요.
다시 달립니다.
송악산을 지나 보통 제주도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게 정석인데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는 어떤 부자와 가볍게 목례하고 형제해안도로 지나
산방산에서 끌바,내리막 질주.
화순 가족 마트에서 컵라면 흡입,
점장님께서 이것 저것 여쭤 보시네요.
왜 하냐,재밌냐,외롭지는 않냐.
아직 제가 우문현답을 할만큼 살아온게 아니라 교과서적인 우답만을 드리고
건강과 성 박물관으로 갑니다.
작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이 곳은 화장실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누워도 자도 될만큼 깨끗합니다.
여기서 볼건 화장실이랑 이런 곳을 왜 갈까하며 들어오는 사람들 구경하는게 구경거리입니다.
갑자기 비가 오네요.
안그래도 더웠는데 시원스럽게 한바가지 뿌려주고 갑니다.
참으로 변화무쌍하지만 아다리가 맞는 제주도의 날씨입니다.
안덕의 은근한 2km 업힐,창천3거리를 지나 중문단지에 도착합니다.
성수기가 아닌지라 숙소 예약도 안하고 평소 가던대로 장원민박을 갔으나 방 품절.
그 뒤에 귤향기 펜션을 갔으나 거기도 품절.
난감해하면서 조금 내려 갔더니 꿈에 그린 펜션??
꿈에 펜션을 그려본 적이 없어서..........
아무튼 들어 갑니다.
조금 비쌉니다.
4만원 달라는거 자전거 타고 다니는 거지 같은 사람인데
깍아 달라고 하여 3만원에 쇼부 봅니다.
일타이피의 기술,샤워하면서 빨래하기를 마친후
중문 시내까지 2km를 걸어가면서
내일 계획.
앞으로의 계획.
사는건 무엇일까?
나는 누구인가?
그런 생각은 개나 줘 버립니다.
무슨 배 고파 죽겠는데..
오직 밥 먹을 생각으로만 갑니다.
그냥 오기 아쉬워서 천제연 폭포인가요?
그 쪽 다리에서 사진 한방 마지막으로 박아 줍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59BD124C885F3427)
진짜 아무 의미 없는 기록용 사진.jpg 입니다.
그렇게 가장 어려운 날들중 하나인 2번째 코스가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끝이 났습니다.
어제와 달리 몸뚱이도 적응을 했는지 올 해도 무난할 것 같습니다.
새벽에 또 비가 엄청 내립니다.
희한하죠.무슨 하나님 기적의 바닷길도 아니고 제가 이동할때면 어느새 하늘은 맑아지네요.
덕분에 몸뚱아리는 쌔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첫댓글 멋지네요....ㅎㅎ 역시 시그마의 빨간색은 강렬합니다.....형님..자전거 휠셋 정보좀 주십시요 ㅋ
에어로스포크 휠셋 406 사이즈 전륜 100mm볼트온,후륜 135mm 1,221,000원입니다~
ㅎㄷㄷ하네요...ㅎㅎ 저도 요즘 잔차 업글에 눈을 살짝살짝 돌리지만.....돈 안드는 취미가 도대체 뭔지 ㅠㅠ 뱅기, 잔차, 사진....ㅠㅠ 돈이 문제군요 ㅋ 이쁘긴 합니다 ㅎ
동원아! 2번째 코스도 역시 멋있다.
질문이 있는데 짐을 앞바퀴쪽에 부착하면 핸들 움직이기가 더 힘들지 않니?
뒷바퀴에 안한 이유가 뭔가?
짐부착하는걸 패니어라고 하는데요.제 자전거 스펙,모양새에는 뒤에 패니어를 부착할 수가 없어요.일반적으로 뒤에 짐받이가 있어야 되는데 패니어들이 보통 MTB 규격에 맞춰서 미니벨로용은 제약이 좀 있는 편이예요.앞쪽에 부착하면 좀 힘든 감이 있긴 하죠..되게 무겁게 하진 못하고 어느 정도 제가 컨트롤 가능한 정도로만 짐을 넣어서 크게 상관은 없어요.
아저씨의 여운이 남습니다.ㅋㅋ
아저씨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8번뇌라.....정말로 참 잘하셨어요~ 역시 이번편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군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3탄은 다음주에나 될 것 같네요.
글솜씨가 정말 좋으시네여...^^ 저같으면 현금은 후루룩..........^^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 15만원 갖고 나왔어야 했습니다!!!!!제길.
그 내이름딴 민박집 햐!!!!! 벌써 다 찼다구...ㅋㅋㅋ 웅 그리고 휠셋 무지 비싸군..나두 펄그럼 제로 한번 달아 볼까 싶은데..비행기 좀 어디다 팔면 살 수 있을듯
재미있고 유익한 여행기 잘 봤네....아...부러워라...그리고 난 재수할때 부터 아저씨 소리 들었어 너무 열받아 하지마 ^^
그 민박집 좀 유명하긴 한데..들은 얘기로는 이제 좀 별로인 것 같아서 안가려고요.그 뒤에 있는 귤향기 펜션이 훨씬 친절하고 좋더라고요..느낀 점보다 다니면서 욕하고 흉보는 내용밖에 없는건 아닌가 싶네요.ㅋㅋㅋㅋㅋ
어르신들은 어데로??? ^^;;
우와 정말 멋지다... 내가 따라가면 너한테 짐만 되겠지...ㅡ.ㅡ;;;
흐하하..동원님..제주도자전거여행백서 넘 재미있네요.^^ 여행 반~다녀온거같습니다.ㅎ
이번 편도 역시 좋네~ 언제 제주도 자전거 여행기나 수필집으로 엮어보는건 어떨까요? 은근 잘 나갈거 같은데. 근데 제주도 사람들 정말 교육필요하다는 말에 150%공감!! 하늘이 내려준 천연의 환경에 왜 그렇게들 생각하고 대하는지..정말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