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이나 누리소통망 서비스(SNS)에서 이런 표현을 한번쯤은 접했으리라 생각한다. 승낙이나 긍정을 표현할 때 ‘응’이라는 대답에서 중성을 뺀 ‘ㅇㅇ’으로 쓰거나, 영어 ‘노노(no no)’에서 초성만을 딴 ‘ㄴㄴ’으로 거절이나 부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요즘 사용되는 말 가운데 ‘ㅇㄱㄹㅇ’이라는 말도 있는데, ‘ㅇㄱ’은 ‘이거’, ‘ㄹㅇ’은 ‘레알(리얼real)’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정말로 그렇다’는 동의를 나타낸다. ‘ㅠㅠ’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표현이다.
이러한 축약어와 이모티콘 사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은 잠시 뒤로 미뤄 두고 그 표현 방식만 놓고 보면 참 희한하면서도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요에 따라 풀어쓰기와 모아쓰기가 가능한 한글의 특성상 이런 글자 유희는 사실 만들어서 쓰기 나름이다. 그런데 한자로도 이러한 글자 유희가 가능하다. 요즘 중국에서는 잘 쓰지 않는 한자들을 원래와는 다른 의미로 재해석하여 인터넷이나 누리소통망 서비스(SNS)에서 많이 쓰고 있다. 한참을 휴면 상태로 있다가 최근 인터넷 유행어로 다시 태어난 케케묵은 한자 몇 가지를 살펴보겠다.
1+1=3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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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功)’과 ‘부(夫)’가 위아래로 결합한 이 한자는 일꾼이나 인부를 뜻하는 ‘부(巭)’ 자이다. ‘공부(工夫)’와는 아무 관계가 없지만 그 형태로 인해 중국에는 이 한자를 공부를 뜻하는 한국식 한자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중국 자전(字典)에 수록되어 있는 오래된 중국 한자가 맞다. 이 글자는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팬더(중국어 제목: 功夫熊猫, 공푸슝마오)>의 인기와 더불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원래의 의미는 ‘일꾼, 인부’였으나 영화 상영 후에는 ‘내공이 깊은 사람’을 가리키게 되었다고 한다. 일부 누리꾼들은 영화의 제목 속 ‘쿵푸(功夫, 공푸)’를 이 글자로 대체하여 ‘부슝마오(巭熊猫)’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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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水)과 사람(人)이 위아래로 포개어진 이 글자는 ‘빠질 익(溺)’ 자와 동일한 의미의 옛 글자이다. 물 아래에 사람이 있으니 ‘빠지다’라는 뜻은 쉽게 추측이 가능하지만, 최근에는 이 글자의 의미를 물속에 사는 사람으로 보고 인어 공주를 뜻하는 글자로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서 요즘 인터넷에서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분란을 일으키거나 다른 이를 비방하는 사람을 다스리는 소방수 역할을 하는 누리꾼에게 ‘니(氼)’라는 칭호를 붙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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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火)이 열린(开) 모양의 이 글자는 원래 ‘광명, 빛’을 의미했으나, 최근에는 그 의미가 크게 바뀌었다. 중국의 인터넷 게임에서 이 글자에 용맹함, 패기 등의 의미를 덧입히면서 요즘은 ‘경쟁을 통해 우열을 가리자’, 시쳇말로 ‘한판 붙자!’와 비슷한 어감으로 사용되고 있다. 간단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 글자의 인기는 급기야 ‘인(烎) 문화’와 같은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이 글자의 유행에 힘입어 중국을 응원하는 뜻으로 아래 사진과 같은 티셔츠가 판매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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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표현 가능한 최고의 이모티콘
앞의 예들은 두 글자가 하나로 합쳐져 또 다른 의미를 나타내어 그나마 한자 특유의 느낌이 든다. 이번에는 아주 직관적인 ‘이모티콘’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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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처진 눈, 벌어진 입. 언뜻 보면 글자인지 그림인지 헷갈리는 이것은 글자가 맞다. 글꼴을 바꾸어 봐도 ‘표정’은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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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좌절이나 무기력함, 힘듦을 표현하는 ‘orz’와 같은 이모티콘이 인터넷상에서 유행하기도 하였다. 여기서 ‘o’는 사람의 머리, ‘r’은 바닥을 짚고 있는 팔, ‘z’는 무릎을 꿇은 다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중국에서도 이 ‘orz’를 똑같이 쓰는데, 사람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에 생동감 있는 표정까지 더한 효과를 나타내고자 ‘중(囧)’ 자를 써서 ‘囧rz’처럼 나타낸다.
‘중(囧)’ 자는 이런 안타까운 생김새와는 달리 원래 ‘빛나다, 밝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였다. 먼 옛날부터 존재했던 이 한자는 쓰임이 적어서 중국인도 읽는 법이 생소한 글자지만, 그 모양이 오늘날의 필요에 맞아떨어져서 재발견된 대표적인 한자로 꼽힌다. ‘중(囧)’ 자가 이렇게 상형 문자처럼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무렵인데,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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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유행어나 새로운 표현들이 지나친 언어 파괴가 아닌가 하며 우려하듯, 중국에서도 유구한 세월을 버텨 온 한자를 이렇게 바꾸어 사용하는 것을 과연 그대로 두고만 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어떤 전문가는 이것이 위험한 언어 파괴 현상이라고 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가 하면, 또 어떤 전문가는 이런 변칙적인 한자의 활용이 단지 한 시대의 문화를 드러내는 수단일 뿐, 의도가 나쁘지 않다면 그 또한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쓰이지 않고 사전 한구석에 박혀 있던 글자가 인터넷 유행어로 활약을 하는 상황. 이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