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7일 오후 1시경
서울에서 거래처 사장님이 방문하여 함께 점심을 먹고 제2자유로를 통해 서울로 가도록 안내를 하고 사무실까지 태워다 주신다는 것을 극구 사양하여 운동삼아 장산IC 근처부터 새로 개통한 길을 이용하여 사무실로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정말 너무 좋은 가을날씨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20여년 넘게 서울에서만 근무하다가 2009년 3월 부터 이곳 일산의 농토가 붙어 있는 현재의 사무실로 이전을 하고 업종까지 바꾼이래 비로서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곤 합니다.
교하-구산동간 새로 개통한 도로 끝에서 들판을 배경으로 멀리 심학산을 찍어 보았습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아래 펼쳐진 들판과 심학산~ 마음까지 상쾌해집니다.
이곳은 농토가 많아 새로 길을 개통하여도 바로 옆에 아래와 같이 농기계가 다닐 수 있도록 농로를 별도로 조성하여 차량이 빈번하게 지나다니는 차도나 자전거가 질주하는 자전거 도로를 피해 천천히 주변을 살피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마치 세월과 시간이 정지 한 듯한 곳입니다.
다시 도로 위로 올라와 파주쪽방향과 제2자유로방향 그리고 가좌마을 방향을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여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새로 조성된 자전거 도로라서 다른 도로보다 폭도 넓고 바닥도 고르게 다져져 자전거가 달리기에 무난해 보입니다.
오늘은 비가 오는 바람에 버스를 타고 왔지만 내일은 자전거를 타고 이길을 이용하여 출근하고자 합니다.
도로 옆에는 이미 추수가 끝난 논에 소에게 먹일 사료를 만들고자 벼이삭을 둘둘말아 특수발효약품을 뿌리고 다시 밀봉하여 놓아둔 상태입니다.
초식동물인 소에게는 당연히 풀을 먹여야 하는데 언젠가 광우병 파동이 일어나 세계가 발칵 뒤집혔던 기억이 납니다. 소를 빨리 자라고 양질의 고기를 얻는 다는 말도 안되는 핑게로 동물성 재료를 섞어 만든 사료를 소에게 먹이는 짓을 인간이 했기에 그 소는 광우병에 걸려 결국 모두 강제로 살(殺)처분되는 아까운 운명이 되었습니다.
어릴적 농가의 집집마다 농기계 대신 소를 키우면서 일을 해대던 우리의 한우~ 새끼를 낳으면 길러 팔아서 겨우 목돈을 마련하여 그동안 밀렸던 돈이나 학자금으로 사용하느라 모든 가정의 커다란 일군이자 재산이었습니다.
그래서 금이야 옥이야 엄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소였습니다. 적어도 우리들의 아버님들은~ 소에게 먹일 소풀을 논둑 밭둑 산풀까지 모조리 베어 먹이고 따스한 가을 햇빛에 말렸다가 겨울에도 먹이면서 한식구처럼 자라던 소~
어릴적 겨울방학무렵 아버지와 함께 읍내에 나가 새끼를 팔고 집에 오면 오는 내내 뒤를 돌아보며 새끼를 찾으며 눈물을 흘리고 울어대던 어미소~ 며칠 동안은, 주기가 무섭게 대들어 맛나게 먹어대던 특별히 맛있게 끓여준 소죽도 먹지 않고 읍내쪽으로 돌아서서 새끼를 부르며 송아지 만을 찾던 어미소~ 그 어미소도 농기계가 하나 둘 들어서면서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때만해도 들판의 풀이 모자라 집에서 멀게는 몇키로미터 까지 무거운 지게를 지고 소풀을 찾아 헤매이던 시절 하지만 지금은 지천에 널린게 들풀입니다.
여기도 다른 목장에서 준비한 목초입니다. 요즘은 목초가 부족하여 중국에서 많이 수입해 온다고 합니다. 낫으로 일일히 논둑과 밭둑에 앉아 소풀을 베던 그 시절과는 달리 요즘은 모든게 기계화되어 있고 소풀대신 인공 사료로 바뀌어 좁은 목장에 갇혀 사료만 먹고 자라는 소들이 대부분입니다.
겨울에는 소죽을 쑤면서 펄펄끓는 소죽에 쌀겨와 다른 밭작물을 섞어 뜸을 들인 뒤 아궁이 주변을 쓸면서 외양간에 있는 소와 눈이 마주치면 코를 벌름거리며 하얀 김이 서리는 부엌으로 길게 고개를 향하여 긴 혀를 날름거리며 어서 달라고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합니다.
목초더미에 가까히 내려가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목초더미에는 스프레이로 주인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길 건너편으로 가좌마을의 아파트 단지들이 보입니다. 10여년 전 이곳의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가 이곳의 토지를 매입하면서 자금이 부족하여 입주전에 매매를 하였고 그 집을 구입한 사람과는 특별한 인연이 되어 지금도 친구처럼 지내며 현재는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기 우리가 분양받았던, 그리고 그 친구가 살았던 그 집도 손에 잡힐 듯 보입니다.
우리 사무실로 향하는 길목에는 얼마전부터 새로 건축물이 들어서는데 대부분 창고와 공장이 들어서는 것과는 달리 외부구조가 독특해 건축업자들에게 물어보니 식당을 짓고 있다고 합니다.
근처에는 식당이 전혀 없었는데, 사무실에서 불과 300여 미터 근방에 식당이 들어선다니 무슨 식당이 되었던지 기대가 됩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아침에 내린 빗물도 대부분 마르고 날씨는 일기예보대로 바람도 불고 더욱 서늘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비가 살짝내리고 맑게 개인 쾌청한 날씨는 정말 가슴속까지도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한가위-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고 했는데 저는 더도 덜도 말고 오늘 같은 날씨가 약 3개월 정도만 지속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저의 작은 바람은 이루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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