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면 3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소청도를 지나 대청도 그 다음에 백령도에 도착하게 된다. 백령도는 웅장함으로, 대청도는 아기자기함으로 매력적인 섬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청도는 섬의 크기가 백령도의 1/4에 불과하지만 볼거리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대청도에서 대청도의 섬 이름을 따온 대청부채와 환상의 서풍받이 트레킹 코스를 걷는다. 물론 대청도의 숨겨진 매력도 낱낱이 만나볼 생각이다.
대청도에서만 볼 수 있는 대청부채
나는 들꽃을 좋아하는 들꽃 사진가이다. 그렇게 우리 꽃을 찍은 지 18년이 넘었다. 최근 몇 년동안은 여행에 심취하여 여행을 주로 다녔다. 그래도 나의 사진 이력의 바탕이 된 꽃은 여전히 나를 감동시키는 주제다. 여행지에서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을 만나면 흥분을 느낀다. 대청도가 바로 그런 곳이다. 대청부채를 보고 대청도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을 만나면서 기쁨의 시간을 갖는다. 잘게 쪼개진 감동이 모여 하나의 큰 감동의 너울을 만드는 곳, 대청도 여행을 시작한다.
나에게 대청도는 대청부채의 섬이다. 수년 전에 왔을 때 사탄해변, 지금은 어감이 좋지 않다하여 모래울해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해변가 바위 절벽을 샅샅이 뒤지며 대청부채를 찾아 헤맸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대청부채는 붓꽃과 식물이다. 꽃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대청도 해안가 바위틈에 뿌리 내리고 자라는 대청부채는 1983년 대청도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꽃의 생김새가 부채를 닮았다 하여 첫 발견지와 생김새가 합쳐진 대청부채란 이름을 얻었다. 연보라색 꽃잎은 크고 길쭉한 잎에 비해 작고 여려 보인다.
한 가지 대청부채는 꽃이 피는 시간이 일상적이지 않다. 오후 세시가 되어서야 꽃잎을 열고 밤 10시에 꽃잎을 닫는다. 해와 연관성이 있는 생물시계가 독특하다. 그런 것도 모르고 아침부터 대청부채를 찾겠다고 기를 썼던 기억에 웃음이 난다.
꽃을 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공부가 필요하다. '꽃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나에게 다가와 꽃이 되었다'고 하는 시가 있지 않은가. 모르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다보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보는 시야도 확장된다. 대청부채는 해안가에 드문드문 자란다. 그마나 아직까지 존재를 드러내고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군에서 복원계획이 있다고 하니 '대청도 곳곳에 대청부채가 흐드러지는 여름을 볼 수 있을까'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최고의 비경을 만나는 서풍받이 트레킹
서풍받이는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이 10억 년의 서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흰 빛의 규암과 흙이 차례 차례 시간의 띠처럼 쌓아올려진 절벽이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준다고 하여 서풍받이라 불린다. 해설사 안내소가 있는 광난두 정자각에서 3.2km, 1시간 반~2시간 정도 해안절벽을 따라 트레킹 하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대청도 최고의 절경이다.
트레킹을 시작하면 해안쪽으로 내려가게 된다. 대청도에 군 복무 중인 어린 군인들의 애환을 보둠어 준 할머니의 무덤이 우측에 보인다. '해병할머니 여기 잠들다'라는 문구가 애잔하다.
약간의 평지가 나오고 군부대가 나타나면 우측 길로 간다. 돌아올 때는 좌측으로 나오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떡갈나무와 소사나무가 어우러진 숲이 나오는데 이른 아침에 해무가 숲까지 올라오면 태고의 신비가 머무는 듯 아련한 풍경을 만든다. 하늘 전망대가 두 곳이 있고 마당바위까지 갔다가 돌아나오게 된다.
마당바위 아래쪽 펜스가 태풍에 파손되어 접근을 금하고 있다. 위쪽 바위에는 파도가 흘러가는 형태인 연흔이 돌 위에 고스란히 새겨져있다. 기름아가리라고 불리는 둥그런 형태의 해안선을 마지막으로 정자각으로 다시 돌아오면 서풍받이 트레킹이 마무리된다.
서풍받이는 트레킹 코스로 돌아볼 때 지질에 관해 좀더 알고 싶다면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 홈페이지(지질공원 해설사 >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 (bdgeopark.kr))에서 해설을 신청해서 듣는 것을 추천한다. 지질과 식생, 문화 등에 대한 해설과 함께 트레킹을 할 수 있어 혼자 무작정 걸을 때보다 좀더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수 있다.
농여해변과 미아해변의 시간의 나이테
농여해변을 갈 때는 물때를 보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썰물 때 가서 해안가를 찬찬히 걸으며 바다로 뻗어나간 풀등 위에 발자국을 남겨보자. 대청도는 관광지라기 보다는 섬 여행지 느낌이 강해서 어디를 가나 호젓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