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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역 역사.
훌쩍 떠나고 싶은 어느 날, 기차를 타고 경북 안동으로 떠났습니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무궁화를 타고 안동까지 3시간30분. 느리게 달리는 기차를 타고오니 바쁘게 달리기만 하던 제 일상의 속도도 조금은 느려진 기분입니다. KTX가 서지 않는 안동역은 오래되고 작지만 정겨운 느낌이 넘칩니다.
안동역 앞에 서 있는 '안동역에서' 노래비.
안동역에선 '안동역에서' 노래비가 저를 반겨줬어요. 가수 진성님이 부른 '안동역에서'는 저희 아버지 18번이라서 더 반갑더라고요. 워낙 히트한 곳이다 보니 노래의 배경이자 제목이 된 곳에 기념비를 세운 건가 봐요. 이 노래를 좋아하거나 진성님의 팬이라면 더욱 반가울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월영교 산책길.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불리는데요. 전통과 선비 정신을 지키고 옛 문화들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오랜만에 하회마을이나 도산서원, 병산서원, 미스터선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만휴정 등도 가보고 싶었지만 대부분의 관광지가 안동 중심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어요. 훌쩍 바람 쐬러 간 안동이라 먼 거리를 이동하며 스트레스 받거나 시간에 쫒기기 보다 안동 중심가에서 여행을 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제가 향한 곳이 '월영교'입니다. 안동역에서 20분 정도의 거리고, 안동 하며 떠오르는 대표 관광지이기도 한 곳이지요.
월영교 산책길에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저는 버스를 타고 안동민속촌에서 내려 월영교 쪽으로 걸어갔어요. 나무 그늘 따라 걷기 좋은 길이 있어서 월영교 산책의 시작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월영교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어서 천천히 사진도 찍고 여유롭게 걷기 좋았어요.
걷기 좋은 월영교 산책길.
월영교로 가는 흙길을 걷는 기분도 색다릅니다. 이 길은 안동선비길과도 연결됩니다. 정신문화의 수도답게 관련 문화재와 자연을 따라 순례를 즐길 수 있는 코스들이 마련돼 있어요. 안동호를 따라 걷는 색다른 산책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월영교 입구.
어느새 월영교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월영교는 안동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안동호를 가로지르는 국내 최대의 목책교입니다. 나무 울타리로 만든 다리 길이가 387m, 너비는 3.6m에 달합니다. 달이 비추는 다리라는 이름처럼 달빛을 즐기며 걷기 좋은 곳이지만 낮 풍경도 정말 아름다워서 걷기 좋았습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주변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월영교.
월영교에는 조선시대 한 부부의 사연이 깃들어 있는데요.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만들었던 원이 엄마의 숭고한 사랑을 기념하기 위해 미투리 모양으로 월영교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다리가 일자로 쭉 뻗은 모양이 아니라 색다르기도 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월영교와 주변 풍경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푸른 하늘과 산, 호수가 어우러진 월영교 주변 풍경.
월영교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푸른 하늘과 호수, 초록빛 창연한 산이 어우러져 정말 그림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이따끔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더위를 식혀주고요.
월영교 가운데 월영정이라는 정자가 서 있다.
월영교 중간에는 월영정이라는 나무 정자가 있습니다. 월영교의 상징이기도 하고 월영교를 찾은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에요. 고풍스러운 정자가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월영교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월영정에선 주변 풍경이 액자처럼 담긴다.
월영정은 꼭 올라보시길 권합니다. 액자처럼 담긴 월영교 풍경이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오니까요. 저는 잠시 다른 시공간에 와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어요. 월영정은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스팟으로도 굉장히 핫하더라고요.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고 포즈를 취해보세요.
월영정에서 바라본 월영교와 주변 풍경.
월영정에서 가만히 앉아 주변 풍경도 감상하고 사색을 즐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그늘에서 더위도 식히고 쉬어가기에도 딱이랍니다.
아경이 아름다운 월영교와 월영정, 낮과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이 월영교와 월영정을 감싸고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로맨틱한 밤산책을 즐기기에 정말 좋은 곳이니, 낮에도 밤에도 찾아갈 이유가 있는 곳이에요. 여름엔 분수쇼까지 볼 수 있어 무더운 여름밤의 더위를 날리기에도 좋은 곳이지요.
탁 트인 자연 속에서 한적하게 산책하기 좋은 월영교.
무엇보다 언택트 여행을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랍니다. 탁 트인 자연 환경 속에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한적하게 산책도 하고 쉬어가기 딱인 곳이죠. 안동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부담없이 찾기 좋은 코스가 되어줄 겁니다.
월영교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날씨가 좋아서인지 월영교 산책이 더 즐거웠어요. 파란 하늘과 산, 호수를 보면서 역시 자연이 가장 큰 힐링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목책교라서 걷는 기분도 색다릅니다. 다들 마스크를 쓴 채로 이 풍경을 즐기는 게 조금 안타깝지만, 마스크 없이 즐길 수 있는 날이 곧 올 거라고 기대해봅니다.
월영교 주변엔 함께 들러볼 관광지, 맛집 등이 모여 있다.
월영교를 건너오면 월영공원과 물문화관 등이 나옵니다. 월영공원 앞에는 카페와 맛집 등이 모여 있어서 산책을 즐긴 뒤 시원한 커피 한잔, 든든한 식사 한끼를 모두 즐길 수 있답니다.
안동을 대표하는 오래된 빵집 맘모스제과에서 즐기는 간식 타임.
저는 이왕 안동까지 온 김에 안동에서 유명한 맛집을 찾기로 했어요. 맘모스제과는 제가 안동에 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들르는 빵집인데요. 안동을 대표하는 유명한 지역 맛집 중의 하나랍니다. 코로나 때문인지 이번엔 제과점 한가했는데 예전엔 매번 갈 때마다 관광객들이 붐비고 인기 빵은 금방 매진돼버려서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베스트 메뉴 중의 하나인 크림치즈빵으로 허기를 달래봅니다.
안동 맘모스제과의 인기 메뉴인 크림치즈빵.
쫀득쫀득한 빵 속에 짭쪼름한 크림 치즈 가득한 크림치즈빵은 먹을 때마다 만족스러운 맘모스제과의 인기메뉴입니다. 유자파운드 케이크도 인기인데 선물용으로 추천할 만합니다. 오래된 동네 빵집이 사라져가는 요즘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맛을 지켜온 빵집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니 한번쯤 들러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안동 곳곳에서 안동 출신 가수 영탁을 응원하는 광고판을 볼 수 있다
요즘 트로트의 인기가 뜨겁잖아요. 트로트 열풍의 중심에 있는 '미스터트롯'의 영탁님이 경북 안동 출신이더라고요. 안동 곳곳에서 안동의 아들 영탁을 응원하는 광고판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안동역의 '안동역에서' 노래비까지 안동과 트로트는 연이 깊은 도시로군요.
가수 영탁이 소개한 안동 맛집, 강호식당의 선지국밥.
영탁님의 찐팬인 친구가 안동에 간다고 하니 영탁님 추천 맛집을 알려주더라고요. 안동시장 근처에 있는 강호식당이에요. 영탁님의 개인 유튜브 채널인 '불쑥TV'에서 행사차 들른 안동에서 선지국밥을 먹었던 곳이에요. 예전부터 자주 다닌 맛집이라고 하는데요. 선지국밥이지만 시래기와 우거지가 들어있는 담백한 스타일이더라고요. 파양념장과 고추를 넣어 먹으면 별미예요. 무엇보다 선지국밥 한 그릇이 단돈 3000원이랍니다. 착한 가격에 든든한 한끼를 즐길 수 있었어요.
안동역 플랫폼에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가 서 있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서울행 무궁화호 기차에 오릅니다. 다시 제 일상의 속도는 빨라지겠지만 월영교에서 즐긴 힐링과 풍경은 한동안 저를 버티게 하는 힘이 돼 줄 것 같습니다. 훌쩍 떠나기에도 언택트 여행을 즐기기에도 좋은 월영교를 올여름 걸어보세요. 더위도 날리고 일상의 스트레스도 잊을 수 있을 겁니다.
<월영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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