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상하이 모간산로 50호
4월30일, 천리향의 향기가 예술촌을 들뜨게 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라버린토스(Labyrinthos)는 명장인 다이달로스에 의해 지어진 건물이다. 반우반인(半牛半人) 괴물인 미노타우르스를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영어로 'labyrinth'(미궁, 미로)에서 어원의 흔적을 볼 수 있다.
m50도 크레타섬의 라버린토스처럼 도심 속 섬에 지어진 미로 같다. 1997년 대만출신 설계사 덩큔옌을 기점으로 예술공간으로 변모하게 된 이곳은 21동이나 되는 크고 작은 건물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부지런히 발품을 팔지 않으면 곳곳의 크고 작은 볼거리들을 놓칠 수 있다.
디자이너, 건축설계사무소, 크고 작은 갤러리, 특색 있는 카페, 예술가의 공작실들이 공간마다 들어서 있어 문화를 즐기고 싶은 시민과 관광객들의 도심속 쉼터가 되어 주고 있다.
나에게 m50은 파라다이스처럼 달콤하다. 구석진 작업실에서 브레이크타임이 필요할 때면 천리향의 짙은 향기가 감싸는미로 같은 이곳을 둘러보며 산책한다. 이곳의 작가 층은 매우 다양해 아주 상업적인 작가가 있는가 하면 예술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젊은 작가의 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다. 나에게 예술은 무엇인지, 방황하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 있어 먼 이국땅이지만 외롭지 않다.
대구에서도 옛 전매청(KTG)부지를 예술지구로 만들 예정이다. 이곳도 주변환경을 고려하고 역사적으로 의미 깊은 건축물을 잘 이용함과 더불어 문화특정지구로서 면밀한 검토와 연구를 통해 도시 속 문화 파라다이스가 되었으면 한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 중에 하나가 삭막한 우리 삶에 오아시스처럼 달콤한 쉼터가 되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예술이란 어려운 수학공식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맛있는 달콤한 솜사탕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 해 본다. 오늘도 상하이에는 달콤한 꿈을 꾸는 달이 떠 있다.
이도현(상하이 M 50 입주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