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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을 소원하며, (‘231201) 일기
11월 21일 건강검진을 받고 어제 검진 결과가 도착하였다. 평소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운동도 적당히 하는 편이라 건강검진 결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일반 질환 의심 소견이 나왔다. 올해 친구 세 명이 건강문제로 우리 곁은 떠났기에 적잖은 당혹감을 느낀 나는 결과지를 자세히 보니 간의 ALT 치수가 두 배 정도 높게 나왔다. 약국에 종사했던 친구가 나보다 상식이 있을 것 같아 물어보니 염려 마라는 소리에 마음을 진정시켰으나 어젯밤 잠을 설쳤다.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 자라 보고 놀란다더니 오늘 병원에서 내원하여 상담을 받으려는 전화를 받았다. 치수가 두 배로 높긴 하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가슴이 철렁한다. 지난날 남다른 신변 사로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잇몸이 약하다는 진단을 받고 엊그제 치과에 다녀 왔는데 또 이런 결과지를 받으니 온몸에 힘이 빠진다. 날씨도 춥고 기분도 우울하여 종일 1층 가게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런저런 수다로 시간을 보내다 사장님이 점심을 사주시기에 함께 식사하고 나서 문득 이전 시간을 우울하게 보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겁게 살기에도 모자라고 아까운 시간을 우울해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내게 주어진 삶은 결코 두 번의 기회를 없으니 이제는 세상과 인생을 내 마음 가는 대로 조금 가볍게 바라보자.
우아한 도전(‘231202)일기
1) 1층 가게의 강화유리 도어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처져 윗쪽에 간섭이 되면서 충격에 깨질까 염려스러워 사장님에게 수리해야겠다는 언질을 주니 기술자를 불러 달라고 하여 예전에 거래하던 기술자를 불렀더니 잠깐 나사 몇 개 조여주고 불과 20분 정도 소요된 수리비를 출장비 및 기술료로 10만 원을 요구한다. 너무 비싸다는 항의에 8만 원으로 낮췄지만, 나의 마음은 기술자에게 이미 신뢰를 거둬들였다. 대금을 치르고 바로 기술자의 전화번호를 지웠다.
2) 올해 한 번도 참석하지 않던 시인협회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정시에 도착하자 바로 회의가 열려 의안 심의 일곱 개를 심의하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귀가하는데 주차비가 만만치 않다. 지하철을 타려다 추운 날씨에 걷기가 싫어 차를 이용하는데 2시간 주차비가 5.000이다. 광주에는 공영주차장이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사설 주차장의 주차비가 비싸 불법 주정차를 많이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기에 대중교통 이용률높이고 공영주차장을 증설하려는 광주시의 정책전환이 필요하겠다.
2) 내가 글을 쓰게 된 동기는 1999년 전국 일기쓰기(지금은 자서전 쓰기다.) 대회 심사위원이셨던 안도섭 시인이 산문시를 써보라는 권유를 하셨는데 엉뚱하게 안도섭 시인이 발행인 및 편집인으로 있는 '문학 21'에 수필로 등단했고 이어서 인천에 있는 계간 문학지 자유에 또 수필을 등단 두 곳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호남신문의 2004년 신춘문예 공모에 詩로 등단하였다. 그런데 또 도전장을 내려고 한다. 광주일보가 2024년 신춘문예 작품을 접수한다는 공고가 떴다. 나는 정답 없는 긴 생각, 세상을 향한 궁금한 눈초리를 가졌기에 신춘문예와 글쓰기는 관심이 가는 일이다. 그래서 또 도전해 보려고 한다. 그러나 남들은 부단히 노력하여 실력을 쌓는데 나는 날마다 놀기에 바빴다. 은유와 비유를 넘나드는 문학적 수사로 상징적이고 압축적인 멋진 시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지만 나는 작가로서 원대한 나래를 펼치려면 도전하는 용기도 필요할 듯하다.
생각이 많은 사람, (‘231203)일기
1) 난 생각이 정말 많은 편이다. 누군가와 둘이서 이야기를 하다가도 그 사람의 말이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이치에 맞는 소릴 하고 있는지 혼자서 딴생각에 빠지곤 해서 그 사람이 뭘, 이야기했는지 모를 때가 있어 민망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나를 알기에 요즘엔 대화할 때만큼은 집중해서 들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한 달에 20일 정도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므로 오로지 쉴 생각만 하다가 오늘도 ”뭘 해야 하지?”라고 생각을 하는 것은 휴식해야겠다는 생각을 잊어버린 것이다. 원래 나는 이런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다. 오늘은 고향 친구가 담양으로 라이딩을 함께하자고 불러줘서 시간을 함께했다. 친구가 점심을 사주고 내 오후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늘 들르던 커피숍에 들르지 않고 시간을 아껴준 친구의 고마운 호의에 라이딩을 하면서도 내 머리에서는 연말 계획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하여 친구와의 대화가 적었다.
2) 광주수필 운영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16시 대인동에 나갔다. 옛날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인파가 붐비던 대인동 골목이 한산하다. 약속 시각을 넘겨 도착한 회장님과 운영위원 일행이 병환 중이신 선배님을 뵙고 오셨단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뵈러 가신 분들의 성의는 의리다. 그리고 그 대접을 받으신 선배님은 그동안 대접받을만한 자애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계획보다 늦은 시간에 시작한 회의는 주 안건인 총회와 출판기념회 시기다. 여러 위원님이 12월에 마무리 짓자는 의견에 출판비를 정산 후 내년 1월에 하겠다는 집행부 안을 허락하여 회의는 일단락되었지만, 기타 안건에 전임회장님의 조언이 빗발쳤다. 주로 회장님의 역할에 대한 지적이지만 조직을 아끼는 마음에 하시는 말씀이기에 경청하였다. 회의에서는 쓴소리도 나오고 격려도 받고 유머로 웃음이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며 쟁쟁한 경륜과 훌륭한 인품을 갖춘 분들이기에 말씀 하나하나를 새겨 많은 것을 배운 자리이었다.
미신을 섬기는 나. (‘231204) 일기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미래를 걱정하고 현실에서 불안을 느끼는 인간은 그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종교를 만들었고 많은 사람을 모이게 하려고 본인에게 득이 되는 복(福)을 바라는(祈) 기도를 만들어 마음을 다스리며 불안을 해소하고 염원과 희망을 품게 했다. 이렇게 원시 & 원초적인 신앙에서부터 현대사회의 고도화된 종교까지 다양한 종교를 만들어낸 인간들은 인간이 만든 가설에 빠져 개신교에 나가든 절에 나가든 종교시설에 나가지 않아도 모두가 기복신앙(祈福信仰)생활을 하고 있다. 나 역시 꿈이 나의 미래와 현실에서 현몽 (現夢)을 해준다고 믿는 사람이다. 神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꿈을 꾸고 꿈의 내용을 풀이하여 미래를 애견하고 근간에 일어날 일에 대하여 예측하여 해몽 집에 나온 정형화된 해몽 풀이를 보고 기분이 좋고 나쁘고 하는 걸 보면 과학 시대에 사는 나는 가장 원시적인 종교를 믿고 있다. 어젯밤 해몽에 돈이 나간다고 해몽하는 이가 빠지는 꿈을 꾸고 꿈 땜을 하겠다며 평소 근검절약하던 내가 절제되지 않는 이상한 지출(효과가 불확실한 의약품 구매, 두피 문신상담, 간식 구매 등)을 했다. 나의 성격은 뭔가에 열광적으로 빠지는 성격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도 극단으로 치우치지도 않는다. 그런데 나의 이런 토속 신앙적 사고는 쉽게 고쳐지지 않으니 나 스스로 연구대상이라 여겨진다.
지당한 선택(‘231205)일기
1) 점심시간이 다 된 시간 4박 5일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에게 점심을 같이하자는 전화가 왔다. 급하게 달려가면서 광천초등학교 앞 스쿨죤에서 속도를 위반한 것을 친구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점심을 같이 먹으며 오전에 탈모로 훤해진 머리에 문신하는 시술 상담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성격 급한 친구가 연락처를 달라고 한다. 친구는 5년 전 머리 이식수술로 5.000개를 심었고 성격이 호탕하고 자신감이 넘쳐 외적인 콤플렉스가 없는 줄 알았는데 관심을 보인다. 전화로 상담 요청을 하고 곧바로 달려가 5분 상담하고 시술을 결정하고 그 자리에서 시술을 해버리는 친구의 과단성(果斷性)과 추진력에 놀랐다. 나는 이리 재고 저리 재며 결정이 늦는 편이다. 신중한 건지 결단력 부족인지 모르지만, 친구를 보며 나를 뒤돌아보고 느낀 점이 많다.
2) 각종 모임에서 송년회를 한다고 연락이 오고 가는 시기다. 내가 총무를 맡은 모임의 부부동반 송년회 장소를 알아보기 위해 상무지구를 둘러 보았다. 화원 중 메뉴를 랍스타로 하자는 의견이 있어 대게 요리로 유명한 식당에 갔더니 시세가 그날그날 시세로 가격이 정해지며 오늘 시세로 대게 120.000원 킹크랩 150.000원 랍스타 130.000원으로 회식비가 150만 원~ 200만 원이 소요될 것으로 부담스러운 예상가격에 메뉴를 고급 한정식으로 인당 40.000원~50.000원 선으로 정하기로 하였다.
친구야!~ 걱정하지 마!~(‘231206) 일기
1) 지난 시월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있다는 소견을 듣고 2주 전 전남대 병원에서 정밀검사에 들어갔다는 소릴 듣고 “괜찮을 거야,”라며 위로해주고 그렇게 바랬는데 오늘 결과를 통보받은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목소리에서부터 이상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암일 가능성이 있다며 2차 정밀검사를 했단다. 처음 듣는 순간 내 머리가 띵, 하는 충격을 받았다. “이게 뭐지?” 하며 현실을 부정하는 버릇이 또 나왔다. 2치 정밀검사가 2주 후에 나온다고 하는데 친구는 내 앞에서 씩씩한척하려는 건지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듯한 말투다.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만약 암이라면 초기에 발견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는 위로에 말도 내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정말 마음이 선하고 착하게 살아왔는데 암이 찾아온 운명에 대해 분노를 감추고 울음을 삼키더라도 억울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말투가 차분한 걸 보아 충분히 극복하리라 믿는다. 늦게라도 친구를 위로해주러 가려 했으나 바쁜 일정이 허락하지 않아 다음으로 미루었지만, 친구의 곁에서 용기를 주고 손을 잡아주는 친구의 도리는 해줘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2) 지금 우리는 ‘디지털 자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인정받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 세대(60대 이상)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문맹(컴맹)에 가깝다. 그러나 시대가 좋아지면서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부지런하게 쫓아다니며 배울 수 있는 평생 교육 시대로 그 혜택이 다양하다. 내가 필요해서 참여한 주민자치회가 마련한 디지털 교육을 이수하고 실생활에서 일상화된 대면소통이 어려울 때 디지털로 응용해서 소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배우고 교육 이수증까지 받았기에 성취감과 만족감이 크다.
긍정의 에너지(’231207)일기
1) 상무 1동 지역사회 보장협의체가 주관하여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겨울나기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 김장하는 날’ 행사에 참여했다. 물가폭등과 경기침체로 김장과 관련된 모든 재료비가 상승하여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빌려 김장을 하니 김치공장에 주문한 것보다 300만 원을 절약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여러 가지 바쁜 여건을 제쳐두고 지역사회 봉사단체의 회원 20여 명이 참여하고 정치인들의 관심과 참여로 뜻깊은 행사가 2시간여 만에 마무리되었다. 남자 봉사자가 많지 않아 무거운 것을 운반하고 7kg씩 포장하는 일을 돕고 김장의 말미 수육과 김장김치로 이른 점심을 먹었다.
2) 국회의원 예비경선에 나선 구충곤 친구가 출판기념회를 한다며 친구를 돕고자 하는 상길 친구의 부탁을 받고 나주 동신대 한방병원 2층에서 열린 구충곤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 나주로 향했다. 일부러 드라이브를 겸해 영산강 변을 달리며 초겨울의 강가 풍광을 감상했다. 유유히 흐르는 짙푸른 강물 위로 듬성듬성 오리 떼가 앉아 유영하고 강변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길 양옆으로 은색 억새가 손을 흔든다. 30분을 달려 15시 정시에 도착한 출판기념회는 참석한 지지자들로 북새통이다. 북새통 사이에서 친구들과 안면이 있는 몇몇 사람은 눈에 쉽게 띄어 어제 본 친구지만 장소가 바뀐 탓에 또 손을 맞잡는다. 관광버스까지 동원된 세몰이는 5.000여 명의 방문객과 참여자들로 정말 성공적인 출판기념회였다.
3) 어렸을 적 잦은 병치레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서너 번 된다. 그때 병원을 찾아와준 친척에게 그 고마움을 아직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에 아픈 사람에게는 꼭 위문하는 편이다.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시간을 보니 아직 활동할 수 있는 낮이 남아있어 건강 이상으로 한 달 후 수술을 준비 중인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회사를 그만두려고 회사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밖에 나왔다는 소릴 듣고 다려갔다. 친구는 의외로 밝은 표정이고 건강해 보인다. 주변 사람들의 위로와 걱정 그리고 관심과 격려가 힘이 되었겠지만 진짜 이유는 친구의 긍정적인 마음이 좋은 에너지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만남의 장소가 실내정원 카페였기에 겨울꽃, 혹은 크리스마스 꽃이라 불리는 ’포인트 세티야‘를 선물해주는 친구와 통화는 했지만, 오랜만의 만남이기에 차를 마시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저녁까지 함께하였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231208)일기
1) 언제부터 하셨는지 모르지만 내가 너덧 살 때 우리 집은 상당히 큰 마을에서 가게를 했었다 그 당시(60년대 초반) 아이들 장난감, 풍선, 딱총, 인피니스라는 모기약, 사이다. 오징어. 술, 돼지고기까지 취급했으니 매출은 얼마인지 모르지만 실속있는 가게였고 동네 장사라 외상을 많이 주고 외상값을 못 받아 망하고 말았다. 나 역시 초등학교 5학년 때 아이스케이크라는 얼음과자 장사해서 하나도 못 팔고 원금을 다 까먹었다. 그래서 우리 집 식구 중에는 장사 쪽으로 나선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내가 국세청에 임대사업자 신고를 하였기에 소상공인이 되었다. 우리 마을은 90%의 건물에 상가가 있는 근린상가 지역이라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많다. 이곳저곳을 가도 경기침체에 고물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상가 임대인들(소상공인)은 한숨만 쉬면서 세상을 원망하는 소리가 드높다. 이런 분위기에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여러 가지 지원사업과 정책을 내놓지만 백약이 무효이다. 그래서 상부상조의 피치를 내걸고 나선 것이 소상공인 연합회다. 오늘 광주 서구지역 소상공인 연합회 총회가 있어 참석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들 어렵단다. 임대업을 하는 나도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데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 정말 힘들겠다. 소상공인 서구지역 회장에 장성우 회장이 5대 회장을 연임하기로 하였고 임원진 재구성에 인준절차를 마치고 친구들과의 선약 대문에 회의장에서 일찍 나왔다.
2) 세 명의 친구가 동네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만났다. 열심히 살면서 아직 근로 소득세를 내는 친구들이다. 코로나 합병증으로 한 친구를 잃고 만나면 서로 얼굴빛으로 건강을 살핀다. 솔직한 표현으로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친구가 나에게 얼굴빛이 좋다고 한다. 오랜만에 들어본 말이다. 우리의 나이는 다시는 젊어질 수가 없다. 오늘이 내가 태어나서 가장 젊은 나이이다, 가장 건강한 나이이기도 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친구 중에 죽음으로 향해가는 친구도 있다. 전화하여 어떠냐고 안부를 묻는 것도 미안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신 대대 사가 줄고 움직이는 양도 줄어 근육은 빠지고 배에 지방만 차곡차곡 쌓는다. 오전에 병원 진료를 받고 고지혈증약을 처방받았기에 친구가 주는 술을 사양했으나 기어이 건배를 원해 두 잔을 받아 마셨다.
인생 말년의 행복(‘231209)일기
6시에 날씨를 점검하는데 6도라는 표시에 믿기지 않아 몇 번을 확인해도 6도다. 그제부터 날씨가 봄날처럼 화창하고 낮 기온이 20도를 오르락거려 자전거를 탈 계획으로 달걀을 삶고 음료수를 챙기고 있는데 고향 친구에게 “날씨가 좋네.”라는 전화가 왔다. 날씨가 좋다는 말은 라이딩을 가자는 중의적인 간접표현이다. 친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었나 보다. 낮 기온이 높다는 일기예보를 깜빡하고 겨울 복장을 했는데 30분도 안 되어 등에 땀이 밴다. 삼지리 쉼터에서 휴식하는데 할머니(70대 후반) 세 분이 마을에 82세 할머니가 애인을 사귄다는 이야기를 나누신다. 말씀 내용으로 보아 할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먼저 가신 분들이고 전형적인 유교적 사상에 젖어있는 분들이라 비판적이면서 연애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은 할머니들이 묻고 82세 할머니가 자랑처럼 답해서 나온 내용이라 연애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다. 자신들보다 나이든 할머니의 로맨스에 시샘이 섞여 있지만, 연애담을 물어봤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방증(傍證)이기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내가 “인생은 재밌게 살아야 하니 그 할머니처럼 사세요.”라고 말참견을 했더니 팔짝 뛰신다. 나보다 10년을 더 많게 사신 분들에게 인생을 말하고 윤리적 결정과 도덕적 판단에 내가 간섭하는 것이 위험했는지 친구가 배우자가 없는 조건에서 애인을 두면 괜찮다는 부연(敷衍)을 곁들여준다. 오늘 할머니들의 대화에서 느낀 것은 정신과 육체는 서로 다른 속도로 늙어간다. 나 역시 정신(감정)은 젊지만, 육체는 노인이다. 젊었을 때는 여자를 좋아했지만, 나이 60을 넘기고는 남자친구들에게 더 관심을 가는 것 같다. 사람들이 노인의 행복의 요소는 돈과 건강이라고 생각하지만 늙으면 돈과 건강 못지않게 친구도 행복의 요소다. 82세의 노인이 뭘, 하겠는가? 그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말벗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를 포함한 이전 세대는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출세하는 법, 돈 버는 법에만 열중하고 친구 사귀는 것은 등한시했다. 친구는 배우자와는 또 다른 인생 반려자다. 배우자에게 의논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우자가 없는 사람 역시 친구가 필요하다. 자신의 어려움에 위로의 말 한마디 해줄 수 있는 참다운 친구가 한 명이라도 곁에 있다면 노년 인생은 성공한 셈이다. 라이딩 내내 82세의 할머니가 부러운 것은 무슨 이유일까?
눈 호강시켜준 드라이브(‘231210)일기
밤새 뭘 생각하느라 새벽에서야 눈을 붙였다. 그리고 눈을 뜬 시간이 일곱 시 반이다.
난 새벽잠이 유난히 많은 편이다.
청소년 시절부터 라디오(별이 빛나는 밤에)를 애국가가 나올 때까지 듣던 굳어진 습관을
이제라도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거실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하늘은 청명도 하다.
점심을 먹는 도중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드라이브하자는 내 제안을 받아준
친구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겉옷을 걸치고 현관을 나선다.
어디로 갈까?
미리 생각해두지 않았으니 길 잃은 나그네다.
일단 밤새 홀로 찬바람과 추위에 떨었을 애마 은실(모닝)에 올라탄다.
광주의 한 중심에 살면서 다행스럽게도 사통팔달 교통요지라 조금만 벗어나면 외곽이다.
시내를 벗어나는 그 자체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 그동안 난 도시의 이방인으로
살았던 것 같다.
물론 나더러 도회지에서 객처럼 살라 강요한 사람은 없다.
오늘 드라이브는 친구가 동행했기에 즐겁다.
송정리를 지나 광산구 평동을 지나 노안 방향을 향해 달린다.
목적지를 미리 정하지 않고 나선 탓이지만 묘하게도 생소한 곳보다는 몇 번 가 본 곳이
더 편하다. 아니 그냥 자석에 끌리듯 본능적으로 그곳으로 향해진다.
늘 새로운 장소를 답사하는 게 호기심을 채우는데 더 생산적일 텐데 말이다.
가다 보니 예전에 수없이 가봤던 호가정이 나타난다.
호가정은 영산강과 건너편 서창 들녘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나의 눈길은 호가정에서 마주 보이는 무등산 정상으로 펼쳐진 초겨울 하늘에 꽂혀있다.
어느 화백도 흉내 내지 못할 청청함과 부드러운 흰 구름. 하늘빛을 굳이 보석에 비유하면
사파이어 빛이라 표현하면 될까?
사파이어에는 지혜와 영원함의 상징성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내 눈엔 사파이어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또한, 지혜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허물을 다 정화하고도 남을 어머니의 넉넉한
자애로움과 아버지의 관용까지 품은 무등산의 모습이 미세먼지에 가려 희미하게 보인다.
승천보에서 친구는 하드를 먹고 나는 커피를 마시고 만귀정으로 향했다. 만귀정은
효우공(孝友公) 장창우(張昌羽)가 후학을 가르치며 만년을 보내기 위해 창건하였고 큰 연못 가운데
세워진 수중(水中) 정자인데, 그 옆에는 습향각(襲香閣)과 묵암정사라는 이름의 또 다른 정자가
다리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늘어서 있다. 길은 통한다는 속설을 믿고 동네 골목길을 지나니 전평제가
나왔다. 물 위에 반영된 야간 불빛이 황홀하게 아름답다. 친구가 초행이라며 아내를 데리고 와야겠다고
하는 것은 보통 이상의 야경인 것이다. 오늘 친구와 눈 호강을 한 아름다운 이 세상, 나는 이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 푹~파묻히고 싶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231211) 일기
가을을 아직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겨울이란 녀석이 세월의 빗장을 열고 들어와 버렸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추위를 많이 탄다고 했던가?
엉겁결에 움츠러드는 몸과 마음. 겨우살이 준비가 되었나? 그러나 절로 갸우뚱해지는 고개다. 올라버린 기름값, 가스요금과 전기료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의 겨울이 그 어느 해보다도 혹독할 것 같은 예감이다.
살기 좋은 봄과 가을이 환경변화 때문에 갈수록 짧아지는 것 같아 참으로 아쉽다.
동창회 망년회 준비를 위해 일일이 전화를 넣어 인사를 보내고 참석 여부를 확인하니 반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통화하는 동안에도 문자가 여러 개 들어온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이 자신을 알리는 문자다.
정치하는 족속들은 민생은 뒷전이고 자기들 밥그릇 싸움에만 열중이라 염증을 느낀다.
해외 교포인지 대한민국 사람인지 모를 대통령은 나랏일은 관심이 없는 듯 바깥으로만 쏘다니는데 성과도 없이 호구 짓만 하고 있다. 나쁜 놈들 단죄야 할 검, 경은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그들의 개가 되고 박쥐가 된다. 쓰레기 언론은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의 똥구멍을 빠는 비데로 전락했고 조금이라도 좋아지는 세상을 기대했던 백성의 소박한 소망마저 짓밟아 버리고 있다.
조금 나아지나 싶으면 또다시 후퇴를 반복하는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추위를 무릅쓰고 파지 줍는 구부정한 노인네의 모습과 무상 급식소의 줄은 갈수록 더 늘어나고 일을 마치고 술집으로 향하는 무리의 어깨가 찬바람에 잔뜩 움츠러든다. 이는 정치하는 사람, 기업 하는 사람들이 보릿고개를 모르고 자랐던 금수저였기에 춥고 배고픈 자들을 이해하는 공감의식이 없는 이유다.
열심히, 정직하게 성실히 살아도 늘 제자리에서 맴도는 세상은 뭔가 잘못된 세상이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지 않고 쉽게 돈은 벌려는 사람들이 자꾸 생겨나는 것이다.
사기나 도둑질, 좀 더 머리 좋은 놈들은 불법이나 편법으로라도 일단 지금보단 나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부정적인 것만 보이는 내 마음속에는 이미 깊은 겨울이 찾아든 느낌이다.
물론 겨울의 평온함도 이따금 존재한다.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월요일 이슬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가운데 우산을 함께 쓴 한 쌍의 연인이 대화하며 걷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문득 정치도 저렇게 데이트하듯 하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열심히, 성실하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아름다운 세상이 됨은 당연지사다.
아무쪼록 모질고 삭막한 찬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독야청청(‘231211)
무각사 둘레길을 걷다 대나무를 만났다.
다른 나무는 이미 옷을 벗은 지 오래인데 12월 중순의 대나무는 여전히 푸르다.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너는 왜 홀로 푸르니?” 대나무가 대답한다. “내가 곧고 지조와 절개가 있는 걸 몰랐니?” 생각 외로 대답이 당차다.
“지조를 말하는 넌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고 의리를 지키는가?”
“당연하지 않은가? 일신의 영달을 위해 아부하거나 굽히지는 않지.”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부끄럽게도 많은 불의에 귀머거리로 못 들은 척했고 아닌 것에 벙어리로 침묵하며 살았다.
“미안하다.”
대나무에 작별을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한 자락 바람에 대 이파리 스치는 소리가 ‘피식’ 하며 비웃는 것 같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다 소나무를 만났다.
곁에 있는 다른 나무들이 헐벗었는데 소나무가 돋보인다.
내가 말을 건넸다.
“너도 대나무와 친구니?”
“십장생으로 그림 속에서 같이 놀았으니 친구가 맞겠지?”
“그래, 같이 친구라면 대나무에 뭘 배웠니?”
“글쎄, 마음 비우기나 절개 뭐 그런 게지.”
“그럼 네 눈에 지금 이 세상은 어떻게 보이니?”
“귀머거리도 아니고 눈 뜬 소경도 아닐 진데 그걸 내가 말을 해야 알겠느냐?”
소나무의 일침에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그래, 그동안 난 불의( 不義) 앞에 귀머거리였고 눈뜬 소경이었으며 말 하지 않는 벙어리였다.
“미안하구나. 이제라도 두 눈 크게 뜨고 세상을 바라보며 아닌 것에 아니다를 말하마.”
대나무와 소 나무에게 들은 귀머거리, 눈뜬 소경, 말 못 하는 벙어리냐는 소릴 듣고 계묘년 한 해를 뒤돌아보고 다가오는 갑진년을 야무지게 살겠다는 다짐을 하며 돌아 내려오는데 구름 속에 숨어있던 해님이 얼굴을 내밀고 방긋 웃어준다.
다육식물 겨울준비(‘231212)일기
햇살은 없지만 포근한 날씨인 오늘 옥외에 있는 화분을 정리하고 옥상에 있는 다육식물을 안으로 들여놓은 빈 자라에 남은 이물질을 빗자루질하고 나니 등에 땀이 밴다. 예전 같으면 땅이 얼어 바깥에 화분에 다육식물을 이식하는 걸 엄두도 못 낼 텐데 포근한 날씨에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다육식물 화분의 빈 곳에 다육식물을 채워넣는 작업을 하였다. 아무리 다육식물이지만 몇 개월간 물을 주지 않아 화분 대여섯 개가 고사해 빈 화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내가 다육식물을 키운 지 14년쯤 되었으니 오래된 녀석을 나에게 입양되기 전 1년을 보태면 나이가 15살이다. 그동안 겨울에 5층 옥탑 공간에서 춥게 월동을 시켜 추위에 단련이 된 녀석들인 줄 알았는데 몇몇 녀석이 며칠 전 추위에 동사한 것은 아직 분갈이 한번 안 해주고 관심을 덜 썼더니 면역력이 약해졌나 보다. 아직 본격적으로 겨울 날씨가 춥지 않아 식물들이 봄으로 헷갈릴 수 있겠다 싶어 분갈이나 번식 시기는 아니지만 빈 화분에 번식해뒀던 다육식물을 옮겨심어 현관 앞 유리 창틀에 전시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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