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말과 블러핑
영화 타짜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옵니다. "한 끗? 한 끗인데 5억을 태워?" 낮은 패를 가지고 있으면서 높은 패를 가진 양 허세를 부리며 레이스 하는 것을 블러핑이라고 합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뻥카’라고 하지요.
자신의 패가 상위의 패인 양 레이스를 시도해 상대가 스스로 다이를 선언해 발을 빼게 하는 것으로 기권승을 노리는 도박의 전략입니다. 물론 상대가 끝까지 가면 높은 확률로 지게 되어 있습니다. 전형적인 고수익 고위험의 수법이지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는 이런 블러핑 전략이 나옵니다. 사마의가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제갈량은 아연실색합니다. 성안에는 남은 병사가 몇 명 없었거든요.
이때 제갈량은 성을 비우고 병사들에게 모든 깃발을 숨기라고 명령합니다. 그리고 성문을 활짝 열고 전망대에 앉아 유유히 악기를 연주하지요. 사마의가 도착했을 때, 그는 제갈량의 침착한 태도를 보고 성안에 복병이 있는 것으로 의심합니다. 겁이 더럭 난 사마의는 공격보다는 퇴각을 선택하지요.
이는 허장성세 [虛張聲勢]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실력이나 실속은 없으면서 허세만 부리는 경우를 이야기하니까요. 죽어라 짖는 개는 사람을 물지 못합니다. 동물들도 위험에 처하면 자기 몸을 최대한 부풀려 보이기 위해 애를 쓰지요.
이 블러핑은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우린 생활 속에서 그보다 약한 빈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말은 힘이 있습니다. 요즘 정치도 말로 하니까요. 즉 말은 평화로운 상황에서 싸움이 일어나게 만들 수도 있고 싸움이 일어날 상황을 평화롭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루에 우린 빈말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 걸까요? 언제 밥 한 끼 먹자. 언제 술이나 한잔하지 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할게.
말은 약속입니다. 저는 천 냥 빚을 갚을 말한 말솜씨가 없습니다. 그래서 말 잘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무척 부럽기도 하지요. 담임하면서 종례를 3분 이상 해 본 기억이 없으니까요. 노자는 도뎍경에서 대교약졸(大巧若拙)을 이야기합니다. "큰 기교는 졸렬함과 같다."라는 말씀이지요. 이는 위대한 작품이 아주 수수함으로 무장한 것과 같습니다.
뒤를 이어 말씀하지요. 대변약눌(大辯若訥)이라고 말입니다. 크게 말을 잘하는 것은 마치 어눌한 듯하다는 뜻입니다.
말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눌언민행(訥言敏行)이듯 말은 줄이고 행동에 힘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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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빈밀을 하지 않았더니, 차가운 사람이라네요. 못 지킬 말은 하지 않았을 뿐인데......
제갈량의 空城之計는, 중국드라마에서는 사마의가 알고도 속아줬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제갈량이 없어지면, 사마의는 兎死狗烹 당할것이기 때문이기에.
적은 가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