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크럽이 휴무일이다.
백수에게도 이날은 휴일인 것같은 기분을 느낀다. 한달에 2번 2, 4주 수요일 이날만은 아내는 나에게 별다른 약속을 하지말라고 한다. 용인 호암미술관이 있는 "희원(熙園)"에 벚꽃구경을 가려했으나 석만이가 아직 벚꽃이 이곳은 만개가 되지 않았으니 주말경에 오라고 친절하게 현재의 모습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준다.
아침일찍 서초요양병원에 장기입원중인 94세 장모님을 문병하고, 수원영통에 위치한 삼성생명공익재단에서 운영하는 고품격 주거와 의료서비스, 요양, 문화, 스포츠가 어우러진 삼성노블카운티의 너싱홈에 큰누나 내외가 같은 병실에 입주 요양중인 곳으로 문병을 갔다. 늘 문병을 갈 때마다 아내가 나에게 하는 말은 한결같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지, 건강하지않게 오래살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면서 "돈이 아무리 많아도 무슨 소용이 있냐고" 말한다. 이말에 점점 공감을 느껴가는 나도 이제 점점 늙어만가고 있는 것같다.
노블카운티 너싱홈에서 어떤 환자를 보았다. 초점없는 눈으로 먼곳을 그저 쳐다보고 있다. 간병인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귀뜸을 해준다. 96세이신 김웅수 예비역 육군중장이라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5.16직전에 육군본부 참모장으로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병참과 군수체제를 완비한 분으로 당시 장도영 육군참모총장에게 청렴으로 소문난 박정희소장을 6관구사령관에서 새로 창설한 부산 군수기지사령관으로 추천한 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곧이은 5.16혁명에는 가담하지 않으므로 인하여 잠시 옥고를 치르고 그의 인생은 바뀌어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공부하고 오랫동안 경제학교수로 근무하였고 지난해부터 병세가 악화되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김웅수장군의 젊은모습의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었더니 잠시 눈을 크게 뜨고 반응을 하신다. 옆에서 간호하는 간병인도 이 모습을 보고 놀란다.
간병인은 또 말을 이어간다. 윗층에는 별네개가 계신다고 한다. 누구인가 알아보았더니 육사8기 출신이고
1군사령관을 역임하고 제20대합참의장을 하신 정진권 예비역육군대장 이었다.
좀 수다스러운 간병인은 또다시 말을 이어간다. "아무 소용없어요, 건강을 잃으면...~"
건강이 최고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아내와 청계산 옛골입구 토성에서 막걸리와 오리구이를 먹으면서도, 간병인의 말이 자꾸 머리에서 맴돌기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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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형(89세), 누나(85세) 내외를 문병하는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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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수 예비역육군중장의 현재와 과거모습...
![](https://t1.daumcdn.net/cfile/cafe/2516CB3858EE3CD735)
노블카운티(Noble County) "2016 행복편지"에 기고한 현재 노블카운티에서 입주요양중인 정진권 합참의장의 기고문이다. 나는 느끼는바도 크고 공감하여 직접 타이핑을 해서 동기들과 같이 읽고 싶다.
"저의 평소 철학인 자고병(自高病)을 고쳐야 한다."
본인은 노블카운티와 너싱홈에 온지 어느새 2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간 여러 사람을 접촉한 결과 그분들이 젊고 건강할 때를 상상해 볼 때 개중에는 인격적으로 배워야 할 점도 많지만 어느 분은 과거에 재력도있어 세상에 무서울 것도 없이 살아오신 분도 많습니다.
우리가 이제는 한 쪽 날개를 잃은 것처럼 불구의 몸이되고 젊을 때의 추억이 그립습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自高病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되어 '老後 人生哲學'을 적어 보았습니다.
스스로를 높다고 생각하고 남을 업신여기는 것을 自高病이라고 합니다.
이를테면 권위적인 사고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독선(獨善)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 병이 만연(蔓延)되면 사회 전체가 조화를 상실하고 맙니다. 종교계의 수행자가 이 병에 걸리면 수행을 아무리 잘 해도 도(道)를 이룰 수 없다고 하여 철저히 경계합니다.
이 병은 특히 어리석은 사람이 작은 권력이나 계급이 높아지면 걸리기 쉽습니다.
이 병의 원인은 지혜(知慧)의 결핍입니다.
지혜란 머리로 아는 지식과 자기를 비우는 텅 빈 가슴의 조화에서 발견되는 것입니다.
先賢들께서는 "세 사람의 지혜가 합쳐지면 최고의 지혜가 우러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와같이 모든 사람의 지혜가 합쳐져야 뛰어난 지혜가 나오는데, 여러 사람이 합치려고 할 때 장애가 되는 것이 바로 '나'라는 고집(固執)입니다.
나의 것, 나의 능력, 나의 所見이 제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남을 무시하게 되고, 남을 무시하기 때문에 합쳐질 수가 없고 합쳐지지 않기 때문에 지혜가 나올 수 없고 지혜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결국 退步하고 마는 것입니다. 나의 所見을 주장하고 싶으면 남의 所見을 먼저 존중하고, 나의 人格이 소중하거든 남의 人格부터 소중히 여겨야 할 것입니다.
아우러, 과거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이미 흘러간 물과도 같을뿐더러 우리 인생의 목표는 "지금까지"가 아니라 "지금부터"입니다.
첫댓글 권수석님의 격높은 수필에서 아주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연로하신 장모님,매형,큰누님 그리고 두 장군님을 포함하여 권수석님 부부께도 건강과 행복한 앞날이 되시기를 빕니다
어제는 온종일 뭉클하고 멍한 날 이었어요.
과묵한 아내도 어제는 상기된 얼굴로
평소보다 말을 많이 하더군요.~
명구兄!
5.20일(토) 개교100주년기념식에
형수님과 손에 손잡고(hand in hand) 꼭 오세요.
그날 만찬에 평소에 명구兄이 좋아하시는
장수막걸리 한사발 대접하겠습니다~^ ^
연로하신 부모님 찾아 뵙는 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노환중인 누님을 그리 자주 찾아 뵙는 것을 보니 친구지만
참 훌륭하십니다.나에게도 저런 누님 한 분 계셨으면 하는
마음도 들고...그래서 힘들 때 찾아가 얘기하면 들어주고
엄마처럼 다독여 주는 그런 누님 한 분만 계셨으면 내 인생도
덜 힘들었을텐데...
한참전에 숲말과 같이 우리 큰누나 문병을 갔었던
분당서울대병원 중환자실이 생각납니다.
그 당시에 큰누나는 의식도 없이 혼수상태 였지요.
숲말의 기도대로 지금은 나도 알아보고
많이 호전 되었습니다.
과거는 거의 기억하시고 최근 기억만 좀 거시기 합니다.
누나는 나와 나이차이도 그렇고
늦둥이인 나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초,중, 고등학교시절 방학 때 서울 누나네 집에가면
나를 데리고 그 당시 화신백화점에 가서
가방과 교복도 사주시고 하셨지요.
지금도 문병가면 밥 먹었느냐고 물어보고
병원밥도 맛 있으니 먹고가라고 합니다.
막내이다 보니 세월의 섭리에 따라
먼저가시는 형제들을 배웅해야 할 것같군요~
권 수석! 노블카운티 너싱홈에서 김웅수 교수(장군)님을 만나셨다구요?!
그분이 그 곳에 계셨어요!?
그 분은 5.16 직후 강제 예편 후 미국으로 건너가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셨지요.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경제학 교수로 은퇴 후, 건양대학교에 오셔서 초기 대학 발전을 위해 크게 힘쓰시고 현직에서 물러나신 아주 존경받는 분입니다.
건양대를 떠나신 후 얼마 후 사모님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저도 한동안 소식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알게돼서, 정말 고맙습니다!
삼성노블카운티 입주민중 절반은 군출신이 많단다.
그중에 거의 매일 스포츠센타에서 만나는 윤성민 국방부장관도 입주해 있다.
그분은 현재 91세로 횔체어에 의지하고 스포츠센타에서 가볍게 자전거타는 모습을 본다.
전두환 정권시절 위풍당당하던 그 위세는 어디가고 촌로의 할아버지 환자가 되었는지 세월이 무상할뿐이다.
우리 모두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다 가는게 희망이지만 .....
열심히 기도하고 바래면 이루어 진답니다.
권수석! 혹시 추후에 노블카운티 방문기회 되면 스포츠센타 헬스장에 들러 보시지요.
매일 오후3시~5시 사이에 운동중이랍니다.
자고병과 지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