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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지나 막바지 더위가 맹위 떨치던 지난 토요일(8.21)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시합창단 119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이번 연주회의 주제는 청소년을 위한 SUMMER CONSERT 꿈꿈꿈,
1층 홀의 안내데스크에 전석 매진이라는 전광판 안내가 한눈에 들어 온다.
개학 앞둔 청소년 관객들이 삼삼오오, 부모와 함께 대거 입장했기 때문이다.
음악회가 시작하자 무대와 객석의 모든 조명이 꺼지고
흰 양복과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그를 따라 다니는 스포트 조명 아래 등장한다.
멀리서 봐도 서울시합창단의 단장 겸 지휘자인 오세종 지휘자였다.
안경 낀 얼굴의 웃음짓는 할아버지, 오늘의 세계적인 켄터키 프라이드(KFC)를 일군
창업자 '커넬 샌더스'로 분장한 그는 "나의 어릴적 꿈은 닭 튀김집 사장..."이었다며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음악회의 컨셉과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역시 오세종 지휘자다운 발상, 재치 돋보이는 해프닝에 관객들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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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종 지휘자는 닭은 날지 못함을 강조하며 그 닭보다 더 날지 못하는 거위를 소개하였다.
이번 음악회의 부제는 '날지 못하는 거위의 모험과 도전'이라 불러도 좋았을듯
영문 스펠링 'SUMMER CONCERT'가 디자인 된 프로그램 북을 펼치자 프로그램만 눈여겨
봐도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임을 한 눈에 눈치 챌 수 있는 훌륭한 기획이 느껴진다.
꿈의 잉태, 꿈의 방황, 꿈의 전개, 꿈의 성취 등 4개 카테고리 순서는 아동기에서부터
꿈이 '잉태'되어 어떤 '방황'과 '전개'를 거쳐 어떻게 '성취'되는지 음악으로 잘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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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무대 '꿈의 잉태' 에서와 마지막 무대 '꿈의 성취'에서 같은 '거위의 꿈'을 각자 다른
연주가가 불러 꿈의 시작과 완성을 나타냈다.
서다영 어린이(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의 '거위의 꿈' 독창으로 시작하여 '꿈의 잉태'를
알렸고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마지막 무대는 가수 인순이가 '거위의 꿈'을 다시 불러
날지 못하는 거위의 '꿈의 성취'를 표현했다.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뒤에 흘릴때도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 날을 위해 (후략)... "
무대 뒤 오른 쪽 부분에 마련된 단에 올라서서 부른 서인영 어린이의 독창이 끝나고
비보이 그룹 '리버스크루'가 현란한 춤으로 두번째 순서 '꿈의 방황'을 열었다.
비보이 그룹 '리버스크루'는 지난 118회 연주회 때 선보인 대한민국 최고의 그룹이자.
청소년기의 방황을 설득력있게 표현하기에 비보이 그룹의 연주는 적절한 연출이었다.
'꿈의 방황' 전반부의 비보이 그룹 연주가 끝나고 무대 장치가 바뀌면서 서울시합창단의
중창이 계속되었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영향으로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합창과 중창은
들을 거리는 물론 볼 거리가 있는, 무대와 성악가의 연극적 요소를 포함하게 되었다.
꿈의 방황 후반부는 이러한 방법을 택하여 준비했다.
서울시합창단원으로 구성된 8명의 혼성 중창팀이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표현하였다.
알록달록 촌티나는 의상을 입고 '케세라 세라', '오브라디 오브라다', '댄싱퀸', '렛잇비',
'예스터데이' 등 1970년대에서 1980대를 풍미한 팝송을 불러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눈에는 잘 뜨지 않지만 무대 뒷편 높은 곳에 자리한 그룹밴드가 인상 깊었다.
5곡 중 3곡이 비틀즈의 노래, 비틀즈는 역시 '방황하는 청소년'의 아이콘인가 보다.
5곡 모두 원어로 부르지 않고 번안, 개사된 가사로 불러 청소년 음악회에 걸맞게
감성적 전달보다 이성적 뜻 전달에 고심한 배려가 엿보였다.
청소년으로 분장한 여자 중창팀원에게 나오는 나이든 여인(?)의 소리가 옥의 티.
세번째 순서 '꿈의 전개'는 아직 어린 거위가 꿈을 먹고 자라는 단계.
천재 키타리스트 정성하 소년의 연주로 시작, 그의 연주를 통해 꿈의 전개를 표현했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의 정성하는 이미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클래식 키타리스트.
1집 CD 발매했으며 외환은행 CF에 출연 전력이 있으며 여러 콘서트에 출연했다.
자작곡 Fly like the wind와 영화 레옹을 통해 알려진 스팅의 노래 Shape of my heart를
화려한 키타 솜씨로 연주하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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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전개' 후반부는 기다렸던 순서, 누가 뭐래도 합창단의 정기연주회는 합창이 꽃이다.
Foster의 Beautiful dreamer, 브람스의 Oh lovely night, Rolflovland의 you raise me up,
Mark Hayes 편곡의 Swingin with the Saints로 이어진 주옥같은 노래를 혼성합창의
아름다운 하모니로 살려냈다.
희끄무레 달무리 낀 보름달 영상을 배경으로 연주하는 혼성합창단, 그 무대 아래 곧 다가올
가을밤을 연상하며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시간이었다.
이제 거위가 다 자라 비상을 앞두고 있다.
중간에 쉬는 시간 없이 진행하는 음악회의 네번째의 마지막 무대 '꿈의 성취',
세번째 무대를 그대로 사용, 배경의 스크린만 바꾸었다.
'Bali Hai', 'Happy talk', 'Happy days are here again'을 합창으로 부르면서 객석의
분위기는 경쾌하게 바뀌었다.
흥겹게 박자를 맞추는 박수도 자연스레 나오기 시작한다.
합창이 끝나고 드디어 라스트를 장식하는시간, 거위가 날으려 날갯짓하는 시간.
합창단원들이 그대로 도열해 있는 가운데 좌측 무대 입구에서 대중적 지지를 받는
가수 인순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나온다.
과연, 인순이!
객석과 무대 위 합창단의 박수와 환호를 한몸에 받으며 나와 자기 소개를 한다.
'평소 무대에 설 때 파격적인 스타일의 무대복을 입으나 오늘 무대는 가수로써 강조할 것인가,
엄마로써의 강조할 것인가 고민을 했다.'며 '오늘은 엄마이고 싶다'는 고백이 뭉클했다.
과연 많이 패이지(?)않은 우아한 차림의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앞 좌석과 손이라도 잡을 수 있을만한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걸어가더니
그 자리에 다소곳이 쪼그려 앉아 대표곡 '거위의 꿈'을 찬찬히 부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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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뒤에 흘릴때도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 날을 위해 (후략)... "
이때 무대 우측 입구에서 처음 순서에서 '거위의 꿈'을 노래한
서다영 어린이가 뛰어 나와 노래하는 인순이의 품에 와락 안긴다.
이 상황이 왜 그리 감격스럽던지 목이 메이며 눈물이 맺힌다.
감격의 상봉이다, 엄마와 자녀의 포옹,
시작과 완성으로써의 꿈의 잉태와 성취를 표현한 훌륭한 연출이었다.
포옹을 마친 서다영 어린이는 뒤에 도열하여 백코러스하는 합창단에 합류하였고
노래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인순이는 목청을 높이며 일어 서더니 표정으로, 손짓으로,
또한 몸짓으로 드디어 거위의 비상을 표현한다.
"...(중략)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나를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 날을 함께해요."
놀라운 가창력으로 고음을 유감없이 처리하는 인순이의 격정적인 열정에
객석은 어느새 흥분과 환호의 도가니, 예상은 했지만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연이어 터지는 박수와 환호를 잠재우며 인순이는 청소년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미래를 위해 큰 꿈을 꾸고 그것을 위해 달리고 뛰라.'
오늘만큼은 가수가 아닌 어머니로써의 인순이가 청소년에게 전하는 부탁이었다.
그동안 방송이나 음반을 통해 듣고 보았던 그녀의 연주,
그것을 보고 특별한 느낌을 갖지 못했던 가수 인순이에 대한 나의 편견이
이 연주회를 통해 깨진 것은 큰 깨달음이었다.
기획자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인순이의 고백대로
가수로써의 인순이가 아니라 어머니로써 인순이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앙코르곡은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인공 대령 가족이 알프스를 넘을 때 함께 부른
Climb Every Mountain, 인순이가 합창단의 백코러스와 함께 부른 이 노래의 의미는
정상을 밟아 본 자만이 느끼는 희열을 표현한 것 같았다.
백스크린 영상을 통해 전해지는 정상의 희열은 인순이의 그것을 결코 압도하지 못했다.
이 노래를 끝으로 인순이는 좌측 출구를 통해 무대를 떠나면서 막이 천천히 내렸다.
솔직히 이번 서울시합창단의 119회 정기연주회 후반부를 보면 이는 흡사
2학기 앞둔 청소년을 위한 가수 인순이의 리사이틀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을 모를리 없는 합창단에서는 어떻게 그런 파격적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서울시합창단만 내릴 수 있는 자신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119회 정기연주회에 대형 가수를 카메오로 출연시킨다는 것은 용기있는 결정이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5A9E374C721D9812)
첫댓글 오선생님이 가르치는 부부합창단 홈피로 퍼갑니다. 감사합니다.
예~ 박격민 님 부부에게 안부 전해 주십시오~ ㅎㅎㅎ 같은 교회 찬양대에서 함께 봉사하고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분명 이 글을 박격민 님 부부가 보고 있을 겁니다. 좋은 감상평 감사드립니다.
보셨습니다. 까르미나님이 부부합창단 반주자이시군요,ㅎㅎ 어제 박격민 부부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밤주자가 아니고 홈피 관리자입니다. 남자고요..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게다다 오타까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