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개발의 역사와 사북광부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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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광 개발의 역사와 사북광부항쟁

                                                                                                       김종성(소설가)

땅 위의 경작자 땅 밑의 경작자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이래 땅 위를 경작하는 사람들은 농민이었다. 시골에서 땅을 일구며 사는 농민들은 수천 년에 걸쳐 자기네가 생산한 농축산물을 지배자 집단에게 넘겨 주어야만 하는 숙명을 지녀왔다. 에릭 R 울프(Eric R.Wolf)는 『농민(Peasants)』에서 농민들은 자기네의 필요와 지배자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균형을 잡으려고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긴장의 제물이 된다고 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회전하여 자본주의 사회가 되자, 농업은 불리한 산업이 되었다. 농민이 생산한 농축산물과 자본가들이 생산한 공산물은 아예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은 농산물 가격정책을 통한 농업 보호와 농민의 소득 보장에 힘써왔다.

그러나 한국은 낮은 임금, 높은 생산의 수출 주도형 정책으로 농민들을 희생시키는 저곡가 정책을 펼쳐왔다. 궁지에 몰린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 공장지대로, 탄광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땅 위에서 밭을 갈던 농민들은 광부가 되어 두겹 하늘을 이고 수백 미터 땅 밑에서 막장을 갈게 되었다.

탄광 개발의 역사

한국 광산과 관련된 이야기가 역사서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중국의 역사서 『위지(魏志)』의 「한전변진조(韓傳弁辰條)」이다. 변한의 노두철광상(露頭鐵鑛床)에서 난 사철(砂鐵)이 중국과 왜로 수출되었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낙동강 일원에서 발흥한 가야연맹왕국은 일찍이 철광을 개발하여 철정 등을 생산했던 것이다.

석탄으로 추측되는 최초의 기록은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실려 있다. 609년(신라 진평왕 31년) 모지악이란 곳에서 땅이 탔으며, 서기 657년에는 동토함산이 탔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그리고 『고려사』에 1180년(고려 명종 10년) “의연촌에서 땅이 타고 연기가 끊이지 않는다.”라고 평양 주재 벼슬아치가 보고한 기록이 보인다. 한국에서 채광 사실이 공식적으로 문헌에 등장한 것은 1533년(조선 중종 28년)의 일이다. 광부 50명이 철을 채광한 기록을 『단천읍지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한편, 광산에 관한 법률이 처음 제정된 것은 1895년(조선 고종 32년)의 일이다. 그 당시 내장원(內藏院)에 소속된 광산은 51개로 기록되어 있다. 그 가운데 12개가 석탄 광산이었다. 1906년 한국광업령이 제정되었으나 1915년 폐기되고, 조선광업령이 제정되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조선광업령 제50조에 “광업 경찰에 관하여서는 조선총독부에서 위임한다.” 고 정해 광업에 관한 것은 조선총독부에서 관할했다. 그리고 1938년에는 조선광업규칙을 제정하여 광산 보안 등 여러 문제를 감독했다. 이 규칙은 1951년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광업법이 제정, 실시될 때까지 적용되었다.

1916년 당시 무연탄의 전체 소비량은 16만 톤이었다. 이 가운데 80퍼센트에 해당하는 1, 413만톤이 일본의 해군용으로 제공되었다. 이무렵 한국의 석탄광산 개발은 북한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남한, 특히 태백산 지역에서 석탄광산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26년 일본인 광산기사 시라키 다쿠치(素木卓工)에 의해 석탄 광맥이 발견되면서부터이다. 시라키 다쿠치가 석탄 광맥을 발견한 곳은 ‘먹돌백이’라는 곳으로, 지금의 강원도 태백시 금천마을이다. 그 당시 삼척군 상장면 면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던 장씨라는 사람이 먹돌백이에서 까만 돌덩어리를 주어와, 면장의 책상 위에 올려 놓았는데, 마침 그곳에 들렀던 시라키 다쿠치의 눈에 그것이 눈에 띄게 된 것이었다. 그가 그 까만 돌덩어리를 실험해 본 결과, 7,000 칼로리가 넘는 괴탄(塊炭) 덩어리임이 밝혀졌다.

1927년 일본인들은 먹돌백이 일대에서 시험적으로 석탄을 캐보았으며, 1933년에는 시라키 다쿠치가 조선총독부의 도움을 받아 제2차 석탄 탐사를 실시했다. 마침내 1936년 일본인들이 삼척개발주식회사라는 석탄개발회사를 만들어 태백산 지역의 석탄광 개발에 나섰다. 이어 일본인들은 삼척철도주식회사를 만들어 강원도 철암에서 동해안의 묵호(지금의 동해시)까지 56.2킬로미터의 철도를 부설하는 공사를 펼쳐, 1939년 12월 완공하였다. 이 철암선의 개통은 일본인들이 태백산 일대에 석탄광산을 개발해 본격적으로 석탄 도둑질을 해 일본으로 가져가는 시발점이 되었다.

8.15해방 이후 이승만 정부는 미국의 원조로 소규모 공장을 짓고,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상품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공급했다. 1961년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조국 근대화'와 '민족중흥'을 선전구호로  내세우며 수출주도형 개발정책을 펼쳐나갔다. 이러한 정책은 에너지 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불러왔다. 박정희 정부는 석탄 개발에 관한 임시 조치법을 만들어, 탄광 개발을 서둘렀다. 이 법은 석탄 자본가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법인세, 소득세를 면제시키는 등 각종의 특혜를 베풀어 석탄 생산을 독려했다. 그리하여 1960년대에 태백산 지역에 크고 작은 규모의 민영탄광들이 속속 생겨났다. 8개에 불과하던 민영탄광이 1980년대에는 38개로 늘어났다.

한편 박정희 정부는 국토개발단이라는 이름으로, 병역기피자, 깡패 등 전과자를 강제로 동원, 충청북도 제천에서 강원도 백산까지의 태백선 철도를 개설했다. 이 철도로 인해 태백산을 중심으로 한 사북․ 고한․ 황지․ 장성․ 함백 일대의 탄전지대가 빠른 속도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태백산 지역의 급속한 석탄광 개발은 국내의 석탄산업에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1955년 국내 석탄 생산량은 360만톤이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자, 석탄 생산량은 486만톤으로 늘어났다. 1965년에는 1,050만톤, 1975년에는 1,750만톤, 1984년에는 2, 100만톤, 1986년에는 2, 600만톤의 생산량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석탄 생산량은 수많은 우여 곡절을 겪어왔다. 그 가운데 탄광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것은 정부의 주유종탄(主油從炭) 정책이었다. 외국의 석유 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석탄의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태백산 탄전지대에는 노임 체불, 도산 등 거센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1979년 제2차 세계 석유 파동은 한국에도 연료 파동을 몰고왔다. 그 해 석탄 생산량은18,207,767톤인데 비해 공급 수요량은18,820, 233톤으로 612, 466톤이 모자라 나라 밖에서 급히 수입해 오기도 했다. 이렇듯 한국의 석탄산업은 정부가 주유종탄 정책을 쓰느냐, 주탄종유(主炭從油) 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부침해오다가, 석탄산업합리화사업의 실시로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석탄광산의 종류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석탄광산은 크게 국영탄광, 민영탄광 그리고, 조광탄광으로 나눌 수 있다.

1) 국영탄광

국영탄광은 글자 그대로 나라에서 운영하는 탄광으로 대한석탄공사가 바로 그것이다. 석탄공사는 그 출발부터가 정부로부터 산업진흥, 에너지 정책사업의 추진, 기술개발, 석탄 생산 및 수출, 수입, 수급 조절 등의 기능을 부여받았다. 석탄공사는 1984년에 4, 953, 036톤의 석탄을 캐내 당시 국내 총생산량 2,137, 329톤의 43퍼센트를 차지했다. 석탄공사는 1950년 11월 21일 부산에서 창설되었다. 1954년 6월 석탄공사는 국제연합 한국재건단(UNKRA)과 탄광 개발 협정을 맺고, 한국전쟁으로 파괴된 탄광의 복구를 시작했다. 1964년에는 심부 채탄(深部採炭)을 위해 아시아개발은행(AID) 차관 9, 060, 000만 달러로 장성광업소 제1수갱 건설을 착공, 1969년 8월 4일 준공했고, 1967년 6월에는 대한광업진흥공사가 발족함에 따라 18년간 맡아왔던 민영탄광 개발 기능을 넘겨주었다. 석탄공사는 호남지역에 화순광업소, 경상도 지역에 문경광업소, 태백산 지역에 함백광업소, 장성광업소, 도계광업소 등을 거느리고 있었으나, 석탄산업합리화 사업의 여파로 장성광업소와 도계광업소만이 남아 겨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 민영탄광

민영탄광은 개인이 운영하는 탄광으로 강원탄광, 삼척탄좌, 동원탄좌, 함태탄광 등이 잘 알려져 있었다. 한때 재계 순위 3, 40위 권에 오르내리던 강원산업그룹은 석탄을 황금으로 바꾼 재벌로, 강원도 태백시 동점동과 철암동 일원에 자리잡고 있던 강원탄광에서 출발했다. 강원탄광 창업주 정인욱은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행정 관료 출신으로 태백산 일대에서 석탄을 캐내 번 돈으로 삼표에너지, 강남도시가스, 삼표상사 등으로 구성된 강원산업그룹을 일궜다.

1980년 4월 발생한 사북광부항쟁의 근원지 사북광업소의 회장 이연은 1960년대에 동원탄좌를 개발, 석탄을 캐내 번 돈으로 동원전자 등 10여 개 방계기업으로 구성된 동원그룹을 세웠다. 탄광을 기반으로 해서 기업을 재벌그룹의 규모까지 키운 업체는 강원산업과 동원그룹 이외에 대성산업, 봉명에너지, 삼천리산업 등이 있었다.

3) 조광탄광

“구덩이와 여자는 맨나중에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 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조광탄광(粗鑛炭鑛)들의 경영주가 자주 바뀌는 것을 자조하는 조광 경영주들과 그것을 빈정대는 사람들의 묘한 심리가 엉키어 합성해낸 말이었다. 조광탄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광탄광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덕대탄광 시대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 불법으로 규정했던 덕대탄광에서 법적으로 보장받는 조광탄광으로 변모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태백산 일원의 처녀지 탄전 개발에 착수했던 대명광업주식회사가 40여 개의 광구 중, 광상(鑛床)의 부존 여건이 좋다고 판단되는 몇 개의 광구(鑛口)만 골라 자신들이 직접 경영하고, 나머지는 혈연 , 지연, 학연, 기타 인맥을 활용해 덕대(德大)라는 이름의 ‘광구임대분양’을 시작했다. 이것이 조광탄광의 시작이었다. 조광은 덕대를 법적으로 현실화 한 광산이다. 큰 탄광회사에서 탐탄(探炭)해 보다가 별다른 재미가 없을 것 같으니까 한번 해봐라 해서 캐보는 경우(재수보기)와, 일단 규모가 큰 탄광에서 한 번 캐 먹었는데 석탄이 조금 남아 있는 것 같아 또 다시 캐 보는 경우(이삭줍기)가 있었다.

광부의 분류

광부는 크게 막장에서 일하는 항내부(坑內夫)와 난장(亂場)에서 일하는 항외부(坑外夫)로 나눈다. 항내부는 다시 직접부와 간접부로 나눠지는데 , 직접부에는 채탄공(採炭工)과 굴진공(掘進工) 등이 있고 간접부에는 보갱공(保坑工), 보선공(保線工), 운반공(運搬工) 등이 있다. 그리고 항외부는 선탄공(選炭工), 기계공, 기타 기능공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광부’를 ‘광원’이라고 칭하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전두환 정권 때 만든 조어(造語)이다. 광부라는 말은 사회경제사적으로도 함부로 바꾸어서는 안되는 말이다.

탄광노동의 현장

출근

탄광에서 일하고 있는 광부는 모두 하루 8시간씩 삼교대로 일한다. 탄광촌에서는 이것을 갑방, 을방, 병방 출근한다고 한다.

1) 갑방(甲方)은 오전 8시에 막장에서 교대하는 작업조를 말한다. 이들은 대개 집에서 오전 6시 30분에 출발하여 통근버스를 타고 탄광 현장에 도착한다. 입갱하기 전까지 옷을 갈아입고, 도구를 챙기고, 노루바시(감독)으로부터 방우리(작업배치)를 받는다. 작업 배치를 받은 다음 막장까지 30- 40분 걸어들어 가거나, 인차(人車)를 타고 가거나 한다. 점심 시간이 되면 갱 속에서 가지고 간 도시락과 물을 먹는다. 오후 4시가 되면 을방과 교대한다.

2)을방(乙方)은 오후 4시에 막장에서 교대하는 작업조를 말한다. 이들은 오후 2시 30분쯤에 집을 떠나며, 자정에 막장에서 병방과 교대한다.

3)병방(丙方)은 자정에 막장에서 을방과 교대한다. 그러기 위해 광부들은 밤 10시 30분에 집을 나서야 한다. 그리고 아침 8시에 갑방이 갱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일을 한다.

이렇게 하루 삼교대로 일을 하는 광부들은 보통 한 달에 2-3번씩 밖에 휴일을 갖지 못했다. 따라서 중노동에 지쳐 결근하는 일이 많았는데, 탄광회사들은 이것을 막기 위해 만근수당제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입갱

노루바시(감독)가 방우리(작업배치)를 하면 광부들은 맡은 일에 따라 막장에 들어가거나 갱 밖에서 일하게 된다. 갱 속에서 일하는 광부들은 입갱하기 전에 광차(鑛車)에다 그 날 할 일 만큼의 통나무와 나르기(판자 조각) 등을 싣는다.

채탄 작업

굴진공은 높이 1.8미터 정도의 수평갱을 뚫고, 채탄공은 산줄기를 따라 좁은 굴을 뚫게 된다. 막장은 천공소리와 발파소리로 고막이 떨어져 나갈듯이 시끄럽고 화약 연기, 석탄가루, 그리고 돌가루로 자욱하다. 후끈거리는 지열(地熱)이 숨을 조여온다. 막장 가득히 출렁이는 어둠을 안전등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한 올 한 올 걷어낸다.

채탄 작업을 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콧구멍은 곧 막히고, 입안은 탄가루로 뒤범벅이 된다. 탄광의 경우 막장의 지열이 섭씨 30도를 오르내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오듯 쏟아져 하루에 두세 번씩 옷을 짜 입어야 할 정도이다. 보통 3~4명의 광부가 한 조가 되어 막장에서 일하는데, 1개조가 20~30톤, 많을 때는 40~50톤의 석탄을 캐내야 한다.

퇴갱

근로기준법상 광부들의 노동 시간은 6시간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입갱부터 8시간을 채우고 퇴갱하게 된다. 퇴갱 후에는 목욕을 하거나 통근차를 기다리는 시간을 다 따지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린다. 결국 하루에 11시간을 광산 노동에 바치는 셈이다.

탄광노동의 조건

고열

탄광의 막장에서 일하고 있는 광부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첫 번째 문제는 고열과 지압이다. 채탄 심부화로 인해 막장의 높은 온도는 심각하다.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의 경우 해발 150미터에서 최고 섭씨 33도까지 측정된 바 있고, 강원탄광의 경우 지하 600미터에서 최고 섭씨 31도까지 측정된 바 있다.

지압

막장이 심부화함에 따라 지압이 높아지게 된다. 지압으로 인한 직접적인 붕락보다 더 무서운 것은 록 버스트(rock bust)라고 불리우는 대형 참사이다. 일정한 응력의 균형을 유지해 오던 지하 암반 사이에 굴진이나 채탄으로 공동이 생기면 응력의 균형이 깨지고, 채굴의 형상 혹은 채탄법이나 채굴 속도에 의해 응력의 기형 현상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암반층이변형되거나 부서지게 되는데, 채굴 직후에 일어나는 수도 있고, 시간이 경과한 뒤에 일어나는 수도 있다. 한국 탄광은 암반의 강도가 약하고 탄력성이 적으며, 매탄가스의 작용 때문에 더 위험도가 높다.

탄광의 임금제도

도급제

광업소의 임금 체계는 관리자는 월급제, 노무자들은 도급제로 이원화 되어 있다. 탄광에서 광부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방법은 도급제(都給制)에 근거한다. 작업 능률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도급제는 “일한 만큼 받는다”는 형식 논리 때문에 얼핏 보면 매우 합리적인 임금제도 같지만 이 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도급제는 노동자가 일정한 시간 안에 달성한 작업량을 가지고 임금의 기준을 세워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전근대적 임금제도이다.

탄광의 도급제는 3~5명의 광부가 한 가다(작업 조)를 이루는 막장도급제(마구리도급제), 출근 가다별로 작업량을 계산하는 가다도급제(방도급제), 막장이 여러 개 있는 대규모 광산에서 생산량을 갱 작업자에게 나눠 주는 갱도급제 등 세 가지로 나뉘어진다.

도급제 가운데서도 막장도급제가 제일 문제점이 많다. 하나의 갱도는 여러 갈래의 크로스(支線)로 갈라지고 여러 곳에 막장이 흩어져 있다. 각 막장마다 사끼야마(先産夫)와 아다무끼(後産夫 ; 선산부의 일을 보조하는 미숙련 광부)가 한 가다(작업조)를 이루어 배치되는데 막장의 작업 여건이나 상황은 각기 다르고 거기에 따른 작업이 강도에도 차이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작업의 성과도 일정치 않다. 그런데 막장 도급제 아래에서는 작업의 여건이나 작업의 강도에 관계없이 작업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 계산되고 있다. 이를테면 광부 이씨와 박씨가 각각 후산부 두 사람씩 데리고 작업에 들어갔을 때 광부 이씨가 속한 가다는 도급 책임량 이상으로 많은 탄을 개내고도 작업과정은 순조로워서 큰 어려움이 없었던 반면에 광부 박씨가 속한 가다는 작업 여건이 매우 좋지 않아서 생산량도 적고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할 때 갱도급제나 방도급제 아래에서는 일정한 임금 수준에 맞추어 임금이 보장될 수 있다. 하지만 막장도급제 아래서는 완전도급제여서 100 퍼센트의 도급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광부 이씨가 속한 가다와 광부 박씨가 속한 가다는 임금에 많은 차이가 나게 된다.

검수제도

광부들의 작업량을 측정하여 도급 단가를 매기는 것이 검수제도이다. 검수에 의해서 광부들의 하루 작업 실적이 매겨진다. 검수원이 1톤 기준의 광차에 실린 석탄을 눈짐작으로 어림잡아서 0.5톤으로 판정하느냐 0.8톤으로 판정하느냐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다. 대체로 광차의 용적은 1.2톤 정도로, 거기에 석탄을 가득 실으면1.2톤임에도 불구하고 통상 1개의 광차를 1톤으로 기준삼고 있다. 광차의 실용적이야 어찌되었던 1톤으로 기준으로 한 이상 1톤으로 단가를 계산하여 준다 해도 회사측에서는 손해될 것이 없는데, 통상 0.8~0.9톤 정도로 낮게 검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돌이나 폐석(쎄루)이 조금씩이라도 섞인 석탄을 저질탄이나 등급 외 석탄으로 판정해 규정 단가를 낮게 책정하거나 작업량에서 제외시켜 버린다.

광부임금

1980년 광부들의 임금은 평균 15만 5천 원으로, 1980년 광산노련에서 집계한 최저생계비인 24만원의 64퍼센트 정도에 불과했다. 광부들은 탄광회사측이 생산량을 줄이는 부비끼로 이중으로 착취해 왔다. 갱내에서 탄을 실은 차가 갱밖에 나오는 동안의 충격으로 탄 부피가 20퍼센트 가량 줄어드는 것을 이용, 생산량을 적게 측정해 광부들에게 작업량보다 적게 임금을 지급하여 광부들의 임금을 착취하는 게 거의 관행화 되어 있었다.

한편 광부들이 최저 생계비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막장에서 일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박정희 정부의 저탄가(低炭價) 정책 때문이었다. 안보와 성장 이데올로기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박정희 정부가 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받고 수출 전선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쌀 값을 싸게 하고, 따뜻하게 자는 데 필수적인 연탄을 싸게 공급하기 위해 저곡가(低穀價), 저탄가 정책을 썼던 것이다.

광부의 주거 생활

광부 주택

최전방이 가까운 지방에 가면 군인들의 막사인 바라크 건물을 볼 수 있는데, 광부 사택은 바로 그것과 겉모습이 비슷했다. 광부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사택을 ‘개 집’이라고 불렀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사택을 비하해서 쓰는 말이었다. 이 ‘개 집’은 정선의 고한과 사북, 태백의 화전동, 철암동, 소도동에 많았다.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같은 국영탄광이나 강원탄광 같은, 규모가 큰 민영탄광은 연립주택이나 아파트를 지어 광부들의 주택난을 덜어주었다. 그러나 규모가 큰 민영탄광인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의 광부 사택은 1980년 4월 당시 ‘개 집’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영세탄광에서 일하고 있던 광부들의 주거 환경은 열악했다. 광부들은 이 집을 ‘닭장집’이라고 했다. 이 ‘닭장집’마저도 개광 초기에 지은 것이 많아서 상하수도 같은 주거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더군다나 2-5가구가 연립병렬형으로 한 동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증축하거나 개축하기가 쉽지 않았다. 브록벽돌을 한번씩만 쌓아 올려 집을 지었기 때문에 방음, 방온, 방습이 잘되지 않았다. 이웃집에서 방귀 뀌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고, 겨울철이면 칼바람이 벽으로 파고 들고, 여름이면 습기가 끊임없이 스며들었다.

광부 목욕탕

1980년 당시 사북광업소는 국내 제1의 민영탄광이면서도 목욕탕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었다. 광부들은 석탄을 캐느라 탄가루로 새까매진 몸을 씻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각자의 집에서 목욕을 해야만 했다. 광부의 아내들은 목욕물 데우는 것이 중요한 일과였다.

진폐증- 죽음의 직업병

진폐증의 정의

진폐증이란 먼지[塵]과 폐[肺]의 합성어로, 직업병의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진폐증과 규폐증을 많이 혼동하는데, 진폐증이라면 어떤 먼지든지 폐에 들어가서 질병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하고, 규폐증은 그 진폐증을 일으키는 먼지의 종류에 따라 분류되는 진폐증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진폐증은 여러 규폐증으로 분류되는데, 석면 분진이 들어가서 일으키는 질병은 석면 규폐증, 활석 분진이 들어가서 생긴 질병을 활석 규폐증이라 한다. 가톨릭 의대 산업의학연구소가 발간한 『산업의학』 지(제20권 2호)에 의하면, 한국 광부의 16.1퍼센트 이상이 진폐증에 걸려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진폐환자의 발생

호흡을 할 때 공기와 함께 침투되는 분진 가운데 폐포에까지 도달한 분진만이 진폐증을 일으킨다. 폐포에 도달할 수 있는 먼지를 ‘흡입성 분진’이라고 하는데, 입자형 분진일 때는 그 직경이 0.5~5마이크론(1마이크론은 1,000분의 1밀리)이고, 석면과 같이 섬유성 분진인 경우는 15~30마이크론 길이의 섬유가 폐포에 도달하여 진폐증을 일으킨다.

폐포에 도달한 먼지는 대식세포(백혈구)에 의해 잡혀 먹인후 병리적인 조직반응인 섬유화가 된다. 섬유하란 일종의 굳은 살이며, 폐의 조직에 넓게 영향을 미쳐서 폐의 조직을 딱하게 만든다. 따라서 제기능을 못하고 굳어가는 폐 속에는 미처 정화되지 못한 탄산가스가 이게 되고 호흡 곤란을 느끼게 된다.

분진의 농도분진의 허용 농도는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한국에서는 유리 규산이 30퍼센트 이상 포함된 분진을 1종 분진으로 분류하여 2mg/㎥, 석면 분진은 2개 /㎥를 허용 기준 농도를 정하고 있다. 그런데 허용 기준치가 총분진량인지 아니면 흡입성 분진량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분진의 허용 농도가 유리규산의 농도에 따라 다른 것은 유리규산 분진이 진폐증 발생에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노동과학연구소가 펴낸 『노동과학』 1987년 봄호에 따르면 한국 탄광의 유리규산 농도는 채탄 막장과 굴진 막장에 다라서 차이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30퍼센트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흡입 분진의 허용 농도가 3.73mg / ㎥~8.47mg / ㎥로서 허용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폐증의 증상

(1)호흡이 곤란해진다.

(2)기침이 계속되고 가래가 많아진다.

(3)폐 조직의 섬휴와로 폐 조직에 탄력성은 잃은 상태에서 숨을 들이마시면 폐가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므로 흉통  이  생긴다.

(4) 그밖에 맥박이 빨라지고, 심장의 박동의 세기가 커지는 심계항진, 피가 섞인 가래․ 각혈이 생기고 몸에 열이나고 몸살을 앓는 것과 같이 춥고 떨리며, 피곤하여 무력감을 느끼는 증세도 나타난다.

진폐증의 실태

광산노련의 통계의 의하면 1987년 당시 한국에는 11,500명 정도의 진폐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진폐증 환자는 해마다 330여명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39차년도 광노연맹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진폐 환자는 약24,000여 명으로서 전체의 80퍼센트가 탄광부 진폐 환자이며, 나머지 20퍼센트는 다른 사업장에서 발생한 진폐환자이다. 이들 가운데 폐결핵 등 합병증으로 1,455명이 병원에서 요양중이며, 약 20퍼센트에 해당하는 300여 명은 산소 공급을 받아가며 실낱같은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진폐법을 제정하고 진폐증에 대한 예방과 노동자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는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진폐증 환자의 임금 대책

해마다 실시되는 정기 신체검사에서 진폐증에 이환되었다는 판정이 되면 노동자는 법률에 따라 갱 속에서 난장으로 작업장을 옮겨가게 된다. 갱 속에 일하다 바깥으로 나오면 임금이 30~50퍼센트 정도 낮아진다. 이 임금으로 광부는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들게 되고 퇴직금에도 영향이 크기 때문에 몇 푼의 보상금을 받고 일터를 떠나게 된다.

사북광부항쟁

1974년 태백선이 부설되면서 정선군 사북․ 고한 일대는 대규모 석탄광산이 들어섰다. 1963년 해발 700미터 태백산 중허리 지장산 자락에 개광한 동원탄좌 사북광업소(회장 이연)는 1990년 4,000여 명에 달하는 광부들이 연간 200만 톤이 넘는 무연탄을 생산하여 국내 최대 민영탄광으로 이름을 날렸다.

1980년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사북광업소 광부들과 그 가족 등 4000여 명이 총궐기한 사북광부항쟁은 탄광노동조합 지부장 선거에  이재기(당시 45세)에게 불과 2표차로 낙선한 이원갑(당시 40세)을 중심으로 한 대의원과 광부들이  “어용노조집행부 물러가라” “노임 40프로 인상하라” “지부장 선거를 직선제로 고쳐라”는 구호를 외치며 농성에 돌입했다. 순식간에 300여 명의 광부들이 농성에 참여했다.

정선 경찰서 형사 이윤선이 사복 차림으로 사북광업소 노조사무실에 들어갔다가, 한 광부와 시비가 붙어, 창문을 통해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가 경찰지프에 올라탔다. 광부들이 몰려가자, 운전석에 앉아 대기하고 있던 형사가 악셀레이터를 세차게 밟았다. 지프를 가로막고 있던 원일호(당시 40세) 등 3명의 광부가 경찰지프에 받혀 쓰러졌다. “경찰이 지프로 광부를 깔아 죽였다는” 소문이 사북광업소 사택 단지로 퍼져나가자 광부들과 그 가족들 등 시위대가 500명으로 불어났다. 사북광업소 노동조합 사무실 주위에서 광부들의 동태를 살피다 사북지서장 어윤철(당시 45세)이 광부들에게 붙잡혔다. 오후 5시쯤 광부들과 그 가족들은 어윤철을 앞세우고 사북 시내를 향해 행진했다.

사북광업소 객실에 모여 사북광업소장 유한규 등과 대책을 협의하던 사북읍 인근의 장성(현재의 태백시)경찰서장 홍응수가 광부들의 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 광부들은 사북광업소 사무실로 몰려가 사무실 집기를 부수고 서류를 불살랐다. 광부들과 부녀자들은 노조지부장 이재기 부인 김**(당시 44세)를 붙잡아 노조사무실 앞으로 끌고가 옷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노조 게시판 기둥에 매달았다. “살려달라”는 김**의 애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부들과 부녀자들은 김**를 때리고 차고 얼굴에 침을 뱉었다. “지부장 마누라 그것은 어떻게 생겼나. 우리와는 다르겠지.” 부녀자 3,4명이 막대기와 젓가락 등을 음부로 밀어넣었다. 옆에 서 있던 광부들은 “맛이 어떻냐”며 음부를 손으로 만지고 음모를 뽑았다.

시위는 안경다리를 사이에 두고 광부와 그 가족들이 경찰과 접전하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안경다리 접전에서 경찰관 이덕수가 광부들이 던진 돌에 머리를 맞아 죽고, 100여 명이 부상하자, 진압경찰은 사북읍에서 철수했다. “영월에 진주한 공수부대가 탱크를 앞세우고 광부들을 싹쓸이하려 한다”는 소문이 사북읍에 돌자, 4월 23일 오전, 광부들은 광업소 무기고와 화약고를 점거했다. 당시 사북광업소 무기고와 화약고에는 1,000여 정에 달하는 칼빈 등 소총과 다이너마이트 60톤이 보관되어 있었다.

인구 2만 5천여 명이 살고 있던 사북읍 일대가 광부와 그 가족들에게 점거되자, 신군부는 강원도지사 김성배에게 사태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지시를 내렸다. 광부 대표단은 강원도지사 김성배, 강원도 경찰국장 유내형, 동력자원부 석탄국장 윤석구, 노동청 노정국장 한진희 등 정부 쪽 대표단과 협상을 벌였다. 4월 24일 오전 6시 합의를 도출했다. 모두 11개 조항으로 된 합의문은 1) 노조지부장과 노조집행부 총사퇴 2) 부상자 치료 및 보상금 회사 부담 3) 상여금 250퍼센트를 400퍼센트로 인상 4) 파업 4일간 휴업수당 지급 5) 경찰 실력 행사 절대 불가 등이었다.

광부들은 합의문을 굳게 믿고 농성을 끝냈다. 그러나 신군부는 광부들과의 약속을 깨고 이원갑 등 핵심 주모자들을 검거해 계엄보통군법회의에 넘겼다. 주모자들은 징역 3년~1년6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사북광부항쟁 이후 신군부는 동원탄좌로 하여금 광부 복지를 위해 10억 원을 내놓도록 했다. 동원탄좌는 동원복지회관을 건립하고, 광부의 임금을 인상했다. 그리고 광부와 그 가족들의 각종 교육비를 지원했다. 광부들은 탄갱에서 나와 목욕탕에서 검은 몸을 씻고 사택으로 갈 수 있게 됐다. 사북광부항쟁은 1980년 봄 전국적인 시위의 서막이었다. 5. 18 광주민중항쟁 직전까지 부산 파이프, 동국제강, 원진레이온 등에서 노동 쟁의가 일어났다.

석탄산업합리화 사업 실시 이후의 태백산 지역 탄광지대의 변화

비경제적 탄광의 자율 정비를 지원하고, 경제적 탄광의 건전한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는 ‘석탄산업합리화사업’이 1989년부터 실시되었다. 급격한 석탄산업합리화사업 실시는 수많은 광부들을 막장에서 쫓아내고 그 가족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탄광들이 줄지어 문을 닫자, 철암,  화전, 동점 등의 태백시 외곽지대와 고한, 사북 등의 정선 남부 지역이 공동화 되어갔다. 위기의식을 느낀 태백산 일대 주민들은 “탄광촌 생존권확보 주민 궐기대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탄전 개발특별법을 제정하라”고 나섰다.  태백· 고한· 사북 등 탄광지역 주민들의 지역살리기 운동은 마침내 1995년 11월 30일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결실을 맺게 되었다. 특별법에 폐광지역 중 경제사정이 특히 열악한 지역에 카지노 1개소를 설치하고 운영주체는 공공성 및 효율성을 갖춘 공익법인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대로 2000년 10월 28일 정선군 고한읍 박심지구에 강원랜드 스몰 카지노가 개장되었고, 2003년 3월 28일 정선군 사북읍에 강원랜드 메인카지노와 호텔이 개장되었다. 강원랜드는 연간 방문객 200만 명, 고용인원 4,000여 명, 연매출 8,000억 원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강원랜드를 유치한 사북과 고한 지역은  지역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경제를 이끌던  탄광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후  태백시는 1987년 당시 120,208명의 인구가 2008년 51,285명으로 줄어드는 등  시세(市勢)가 급락하고, 지역경제가 활기를 잃고 있다. 특히 태백시 외곽 지역인 철암동과 동점동 지역은 석탄산업합리화사업의 폭탄을 집중적으로 맞아, 마을의 공동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철암동 지역은 1981년 당시 13,994명의 인구가 살고 있었는데, 2008년 3,372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동점동 지역은 1981년 당시 7,225명의 인구가  살고 있었는데, 동점동 북부지역의 돌꾸지 강원탄광 사택촌 마을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등 인구가 너무 줄어들어 이웃 하장성 마을과 통합하여 동 이름이 구문소동으로 바뀌었다. 한편 전성기에 2,400명(1981년 기준)의 학생이 재학 중이던 철암초등학교는 128명(2010년 기준)의 학생이 재학 중이고,  전성기에 1,000명(1980년대 중반 기준)의 학생이 재학 중이던 동점초등학교는 현재  38명(2010년 기준)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고한· 사북 등 정선 남부지역은 외지의 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와 수십 개의 모텔과 유흥시설이 건립되어 도시의 외형을 크게 변형시켰다. 안전등 불빛 대신 전당포, 술집, 안마시술소 등 유흥업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네온샤인 불빛이 고한 · 사북의 밤하늘을 수놓으면서 정선 남부 지역 주민들의 빈부격차의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계간 『시와 문화』, 2010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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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종성: 1952년 강원도 평창에서 출생하여, 태백에서 성장했다. 고려대 문과대 국문과와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고, 2004년 고려대 국문과에서 「한국현대소설의 생태의식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동서문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검은 땅 비탈 위」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2006년 소설집 『연리지가 있는 풍경』으로 제19회 경희문학상을 수상했다. 창작집에『마을』,『연리지가 있는 풍경』, 『말 없는 놀이꾼들』, 『금지된 문』, 『탄(炭) 』등이 있고, 현재 고려대 인문대 교양교직과 조교수로 '사고와 표현'을 강의하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김동찬]

김종성 작가님 귀한 글 고맙습니다.
도서관 서가 한 쪽에 광산지역 관련 자료를 모아볼 작정입니다.
우선 사진 몇 장을 액자에 넣어 벽에 걸었습니다.
탄광 시, 소설, 사진, 마을에 살고 계시고 사셨던 어른들 말씀 채록...
체계있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김종성 작가님 소설 책, 임길택 선생님 동시집,
타오르는 광산, 잊혀진 산업 전사들 그들의 오늘, 아버지 얼굴 예쁘네요. 성완희,
조세희 침묵의 뿌리, 태백문화원 간행물과 사진집...
연극 대본 펜치와 철조망..
출향인들께서 소장하고 계신 옛 문서나 사진 스캔..

김종성 작가님 글 덕에 여러가지 바람이 떠오릅니다.

겨울쯤 여러 자료 전시하며 추억의 다방 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