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아동문학세상 수상작]
고라니 가족(외 2편)
김 남 권
눈 덮인 겨울이 오면
산에 사는
고라니 가족
배가 고파
마을로 마을로 내려옵니다
아기 고라니 앞세우고
엄마 고라니
아빠 고라니
킁킁거리며
마을로 마을로 내려옵니다
산 속의 도토리를
사람들이 모두 주워가
배가 고픈 고라니 가족
마을로 마을로 내려옵니다
엊그제 마을로 내려오다
눈이 마주친 고라니
또로록 또로록 슬픈 눈망울이
자꾸 자꾸 생각납니다
지구가 아프대요
지구가 뜨거워져 땅 속의 벌레들이
눈이 먼대요
꽃들이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고
나무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땅 속에 길을 내주는
귀여운 벌레들이
모두 죽어간대요
아이들이 배불리 먹고 뛰어 놀 수 있고
시원하고 맑은 물도 마음껏 마실 수 있게 해 주는
단 하나뿐인 지구가
뜨거워서 몸져 누웠대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땅의 주인
고마운 벌레들이 눈멀지 않게
제발 제발
이 뜨거운 지구를 살려 주세요
아이들의 꿈
아이들의 꿈은 별이 된대요
아이들 잠자리에
밤마다 별이 내려와
꿈을 하나씩 만들어 주면
아기별도 하나씩 태어난대요
아이들이 꿈 속에서
하늘을 날아다니고
까마득한 절벽아래로
떨어질 때마다
반짝, 하고 별이 돋아 난대요
아이들이 밤새도록
우주를 여행하면서
세계지도를 그리는 것도
아기별이 하늘 호수에
꽃모종을 한 거래요
아이들이 눈을 뜨는
아침마다 이슬이 맺히는 것도
이슬의 심장 속에 꿈을 담아가는
아기별의 태반을 담는 거래요
[당선소감]
촉촉한 봄비가 내리고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는 날 당선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이십 여년 전 조병화 시인님의 추천으로 문단에 첫발을 디딜 때 보다 더 설레고 기뻤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예쁘고 사랑스런 눈망울이 떠올랐습니다. 영월의 청령초등학교와 연당초등학교에서 동시낭송을 지도하면서 아이들에게 매주 한 편씩 동시를 쓰게 한 것이 제가 동시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 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영혼을 닮아 가는 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함께가는 길의 도반으로 받아주신 솔바람동요문학회 조무근 회장님과 순수하고 아름다운 회원여러분과 시의 낯설음을 통한 길을 닦아주고 계신 함시동인 박정원 회장님과 동인들께 감사 드립니다. 지난 해 아이들과 인연을 맺도록 길을 터 주신 영월교육지원청 장기하 교육장님과 연당초등학교 성백경 교장선생님, 원로시인이신 존경하는 김시철 선생님과 하서문학회 회원여러분, 시인정신 양재일 주간님과 평창문화원 시낭송교실 회원여러분 강릉영동대학교 평생교육원 관계자님과 재미없는 제 강의를 경청해 주시는 시낭송교육사과정 수강생 여러분, 동시를 써 보라고 나를 격려해 준 사랑하는 후배 조보영, 장태수, 부족한 글을 선해 주신 아동문학세상 엄기원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는 나의 보배들, 청령초등학교와 연당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봄에 처음 꽃을 피우는 나무의 심정으로 정진하겠습니다.
[심사평]
김남권의 응모 동시에서 '고라니 가족' '아이들의 꿈' '지구가 아프대요' 3편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 분도 시로 등단한 현역 시인이면서 당당하게 아동문학 장르에 도전하는 용기를 높이 사고 싶다.
눈 덮힌 겨울이 오면 /산에 사는/고라니 가족
배가 고파/마을로 마을로 내려옵니다//
아기 고라니 앞세우고/엄마 고라니/아빠 고라니
킁킁 거리며/마을로 마을로 내려 옵니다//
엊그제 마을로 내려오다/눈이 마주친/아기 고라니
슬픈 눈망울이/자꾸자꾸 생각 납니다//
-당선작 [고라니 가족 1,2,4연]
정형시에 가까운 '고라니 가족'을 읽으면서 산에서 살아야 하는 동물이 한겨울 눈을 뚫고 마을로 내려오는 측음함을 느낀다. 정갈한 언어의 반복(리듬)과 시 속에 담겨진 시인의 메시지가 뚜렷하다. '지구가 아프대요'란 작품도 같은 맥락인 자유 동시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의 작품활동이 기대되는 바이다. 심사위원 : 김완기(글), 강휘생, 조무근
첫댓글 고맙습니다. 회장님
늘 배려해 주시고 성원해 주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더욱 아이들과 친해지고 맑은 영혼과 친해지도록 해야겠습니다.
아이들 눈의 높이에 맞춰 그려진 그림이 떠오릅니다
맑은 영혼에서 우러나온 시들이 고우면서도 한 편 아려옵니다.
측은지심으로 사물을 관조하는 새로운 동시, 동시인의 앞으로의 시도 기대가 크옵니다.
다시 축하드립니다. 김시인님...
마음이 예뻐지는 동심에 두 발 담그고 시원합을 느끼는 중입니다. 다시 축하 드려요...
잘 보았습니다 또르륵 또르륵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또 다른
동심으로 보는 세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