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Spring Summer Fall Winter And Spring) - 2003년
주산지
사계절이 지나고 다시 봄이 시작된다는 제목은 윤회사상이나 잘못과 반성을 반복하는 인생의 굴레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주산지에 떠 있는 암자는 마치 물에 의해서 속세와 단절된 것처럼 보이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은 속세의 인간사에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성장곡선과 같습니다. 동양에서는 인간의 몸을 소우주나 자연에 비유하고는 하는데,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다를 뿐 그 속성은 누구나 비슷한 인생사가 아름다운 사계절과 아담한 암자 속에 녹아있습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주산지는 진흙 속에 파묻혀 있다가 경북 청송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유명해졌는데, 그만큼 영화는 주산지를 무릉도원처럼 아름답게 담고 있습니다. 암자를 만들기 위해서 제작비의 1/3이 넘는 돈이 들어갔는데, 아름다움과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주산지에 이런 인공 조형물이 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데도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으며, 불교의 오랜 역사만큼 같은 자리에 쭉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면서 물에 잠겨 자생하는 왕버들과 함께 마치 주산지의 주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위성사진에서 아무리 찾아도 암자를 볼 수가 없는데, 관계기관의 정책상 다른 곳으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전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주산지 주위환경과 어울리기도 했고, 새로운 문화상품이라는 점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기도 합니다.
로드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지역이라 조금 아쉽기는 한데, 다음의 스카이뷰는 국내 지도와 관련된 서비스 중에서 해상도와 여러 가지 면에서 단연 최고라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로드뷰를 통해서 현장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이용자에게 편리한 기능이기도 합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 서비스를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용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유적지나 유명 관광지도 신경을 쓴다면 앞으로 더 기대되는 서비스가 될 것 같습니다.
구니스(The Goonies) - 1985년
오리건주 아스토리아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영화 중의 하나였는데, 개성 강한 꼬맹이들이 만드는 '인디아나 존스'라 할 수 있습니다. 맥가이버처럼 뭔가를 만들지만 항상 어설픈 데이타, 힘만 좋은 형 브랜든과는 달리 구니스 중에서 가장 똘똘한 마이키, 먹을 것을 좋아하고 항상 사고를 몰고 다니는 귀여운 청크, 똥꼬에 빗을 꽂고 다니며 입만 살아있는 마우스. 무엇보다도 TV에서 해줬던 더빙판이 더 재미있고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들의 개성을 살린 성우들의 맛깔스러운 목소리 때문에 거의 방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봤는데, 그때 녹화를 해두지 못했던 게 지금은 후회가 됩니다.
촬영지인 아스토리아는 영화상으로 봤을 때 아담하면서도 예쁜 마을이었는데, 영화가 나온 지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위성사진으로 봤을 때는 마을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데이타와 마이키의 집도 그대로고, 내리막길이나 위쪽의 고가도로도 20년 전 그대로 존재하는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구니스가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 모험을 펼치는데, 아무래도 그 덕을 본 것인지. ㅋ 아무래도 소도시이고 처음부터 도시계획이 잘되어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구글어스에서 지오그래픽 웹 항목을 활성화하면 친절하게 구니스 집이라는 글자까지 뜨는 것을 보고, 역시 영화의 나라이면서 작은 것이라도 기념하고 기억하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컷스트로 아일랜드(Cutthroat Island) - 1995년
끄라비 피피섬
태국 무시하나, 그래도 꽤 유명한 관광지인데도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서 해상도가 완전히 거지 수준입니다. 구름이 피피섬만을 절묘하게 덮고 있는 것이 이상한데, 왠지 구글 측에서 거지 같은 해상도 때문에 장난친 것 같기도 합니다. 영화 '더 비치'의 중요 장면도 피피섬에서 촬영했는데, 천연의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싶다면 영화 '더 비치'는 괜찮은 선택이 될 겁니다.
외다리 실버, 거친 바람과 파도, 검은 두건, 럼주, 범선과 해골바가지, 해적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여러 안 좋은 이미지까지 해적 영화는 서부영화와 더불어서 수컷들을 상징하는 단어들이 연상되는 가장 마초적인 장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컷인 저에게 작품의 질과는 상관없이 항상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장르 중의 하나가 해적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해적', '붉은 해적단', '펜잔스의 해적'과 SF 코믹물인 '우주 해적선'까지 80년대에는 그런대로 잘 나가는 장르로 명맥을 유지하다가 9,000만 달러가 넘는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컷스로트 아일랜드'가 쫄딱 망하면서 제작사들은 해적 영화를 꺼리게 되고,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 사장 장르 취급을 밭게 됩니다.
'컷스로트 아일랜드'는 좋아하는 장르라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좋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적들 사이에 선과 악이라는 헐리우드 공식을 적용하면서 해적물로써 재미가 퇴색한 면이 있습니다. 같은 해적 사이의 대결인데도 지나 데이비스 수하의 인물들은 해적이라기보다는 마치 의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주변 인물들의 개성도 부족하고, 적어도 지나 데이비스의 인물 설정에 '캐리비안의 해적'에 등장하는 캡틴 잭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었다면 해적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영화로 남을 수도 있었던 영화기에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쉬리(Swiri) - 1998년
중문해수욕장 쉬리 언덕
구소련의 붕괴로 구소련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냉전시대가 끝나게 되고, 미국은 유일한 절대강국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런 세계정세의 변화는 영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첩보물에서는 상대국과의 대립이 주를 이루었지만, 냉전시대가 끝나면서 갈피를 못 잡던 첩보물은 내부세력의 배신이나 폭로와 반발, 자아의 정체성을 찾는 것으로 가닥을 잡게 됩니다.
한국 영화의 문제점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장르의 편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계의 편식에 대한 변명으로 제작비를 이유로 들면서 쉽게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기이면서 냉전시대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는 나라에서 '쉬리' 외에 별다른 첩보물 대작이 없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남북관계는 주위의 여러 열강의 이해관계가 한반도 안에서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이기 때문에 이를 영화로 해석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남북분단이 민족에게는 아픔일 수 있지만, 영화계에게는 이야기 보물창고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좀처럼 그 문을 열려고 하지 않고, 열었던 몇몇 문만 계속해서 열려고 하니 아쉽기도 합니다.
'When I Dream'을 배경으로 중문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찍었던 마지막 장면은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겁니다. 모 호텔에서 찍었던 이곳은 쉬리 언덕으로도 유명한데, 스카이뷰에 이것이 반영된 곳을 보니 영화 '쉬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반가우면서 고맙기도 합니다. 이는 영화의 또 다른 힘을 보여주는 경우로, 영화를 통해서 새로운 문화를 생성하고, 그저 벤치가 놓여있던 곳이 영화를 계기로 사람이 찾는 관광지로 변하는 것은 영화가 단순히 극장에서 1차적인 수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2차, 3차에 걸쳐서 새로운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 영화산업은 극장 수입에만 의존하는 1차적인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재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쉽게 돈이 되는 몇몇 장르에 편중되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 같습니다.
더 록(The Rock) - 1996년
앨커트래즈
19세기 중후반에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돈을 주고 산 것처럼 미국은 19세기 초에 미대륙의 중앙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프랑스령의 땅을 매입하면서 광활한 대륙을 잠식해 들어갑니다. 펠리컨의 보금자리였던 앨커트래즈도 멕시코로부터 매입하게 되는데, 영토를 확장해 가던 미국은 이후에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현재에 가까운 영토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앨커트래즈는 지리적 요건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앞바다를 지키는 요새로 무장을 하게 되고, 뒤에는 영화와 같은 절차를 밟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 '더 록'은 '쉬리'에서 언급했던 것과 기본 설정이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오직 나라만을 위해서 한평생을 싸웠던 장군이 비밀작전 수행 중에 전사한 부하들의 보상을 위해서 화학무기와 앨커트래즈의 관광객을 볼모로 정부와 협상을 한다는 설정은 내부 반발이나 배신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후한 마초 숀 코네리의 인물 설정은 007 제임스 본드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영국의 첩보원으로 활동했다는 메이슨의 과거 이력은 007 올드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메이슨과 험멜 장군의 에드 해리스 두 노장의 인물 설정은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묘한 대립을 이루기도 합니다. 앨커트래즈에 갇히면서 영국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되는 메이슨과 나라를 위해서 봉사만 하다가 보상도 못 받고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장군은 이쪽 세계에서 소모품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험멜이 천상 강직한 직업군인의 모습이라면 메이슨은 유들유들한 제임스 본드의 기질을 보여주지만, 결국은 그 입방정 때문에 험멜에게 얻어맞기도 합니다. 두 인물의 눈에 보이는 심리전과 자존심 대결 속에서 인질극을 벌인 험멜이 마지막에 인질극에 대해서 애초에 자신이 갖고 있던 생각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자국의 장군을 욕되게 할 수 없다는 헐리우드의 배려처럼 보입니다.
엽기적인 그녀(My Sassy Girl) - 2001년
양산시 오봉산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몇 안 되는 코믹 로맨스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견우와 흔히 볼 수 없는 엽기적인 그녀가 어울려서 마치 일상을 보는 듯하면서도 영화에서나 일을 법한 일들이 하나씩 터지니, 두 캐릭터의 엉뚱한 조합 때문에 보고 있으면 상큼한 에너지가 충전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가끔 손이 가게 됩니다. 더구나 청춘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하거나 그때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단어나 장면이 즐비하기에 감정이입이 쉬운 것도 이 영화의 장점 같습니다. 캠퍼스, 만남과 헤어짐, 먹고 대학생, 술, 노숙, 기차, 아직도 쑥스러운 꽃 선물, 유리 칼처럼 겉은 강하지만 한없이 여린 그녀, 유치장, 여관(ㅡ_- 이건 아닌가)
영화에서 가슴까지 탁 트이는 장면 중의 하나가 두 주인공이 헤어지기 전에 오봉산의 한 정상에 올랐을 때 낙동강과 주변 경치를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후에 전지현이 견우를 외치며 심정을 토로하는 장면에서는 짠하기도 하지만, 낙동강의 부드러운 곡선과 주변 야산의 완만한 경사가 조화를 이루는 한국의 전형적인 지형의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에 거슬리는 곳이 있습니다.
견우 얼굴 앞에 있는 산 중턱의 커다란 땜빵이 전에도 눈에 띄었는데, 산사태로 보기에는 너무 반듯하게 잘려나간 모습입니다. 이번에 포스트를 작성하면서 확인해 보니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서 터파기 한 것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이 부분의 위성사진이 언제 업데이트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가 나온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저 상태인 것을 보면 저쪽도 경기가 안 좋기는 안 좋은 모양입니다. 그나저나 주위와 별로 어울리지도 않고 너무 흉한 것 같습니다.
(글:바닷속 자반고등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