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은 삼국지의 주요장면중의 단연 핵심이다. 그 장대한 역사의 파노라마가 영화로 만들어 졌다는 것은 단연 내 호기심을 끌었다. 삼국지에 푹 빠져있는 아들(초6)과 명색이 중국어 전공이면서도 별로라고 내키지 않아하는 큰딸(고1)을 이끌고 가자고 강권한 영화. 그만큼 꼭 보자는 의지가 강했었다. 아마도 나만큼 삼국지에 정통한 사람은 그다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몫했구.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은 10만, 그러나 조조군은 100만대군으로서 이미 중원을 차지하고 천자를 품에 업은 중앙군으로서의 사기와 전략과 전술의 최고의 경지에 달하며 천하제패의 자신감을 보인다. 유비는 조조에 쫓겨 강하성의 한 벽지로 쫒겨갔고, 손권은 전쟁의 결심을 내리는데 무척 우유부단하다. 손권의 우유부단을 일거에 뒤집어 업는 제갈량의 세치 혀- 그야말로 도도한 현하웅변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생략되었다. 대신 영화는 주유와의 거문고 연주로 연합군 형성에 묵시적인 강력한 합의를 끌어 낸다.
천하를 종횡무진하는 조자룡과 관우 장비의 현란한 무예는 항상 보아도 압권이다. 문학적인 절묘한 묘사를 영상미로 제법 괜찮게 그려 내었다. 소설로서의 과장과 영상미학의 만남이러고나 할까---조조의 포위망을 뚫고 나가면서 중과부적의 세불리속에서 필마단기로 이를 헤쳐내는 용기와 충성심의 화신들---진정한 무인이라면 이정도의 길을 가야 된다고 보면서 우리 현대사의 어두운 정치군인들의 해괴한 모습과 대비된다.
어렸을 때 심취했던 무장들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이제는 주유와 공명의 큰 전략과 조조의 국가적인 질서와 통일왕조 수립이라는 열정의 실체가 진하게 다가온다. 절대적인 세불리속에서도 이를 뒤집고자 당대의 일급책사와 지략가들의 활동은 삼국지의 탄탄한 내용을 구성한다. 영화속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주유의 지휘능력과 천자를 압박하여 천하통일에의 강한 추동력을 보인 열정의 화신 조조. 어렸을 때는 악의 대명사였지만 커서는 조조란 사나이는 걸출한 능력과 열정으로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어쨌든 영화속에서는 조조는 주유에 가려져 있는 2류급 인사로 배역 설정이 되어있다.
광활한 무대에서 펄펄뛰는 사나이들과 영웅들의 격돌의 현장에서 피어나는 화용월태의 미녀들- 소교와 손상향의 모습은 단연 꽃중의 꽃이다. 영웅의 투쟁심의 근저에는 아름다움을 차지하기 위한 쟁패도 있다고 영화는 그려낸다.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라는 타이틀처럼 본격적인 적벽대전은 겨울에 개봉될 2편에 미뤄져 있다. 물론 영화가 갖는 원작소설에의 충실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분명히 있지만 영화의 요소는 재미와 관객의 시선 집중이라면 적어도 이영화는 이러한 흥미적 요소를 구비했다고 본다.
내가 영화의 홍보맨이 아닌데, 더구나 홍보비도 받지 않았는데 영화의 긍적적인 면만 많이 부각했다. 일부 장면은 공상만화 같은 황당함도 있고, 소교와 주유의 정사장면은 너무 감질나게 처리되었다. 차라리 색계에서 나온 것처럼 화끈하게 정사씬을 설정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제갈공명의 역할을 축소하고 주유의 모습에 촛점을 맟춘 것은 적벽대전의 핵심참모였던 제갈공명과 봉추선생의 연환계, 황개의 고육계, 감택의 사항계 등의 합성을 감안할 때 자칫하면 원작의 왜곡논란도 있을 것 같구(2편의 숙제가 되겠구먼).
여름의 무더위를 잊고, 속세에 찌들어 있는 모습을 잠시라도 털고 시간이 있다면 마누라와 남편 팔장을 끼고 애들 데리고 한번 가서 봐라. 보는 중에 오징어라도 하나 사들고 커피라도 곁들이면 금상첨화 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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