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코스를 걷고 나니 담당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내리막길에 대한 위험성에 대하여 아울러 리본이 없다는 것과 정확한
13코스의 들머리에 대하여 문의를 하고 건의를 했었다. 13코스를 앞두고 경기둘레길 홈페이지에 가니 13코스의 들머리가
12코스의 내리막 지점으로 변경된 우회로 지도를 올려 놓았다. 결론은 지금까지의 13코스는 길이 막힌 허구의 길이라는
뜻이나 다름이 없다. 기실 13코스 어디에도 임도상 접속점이 없었다.
삼보쉼터에서 화장실부터 들리고 트랭글을 켰다. 자가용 두 대에 나누어 탄 5명의 일행은 중3리 회관 앞에서 차 한 대를
주차시키고 한 대에 몰아타고 13코스의 시작점 즉 12코스의 내리막 지점을 향해 달렸다. 아스팔트 도로가 끝나고 왼쪽으로
콘크리트 도로로 올라가서 비포장인 길의 마지막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언덕길을 걸으면 바로 험한 내리막길을 내려와
한숨을 돌리던 바람맞이 고개마루가 나오고 10여 미터 전방에 경기둘레길을 표시하는 이정목이 있다. 길을 따라 겨우
오르면 임도를 만나게 된다. 이제부터 13코스다.
13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트랭글의 매칭이 15% 에서 14%로 후진을 하더니 계속 걷자 13코스 지도가 나타나며 다시
15%로 매칭되며 정상적으로 13코스의 코스도의 진행 상황과 일치를 했다. 트랭글은 이 부분에서 오류를 나타낸다.
다른 일행은 13코스 임도에 들어서며 트랭글을 켰는데 깊은 산중이라 그런지 제대로 매칭이 이루어지지 않아 애를 태웠다.
진행하며 트랭글과 몇 차례 씨름을 한 끝에 겨우 매칭이 되었고 나는 종점인 중3리 회관에 100% 매칭이 일행은 84%,
82%에서 매칭되어 완주의 인증이 되었다.
12코스에 이어진 13코스의 임도를 걸으며 과연 본래의 삼보 쉼터부터 연결된 갈림길 상으로 이어진 13코스의 임도
연결지점이 어디인지 눈여겨 보았으나 아무리 보아도 12코스의 하산 지점같이 어떤 표식도 없었고 지형상 흔적도 없었다.
나중에 지장봉과 관인봉을 연결하는 고개마루에서 점심을 먹을 때 홀로 걷던 안개산이라는 분이 따라와서 곁에서 점심을
먹으며 하는 말이 본디의 코스를 따라 지도에 막힌 건물을 돌아서 올라 왔다는데 그때 자세히 묻지 않은게 지금도 아쉽다.
저 멀리 고대산을 뒤로하고 임도를 따라 계속 걸었다. 임도는 12코스보다 상태가 나빴고 내막길이어서 다시 올라갈 길을
생각하며 고행의 길임을 예감했다. 그러나 풍경은 좋았다. 저 아래 수 백 미터 아래로 보이는 계곡은 아찔했고 사람이 사는
흔적인 민가 하나 전신주 하나 보이지 않았고 오직 울울창창 숲 속에서 상쾌하고 청량감 가득한 천상의 걸음걸이라 할만했다.
내리막길이 끝나고 사방공사의 흔적이 있는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진행 방향의 임도에 차단기 보이고 트랭글은 경로
이탈이라는 멘트가 뜨고 지도와 틀리게 궤적이 표시되었다. 계속 진행하니 삼거리가 나타나고 이정목에 표시된 담터고개
방향으로 진로를 잡으니 트랭글 지도와 궤적이 일치했다. 경기둘레길 리본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이제부터는 오르막길이다. 공터 부분의 위쪽으로 오르는 길이다. 길은 콘크리트 포장이고 좌측은 철망이 설치되어
있는데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다 내려가서 다시 오르막이 될 때까지 좌측은 콘크리트로 포장이 안된 길이라도 철망으로
차단이 되어있었다. 좌측의 계곡은 철망으로 차단되고 임도는 콘크리트로 포장된 넓은 오르막길을 걷자니 해는 쨍쨍하고
바람은 고요하고 발은 뜨겁고 땀은 눈을 가리고 숨은 핵핵거리니 절로 욕이 나오는데 경기둘레길 리본이 하나도 없다.
대체 이 힘든 길을 왜 걷는지 모르나 이때쯤 경기둘레길 리본이 일행을 응원하듯 일행을 환영하듯 철망에 달려 휘날린다면
나름 기운이 나겠다는 생각을 나 혼자만이 한 게 아니었다. 철망에는 표식 없는 노란 리본만 드물게 걸려 있었다.
리본이 없다는 것은 걷는 자가 걷게 한 자로부터 홀대를 당하는 느낌이 강하다. 한참을 낑낑대며 올라 중간부분을 지나니
우측 산등성이가 이발을 잡수신듯 허여멀건 벌목지대가 나타났고 길 위에는 나무 껍질이 널려있었다. 이제 다 올라왔다는
징조다. 고개 마루에 다다르니 길을 표시하는 이정목이 있었고 산 정상을 오르는 능선 상에는 인부 두 명이 지장봉에
오르는 계단 테크 공사를 하고 있었다.
하산 길이다. 우측 산 능선을 절개하였기에 길은 그늘로 시원했다. 그러나 길은 나빴다. 좁고 포장이 안되어 너덜길을
걷는 것처럼 발길을 조심해야 했다. 좌측은 여전히 철망으로 막혀있다. 우측은 그늘이라 어두컴컴했고 깍아지른 부분이라
절벽으로 이루어져 임진 적벽이 아닌 지장 흑벽으로 거무튀튀하고 덩굴과 숲으로 언제 어디서 호랑이가 나온다 해도
거짓이 아닐만큼 으시시한 길이었다. 홀로 걷는 객들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자세히 보기를 하지 말기를 바란다.
괜시리 무시무시 등허리가 시원하다. 여자 홀로 걷기는 좀 그럴 것이다.
이보다 험하고 높은 산을 많이 올랐었다. 백두대간을 홀로 종주를 했으나 이보다 으시시 하지는 않았다. 등산로를 걷는
것과 이런 울울창창의 외진 산중턱 임도를 걷는 것은 달랐다. 대개의 등산로는 능선과 계곡이지 임도는 아니다. 그늘져서
시원한지 으시시해서 시원한지 굵은 자갈이 발길을 삐끗하게 하는 야생의 시골 산길을 시원하게 내려왔다. 삼거리
이정목이 있었고 내리막길은 철망의 문으로 막혀있고 우리의 경기둘레길은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다시 오르막길이었다.
이 오르막 고개길은 막힌 비포장길이라 차량이 지나간 흔적이 없는 땡볕의 험한 길이란 뜻이다. 결론은 고대산 줄기에서
지장봉 줄기를 넘나들고 다시 지장봉과 관인봉 줄기를 올라야 했다.
고개마루에 올랐다. 다 내려와서 지장봉의 등산 안내도를 보니 잘루맥이 고개로 표기되었다.
오르는 우는 지장봉 좌는 관인봉이다. 바람이 시원했다. 앉아서 점심을 하기에 시간상으로도 장소로도 적당했다.
점심을 먹으며 생각하니 13코스가 12코스보다 몇 배 힘들었다. 고개를 오르고 내려가고 또 올라가고 그리고
그 길고도 긴 지장산 계곡길과 지장산 마을에서 중3리 회관에게 이르는 아스팔트 길이다. 하염없는 지장산 계곡길이다.
지장산 마을까지 포장이 잘 되었다. 차량은 저 아래 마을까지 운행되어 물놀이를 온 사람들은 필요한 물품을 들고
걸어 올라와야 했다.
지장산 계곡이 이렇게 긴 줄은 예전에는 미쳐 몰랐었다. 중간에 절터도 있고 궁예의 성이란 전설의 보개산성도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지장산을 올랐었다. 기억에 없으나 이렇게 긴 계곡인줄은 미쳐 몰랐다. 포장되어 잘 정돈된 계곡길을
지장산마을까지 이어졌고 바로 지방도와 연결된 아스팔트 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내려가니 우측 유수지로 연결되었고 이때 처음으로 경기둘레길 리본이 나타나고 도착지점까지
간간이 보였다. 정말 환장할 일이다. 중간에 몇 개의 이정목 지주에 경기둘레길 지도 표식을 꼽싸리로 끼워놓은 게 모두인
경기둘레길! 그 험악한 길 어디에도 표식하나 리본 하나 없더니 종점에 다다르자 위사람에게 보이려고 한 듯 아니
이제 다 왔으니 힘내라고 리본이 펄럭인다. 책상 머리에 앉아 찍찍 지도에 그린 분들은 경기둘레길 리본이 둘레길 인생에게
얼마나 힘이 되고 격려가 되는줄 모른다. 나쁜 사람들이다.
다리 아래를 지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방치된 옛 지방도를 따라 중3리 회관에 이르렀다. 구 도로 아래로 아주 드넓은
잡초지가 있다. 이때쯤 비둘기낭 부근의 출렁다리와 전망대가 보이고 중3리의 위치가 머리에 들어왔다. 경흥길을 졸졸 따라
걸으며 한탄강 너머의 그 드넓은 평원의 땅이 궁굼했었는데 한탄강 댐의 유수지라 홍수 때를 대비한 유휴지라 한다.
경흥길과 만나고 지형이 눈에 들어오니 반가왔다. 환장의 길이 끝나는 종점이다.
리본이 없어도 길이 험해도 대충 지도상에 그려 놓았어도 그래도 좋다. 어찌 되었든 내 나라 내 땅을 이렇게라도 해놓았으니
계획적으로 걸을수 있으니 좋다. 죽는 그날까지 내가 태어난 나의 사랑하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이 몸으로 직접 부대끼며
땀과 혼연일체로 함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과연 내가 죽는 그날까지 어느 구석구석의 대한민국을 사랑할
것인지 나는 그날까지 걷고 걸으며 이 땅 내가 태어난 나의 나의 나라 대한민국을 사랑할 것이다. 감사!
첫댓글 지난주에 저도 애를 먹은 구간이 13코스였습니다!
네비따라 가다보니 개인주택 철문으로 막혀있어, 우측계곡 옆으로 살짝 거쳐 마당을 지나니(다행히도 개는 없어서) 원두막과 계곡을 시멘트로 막은 간이수영장 지나 좌측으로 너덜계곡(사람이 지나간 흔적 찾기가 힘든 상황)을 치고 올라가니 임도와 연결되더군요! 대략 10분정도 알바한듯
12코스는 급경사의 내리막길일 망정 임도에 접속지점의 표식이 있지만 13코스 어디에도 임도와 접속지점에 표식이 없다는 것은 애초부터 책상에 앉아 지도상에 그림을 그렸다는 증거이고 나중에 항의성 글이 이 카페의 공간을 비롯해 여기저기 올라오니 괜히 군을 핑계 대고 12코스 접속지점을 우회 접속지점으로 올린게 아닌가 하다. 감사! 황제님께 충성!
제목부터
환장할 길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열심히
읽어 내려갔습니다.
댓글에서까지
우여곡절을 겪으신
님의 경기둘레길 이야기에
공감 동감 백배로 하며
그 힘들었던 발걸음에
갈채를 보냅니다.
어제 경기둘레길 12코스 80%인증 지점 걷는데 코스 이탈 신호가 울려서 되돌아 오면서 왜 일가 확인하니 화살표 표시와 임도에 막대로 활표 해 놓은 벼랑길이 13코스 출발점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벼랑길을 내려와 12코스 종점을 향해서 걷는데 43코스 11% 인증 표시가 떳다가 없어지고 해서 왜일가 생각이 들었고, 걷는 방향 좌측에 경기둘레길13코스 표시판이 붙어 있어서 일부 구간이 중복? 걷기전 확인후 걷자 했네요.
후기 즐감 했습니다. 후기 참조 하겠습니다. 험한길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위 은행정(銀杏亭)님과 마지막황제님이 강력하게 문제제기 하신 경기둘레길 연천/포천 12코스/13코스 우회노선에 대해서는 경기둘레길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에 이틀 전인 5월 27일 전격적으로 公知해 놨군요. 두루두루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